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림픽 현장응원단 감독만큼은 자국인이 해야 한다며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제 실력을 인정했으며 지금은 현장 응원 총감독을 맡은 저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적극적이다” 14년 전 혈혈단신 중국에 와서 에어로빅을 소개하고, 저변을 확대시키며 중국 응원문화의 헤로인이 된 한국인 조수진(34) 감독의 말이다. 그녀는 현재 중국이 100년을 기다려왔다는 베이징올림픽에서 13억 인민을 하나로 묶는 ‘올림픽현장공연감독(奥运会现场表演导演)’의 중책을 맡아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항상 한국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기에 그녀는 남들보다 2~3배의 노력과 열정을 쏟고 있다.
조수진 감독은 “외국인이여서 가능했던 일도 있었지만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순탄치는 않은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녀가 올림픽 응원을 맡게 되기까지도 텃세와 견제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 응원을 준비하며 '조수진'만큼 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베이징올림픽에서 13억 인민의 흥을 돋구기 위해 그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조수진의 협조 요청에 한국 문화관광부 "NO!" 조 감독은 얼마 전 미국 미식축구 NFL 보스턴 치어리더들을 1주일 가량 중국으로 초청해 380명의 베이징올림픽 치어리더들을 교육시켰다. 세련된 무대매너와 춤, 표정 등 선진 치어리더문화를 중국 치어리더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와 기획력으로 중국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올림픽 응원을 준비하면서 한국 문화관광부에 섭섭함을 느꼈다. 조 감독은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중국 응원을 이끄는 책임자를 맡으면서 이를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삼고 싶었다. 중국 올림픽 치어리더들의 응원 속에 난타와 선녀, 부채춤, 왕의 남자 등 한국의 문화컨텐츠를 접목시키고자 문화관광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그래서 그녀가 찾은 곳이 미국이었다.
미국 ABC방송, 중국 CCTV 등 세계 언론 관심 집중 지난 17일 베이징 CBD에 위치한 조수진 감독의 댄스아카데미인 '수진지무'(守镇之舞, 수진의춤)에서 조수진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공식 응원단 연습 과정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미국 ABC방송을 비롯해 중국 CCTV, 프랑스 잡지, 한국 언론 등 10여개 매체가 찾아와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취재진들을 위해 공개한 올림픽 현장 응원무에서는 20여 명의 치어리더들이 귀에 익숙한 이효리의 ‘겟야(Get Ya)’에서부터 팝송, 힙합 등의 음악에 맞춰 흥겹고 다채로운 동작을 보여줬다. 동양적인 음악과 동작을 응용해 응원 안무를 구성한 수진지무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비치발리볼과 농구 등 중국 주요 경기에 치어리더로 나서게 된다.
항공사 승무원, 교사, 여대생 수진지무 멤버로 전업 수진지무 댄스팀에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팀원들이 많다. 학교 선생님에서부터 일반 여대생들까지 심지어 항공사 승무원을 하다가 춤이 좋아 조수진 감독을 찾아온 중국 여성도 있었다. 중국 남방항공 지상직 승무원이었던 왕징(王婧)은 “경기장 안에서 너무나 멋진 조수진 선생님의 치어리딩 모습과 TV 토크쇼에서 본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에 자극을 받아 수진지무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이끄는 수진지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한일월드컵’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녀는 중국 응원단을 이끌고 중국축구대표팀을 응원했는데 치어리더 응원문화가 생소했던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후 중국농구협회(CBA) 요청으로 중국 프로농구팀 치어리더를 양성하며, 본격적으로 치어리더 응원문화 대중화를 이끌었다. 수진지무의 치어리더들에게는 뜨거운 열정, 무대 매너, 한국식 예절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조 감독은 “치어리더가 단순히 춤을 추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응원문화를 이해하고 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을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인천 짠순이’ 중국 최고 응원문화의 중심에 서다
자신을 ‘인천 짠순이’라고 말하는 조 감독은 중학교 3년 때 처음 에어로빅을 시작했다. 당시 화장실도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하는 지하 단칸방에서 살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에어로빅을 배웠다. 그녀는 지난 94년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에 왔다. 체육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당시 중국의 교육 과정이나 환경이 여의치 않아 언어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어언대 중문과를 선택했다. 졸업 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시 중국에 보급되지 않았던 에어로빅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갔다. 그녀는 지난 99년, 베이징TV(BTV) 아침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중국 에어로빅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 중국인들은 벌써부터 자국선수들의 활약에 흥분돼 있다. 13억 중국인의 "성공적 올림픽 개최" 염원을 모아 중국선수들을 응원하게 될 자랑스러운 한국인 조수진 감독의 활약이 기대된다. ----------------------------------- 프로필 1974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 인천 문일여고를 졸업한 이듬해인 1994년 옷가방 네 개에 단돈 400만원을 들고 혈혈단신 북경으로 날아갔다. 처음 천진공항에서 아는 한자라고는 出口가 전부일 만큼 한자에 미숙했으나 어드덧 중국사람들이 북경토박이로 착각할 만큼 중국어를 구사하고 100원짜리 훈둔 한 그릇으로 허기를 면하던 가난한 유학생이던 그녀가 중국 관영 중앙방송 CC-TV, 북경TV 등을 통해 중국 인민의 아침을 깨우는 스타 에어로빅 강사가 되었다. 북경 최고의 휘트니스센터 너바나의 총괄 매니저이며 중국 내 나이키 전속 모델인 조수진은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댄싱 에어로빅"을 중국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 "조수진 에어로빅 시범단"을 만들었으며 많은 중국인 경쟁자들을 제치고 2002년 월드컵 중국 대표팀 응원단장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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