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제정, 악용방지책이 중요하다
2013년 12월 02일 (월) 08:16:00 편집국 admin@medisobizanews.com
보건복지부가 존엄사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지난주말 소생가능성이 없는 임종환자가 사전 또는 사후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연명의료 환자결정권 제도’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법 초안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존엄사법을 서둘러 마련해 빠르면 내년 2월 국회에 제출한 다음 상반기중 통과되면 실무준비를 거쳐 2015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존엄사법은 지난 2008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식물인간으로 판정된 김 할머니 사건 이후 꾸준히 논의돼 왔으나 종교계와 윤리학계 등의 반대로 지금까지 법안 마련이 미뤄져 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간 3만여명의 환자가 식물인간 판정으로 고통을 겪으며 산소호흡기 등 인위적 방법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사전의료 의향서 실천모임’을 통해 존엄하게 죽음을 맞겠다고 서약한 사람도 1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정부의 법 제정 추진은 이제 무리가 없다고 본다.
사실 의료진에 의해 ‘소생 불가능’한 식물인간으로 판정돼 산소호흡기나 심폐소생술, 항암제 투여 등 인위적 방법으로 연명하는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은 가정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국가적 손실에 따른 여파도 엄청나다.
따라서 소생이 불가능한 사망 단계에 이르렀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고 품위있게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자는 것이 존엄사법의 목적이다. 환자의 고통을 연장하지 않고 편한 죽음을 맞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197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해 지금은 모든 주가 자연사법을 만들어 시행중이고 일본도 20년전부터 안락사 기준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이번 공청회에서 의료계가 마련해 발표한 연명치료중단(존엄사)의 대상자는 △소생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반응이 없으며 △질환이 급속도로 악화한 임종기 환자로 국한하고 있다.
또 사전에 필요한 장치로는 △환자본인의 연명치료중단에 관한 사전의향서 △본인 의사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가족을 통해 평소 환자의 언행으로 추정하거나 가족전원의 합의서로 대리결정토록 했다.
이러한 방안들은 앞으로 수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자문회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완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명치료중단이 자칫 치료 가능한 환자의 고귀한 생명을 잃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환자 주변에서 종종 발생하는 유산 다툼과 사망보험금 등 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측근의 비윤리적 비상식적 판단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의료인의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성만이 방지할 수 있는 무기라고 본다. 존엄사를 판단할 정밀한 심의 및 감독기구의 설치등 제도의 악용방지책을 반드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