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신랑감으로 꼽히던 개그맨 유재석이 지난 7월 MBC 나경은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개그맨과 아나운서의 만남도 이색적이었지만, 평소 유재석이 ‘아나운서가 이상형’이라고
밝혀왔던 터라 대중은 더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 여성 아나운서는 특별한 존재다.
여자들은 닮고 싶어하고, 남자들은 사랑한다. 그들은 말한다. 아나운서에겐 ‘단아하고
지적이면서도 세련미가 있다’고. 뉴스 속 아나운서들의 스타일을 J-스타일이 분석했다.
10년 전만 해도 아나운서 개인 스타일리스트는 흔치 않았다. 아나운서들이 직접 의상을
대여하고 반납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의상의 색상은 블랙·화이트·감색 등 무채색이
주를 이뤘고, 어깨는 크고 옷의 디테일은 작아 전체적으로 무거워 보였다.
10여 년간 방송가에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루앤페(LU&FE)’의 김은정 디자이너는
“예전 여성 앵커들의 의상은 제복 같은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최근 몇 년간 앵커들의 의상은 기존의 단정함 위에 자유로움이 더해졌다.
뉴스 프로에도 코디팀이 붙으면서 원색의 재킷, 러플 달린 블라우스 등
예전엔 시도하지 못했던 다양한 스타일이 연출되고 있다.
#신뢰감 주는 패션이 우선
다양한 시도 속에서도 ‘슈트’라는 기본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여성 앵커가 재킷 안에 블라우스를 받쳐 입기는 해도, 블라우스만 입고 진행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남성 앵커 역시 한여름이라도 긴팔 슈트만을 고집한다.
이는 시청자에게 절대적인 신뢰감을 줘야 하는 뉴스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라인보다는 똑 떨어지는 직선이 신뢰감을 준다.
남성에 비해 기본 ‘선’이 부족한 여성 앵커에게 더 중요하다.
남성 앵커는 넥타이나 양복 어깨선과 같이 확실한 선이 있고 얼굴 골격에서도
기본 선이 있으나 여성 앵커는 얼굴선과 어깨선이 불명확하고 부드럽다.
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느낌의 재킷보다는 어깨 패드를 넣어 확실한
어깨선을 가진 재킷을 주로 입는다. 의상 칼라로 ‘선’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칼라 부분을 바이어스 테이핑(같은 재질의 다른 색 천으로 테두리를 만든 것)
처리한 재킷은 인물과 화면에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의상 결정의 기준은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메인 뉴스의 성격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성연미 봄온 아카데미 대표는 “여성 앵커의 의상만 봐도 첫 뉴스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쁜 사건·사고가 있는 날에는 여성 앵커의
의상 색상도 무채색에 가깝고 무거운 느낌이라고 한다.
KBS 9시 뉴스 코디팀의 윤혜미씨는 “오후 5시쯤 그날의 뉴스 가안을
살펴보고 주가 폭락·테러 등의 뉴스가 있으면 화려한 옷은 피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베이징 올림픽 때나 광복절에는 밝은 느낌의 의상을 골랐다.
앵커 개인의 특성도 중요하다. 체형과 이미지에 따라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고,
본인이 원하는 색깔이나 선호하는 스타일도 고려한다. 남성 앵커의 옷과도
조화를 이뤄야 한다. 루앤페의 김은정 디자이너는 “남성 앵커가 회색 정장을
입을 때 여성 앵커가 흰색 의상을 입으면 분위기가 같이 가라앉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때는 화려한 의상을 입어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좋다.
앵커들은 한 번 입었던 옷은 다시 입지 않는다. 성연미 대표는 “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으면 시청자가 재방송으로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배경은 거의 바뀌지 않고, 남성 앵커의 의상도 넥타이 외에는 크게
변화를 줄 수 없기 때문에 여성 앵커의 의상으로 매일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협찬사를 누비는 스타일리스트팀
스타일리스트의 하루는 전쟁이다. 하루 대여섯 곳의 부티크·기성복 매장과
홍보대행사에 들러 컨셉트에 맞는 옷을 한 벌씩 가져간다.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고르기도 하고 홍보대행사에서 주력 제품을 권하기도 한다.
옷은 뉴스 시작 서너 시간 전까지 담당 아나운서 앞에 도착해야 한다.
방송사마다 20~40군데의 부티크·기성복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는다.
한 브랜드의 정장과 탑을 세트로 입기도 하지만 여러 브랜드의 의상을
섞어 입는 경우가 더 많다. 뉴스 스타일리스트에게 인기 있는 기성복
브랜드로는 비키·제시뉴욕·마인·데코·아나카프리·KL 등이 있다.
글=송지혜, 사진=박종근 기자
◆촬영협조=김정균·노은지(모델·아나운서 지망생), 루앤페(의상·헤어&메이크업)
퍼온 곳 : http://www.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