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는 예고없이 발생한다.환자와 의사,양쪽 모두 난감하기는 마찬가지.환자쪽에선 가족들을 총동원,실력행사로 가는 예가 아주 많다.그것이 가장 빠른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실력행사에 의한 보상금 타내기나 당사자간의 합의로 해결되고 있는 게 사실.의료사고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거나 법적 해결은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의료사고가 의심될 때 의료지식이 적은 환자쪽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지 알아본다.
▽ 주위에서 도움을 줄 만한 의사를 찾아라
의료사고라고 여겨지면 무엇보다도 먼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주위에 있는지를 찾는 게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반면에 상대해야 할 의사는 그 분야의 전문가다. 주위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있다면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가리는데 도움이 된다.
친분이 있는 의사가 주위에 없을 때는 `YMCA시민중계실' `한국법률구조공단'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의 단체에서 의료분쟁 상담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찾아 의료사고인지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 방사선사진 등 진료기록의 사본을 청구하라
의료사고가 의심될 때는 진료기록과 검사지,방사선 사진 등의 확보가 중요하다.의료사고시 병원측이 진료기록 등의 복사를 거부하는 것은 의료법상 엄연한 위법한 행위다.엄중히 따져 사본을 청구한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환자가족이 언제라도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관계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지금까지 진료기록부를 허위작성한 혐의로 의료인이 구속된 예는 거의 없다.그러나 병원측의 열람 거부나 허위 작성 등 진료기록부 조작과 관련된 잡음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4억원대 보상금과 그동안의 소송비용을 포함,8억원대의 배상금을 물게 돼 국내 최고액의 의료분쟁으로 기록된 Y대의대 K교수의 디스크 수술 후유장애 시비는 그중 한 예.K교수는 이 사건 심리중 피해자(원고)측 변호인으로부터 진료기록 조작의혹을 샀다.
해당 의사를 만나 사고원인에 대한 설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일도 중요하다.이 때는 혼자 가지 말고 여러명이 함께 가서 사고경위를 듣고 메모해야 한다.대화 내용을 녹음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물론 의사쪽이 사고를 시인할 때는 일단 각서를 받아놓도록 한다.환자의 치료가 장기화되고,의사쪽이 실수한 흔적도 지워져 증거를 찾기가 힘들게 됐을 때,환자의 치료비는 물론 피해보상도 회피하고 실수를 부인하는 사례도 있다.
각서는 사고의 발생 시기와 원인,관련된 의사와 의료인 등을 분명히 하고,환자의 치료비 및 향후 후유증 발생시 전적으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는 내용으로 서명 날인을 받아 둔다.각서는 나중에 소송을 제기할 때 중요한 문서가 된다.
▽ 합의가 안될 때는 소송을 제기하라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는 의료분쟁은 연평균 7천~8천건.이중 형사소송은 1천5백~2천건,민사소송은 2백~3백건 정도로 추정된다.
의료분쟁의 대부분이 이른바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해결되고 있다.실제로 준종합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어난 의료사고의 경우 이 방법으로 거의 해결되고 있다.민·형사소송보다는 가벼운 법적 해결장치로 제3자가 분쟁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사고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명무실하고 실적도 거의 없다.정부는 `교통사고특례법'과 같은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을 추진중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의료분쟁의 법적 해결방법이 대개 민사소송으로 이뤄지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민사소송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드물다.그 이유는 민사소송은 원칙적으로 사고의 입증책임이 원고쪽에 있기 때문.그러나 최근 판례에선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일부(30%) 전가하는 추세이므로 먼저 합의를 시도하고,합의에 실패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 볼 만하다.
형사소송은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가를 따지는 소송.의료분쟁 전문 변호사들은 현재 의료사고 관련 소송중 민사소송은 피고(의사)쪽의 책임을 인정하는 비율이 50%에 이르지만 형사소송은 10% 미만이며,그나마 법정에서 정식 재판에 회부되는 비율은 5%도 못될 정도로 거의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 환자쪽에서 의료사고 전문가가 돼야 이긴다
의료사고분쟁,특히 소송은 길고도 먼 여행과도 같다.용기를 갖고 공부해야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쪽은 의료에 대해 문외한이다.법률적인 지식도 없다.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컴퓨터를 통해 찾아 보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의료사고 전문변호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면 돈도 많이 들이지 않고 의사나 변호사 못지 않은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다.의료사고 관련단체나 변호사에게 문제해결을 맡기는 경우에도 피해자쪽 가족이 전문가 수준의 식견과 경험을 갖춰야 그 만큼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 의료사고 소송시 변호사 수임료는 5백만원 이하
변호사 수임료는 지역이나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다르므로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를 설명하긴 어렵다. 의료사고의 경우 대개 변호사 선임에 따른 착수금은 3백만~5백만원이다.이밖에 원고는 손해배상 청구금액의 1% 정도를 소송비용으로 부담해야 하고,재판에서 이겼을 경우 승소금액의 5~10%를 성공사례금으로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 `억울한 의료사고' 도와드립니다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생각될 때 환자 가족들은 막막하다.어떻게 해야 자신들의 억울함을 해소시킬 수 있을까.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즉시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사고원인,자료수집,보상요구,합의, 소송 등에 관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피해자' 가족들은 그동안 의료비가 많이 들어 그게 쉽지 않다.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여겨질 때 값싸게 상담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 YMCA 시민중계실 : 억울한 일이나 부당한 피해를 당하고서도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또는 해결방법을 몰라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힘없는 서민들을 돕고 있다.현재 서울,부산,대구,울산, 성남,순천,청주,제주 등 43개 지역 YMCA에 시민중계실이 개설돼 있다.
△중앙YMCA시민중계실(02-730-9392~3) △서울YMCA시민중계실(02-725-1400) △부산YMCA시민중계실(051-440-3354)
- 대한법률구조공단 : 영세민을 위한 법률구조기관이다.원칙적으로 `법률구조대상자'라고 하는 일정한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사람(농·어민,생활보호대상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본부(02-3460-0299) △서울북부지부(02-977-1660) △서울동부지부(02-453-6001) △서울남부지부(02-677-9157)
- 한국소비자보호원 : 올 4월부터 의료사고 중재업무를 시작했다.매주 수요일 오후 2~6시 의료사고와 관련된 무료법률상담(02-3460-3413)은 물론 가해자(병·의원)측과의 중재도 알선한다(02-3460-3000).
- 의료사고 관련단체 : 의료사고 분쟁에 개입,중재한 경험이 많다.다만 비영리단체처럼 위장, 번역비 등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곳도 있으므로 상담기관을 정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사고가족연합회(02-3462-4043) △의료사고가족협의회(02-552-1238) △현대의료사고번역분석원(02-3486-8834) △시민을 위한 의료법 상담소(02-556-3100)
- 인터넷 법률 상담 : 의료사고에 관한 각종 판례정보를 모아 소개하는 웹사이트 `메디벨'(http://myhome.netsgo.com/medibell/) 등이 있다.전자우편(medibell@netsgo.com) 상담도 해준다.지금은 무료지만 올 연말부터 회원제로 바꿔 유료화할 예정.인제대 의대에서 해부학을 전공한 다음 의료사고 전문상담가로 활동하는 의사 민경찬씨와 PC통신을 통해 상담해 보는 방법도 있다. `천리안'에 접속 `go sago'를 치면 통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