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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건 교수가 서울법원 아카데미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회원 모두가 읽어 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그래프를 포함한 한글 파일을 자료실에 올립니다.)
앞으로 직업을 가지려면 우리나라 인구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 이유는 아래 글을 읽고 나면 환히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 세대의 사람들은 모두 한국 인구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럼 한국의 인구문제를 소개한다. 멜서스 (T. R. Malthus, 1766-1834)는 일찍이 “인구문제는 정치/사회/경제문제를 지배하는 가장 독자적이고 기본적인 힘”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내다 보는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나라의 인구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라 정치/사회/경제 모든 부문이 앞으로 이 인구구조에 매우 깊숙이 그리고 철저히 의존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 표는 우리나라 인구를 연령대별로 나타낸 것이고, 그림-1은 이것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필자는 올해 55세인데 필자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약 400명이 함께 졸업했다. 이 400면 동기 중 필자가 50세 되던 해 약 20명 즉 5%가 사망했다. 만일 출생률이 55세 이후 동일하였다면 우리나라 인구 그래프는 그림-2의 굵은 선과 같이 보일 것이다. 즉 55세 왼쪽으로는 55세 보다 5% 정도만 인구차가 날 것이다. 인구 증감이 5% 이내이므로 그라프는 55세 왼쪽으로는 거의 수평선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가 55세 이상이 되면, 즉 오른쪽으로는 그라프가 자연스럽게 내리막 경사가 되어야 한다. 이 내리막의 각도도 의술이 발달함에 따라 훨씬 완만한 경사로 바뀌어 가고 있다. 1세기 전에는 50세면 거의 모두가 사망하여 급격히 내려가던 그래프가 앞으로는 80세가 되어도 많이 생존하는 완만한 경사가 될 것이다. 그림-2의 굵은 선 인구 그라프는 아마도 유럽과 같은 선진국 인구의 전형적인 그라프 모양일 것이다. 선진국은 출산율이 오히려 내려가고 있으므로 55세 왼쪽이 오히려 완만히 내려가는 모양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림-1처럼 특히 40대 중반부터 백두산과 같은 모양으로 많은 인구가 올라오고 있다. 왜 이처럼 인구가 갑자기 증가하는가?
어느 나라나 전쟁이 끝나면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쟁 동안은 많은 사람이 결혼을 미루고 애 낳는 것을 미루다가 전쟁이 끝나면 모두가 갑자기 미뤘던 가정을 꾸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한다. 미국도 1940년 후반 이차대전이 끝나고 인구가 일시적으로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60년대에 20대가 되고 2000년에는 60대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인구가 늘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의료보건의 보급 떄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구가 일시적으로 올라간다. 의료보건 기술의 보급 때문이다. DDT, 페니실린 등의 보급으로 사망률이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55세 인구가 100이라면 35세 인구는 200으로 뛰어 버린다. 즉 불과 20년 만에 인구가 두 배가 되어버린다. 아무리 의료보건의 혜택으로 인구가 증가한다고 하지만 이처럼 단시간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은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유럽 나라에는 선진의료가 보급 되도 일이백 년에 걸쳐 그것이 보급되고 인구도 완만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네팔이나 아프가니스탄과 후진국들은 아직 대부분 지역이 선진의료 혜택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인구증가가 우리같이 심하지 않다. 또 그들 나라에는 앞으로 의료보건이 들어가도 우리나라만큼 수년만에 전국적으로 보급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나라만 6.25전쟁을 치르면서 압록강부터 낙동강까지 전 국민이 DDT와 페니실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미군의 진주로 전 국민의 생활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국민 특유의 열성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그러한 결과로 20년 만에 인구가 두 배 된 것이다.
이렇게 급증하던 인구는 가족계획이 실행되면서 줄어들게 된다. 즉 우리나라 인구도 그림-1에 보는 것처럼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을 고비로 (2000년 기준) 다시 내려가게 된다. 우리나라 인구는 30대를 피크로 하여 그 전후가 높은 개마고원처럼 솟아 있다. 인구가 이처럼 급격히 변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최근 경험하며 사는 일들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나이가 올라오면서 인구분포의 급격한 변화가 유발되고 그 때문에 많은 사회적 문제를 몰고온다.
[7세 베이비붐 세대의 취학]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콩나물 교실이 시작된다. 교실이 비좁게 되고, 교사 대 학생비율이 워낙 높아져 공교육이 제대로 안된다.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학생들에 대해 개인적인 인격적 지도가 불가능하여진다. 자연히 교사 대 학생의 관계는 사무적인 관계로 변질되고. 개인적인 돌봄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지극히 사무적으로만 자기를 대하는 선생님들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인구로만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구도 사회 현상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콩나물 교실은 초중 고등학교의 분위기를 메마르도록 바꾸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좁은 시설에 부대끼며 학생들 상호간에도 무관심 내지는 적대적인 분위기가 생길 수 있고, 학우들간 빈인간화 내지는 왕따 현상도 이 시기에 만연된 것이 사실이다. 적정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콩나물 학교가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실망한 학부형들은 콩나물 수준의 교육을 피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기 시작한다. 이것은 그때 막 불기 시작한 세계화의 시류와, 영어교육의 시류와도 시기적으로 딱 맞아 떨어진다. 또한 미국 등 선진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지나가 버리면서 거꾸로 과거 풍부하게 투자해 놓은 초중 고등학교 시설이 남아돌 상황이 되었으니 시기적으로 모든 것이 들어맞아 한국에는 조기 유학 붐이 일게 된다. 이것도 우리나라 인구구조, 그리고 미국의 인구구조가 절묘히 들어맞으며 생겨난 사회 현상이다. 국내에서는 인구 때문에 갑자기 열악해진 초중등 교육 환경, 외국에서는 역시 인구변화 때문에 활짝 열리고 손짓하는 매력적인 입학 조건, 그리고 급속히 진행되고 있던 세계화 물결들이 모두 상승작용을 하여 미증유의 조기유학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19세 베이비붐 세대의 대입]
베이비붐 세대가 20세가 되기 시작하자 대학 들어가기가 어려워졌다. 우리나라는 약 20년 전부터 입시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었다. 학급에서 절반 이내에 못 들면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대학교를 증설하는 데는 막대한 투자와 오랜 세월이 걸린다. 미국도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던 60년대부터 대학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워 졌다. 미국은 babyboomer 선두주자들이 60년대에 20세가 되었다. 그 당시 미국의 학사모는 흠모의 대상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20년 전부터 대학 들어가기가 엄청나게 어려워졌었다. 이에 따라 사회 관념도 바뀌기 시작했다. 유명대학은커녕 대학자체를 못 들어가 재수 삼수를 하는 가정이 수두룩해졌다. 맨 처음에는 SKY에 못 들어가면 크게 실망하던 부모들도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 일류라고 봐야한다”. 로 바뀐다. 60년대의 SKY 대학 난이도보다 80년대 SKY 입학 난이도가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에 가도 본인이 하고 싶은 전공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전문대학이 차라리 좋다”등의 인식이 사회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이 세대에 맞추어 대학의 수를 크게 늘렸다. 또 학과마다 입학 정원을 크게 늘렸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법대 정원을 늘리고, 공대 정원을 늘렸다. 대학입시 문제는 사회 위화감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부상한다. 좋은 학원이 밀집한 강남의 집값이 급등한 것도 이시기이다. 정부는 대학의 입시정책을 입시지옥 완화에 둘 것을 대학에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대학은 학문의 우수성보다 입시지옥의 완화에 두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평준화에 입시정책에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것은 서울대와 같이 세계 대학들과 경쟁해야하는 대학의 커다란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미국도 60, 70년대에는 대학이 모자라게 된다. 그때 미국도 대학을 증설할까 망설였지만 대학다운 대학을 만드는 데는 30년 이상이 걸리는데 그러다 보면 babyboomer도 다 지나가 버리므로 미국은 그 당시 대학의 대폭적인 증설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3세 베이비붐 세대의 입대]
베이비붐 세대가 군대에 갈 연령이 되면 군대에 가는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군이 그들을 다 수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경, 의경, 연구소 요원 등 군 의무를 대체 할 수 있는 방법과 제도가 여럿 생기게 되었다. 베이비붐 세대가 청년기로 들어서면 대학만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유치장도 모자라게 된다. 범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 구당 범죄율이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고 해도 총 범죄의 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문화]
베이비붐 세대는 올라오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휩쓸게 된다. 미국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었다. 미국의 60년대 문화는 그때 20대에 들어선 babyboomer 들이 휩쓸게 된다. 젊은 여자들이 치마를 무릎 위로 (역사 이래 처음으로) 짧게 올려 입으면 미니스커트가 세계 유행이 되어 버린다. 그들이 머리를 비틀스처럼 길게 기르면 長髮이 표준이 되어 버린다. 그들은 맘보바지, 록 앤 롤 음악, 트위스트 춤 등등과 같이 매우 깊고 넓은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케네디는 그때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대통령에 모든 사람들의 놀라움 속에 당선된다. 요즈음 미국에서 40대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는 당시 세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에 비해 지금의 미국 20대는 그때처럼 힘이 없다. 차라리 오늘의 미국은 이제 60대로 올라간 베이비붐 세대가 아직도 뒤흔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제 미국은 사회보장제도와 의료보험 문제가 사회의 초점이 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60대로 올라가니 그들이 연금도 타야하고 의료혜택도 갈수록 더 받아야 하는데 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으니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문화를 주도하는 것을 보게 된다. 요즈음 TV를 보면 모든 것이 20/40 (20세부터 40세)에 맞추어져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인터넷 기술의 생산국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동전화 기술의 선진국도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 10년 동안 인터넷 소비국으로 그리고 이동전화 소비국으로 빠르게 급부상했다. 나는 그 이유가 베이비붐 세대와 이 기술들의 보급시기가 맞물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만 보더라도 인터넷이 우리나라처럼 급속도로 성장하지는 않고 있다. 노년층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노인이 되면 아무리 인터넷이 좋다고 하더라도 자판 (Keyboard)을 익히는데에 육체적인 한계가 있어 쉽게 인터넷에 못 뛰어 든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이동전화가 출현하던 시기에 맞추어 베이비붐 세대가 20, 30대가 되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 기술들이 보급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들 제품의 소비가 오히려 거꾸로 이들 제품의 국내생산과 기술을 선도했다고 생각한다.
한류(韓流)도 베이비붐 세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60년대에 영화 한편 만드는 것과 2000년대에 영화 한편 만드는 것은 그 제작비가 (시대차를 감안하면) 비슷하게 든다고 한다. 그런데 관객 수는 그동안 2배 내지 4배 이상으로 늘어나니 국내 영화 산업이 발달 안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영화제작에 더 많은 투자가 유입되기 마련이고 따라서 더 흥미 있는 영화들이 제작된다. 이러한 활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상승작용을 하여 아시아 각국에 수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문화에 비해 이웃 중국은 아직 공산주의 사고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일본은 비록 물질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전체주의 사고에 깊이 젖은 문화여서 우라나라처럼 자유분방한 주제를 다룰 수가 없는 분위기이다. “철도원” 이나 “사무라이” 영화처럼 개인보다는 나라나 전체를 위하는 영화만 나올 뿐이니 관객에게는 따분할 것이고 차라리 자유분방한 한국 영화가 개인적으로 대리만족을 하기에는 훨씬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교회도 대학부와 청년부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도 20/30대가 10년 전에는 15% 이하이던 것이 2000년대에는 50% 이상을 점유해가고 있다. 20/30 세대는 구식 찬송가보다는 C. C. M. (Contemporary Church Music)이나 경배와 찬양 같은 신시대 찬양곡을 선호한다. 교회 디자인도 구시대적이고 고전적인 분위기보다는 멀티미디어와 신세대 오디오 등을 갖춘 새로운 분위기를 선호한다. 따라서 인터넷, 대형스크린, 멀티미디어, 홈페이지 등을 갖춘 교회로 젊은이들은 몰리게 된다. 교회 음악도 오르간보다는 기타 등을 더욱 좋아 한다. 찬송가를 손에 들고 보기 보다는 Beam-Projector를 화면에 비추고 보는 것을 더 원한다.
기성세대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급격하게 신세대의 가치관에 밀려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행한 점은 베이비붐 세대를 이끌어줄 새로운 가치관이 아직 안 보인다는 점이다. 서구 나라들이 인구 팽창을 경험할 때 유럽 나라의 신세대들은 매우 건전하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품었다. 중세문화 대신 르네상스 정신을, 봉건주의보다는 퓨리터니즘에 입각한 민주주의를, 농업사회보다는 산업 기술사회를 신세대의 새로운 이념으로 개척했다. (그 당시 유럽도 이러한 새로운 시대적 가치관과 그때 막 진행됐을 베이비붐 세대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마침 진행 중이던 이러한 시대정신에 편승한 것인지, 아니면 베이비붐 세대 스스로 그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가치관을 추구한 결과로 이 모든 것이 변화된 것인지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신세대가 지향하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그것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가 당면한 가장 큰 숙제인 것이다. 기성세대의 “잘 살아보세” 가치관은 너무 물질적이었다. 과거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은 너무 물질만능주의에 밀려 도덕적 기반이 약했었다. 과거 유교적 가부장적 가치관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가치관의 빈곤이 신세대가 기성세대를 등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대체하며 베이비붐 세대를 묶어줄 새로운 가치관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근대의 유럽에서 인구가 팽창하던 시기의 유럽 신세대들에게는 계몽/이성주의, 퓨리터니즘이 있었고 이들은 다 도덕적 기반이 확실했었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이제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구시대적 가치관과 결별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찾아 나서고 있다.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잉태코자하는 이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건전한 가치관과 이념의 빈곤이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베이비붐 세대와 소비]
베이비붐 세대가 대학을 졸업하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그들이 결혼을 시작하면 갑자기 집을 많이 지어야 한다. 55세 때 매년 인구가 100이던 것이 35세에 200으로 늘어나면 그 차이만큼의 집을 매년 지어야 한다. 2000년 현재 우리나라 30 - 34세의 인구가 400여만이라면 그들을 위해 200여만 호의 집을 5년 동안에 지어야 한다. 30세 초반이면 결혼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 세대의 주택도 언젠가는 그들 차지가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젊은 세대의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림-3에서 사선을 친 역삼각형 모양은 노령으로 사망하는 기성세대가 자식 세대에게 물려주게 되는 직장 수, 주택 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5년마다 200만 호, 즉 매년 40만 호의 주택을 새로 공급하지 않으면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거 30년간 엄청나게 주거 공간이 늘어나야만 했다. 서울 강북, 강남, 분당, 일산, 평촌 등으로 늘어나는 것이 다 이 이유 때문이다. 집만 만들 수는 없다 그를 위한 상하수도, 도로 등도 새로 늘어난 가구 수에 맞추어 늘어나야 되므로 신도시가 속속 생겨나는 것이다. 인구 그래프를 보면 우리나라 주거공간의 팽창이 어느 때까지 어느 규모로 계속 늘어야할 것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Y-축 높이와 면적]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는 50세 이상 기성세대 인구의 여러 배가 된다. 그림-4 그래프에서 Y-축의 높이가 두 배로 계속 증가하면 그래프 밑의 면적, 즉 누적 인구는 4배, 6배 등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림-4에서 “기”라는 고딕체 삼각형의 면적은 55세 이상의 기성세대 인구를 대표한다. 이보다 왼쪽의 그래프 면적은 베이비붐 세대 이하의 인구를 나타내는데 이것이 기성세대 인구의 몇 배가 되는지를 알려면 그 그래프 밑에 기성세대 인구를 나타내는 삼각형이 몇 개가 들어가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앞으로 되돌아가서 이 그래프에서 Y-축 --- 즉 2배 되어 버리는 높이에 비례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대학 입학, 학과 정원, 군대 가는 비율 등이 다 이 높이와 연관된다. 그러나 그래프 밑의 면적, 즉 누적 인구에 비례하는 문제들도 있다. 이 누적 인구는 해가 지날수록 기성세대 인구의 4배 6배꼴로 증가하는 인구이다. 이 숫자가 주는 문제는 주택 수, 직장 수, 병원 수, 여러 가지 팔리는 물건의 수 --- 자동차, 전화, TV, 약 ---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누적 인구가 가져다주는 최근 피부로 느낀 문제는 정치권력이다. 우리는 2003년 대통령 선거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 위력을 실감한 바가 있다.
[30 대 베이비붐 세대와 취업]
베이비붐 세대의 나이가 30에 들어서면 집뿐이 아니라 직장 문제가 생긴다. 이들이 몰려오게 되면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취업 문제도 (그래프의 높이 보다는) 그래프 면적 즉 누적 인구에 비례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직장이 해가 갈수록 들어가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지난 10년간 우리 모든 국민이 목도한 문제이고 앞으로도 20년간 지속될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의 경험으로는 교사직 취직 문제가 있었다. 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90년대에는 교사직 취업 경쟁이 극심해졌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는 60 세 이상 교사를 조기 퇴직시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런 조치를 안 내리면 새로운 교사 지망생들의 반발 때문에 전통적인 사범대, 교직의 체제가 붕괴된다. 비슷한 문제가 다른 많은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의사가 쏟아져 나온다. 의사의 가격 파괴가 일어난다. 법대 정원을 늘렸으니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 박사가 쏟아져 나와도 직장이 없게 된다. 필자는 경제에 대해서 아마추어 수준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일자리 수는 그 나라 경제 성장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의 경제가 매년 5%씩 성장한다고 할 때 과연 20년 동안 그 나라의 일자리 수가 200%, 400%, 600% 늘어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구직자의 수는 경제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것 같다. 위 그래프와 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폭발은 (2000년 기준 해서) 40대 초반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들을 베이비붐 일세대라고 부르자). 그러면 이들 베이비붐의 일 세대는 1995년경에는 30대 후반에 들어섰을 것이다. 이때부터 이들은 취업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IMF는 이시기에 일어난다.) 즉 IMF가 일어날 시기에 베이비붐 세대는 취업을 못한지 약 5년이 되었을 때이다. IMF 때는 우연히도 베이비붐의 일 세대가 5년 정도 취업을 못해 고통을 겪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이시기에는 취업문제가 누적을 막 시작하던 초기였으므로 사회에서 큰 문제로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시기부터 청년들의 취업이 문제가 되자 이것을 IMF 문제로 인식했었다. 즉 취업 문제를 IMF와 더불어 찾아온 일시적인 문제, 외부로부터 온 문제로 인식했다. 그것은 완전히 틀린 생각이다. 물론 IMF 가 일조를 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그러나 IMF 는 취업 문제의 근본적 원인도 아니요 IMF 가 해결된다고 취업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취업문제는 인구구조부터 오는 내부문제요 장기적인 문제이며 구조적인 문제며 IMF 가 없었어도 어차피 독자적으로 터질 문제였기 때문이다. 인구가 20년 만에 2배 4배가 되니 --- 즉 인구 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며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IMF 는 이 현상과 절묘하게 synchronize 된 것일 뿐이다.
취업은 해를 반복할수록, 나이가 내려갈수록 누적적으로 어려워 질 것이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임시직 취업이 당연한 것처럼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다. 2003년에는 이제 아르바이트도 얻기 어렵다는 뉴스를 듣고 있다. 임시직도 정규직처럼 대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기 시작한다. 대졸 취업이 안 되는 이유를 일부 언론들은 대학 교육 탓으로 돌리지만 요즈음 졸업생들이 받는 교육은 10년 전 선배들이 받던 것보다 월등히 좋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학의 교육 및 실습 환경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이고 또 군사정권이 물러가며 대학의 정치적 분위기 대신 면학분위기가 정착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또 기업이 유경험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도 보도한다. 그것도 올바른 진단이 아니다. 인력시장에 수년간 유경험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싼 임금으로 나오고 있는데 왜 갖 졸업하고 무경험자를 뽑겠는가?
같은 이치로 모든 직장에서 45세 이상이 퇴출되고 있다. 이들은 경험은 많아도 봉급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 직장에 따라서는 기술이 워낙 빨리 바뀌므로 20/30 세대가 더 유능한 직장도 많다. 갑자기 40/50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조기퇴진하는 것이 시대적인 유행이 되고 있다. 인구가 갑자기 해일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팔선-사오정-오륙도라는 유행어가 생겨난다. (45세면 정년, 38세면 조기 명퇴를 선택, 56세에도 월급을 타가면 도둑이라는 뜻)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대대적 세대교체가 특정정권의 탓인 양 돌리고 있지만 그것도 큰 오해이다. 오히려 젊은이들을 등에 업고 나온 정치가가 당선되는 것부터가 피할 수 없는 인구의 도도한 물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의 지지로 일어선 정권이 이를 조금 더 부채질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러나 젊은 정권조차 젊어지는 인구구조의 거스를 수 없는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취업문제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것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우리는 모든 국민이 지혜를 모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 우선 될수록 많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조기유학 바람은 올바른 방향이다. 그리고 필자는 우리나라 북서쪽 지역이 좋은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즉 북한 개발, 만주 개발, 시베리아 개발, 그리고는 21세기 내내 전개될 중국 서부개척에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주로 동부에 있는 수개 도시만 제한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西進은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역사적 흐름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럽이 먼저 발전을 시작했고, 이어서 미국 동부 도시가 발전했다. 그리고 최근 20세기 후반까지는 미국 산디애고 개발 등 미국 서부개척이 막 끝난 상태이다. 이제 중국 동부 도시가 개발을 시작했으니 그 연장선상에서 향후 수십 년은 중국 서부와 시베리아 차례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와 무수한 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베이비 붐 세대를 이 프로젝트에 동원되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중국어 러시아어를 가르치고 그 지역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며, 국가가 정책적으로 이들 프로젝트에 참여는 것이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다가올 남녀인구의 심한 불균형도 이러한 방향 속에서만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미국도 60년대 케네디 시절에는 평화봉사단 (Peace-Corp)라는 제도를 만들어 수만 명을 외국으로 내보낸 적이 있다. 아마 그 당시 일시적으로 불어난 인구로 인한 취업난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 해본다.
어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0/30 세대의 일자리를 넓혀 주는 노력을 거국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들 세대의 미래 소망이 (또 10대로부터 올라오는 그보다 어린 후속세대들을 위해서도) 완전히 막혀버리게 되면 우리나라 사회는 오래 지탱할 수가 없게 된다. 어느 사회나 특정 계층이 (또는 집단)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길을 못 찾게 되면 그 집단은 반드시 그 사회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씨족사회가 그러한 이유 때문에 붕괴되어 부족사회가 되었다. 특정한 성씨에 속하지 못한 국민은 영원히 상승할 수 없었으니 그 체제는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부족사회가 다시 과거제도로 발전하데 된 원인도 다 이것이다. 로마도 노예가 평민이 될 수 있는 길을 항상 열어 놓았고, 평민도 귀족이 될 수 있는 길을 항상 열어 놓았었다. 평생을 노력해도 절대로 소망이 없는 부류가 생기게 되면 그 사회체제는 오래 지탱할 수가 없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와 사회인식의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우리 사회에 앞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겨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겪은 나라는 세계 역사상 거의 없었다. 선진국들도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구가 증가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우리보다 훨씬 완만한 것이었고 그 시대의 여건도 우리와 많이 달랐었다. 유럽 나라에서 인구 폭발이 일어났던 시기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였던 것 같다. 17, 18 세기에는 인구가 늘어나면 농촌의 장남으로 못 태어난 가구들이 토지를 못 물려받아 도시로 몰려갔다. 그들은 그때 막 시작된 산업혁명 노동자로 흡수되었다. 산업혁명과 인구증가가 맞물린 것이다. 그 후에 인구가 더 증가하면 잉여인구로 군대를 만들어 식민지를 개척하고 얼마든지 해외 식민지, 신대륙으로 내보내면 되었다. 즉 유럽의 인구폭발은 산업혁명 노동자와 신민지 개척으로 해결하면 되었다. 그것이 과거의 유일한 인구폭발 해결책이었다. 그 이후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인구증가가 멈추고 우리나라 같은 문제가 안생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은 우리나라처럼 폭발적인 인구증가는 경험하지 않게 될 확률이 크다. 20년 만에 인구가 두 배, 네 배로 느는 경우는 세계 역사상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로 인한 사회문제도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처럼 베이비붐 세대가 급격히 늘어나니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생겨날 것이다. 최근의 불량카드 문제도 DJ 정권의 졸속한 경기부양정책만으로 돌리기보다는 더 깊은 뿌리를 가진 문제일 수도 있다. 즉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데 직장이나 수입이 없어 생기는 문제는 아닌가 한번 짚어보아야 한다. 물론 그중 일부는 유흥비를 위해 흥청망청 낭비한 부류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실제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빚을 진 경우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2003년에 드디어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고 하는데 이 역시 인구와 관련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혼율은 물론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많은 수가 직장문제와 생활비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이 높은 이혼율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 20/30 세대는 이혼할 때 자식까지 버린다고 하지 않는가? 이것도 취업문제, 수입문제와 직결된 문제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최근 나는 자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들이 생각하는 적정 결혼연령이 우리 세대가 생각하던 연령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도 베이비붐 세대의 경제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요사이 국내 베이비붐 세대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까지 많은 수가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30세가 넘어서도 직업의 안정성을 확보 못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것이 결혼을 뒤로 늦추도록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남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인 자립이 결혼 전 해결해야할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직장 문제로 조기 결혼을 꺼리고 있는데 여자만 일방적으로 조기 결혼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고급 직업을 얻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어쨌든 이젠 30을 넘어 결혼하겠다는 의식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구 때문이다.
[시간표상에 예정된 문제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들 -- 콩나물 교실, 대학입시, 군대, 주택, 취업, 연금 등---은 인구 그래프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 어떤 문제가 어느 시기에 어떠한 규모로 발생할 것인지를 미리 예견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뻔히 일어날 문제에 미리 대처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회문제들이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는 속속 일어날 것이다. 예를 들면 주택은 앞으로도 20년 이상 매년 30만 내지 50만 가구가 증설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병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학교는 반대로 이제 줄어들기 시작해야 한다.
그림-5는 20세 아래에서 막 줄어들기 시작하는 인구를 내타내고 있다. 빗금친 삼각형 모양이 peak를 지나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는 인구를 나타내고 있다. peak를 지나 인구가 30%까지 급격히 내려가면서 여러 가지 변혁이 다시 뒤따른다. 초중 고등학교의 콩나물 교실 문제가 완화되기 시작한다. 반대로 대학의 문은 넓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생 수는 너무나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대학의 문은 그동안 너무 많이 넓혀 놓은 결과로 이제는 대학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제 고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30%나 많게 된 것이다. 수년 앞을 인구 추세를 무시한 교육부 정책 때문이다. 엄청난 투자를 들여 증설한 대학들 중 상당수가 수년 내로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시장 논리로 놔두면 모든 학생들이 수도권으로만 몰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 대학은 인구 감소와 관계없이 과거와 똑같이 100%를 채우게 되는 대신, 지방대학 정원이 50%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이는 곧 지방대학들의 대거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는 더 심화될 것이고 급기야 지방대학 살리기는 지방 균형발전과 함께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될 것이다. 차기 선거에서도 이 이슈는 갈수록 더 지방 주민들의 표를 끌게 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직종 간에는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까? 물론 산부인과는 벌써 오래전부터 손님이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그 뒤를 따라 소아과 손님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유치원도 영향을 받을 것이고 각종 장난감 제조도 과거 peak 시보다 30% market 크기 감소될 것이다. 쌍까풀 등의 수술도 감소할 것이다. 이에 반해 갈수록 베이비 붐 세대가 올라오고 40/50대 상품용 market은 꾸준히 커질 것이다. 아로나민과 같은 성인용 약은 갈수록 2배 4배 증가할 것이다. 실버(silver)산업은 앞으로 수십 년간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전반적 소비는 둔화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인구가 20세 이하에서 줄어들며 대학문이 넓어지니 중고등학교의 입시위주 교육은 많이 완화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교육부는 “이제부터 한 가지만 잘해도 얼마든지 대학에 들어가 갈 수 있도록 입시 제도를 고치겠습니다” 라든지 “이제부터 수능 시험을 매우 쉽게 만들겠습니다”라는 등의 정책을 제시하여 왔다. 인구 변화추세에 순응하는 정책이다. 이제는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히려 수능이 너무 쉬워져서 각종 혼란이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위권 대학에서는 수능성적의 변별력이 없어져서 고민을 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들의 기초실력이 너무 낮은 학생들이 있어 많은 대학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대학에 고급반 열등반이 생겨나고 있다. 대학 문이 갑자기 무한대로 넓어지면서 고등학생들의 면학의욕이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사들도 학생 지도 방향의 급선회로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이제는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급에서 아무도 제대로 공부 안하고 있으며 강의도 제대로 안된다는 소문도 간간이 들린다. 이제는 대학 졸업장에 대한 희소가치마저 낮아져 가고 있고, 대신 급부상한 취업문제가 사회의 핵심 관심으로 대체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어느 정도 취업이 보장됐었는데 이제는 대학 졸업장이 전혀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학에 대한 인식도 따라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한의학과가 S 공대 전자과보다 높은 커트라인을 가지게 된다. 전문대 인기학과가 4년제 대학 비인기 학과보다 더 선호된다.
[베이비붐 세대와 세대간 갈등]
국내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는 이제 무시 못 할 크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50, 60살 세대가 많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 건물, 토지 등 부동산이 그렇다. 이들이 가진 기득권 중에는 언론도 있고 각종 기관의 인사권과 권력도 있다. 이 기득권을 부상하는 세대들과 지혜롭게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세대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그중 국가의 정치권력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일차로 베이비붐 세대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이요 첫 신호탄에 불과할 뿐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기성세대가 점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급속한 속도로 배분받기 원하게 될 것이다. 이미 언론 분야에서 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기성세대가 키워온 朝中東 언론은 베이비붐 세대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고 있고, 대신 H 신문이나 인터넷 신문이 20/30 세대의 대체언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신문을 빼앗아 가기 보다 그들만의 마당을 새로 만들어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앞으로 기성세대가 많이 소유하고 있는 큰 주택, 큰 토지, 큰 부동산 등은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크다. 20/30 세대의 길을 터주기 위해 그 자원이 절실히 필요하게 될 경우는 그 자원은 더욱 급속히 소유권이 이전될 것이다. 2003년 선거에서는 수도권 이전이 쟁점화 되었다. 수도권 이전은 기성세대가 완전히 점유하고 있는 서울을 포기하고, 그 대신 새로운 땅에 정치/경제의 중심을 만들자는 뜻이어서 “지역”에 기반한 아이디어라고 분수도 있지만 수도권의 부동산은 철저히 기성세대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고 기성세대의 소유는 그들이 80, 90살 되기까지 계속될 것이므로 이에 대해 새로운 세대가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수도권 이전 문제는 “지역”간 문제가 아니라 “세대”간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서울 강남 부동산을 일부 소수 기성세대가 독점한 것을 지방과 신세대 모두가 외면한 것이다. 앞서 언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부 기성세대가 독점중인 부동산을 강제로 재배분하기보다는 차라리 정치경제의 중심을 새 수도로 옮기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에 대한 결론]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문제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베이비붐 문제는 과거 20년간 각종 문제를 우리 사회에 안겨주었고 앞으로도 (아니 미래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안겨줄 것으로 사료된다. 그중 20/30 대의 취업문제는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주택문제 고령화 문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 사회는 이 문제에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특히 행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와 관련해 앞으로 다가올 사태에 대해 사전 계획을 면밀히 준비하여야 한다. 주택문제, 연금문제, 취업문제 등과 관련된 계획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고 언론은 이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국민을 대신해서 다루어야 한다. 대학도 인구와 관련된 급변할 사회문제 경제문제를 학문적으로 깊이 다루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역사 전무후무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첫댓글 인구에 기초한 여러가지 관점과, 인구문제를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factor로 보는 흥미있는 글입니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