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눈길을 끄는 이유
박칼린씨가 지도하는 KBS-TV ‘남자의 자격’ 합창단 프로그램은 몇 번을 반복해서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유익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욕을 안 먹는 우수 프로그램이라는 평도 있습니다.
왜 그토록 눈길을 끌까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우리와 친숙한 연예인들이 들어 있어 친근감이 가는 것이 첫 번째일 것입니다. 출연 연예인들이 소위 잘 생긴 꽃미남들이 아니고 어딘가 어눌하게 보이려는 개그맨들이라 거부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경규나 이윤석, 김국진 등 나이도 그렇고 도무지 그런데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며 노력해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입니다. 나도 하고 싶은데 그들이 대신 해주니 대리만족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무엇보다도 박칼린이라는 지도자의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국계 아버지와 미국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외모 상으로도 한국인과는 좀 다르지만 완벽한 한국말을 하고 음악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음악 감독 1인자입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하면서도 실력과 카리스마가 빛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맡았어도 합창은 되었겠지만 이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리더는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32명이 모여 합창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노래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독창은 많이 들어 흔하지만 합창은 여러 사람이 모여 내는 소리이므로 하모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 똑 같이 여럿이 부른 것이 아니라 낮은 목소리부터 높은 목소리까지의 하모니가 이루어질 때 아름다운 화음이 이루어지며 우리는 가슴이 찡하게 와 닿는 것을 느낍니다. 인간 만이 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화성인 것입니다. 박칼린 감독이 오디션에서 가장 중시한 것이 인격이었고 혼자 잘 부르는 사람보다 가창력은 다소 떨어져도 같이 불렀을 때 어우러지는 소리를 낼 사람을 골라 뽑은 이유입니다.
합창곡으로 고른 ‘넬라 판타지아’도 좋았습니다. 박칼린 감독이 이 곡을 고른 이유는 웬만큼 불러도 그럴듯하게 들린다는 이유였습니다. 두 달 연습 만에 그렇고 그렇던 사람들이 그런 아름다운 합창을 하게 되니 과연 멋진 곡입니다. 만화영화 주제곡 메들리로 만든 두 번째 곡도 좋았습니다. 자칫 장난기가 들거나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박칼린 감독도 그 점을 주지시키며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이 성우와 배다해라는 여성 솔로 소프라노인데 둘 다 동료들도 감탄해 마지않을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둘 다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기대가 큰 만큼 박칼린 감독에게 혹독한 담금질을 당하며 눈물을 쏟는 장면도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카메라 감독이 자주 이들을 비추는 이유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배다해와 선우의 해맑은 표정들이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밖에 격투기 선수, PD, 아나운서, 개그맨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있고 20대부터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나이층이 섞여 있어 시청자들을 잡았다고 봅니다. 각자의 직장이 다르고 꿈도 다르지만 한데 어울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그 중에 이경규나 김태원이 빠졌다면 50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이 덜 했을 것입니다. 20대의 싱그런 분위기와 30대~40대의 중간 역할, 몇 명 안 되지만 어눌한 50대의 어딘지 무게감 있는 모임이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댄스 동호회도 그렇게만 운영된다면 매일매일 정말 재미있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박칼린 같은 능력 있는 지도자가 있고, 선우나 배다해 같이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는 재주꾼이 둘 쯤 들어 있고, 20대부터 50대까지 인격과 가창력 오디션을 거쳐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 공동의 목표를 향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낸다면 그것이야 말로 삶의 재미를 한껏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박칼린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 아니고 이미 이루어졌다"고 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도전과 성취가 목표였다고 합니다. 담당 PD가 "합창단 속에서 자기들끼리 재미있어 하는 데 대해 소외감과 함께 질투심도 느껴진다. 저 안에 들어가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라는 말을 했는데 동호회도 그런 생각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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