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룩소르, 아! 테베
룩소르는 원래 테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중왕국시대(기원전 2040년 경)부터 알렉산더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하기까지(BC322년)의 수도로서 람세스2세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곳이다. 그래서 잘 알려진 유적들이 상당히 많다. 우선 카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 그리고 그 유명한 왕들의 무덤 계곡, 왕비의 무덤 계곡, 귀족의 무덤계곡, 핫셉슈트 신전 등.
(카나크 신전 앞에서)
(거대한 오벨리스크)
룩소르는 카이로보다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었다. 타운을 중심으로 길게 뻗은 도로 양편에 보기 좋은 야자수들,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된 상점들이 시원하게 보였다.
나는 현주와 함께 룩소르에서 기념품을 사기로 했다. 그래서 가게를 돌아보는데 금은방이 대부분이었다. 현주가 네페르타리 펜던트를 사고 싶어 해서 기웃거리는데, 젊은 남자 주인이 나와 오늘이 자기 딸 생일이어서 특별히 반값 세일을 한다나.
피식 웃으며 들어갔더니 네 살짜리 딸 사진(정말이지 딸은 너무 예뻤음)을 내보이며 너스레를 떤다.
60% 정도 싸게 흥정을 하여 현주는 금으로 된 펜던트 두 개를 사고, 다음 가게로 갔는데, 이곳 주인은 뜻밖에도 자기가 학교 영어 선생이란다. 영어가 유창한 그는 이집트에서는 선생 월급이 너무 작아 도저히 생계유지가 안 된단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생들은 tow jobs 족인데, 자기는 아버지 대부터 이 가게를 운영한단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파피루스 위에 고대 상형문자를 쓰거나, 고대 신들을 그리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파피루스를 사고 싶었지만 사지 않고, 열쇠고리만 샀다. 이유는 파피루스가 가짜였기 때문이다.(진짜 파파이루스는 손으로 접어도 부드럽게 말리는데, 이것은 꺾였다. 꺾이는 것은 나무껍질로 조악하게 만든 것이다.)
또 다른 가게를 기웃거렸는데, 그곳 주인 역시 영어 선생이란다. 기가 막혀 왜 선생이 이렇게 많으냐니까, 먼저 주인과 똑같은 말을 한다. 그리고 선생은 우리처럼 8시간 근무를 하지 않고 반나절 근무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반신반의했지만,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사실이었다. 그들의 월급은 월 200파운드 정도(약 4만원), 재차 확인하며 물었지만, 맞단다. 정말 그런지 나중에 이집트 여행을 하시면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란다.
허, 어쨌든 대한민국의 선생인 것이 다행이다. 내가 여러 나라를 돌아보며 알아낸 사실은 그래도 한국에서의 교사라는 직업은 썩 괜찮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교사를 푸대접하고 있으니 말이다.
룩소르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였다.
그 중 카나크 신전에서 본 ‘빛과 소리의 쇼’는 신비로운 환상이었다. 밤하늘에 비친 카나크 신전에서의 기둥(칼럼)은 너무 어마어마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것은 말로 어떻게 표현이 안 될 정도여서, 직접 가서 보시는 게 낫겠다.
밤에 하는 ‘빛과 소리의 쇼’는 신전 구석구석을 빛으로 비추면서 ‘나는 람세스다, 어쩌구 저쩌구.’ ‘나는 네페르타리, 어쩌구 저쩌구.’ ‘나는 신 아몬이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1인칭 설명으로 진행되는 쇼인데, 그 분위기 있는 목소리와 장대한 신전의 모습이 어우러져 매우 신비롭게 느껴진다. 요일마다 다른 언어로 진행되는데, 주로 영어였고, 독일어와 일어로 설명되어 한국어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다 알아듣기에 턱없이 영어 실력이 모자랐지만,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였다.
이튿날 밝은 낮에 카나크 신전을 다시 방문하였는데, 어젯밤에 느꼈던 것과 비교해 조금 왜소해 보여 실망하였지만, 파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오벨리스크는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큰 돌을 어떻게 세웠는지 정말 불가사의한데, 그 과정을 설명 들어도 불가사의한 것은 여전하였다.
룩소르 신전은 카나크 신전의 부속 신전이었으므로, 카나크 신전과 연결 통로가 지금도 남아 있다. 예전에는 스핑크스가 양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한다.
이곳에서 신기한 점은 바로 신전 입구 열주 위에 보잘 것 없는 모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얘기인 즉 신전이 발견되기 전에(약 AD1500년대? 기억이 가물가물) 모슬렘들이 와서 그 위에 모스크를 세웠다 한다. 즉 당시에는 이 신전이 모래 속에 파묻혀 있었더란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서 1800년대에 모스크를 확장 건설하면서 모래 속에 신전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란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그 모스크 건물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우리나라라면 그 모스크를 그대로 두었을까? 제까닥 철거하고, 신전을 다시 꾸몄을 게다. 이런 점이 그들과 우리네가 다른 것일 게다.
세계 여행을 다니기 전에 나는, 일제 잔재 청산에 적극 찬성하는 쪽이었다. 일제가 건설한 모든 건물들을 철저하게 까부수는데 아무 이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많은 나라들이 다른 나라에 침략 당했던 흔적들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고, 아, 이런 것도 유적이 되는구나 생각한다.
만일 이런 내 생각과 다른 분이 계시더라도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어느 것이 옳은지 아직 잘 모르겠으니 말이다.
핫셉슈트 장제전 앞에서
첫댓글 숑숑숑숑~~~와우 정말 사진이 예술! 뿅~~(눈 돌아가는 소리)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 가보고 싶어요. 학교때 늘 억지로 단답형으로 외우기만해서 셰계사도 국사도 지루하고 싫었어요.지금은 재미있는 역사만화라도 많이 나오지만...꼭 가보고 싶은 곳은 성지순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