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
첫째, 아이를 잉태하여 지키고 보호해 주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여러 겁 거듭하여 온 무거운 인연으로 금생에 다시 와서 모태에 들었네. 날 지나고 달이 지나서 오장이 생겨나고 일곱 달이 되어서 육정이 열렸네. 한 몸뚱이 무겁기가 산악과 한 가지요 가고 서는 몸놀림에 바람과 재앙 조심하며 좋고 좋은 비단옷 모두 다 입지 않고 매일 단장하던 거울에는 티끌만 묻었네.
둘째, 아이를 낳으실 때 수고하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아이를 배어 열 달 지나 어려운 해산 날이 다가오면 아침마다 흡사 중병 든 사람 같고 나날이 정신마저 흐려지고 두럽고 겁난 마음 어이 다하리 근심 짓는 눈물은 흉금을 채우고 슬픈 빛을 띠우고 주위에 하는 말 이러다가 죽지않나 겁이 나네.
셋째, 자식을 낳고 모든 근심을 잊어버리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자비로운 어머니 그대 낳은 날 오장이 모두 열려 벌어진 듯 몸과 마음이 함께 까무러쳤고 피를 흘려놓은 것이 양을 잡은 듯 하네. 낳은 아이 건강하다는 말 듣고 그 환희가 배로 늘었네. 기쁨이 가라앉자 다시 슬픔이 오고 아픔이 심장까지 미치네.
넷째,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은 뱉아 먹이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무겁고도 깊으신 부모님 은혜 베푸시고 사랑하심 한 때도 변치 않고 단 것은 다 뱉으시니 잡수실 것 무엇이며 쓴 것만을 삼키셔도 싫어함이 없으시네. 사랑이 무거우니 정을 참기 어렵고 은혜가 깊으니 슬픔만 더하도다. 다만 어린 자식 배 부르기만 바라시고 자비하신 어머니 굶주려도 만족하시네.
다섯째, 마른 자리 아이 누이시고 젖은 자리 누우시는 어머니 은혜를 노래하노라.
어머니 당신은 젖은 자리 누우시고 아이는 안아서 마른 자리 누이시네. 두 젖으로는 목마름을 채워 주시고 고운 옷 소매로는 찬 바람 막아 주시네. 아이 걱정에 밤잠을 설치셔도 아이 재롱으로 기쁨을 다하시네. 오직 하나 아이를 편하게 하시고 자비하신 어머니 불편도 마다 않으시네.
여섯째, 젖을 먹여 길러주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어머니의 깊은 은혜 땅과도 같고 아버지의 높은 은혜 하늘과 같네. 깊은 마음 땅과 같고, 높은 마음 하늘같아 어머니마음 그러하고, 아버지마음 그러하네. 두 눈이 없다 해도 좋아하는 마음 끝이 없고 손발이 불구라 해도 귀여워하시네. 내 몸 속에서 키워 낳으신 까닭에 온 종일 아끼시며 사랑하시네.
일곱째, 깨끗하지 못한 것을 씻어주신 은혜를 노래하노라.
아아, 아름답던 옛 얼굴 아리따운 그 모습 소담하신 몸매. 푸른 눈썹은 버들빛을 가른 듯 붉은 두 뺨은 연꽃빛을 안은 듯 은혜가 더할수록 그 모습은 여위었고 더러움 씻기다 보니 이마에 주름만 느네. 아아, 아들 딸 생각하는 가없는 노고 어머니의 얼굴이 저리 변하였네.
여덟째, 자식이 멀리 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죽어서 이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살아서 생이별 또한 고통스러운 것. 자식이 집 떠나 멀리 나가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타향에 가 있네. 낮이나 밤이나 자식 뒤쫓는 마음 흐르는 눈물은 천 갈래 만 갈래 새끼를 사랑하는 어미원숭이 울음처럼 자식생각에 애간장이 녹아나네.
아홉째, 자식을 위한 마음으로 나쁜 업을 행하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아버지 어머니 은혜 강산같이 소중하나 갚고 갚아도 갚기 어려워라. 자식의 괴로움 대신 받기 원하시고 자식이 고단하면 어머니 마음 편치않네. 자식이 먼 길 떠난다는 말 들으시면 가는 길 밤추위 실로 걱정되네. 아들딸의 잠깐 고생도 어머니는 오래도록 마음 졸이네.
열째, 끝없는 자식사랑으로 애태우시는 은혜를 노래하노라.
깊고 무거운 부모님의 크신 은혜 베푸신 큰 사랑 잠시도 그칠 새 없네. 앉으나 일어서나 마음을 놓치 않고 멀거나 가깝거나 항상 함께 하시네. 어머님 연세 백 세가 되어도 팔십된 자식을 항상 걱정하시네. 부모님의 이 사랑 언제 끊어지리이까 이 목숨 다할 때가지 미치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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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는 열가지 은혜가 있으니 태안에 아기 배어 열 달이 다가 오니 순산이 언제련가. 손꼽아 기다리네. 나날이 기운이 없어 중병든 사람 같고. 어제도 오늘날도 정신이 혼미하다. 무섭고 두려움 이루 다 기억하랴, 눈물만 시름없이 옷깃을 적도다. 슬픔을 머금은 채 친척께 하소연이 아마도 이번에는 죽을까 겁이 나고 어지신 어머님이 이내 몸 낳으실때 오장을 육부까지 찢기고 어기는듯 정신이 혼미하고 몸 마저 무너지니 끝없이 흐르는 피, 소와 양 잡았는듯. 아기가 충실하다 말 들을 땐 반갑고 기쁜 마음 비길데 없었건만. 기쁨이 진정되니 슬픈 맘 다시 나며 아프고 괴로움이 온몸에 사무치네. 부모의 깊은 은혜, 바다로 비유하리. 귀엽게 사랑하심 한땐들 어길 건가. 단것은 모두 뱉아 아기를 먹이시고 쓴것만 삼키면서 얼굴도 찡기지 않네. 사랑이 깊으시니 참을 길이 없고 은공이 높으시매 슬픔이 몇 굽일세. 어머님의 일편단심 아기배 불리어서 사흘을 굶으신들 어찌 다 마다하리 이내 몸 젖은 자리 백번이나 싫다하리. 아기는 어느 때나 마른 곳 눕히시며 두 젖을 번갈아서 아이 배 불리시고 찬바람 쏘일 쇠라 소매로 가리우네. 아기를 돌보노라 잠한번 편안히 자랴. 두둥실 둥둥실 끌어안아 놀리시니 아가만 편하다면 무언들 사양하며. 어머님 이내 몸이야 어댄들 어떠하리. 어머니 크신 은혜 땅에나 견주리까. 아버님 높은 공덕 하늘에 비기리까. 높고 큰 부모 은덕 천지와 같사오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뜻 다를쏘냐 눈과 코 없더라도 조금도 밉잖거늘 손과 발 못쓴다고 시름함이 있으리. 배 갈라 낳은 자신 병신이든 귀여워 온 종일 사랑해도 내 정성 그지없네.
지난 날 이내 얼굴 꽃보다 어여뻐라. 옥같이 아름답고 솜같이 보드라워 양미간 그린 입술 버들잎 부끄럽고 두뺨의 도홍빛은 연꽃도 수줍었네. 은혜가 깊을수록 내 얼굴 야위었고. 기저귀 빠느라고 손발이 거칠었네. 아들딸 기르노라 고생을 말도 마라. 어머니 꽃얼굴에 주름살이 잡히었네. 죽어서 영이별도 잊을 수 없거니와. 살아서 생이별은 내마음 끊노매라. 아들이 집을 떠나 타향에 가게되면 부모의 슬픔마음 그곳을 따라가네 이 맘은 밤낮으로 자식을 생각하고 흐르는 두 눈물이 천줄기 만줄기라. 원숭이 새끼 사랑 창자를 끊다더니. 부모의 자식걱정 그 보다 덜 하리리까.
어버이 크신 은혜 바다에 비길껀까. 산보다 크신 은혜 어떻게 갚사오리. 자식의 갖은 고생 대신 하기 소원이요. 아들딸 괴로우면 부모맘 편치 않아 아들딸 길을 떠나 먼 곳에 간다하면 밤이면 추울세라. 낮이면 줄일세라. 아이들 잠깐동안 괴로움 받더라도. 부모의 근심걱정 하루가 삼추로다. 아버지 어머니의 그 은혜 어떻떠냐. 자식을 생각는 맘 잠시도 쉬오리까. 서거나 앉았거나 마음이 따라가고 멀거나 가깝거나 애정은 다름없네. 늙으신 부모 나이 백살이 되어서도 여든된 아들 딸을 행여나 걱정하네 부모의 깊은 은정 언제나 끊질 건가. 이 몸속 다한 뒤에도 잊을수 없을진저.
불효
이렇게 갖은 애를 써서 기르면서 어른 되기를 희망하였건만, 자식이 성장한 뒤는 그러한 은공도 모르고 도리어 불효하고 불공하여 부모와 함께 말할적에는 눈을 흘기고 눈동자를 굴리면서 가소로이 여기며 형제간에 욕설하고 싸우며 헐뜯고 예의가 없어 부모의 이러는 말에 순종하지 아니하고 형제간에 말할 적에는 일부로 어거장 치며 나가거나 들어올 때에도 어른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말과 행동이 버릇없고. 괴상하며 제멋대로 일을 행하느니라.
부모로는 훈계하여 책망하고 어른들은 그른 것을 일러줄 것이어늘 철없다 용서하고 손자들이 덮어주기만을 하여 점점 자라면서 머털없고 괘괘하여 순종하지 아니하고 잘못된 일도 항복하지 아니하며 도리어 성을 내느리라.
좋은 친구를 버리고 나쁜 사람을 사귀며 습관은 천성이 되어서 드디어 허망한 일을 꾀하기 쉬우며 혹 남의 꾀임에 빠져 타향으로 돌아다니면 부모를 멀리 여의고 고향을 등지며 혹은 장사를 한다거나 군대에 따라 다니면서 엄벙덤벙 세월을 허송하다가 어찌되어 결혼을 하게 되면 살림에 끄달리어 오래도록 본집에 돌아오지 아니하느리라. 이렇게 타향으로 다니면서 삼가하고 조심하지 아니하다가 혹 곤경을 당하거나 혹 앵난을 만나 춥고 배고픔을 면한길이 없게 될 적에 돌아 돌보아 주는 사람은 없고 여러 사람의 천대를 받으며 혹은 길거리에 나앉아 필경에 죽게 되더라도, 구호할 사람이 없고 죽은 송장까지도 땅속에 묻히지 못하여 붇고 썩으며 볕에 쪼이며 바람에 불리며 해골이 낭자하여 타향의 모래바닥에나 풀밖에 뒹굴게 되면 부모 친척들과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느니라. 부모의 마음은 자식을 따라 길이 걱정하기도 하고 혹은 피눈물을 흘리다가 눈이 어둡기도 하며 혹은 너무도 슬퍼하다가 병이 되기도 하며, 혹은 자식을 기다리다가 몸이 쇠약하여 죽게되면 외로운 혼이 원한이 되어서 끝끝내 잊어버리지 못하며. 혹은 아들이 효순 가도의 효를 본받지 아니하고 이단의 무리들과 어울려 불한하고 포악해져서 나쁜 짓을 일삼는다거나 남을 구타도 하고 절도 강도를 감행하기도 하여 이웃에 까지도 폐해를 끼치기도 하며 술먹고 노름하고 여러 가지 죄를 저질러 형제간에 누를 끼치거나 부모에게 걱정을 시키기도 하며 집안에 집을 나갔다가 늦게야 돌아오기도 하면서 어버이로 하여금 근심케 하느니라.
부모의 헐벗고 배 곯는 것은 아는 체 하지 않고 조석이나 초하루 보름으로 봉양할 것은 꿈도 꾸지 아니하며 부모가 나이 늙어 얼굴이 쭈그러지고 기운이 쇠하게 되면 남이 볼까 부끄럽다고 구박하기도 하며 자심하기도 하며 혹은 아비가 홀로 되거나 어미가 홀로 되어 외딴 방에 혼자 있게되면 마치 남의 늙은이가 객으로 와서 의탁하는 것이 생각하여 방을 치우거나 마루를 닦는 일이 없고 한번도 살펴보거나 문안하는 일이 없으면 방이 차고 더운 것이나 옷입고 밥먹는 것 을 아는 체 하지 아니하여 탄식하게 하고 밤낮으로 슬퍼하게 하며 혹시 맛있는 음식을 보면 싸가지고 돌아와서 부모에게 드려야 할것이언만 남들이 비웃는다 하여 부끄럽게 여기면서도 고운 음식을 가져다가 처자를 먹일 때는 체면도 불구하고 비루한 짓을 저지르며 아내와 첩과 약속한 일은 꼭꼭이 행하면서도 어버이의 말씀과 부탁은 조금도 어렵게 생각하지 아니 하느니라. 만일 딸 자식이 행여 출가하게 되면 집에서는 그렇게 효순하던 것도 남편을 맞은 뒤에는 점점 불공하게 되어 부모는 조금만 꾸짖어도 곧 원망하면서도 남편에게는 매를 맞아도 달게 여기며 성이 다른 남에게는 정이 깊고 사랑이 간절하면서도 자기의 골육 친척에게는 도리어 생소하며 혹 남편을 따 라 타향에 옮겨가게 되면 부모를 이별하고서도 사모하는 생각이 없이 소식을 끊고 편지 한장 보내지 아니하매 부모로 하여금 간장이 끊어지듯이 생각케 하나니 부모가 딸의 얼굴을 한번보고 싶어하는 것이 목마를 때에 물을 생각하듯이 잠깐도 쉬지 아니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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