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패 우리나라 홈피에서 퍼왔습니다. - 겨울 콘서트 공연비평

[장길산]

노래패 우리나라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뮤지컬에 대한 부분은 일정정도 공감이 가네요...자꾸 제가 섰냐구 물어보시는데 제가 쓴거 절대 아닙니다. 아래부터 퍼온 글입니다. 우리나라 동지들과 가극단 미래 및 진보적 문화예술동지들께 드립니다. 문화예술의 새로운 역사 지은이 : 우등불 1. 비평과 운동, 그리고, 동지 먼저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의 목적과 의의를 밝히고자 한다. 글을 시작하면서 굳이 비평의 역사를 들먹이며 비평은 또 다른 창작행위의 일종이니 또는, 더 낳은 창작행위를 위함이니 라는 이야기들은 삼가도록 하겠다. 그 뜻인즉 이 글의 목적은 먼저 민족민주진영의 진보적 예술창작을 하는 여러 문예일꾼들을 동지적 입장에서 바라보고 지금까지 있어왔던 비평의 허무적 객관주의, 즉 스스로 객관적임을 내세워 결국은 보수우익의 이익에 봉사해왔던 일련의 비평들을 비판하며 민족민주진영의 진보예술비평 역시 진보적이어야 하며 민족의 이익에 봉사하고 615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창작이념과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창조에 봉사하려 함을 밝히기 위함이다. 흔히들 비평은 절대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평이라는 장르는 예술창작품이 민중의 노동을 떠나 자본에 의해 팔리기 시작하고 예술작품의 소유가 자본축척수단의 한 방법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역사를 같이 한다. 근대비평은 절대국가에 대항하는 투쟁에서 태어났다. 17,8세기 절대국가의 억압적인 체제 내에서 유럽의 부르주아들은 스스로를 위해 권위주의적인 정치의 잔인한 법령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과 계몽적 비평으로 이루어 진 분명한 담론적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테리 이글턴, 비평의 기능, 유희석 역, 제3문학사, P15). 절대 권력에 맞서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공공의 영역에서 공개된 상태로 의사소통을 이루어 냈으며 이는 무형의 권력을 이루게 된다. 물론 역사 속에서 부르조아들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 개척한 비평의 기능을 자신들의 자본의 발아래 놓는데 성공한다. 예술작품의 진정한 소유는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는 민중에게 있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자주적이며 창조적이고 의식적으로 살아가려는 민중의 힘에 의해 기나긴 역사성을 지니며 탄생한 것이 예술이다. 과거, 예술작품(먼 과거에는 작품이란 말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창작자와 소유자가 동일인이었기 때문이다. 삶이 곧 예술이요, 예술이 곧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유가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서 돈에 의해 팔리기 시작하고 곧 작품이라는 말이 생긴다)에 대한 비평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생산물에 가격이 매겨지기 시작하면서 비평도 함께 탄생하였다. 값을 매기기 위해서는 상품가치와 설명이 필요했고 따라서 비평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독자들 중 비약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비평의 역사는 예술생산품이 자본화되는 과정과 그 역사를 같이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비평의 역사가 이미 수세기를 넘어섰고 진보예술과 보수예술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평가와 미래를 제시하는 행위인 비평의 역할은 그 존재가치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더불어 비평이라는 독자적 장르가 기나긴 세월동안 글쓰기의 또 다른 확고한 분야로 자리메김되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예술의 발전에 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예술생산물이 다시 원주인이었던 민중에 손에 돌아가는 그날, 비평은 그 역할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 창작하고 스스로 즐기니 그에 대한 평이 있을 수 없다. 스스로 만들어(生産) 스스로 노는데(遊戱) 그 누가 무어라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날이 오기위해 비평도 분명히 진보와 보수의 갈림에 설 수밖에 없다. 비평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방법은 예술생산물을 원래 주인이었던 민중의 손에 돌아가게 하는데 봉사 하는가 그렇지 않는가에 있다. 이에 필자는 분명히 예술생산물이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는 민중의 힘에 의해 생산됨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손으로 다시 돌아갈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 비평 역시 예술생산물이 원주인의 손으로 돌아가 스스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그날 까지 진보적 행진을 멈출 수 없다는데 동의하며 글을 쓴다. 더불어 노래패 우리나라 단원들과 이 글에 등장하는 문화패들에게 무한한 동지적 애정을 보내며 이 글이 그들의 진보적 예술창작행위의 고귀함에 흠집을 낼 의도가 조금도 없음을, 나아가 이 글에 등장하는 실명의 예술단체들의 창작행위에도 같은 동지적 애정을 보냄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필자의 직업이 비평이라는 글쓰기이고 내 진보적 실천행위의 가장 강력한 힘이 글쓰기 인지라 노래패 우리나라 동지들과 기타 문화패 동지들의 고귀한 실천행위에 함께 하고자함을 글로써 표현했음을 명심하며 읽어주기 바란다. 더불어 익명을 내세운 이유는 차차 밝힐 것이며 익명의 가벼움이 글의 가치까지 가볍게 만들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익명을 내세운 저자의 고뇌에 대한 궁금증은 다음 글을 통해 해결하길 바란다. 2. 갈래와 갈래의 만남,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미래인가. 12월 말 홍대 체육관에서 있었던 노래패 우리나라의 콘서트.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손에 입김을 불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모두 상기된 모습이었으며 앞으로 일어난 예술적 감흥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약간은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입장료 이만원, 최근 진보적 예술 공연의 입장료치고는 그리 싼 가격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뮤지컬 공연의 입장료가 5-7만원임을 감안할 때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관객들은 돈을 내고 진보적 예술을 감상하고 자신의 변혁의지를 다시 곧추세우고 돌아간다. 변혁의지가 없어도 상관없다. 우리나라라는 노래패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이 변혁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관객이 변혁에 관심이 있든 없든 그들의 노래로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그들은 스스로 감상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만큼의 돈을 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유통구조를 절대적으로 벗어나 살수는 없다.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유통구조를 깨기 위해 거리로 관객들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가지 않는 곳은 없다. 이것이 노래패 우리나라의 힘이다. 그들의 공연은 많은 것들을 볼 수가 있다. 악기를 연주한다. 춤도 춘다. 이번 콘서트에는 심지어 연기까지 했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악기연주 실력은 수준급이다. -. 갈래의 참맛 되찾기 과거 그들의 콘서트에 등장하는 춤은 노래를 뒷받침해주며 노래의 흥을 최대한 살려주는 동시에 노래 자체가 지닌 내용성을 충분히 살리며 존재했다. 즉 노래와 함께 한 춤과 몸짓이 노래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는 데 복무했다. 그러나 이번 콘서트의 춤과 몸짓은 노래의 내용성을 갉아먹어버렸다. 노래와 춤은 분명 다른 갈래의 예술이다. 그러나 가수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행위는 두 다른 갈래의 예술이 하나로 만나 더 풍부한, 더 멋진 노래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갈래로 탄생하게 만든다. 그것은 노래와 춤이 적절히 어울려 노래와 춤, 어느 하나 서운함 없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관객들은 이 멋진 조화를 보면서 노래도 마음껏 즐기고 춤도 마음껏 즐기게 된다. 그러나 관객은 춤과 노래를 구분하여 감상하진 않는다. 이는 이미 변증법적 통일을 통해 새로운 예술 갈래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춤과 노래라는 각각 갈래의 경계를 허무는데 있어 변증법적 상호보완이 이루어져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가져와 갈래의 경계와 통합이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경계는 있는 듯 없고 통합 역시 없는 듯 존재한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댄스가수들의 모습들이 춤과 노래라는 두 다른 갈래의 경계를 자본의 칼로 마구 난도질하여 대중들을 노래의 참맛도 춤의 참맛도 못 느끼는 멍청이들로 만들어 가고 있기는 하다. 댄스가수들은 춤과 노래의 경계를 허무는데 있어 각각 갈래의 참맛을 살리며 경계를 허물기보다는 천박한 쇼비지니즘에 의해 갈래의 경계를 난도질해 결국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난도질하는 결과에 도달했다. 이는 댄스가수들의 단명에 가장 큰 원인이 된다. -. 노래의 참맛이란 무엇인가 또 춤의 참맛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각자의 갈래가 지닌 원시성을 말한다. 모든 예술은 애초에는 한 갈래였다가 인간의 자주성구현의 역사 속에 여러 갈래로 분화되어 각자의 영역과 독자성을 지니며 발전해왔다. 인문과학의 여러 갈래가 독립적 학문으로 자리 잡으면서, 자율성과 과학적 방법론과 사회적 위상을 갖춘 하나의 학문으로 출현하여, 인접 학문의 영향, 비평 내부의 다양한 관점들 사이의 교환을 통해 변모해오고, 이제 다시 인접 학문과의 경계를 부수며 그 독자성을 벗어 버린다. 예술의 여러 갈래들 역시 최근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의 길을 걷고 있다. 경계와 통합은 이미 이음동의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커다란 무기인 쇼비지니즘은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쇼비지니즘은 무엇이든 자본으로 변화시킨다. 우리의 전통예술은 이미 민중의 손을 떠나 쇼비지니즘에 의해 박제되어 마치 박물관의 도자기처럼 전시되거나 상품으로 팔려가고 있다. 그 가장 큰 예가 요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타악 퍼포먼스(난타, 도깨비스톰, 제3세계의 타악)이다. 타악 퍼포먼스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우리 고유의 타악에 담겨있는 민중성, 계급성, 전투적 성격, 노동과 함께 한 우리 고유의 호흡은 모두 거세되어지고 오직 남아있는 것은 상품으로 팔려나가는 하나의 쇼(show)와 산업으로서의 가치만 남기는 쇼비지니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본의 쇼비지니즘은 무엇이든 먹어치운다. 제국주의의 문화적 침탈에 선봉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쇼비지니즘이다. 쇼비지니즘에 대한 언급이 차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다시 경계와 통합으로 돌아오자. 경계와 통합의 관계를 어떤 예술가는 우리 고유의 김치 양념에 비유한다. 파, 붉은 고추, 푸른 고추, 마늘, 생강, 양파, 참깨 등은 스스로 고유의 맛을 지닌다. 그러나 이 각각의 것들이 적당한 크기로 재단된 후 필요에 의해 섞인다. 섞인 후 배어나오는 양념의 맛은 각각의 것들이 지닌 맛을 거듭 초월한다. 그러나 모든 각각의 것들이 양념의 재료로 쓰이지는 않는다. 서로 어울리는 맛이 있으며 재단에 의한 각각의 크기와 양이 정해져 있다. 이처럼 경계와 통합은 나름대로의 합법칙적 성격을 지니고 각각의 참맛을 보장해 줄때 통합의 맛도 크게 거듭나는 것이다. 노래와 춤은 어떠한가. 사실 노래와 춤은 분명 다른 갈래지만 항상 함께 했던 갈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고유의 전통예술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항상 중심과 보조의 개념으로 존재했거나 가야금 병창의 예처럼 각 갈래의 원시적 독자성이 통합이후에도 끝까지 살아남아왔다. 이번 노래패 우리나라의 홍대 콘서트는 이런 면에서 조금의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언급했듯이 춤과 노래는 거의 모든 세월 함께 한 갈래지만 노래패 우리나라라는 이름에 걸맞듯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들이 추는 춤은 노래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충실히 복무 했다기보다는 춤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노래는 보조로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콘서트가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번엔 새로운 춤을 준비했다. 춤만 보면 썰렁 할 테니 그동안 불러왔던 노래도 함께 부릅니다 라고 마이크에 대고 외치고 있는 꼴이 된 것이다. 춤이 노래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요 춤 그 자체가 독자적 예술로서 존재하는 것도 아닌 춤, 노래 그 어느 것도 즐기기 어려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공연예술이 되어 버린 것이다. 혹자는 공연장의 상황이 노래가 적절히 전달될만한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노래는 전달이 안 되고 춤만 부각돼 보여서 그런 느낌이 날수 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공연장의 상황을 방패삼아 공연의 미숙함을 감추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 옛날 판소리는 넓은 야외에서 마이크 없이 공연하였어도 수십명의 청중들이 숨소리 하나 들릴 수 없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것은 공연장의 객관적 상황은 공연의 성패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서도 감동은 존재한다. 이것이 연출의 역할이다. 문제의 핵심은 공연 자체의 흡입력과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관객의 감정의 반향을 잡아내는 일이 공연자들의 역할인 것이다. 관객은 솔직하며 순진하다. 집중하기 시작하면 주위의 모든 불만은 사라진다. 소리의 울림이든 공연장 자체의 어수선함은 모두 잊어버린다. 남는 것은 관객과 공연자들의 몸뿐이다. 몸과 몸이 만난다. 물론 마이크와 앰프, 조명이라는 매개체가 있지만 그것들이 관객과 공연자의 몸과 몸이 만나는데 그 어떤 역할도 못한다. 오직 몸과 몸이 만났다 헤어지고 이로써 관객은 감동을 느끼며 느낀 감동을 몸 구석구석에 각인한다. 몸 구석구석 각인된 감동은 때로는 상처로 때로는 빛나는 보석으로 때로는 투쟁의 거리에서 생겨난 거친 흉터보다 더 오래오래 관객의 몸에 남아 있게 된다. 구석구석 각인된 감동은 그들의 삶과 투쟁 속에서 하나하나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의 노래가 관객에게 전해주었던 감동으로 각인된 관객들의 몸은 아직 그 각인된 형상이 뚜렷하여 이번 콘서트에도 관객들의 몸과 마음에 의해 콘서트는 그 빈약한 몸뚱이를 겨우 유지하게 된 것이다. 수년전 팝(pop)과 록(rock)의 본고장에서 언프러그드(unplugged)음악이 유행했다. 여러 기계적 음향과 전기적 힘에 의해 왜곡된 음악이 아닌 악기의 몸과 가수의 몸, 그리고 관객의 몸, 단 셋만이 만나는 음악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는 경계가 허물어져 통합이 절정에 달하는 던 시기, 다시 한번 음악의 원시성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었다. 이는 전기적 힘에 의해 통합되어버린 각각 악기의 참맛을 살리고(경계를 분명히 하고) 동시에 인간의 몸의 가장 솔직한 소리와의 만남(통합으로 극대화하고)을 이루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경계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통합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고유의 참맛을 살리며 각자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우리나라의 콘서트는 매년 신화적인 감동을 통해 관객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다. 이후 수많은 공연에서도 춤과 노래의 접목은 계속될 것이다. 춤뿐만 아니라 영상, 연기(연기라 호칭되는 갈래의 기준에 대해 차후 언급할 것이다)등 어떤 갈래와도 어울리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계와 통합의 목표와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것이며 관객들에게 각인되는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결국 서로를 멀리 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3. 새로움의 끝은 어디인가. 90년대 후반부터로 기억 된다. 당시 민족민주진영의 문화 예술공연의 주된 특징은 새로움이었다. 마치 누가 더 새로운 걸 보여주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매번 공연이나 행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고 관객이나 행사에 참가하는 이들도 매번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 80년대의 문화 예술공연의 특징이 진실의 폭로와 나열이었다면 90년대와 2000년대의 문화예술공연의 특징은 새로움과 다양한 것들의 나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새로운 것은 다양성 또는 다원주의의 또 다른 표현일 경우가 많다. 90년대 중, 후반 학생운동권들 사이에 철학적 화두가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 정의에 투철한” 새세대 운동이었던 적이 있었다. “정의에 투철한”이란 말에는 누구라도 쉽게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라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며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물론 그 시기 이 화두의 철학적 배경과 역사적 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글이 철학과 사상을 다룬 글이 아닌지라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라는 구호의 철학적 평가와 역사적 진단을 내리려 노력하지는 않겠지만 이 구호가 문화예술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은 당시 민족민주진영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고 문화예술계에 미친 영향 역시 실로 적지 않다. 생산자나 소비자 공히 모두 새로운 것을 원하게 되었으며 이는 과거 7,80년대 목숨 걸고 지켜온 민족예술에 대해 혁신과 계승 없이 무조건 등한시 하는 경향으로 이어졌고 이런 현상은 각 대학 문화패동아리들의 과거 역사와의 단절, 선배들과의 의사소통부재, 과거 거칠기는 하였지만 진실에 투철했던 선배들의 창작물에 대한 후배들의 거부반응 등 다양한 현상으로 이어지며 결국 많은 수의 문화동아리들이 문(?)을 닫게 되는 결과까지 낳고 말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이 대학 문화, 나아가 민족민주진영의 문화예술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논조가 비약이라며 쉽게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으리라 믿는다. 필자 역시 적은 지면에 많은 글들을 담으려고 무리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이 일정 정도 철학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철학적 오류가 문화예술의 창작활동에도 오류적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것은 굳이 비약을 언급하지 않아도 설명이 가능하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은 다양성과 다원주의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철학적 오류를 시대가 증명했으며 운동의 역사가 인정했다. 요즘 전 세계의 민중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세계화도 이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그 철학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이는 굳이 제3세계와 반미 자주화 투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에게 포스트 모더니즘이 끼친 악영향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다양성과 다원주의가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악중 하나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양성과 다원주의의 본질은 지배자들 혹은 권력을 쥔 자들이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자들에게 저항을 받아 존재 자체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상대였던 저항하는 자들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척하는 행위이다. 이는 상대방에 의해 제거되는 것보다, 아쉽지만 조금 양보해주고 공존하는 척 하면서 결국 조금씩 갉아먹어 없애버리려는 의도이다. 너도 존재할 수 있고 나도 존재할 수 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애초 가진 것이 없는 또는 부족한 자들에게는 매우 불리하며 장기적으로 보면 조금 인정해주는 것은 아예 인정하지 않고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보다 더 불리한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연결고리들은 지배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거나 조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 속에서 지배자들에 의해 아주 조금 주어진 공간이나 영역은 바로 완전 고립되거나 혹은 특별한 존재로 부각되어 박제화 되어 버린다. 마치 민속촌의 풍물들이 되어 버린다. 90년대 초 인디계열의 음악의 저항성은 대단했다. 그러나 이제 진정한 인디임을 주장하는 인디음악은 저항성을 상실한 체 몇몇 마니아들에 의해 신촌과 홍대 앞에서 유희될 뿐이다. 그러나 더욱 위험한 것은 저항하는 자들 중에서도 다양성과 다원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제거해야할 대상에게 부여받은 아주 작은 자유로움의 달콤함이 그들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스스로 제거되어야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들이 저항하던 세력이 만들어낸 덫에 걸려들었음을 절대 인식하지 못한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요즘 공연되는 진보진영의 문화 예술공연들 역시 새로움에 대한 궁금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심지어 어떤 창작자들은 과거 창작물보다 새롭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거나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관객을 만족시켰다고 스스로 만족해하는 경우까지 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새로움인가? 새로움을 위한 창작물인가? 창작물을 위한 새로움인가에 달려 있다. 창작물을 위한 새로움이라면 우린 항상 반가울 것이다. 이 새로움은 예술을 발전시키고 역사를 발전시킨다. 그것은 뿌리가 있는 새로움이요 역사적 근거가 있는 새로움이다. 이는 새로움이 아니라 혁신과 계승이라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움이 아니라 혁신과 계승이다. 이 혁신과 계승이라는 말에는 창작물을 위한 새로움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며 철학적 가치다. 맹목적인 새로움,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은 창작자와 관객 모두의 사유와 실천을 마비시킨다. 생산자 소비자 모두 남는 것이 없다. 공허할 뿐이다. 남는 것 없는 예술, 공허한 문화 이것이 자본주의 시대, 더불어 포스트 모던시대 예술의 대표적 경향이다. 민중적이 못하며 생산적이기에는 더욱 부족한 예술과 문화가 되는 것이다. 없으니만 못하다. 더구나 식민지국가의 경제적 토대위에 자라난 상부구조들은 대부분 왜곡되어 있거나 변형적 성격을 띠게 된다. 대부분 매판 아닌 것이 없으며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화예술 역시 마찬가지다. 식민지적 경제구조에 문화침탈과 사대주의 속에 문화예술이 자유로울 수 없다. 조금의 틈과 헤이함속에 자본과 사대는 침투할 것이며 차라리 더디 가는 한이 있더라도 조금의 틈과 여유는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식민지 국가에서 한번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기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식민지국가에서 맹목적적 새로움의 끝은 변절밖에 없다는 것을 최근 10여년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4. 뮤지컬의 진실 먼저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논쟁의 여지초자 없지만 뮤지컬의 뿌리가 깊지 않음을 한탄하는 몇몇 뮤지컬 공연자들에 의해 2,30년대 공연되었던 창극과 악극을 뮤지컬의 효시라 하는 주장이 있긴 하다. 그렇게 보면 조선시대 판소리도 뮤지컬의 효시(모노 뮤지컬)라 봐야 할 것인데 미안해서인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우리나라에는 1962년에 예그린 악단이 창단되면서부터 현대적 뮤지컬 공연이 시작되었다. 창단 후 연극형태의 음악극을 공연하던 예그린 악단이 본격적인 뮤지컬 공연을 시작한 것은 최창권 작곡의 '살짜기 옵서예 '를 공연하면서부터이다. '살짜기 옵서예'는 음악, 무용, 연극 등 각 분야의 전문인과 인기배우들이 동원되어 당시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 뒤 예그린 악단은 국립 가무단(1976)을 거쳐 국립 예그린 예술단으로 활동할 때까지 '꽃님이 꽃님이 (1967)', '대춘향전 (1968)', '바다여 말하라 (1971)', '화려한 산하 (1971)', '종이여 울려라 (1971)', '시집가는 날 (1974)', '상록수 (1975)', '태양처럼 (1976)' 등을 공연하였다. 이 단체는 1977년 서울 시립가무단 (현 서울 예술단)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세종문화회관을 주무대로 '달빛나그네 (1978)', '포기와 베스 (1984)', '지붕위의 바이올린 (1985)', '간도 아리랑 (1995)' 등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작 뮤지컬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고 그나마 관객동원에 성공한 것은 대부분의 수입뮤지컬이었다. 예그린 악단과 더불어 우리나라 뮤지컬의 현대화에 기여한 공연단체는 현대극장이다.1977년부터 꾸준히 뮤지컬 공연에 정성을 기울인 현대극장은 상업극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빠담빠담빠담 '을 비롯해서 '피터팬 (1979)','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1980)', '사운드 오브 뮤직 (1981)', '에비타 (1981)', '올리버 (198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87)', '레미제라블 (1988)' 등 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공연하였다. 극단 민중, 대중, 광장 등은 1983년 '아가씨와 건달들 '을 공동 제작하여 유례없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관람한 뮤지컬로 지금까지 약 이백만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아가씨와 건달들' 이후로 극단 민중은 '노력하지 않고 출세하는 법 (1992)'을, 극단 대중은 '쉘브르의 우산 (1989)', '캐츠 (1990)', '넌센스 (1991)' 등을, 극단 광장도 극단 민중과 합동공연한 '캬바레 (1984)'를 비롯하여 '코러스 라인 (1993)', '레미제라블 (1993)' 등을 공연하여 뮤지컬 붐 조성에 노력한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표면적으로 본다면 뮤지컬은 공연예술의 대중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연극을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오며 가며 또는 tv매체를 통해 뮤지컬 한편쯤은 봤을 것이다. 전혀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오히려 뮤지컬 제작자들은 고리타분한 연극 때문에 무대에서 등 돌린 관객들을 뮤지컬이 다시 무대로 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뮤지컬 무대는 공허하다. 관객들은 진실된 무대로 향한 것이 아니라 상업주의와 쇼비지니즘의 쾌락에 자신의 자본을 투자했을 뿐이다. 뮤지컬의 문제점은 192,30년대로 올라간다. 지면상 한국 연극사를 총체적으로 점검해볼 여유는 없지만 뮤지컬의 문제점을 다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신극이 유입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 서구의 연극을 선보인 자들은 당시 지주계급의 자식들로 일본에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다. 이들은 일본 유학시절 배운 서구의 사실주의 연극과 낭만주의 연극을 한반도에 무차별 풀어놓기 시작한다. 당시 한반도는 일제에 의한 식민지사회였다. 봉건시대였던 조선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 세계가 걷기 시작한 근대화의 길을 걷지 못하고 서구문물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통은 일제에 의해 맥이 끊기고 새로운 것은 사대주의자들과 매국노들에 의해 왜곡되어서 전달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우리만의 연극을 발전시킬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일본제국주의는 그것을 당연히 허락하지 않았다. 과거 화려했던 전통연희들, 순수 우리 것으로 불릴 수 있는 수많은 연극적 형태의 공연예술들의 발전이 가로막혀지고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외국의 것들이 무차별 수입되어온 것이다. 일본에서 사대 매국노들이 들여온 외국연극에 의해 한국의 근대연극사는 어질러지기 시작한다. 새로운 것의 유입을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역사의 합법칙적인 당연한 흐름이라면 받아들이고 섞이고 발전해나간다. 그러나 그것은 자체 정화능력 및 해독 능력이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일제시대는 그렇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의 근대연극은 기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고 전통의 단절 그리고 기형적인 발전과 서구 연극의 무차별적 수입과 기형적인 발전이 한국근대연극의 가장 큰 특징이 되 버렸다. 또 당시 사대매국노들의 의해 교육받은 이들은 현재 한국연극의 중추적인 자리를 잡고 기형적인 연극발전에 아직도 일조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들어온 서구의 연극은 한국전쟁이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발전했고 사대와 매국에 익숙한 연극인(그들의 스승이 그러했으므로)은 196,70년대 한국의 문화와 예술적 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양의 뮤지컬을 무차별 수입하기 시작한다. 무차별 수입된 뮤지컬이 미친 악영향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습게도 당시에는 저작권료가 없었기 때문에 그리 많은 외화를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도 문제가 되는 것은 브로드웨이에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뮤지컬을 제작자가 공연비디오와 악보, 대본을 사들고 와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것과 배우들의 행동까지 비슷하게 복제를 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가로서의 양심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고 다만 똑같은 상품을 복제해내는 기술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때 브로드웨이에서 어떤 뮤지컬이 대성공을 했다면 바로 한국의 뮤지컬 제작자들이 돈을 싸들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이 관례가 되기도 했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한국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거의 원본과 같게 복제하는 것에 대해 크게 문제제기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차후 있게 될 저작권료(또는 로열티)의 수입을 위해서라도 미리 사전 포석을 깔아 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치 한국전쟁이후 미국의 무상원조에 길들어진 한국경제가 결국 미국에 예속되어 버린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한국의 연극계는 저작권료 없는 뮤지컬의 복제에 익숙해지고 관객들은 복제된 뮤지컬에 익숙해져 버린다. 지금은 저작권료 없는 복제는 불가능하다. 현재와 과거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작권료의 있고 없음이다. 매년 뮤지컬의 저작권료로 수억의 외화가 해외로 흘러나간다. 물론 한국의 문화적 발전을 위해서라면 수억의 외화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뮤지컬의 무분별한 수입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즐거움 속에는 아주 무서운 사대주의 문화관과 전통의 계승과 발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한 나라의 문화예술은 단순히 문화예술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문화예술은 그 나라의 호흡이요 생명이며 그들이 살아있는 존재방식을 여러 가지 매체와 형식을 이용해 표현해 놓은 것이다. 강원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다른 이유는 그들이 밟고 서 있는 땅덩어리, 즉 산세(山勢)를 따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호흡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친 강원도 땅을 밟고 다니며 말을 했던 이들에 의해 거친 듯 한 강원도 사투리는 생겨났고 평야지대가 많은 전라도 땅을 밝고 다니며 말을 했던 이들에 의해 부드러운 듯한 전라도 사투리는 생겨났다. 이처럼 호흡은 한 민족의 생명이요 삶의 근본이다. 사실 미국의 경제침략과 뒤를 이은 문화침략의 본 목적은 한민족의 호흡을 바꾸는데 있다. 호흡이 바뀌면 생명이 변한다. 호흡이 바뀌면 사람이 변한다. 미국과 사대주의자들이 진정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뮤지컬로 돌아가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입뮤지컬은 관객동원에 성공하며 80년대와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공연예술의 형태로 맹위를 떨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통예술들의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대학로의 많은 소극장들이 문을 닫았으며 많은 수의 관객들이 값싼 자극의 뮤지컬들만을 찾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혹자는 말한다. 경쟁관계의 여러 공연형태들 중 경쟁에서 지는 것들은 당연히 사라져야 하며 그것은 당연한 시장의 논리라고. 그러나 한 가족의 가족계획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인 것처럼 한 나라의 문화예술은 단순히 시장의 논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문화예술의 공공성이라 한다. 쉽게 말해 영화인들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쿼터제의 고수를 주장하는 것 역시 문화예술의 공공성 때문이다. 단순히 자본의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될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들 중 제일 중요한 것이 교육과 문화예술이다. 그렇다면 뮤지컬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뮤지컬이란 공연예술이 수 천년동안 버리지 못한 자시과시욕과 허영성, 그리고 오락으로서의 공연예술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천막함이 쇼비지니즘과 산업자본이 추잡한 그룹섹스 후 낳은 사생아이다. 뮤지컬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뮤지컬은 오페라·오페레타·코믹 오페라· 오페라부파·보드빌·판토마임·발레 등 수많은 장르들이 혼합되어 새롭게 탄생한 음악극으로, 영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그 첫 작품으로 1728년 존 게이의 발라드 오페라 ‘거지 오페라’를 꼽는다. 그러나 좀더 중요한 뮤지컬 형태의 발전은 작곡가 설리번과 대본작가 길버트의 공동작품인 ‘마법사’가 런던 스트랜드의 사보이 극장에서 공연되기 시작한 1877년 경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영국 뮤지컬은 자연히 식민지국이었던 미국으로 전파됐다. 돈벌이로서의 요소가 충분했고 영국정부의 입장에서 식민지국의 저항을 막는 역할은 쾌락과 자본을 동반한 오락, 즉 뮤지컬이 최고였던 것이다. 1750년 ‘거지 오페라’의 미국 공연을 계기로 점차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866년에 이르게 되면 미국인에 의한 뮤지컬이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브로드웨이 니블로스 가든에서 공연된‘블레이크 크루크’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은 최초로 댄스가 삽입된 뮤지컬 코미디로 미국 뮤지컬을 태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사실 미국 뮤지컬에 춤이 삽입된 것은 우연에 의한 것이다. 당시 뉴욕 최고의 극장이었던 아카데미 오브 뮤직에서는 프랑스 발레단의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극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공연이 무산됐다. 그 즈음 흥행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블레이크 크루크’제작팀은 뮤지컬 공연에 프랑스 발레를 삽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는 제안을 했다. 발레도 공연하고 뮤지컬도 살려보자는 의도에서였다. 미국의 낙천적 상업주의와 프로테스탄티즘과 휴머니즘,·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내용에 화려한 의상과 무용수들의 율동적인 동작이 합쳐진 이 뮤지컬은 순식간에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미국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롱런 기록을 세웠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은 유럽의 영향과 자국내 작곡가들의 창작열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식 뮤지컬을 완성시켜 나갔다 공연예술의 천박함은 산업사회의 공리성에 값하는 패패주의 산물이다. 공연예술의 천박함은 관객을 유혹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연예술을 유혹하는 공간이다. 공연예술의 공간은 관객을 유혹해서 관객을 만족시키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기과시욕과 허영성, 쇼비지니즘과 산업자본의 천박함은 공연예술을 유혹하는 공간을 만든다. 물론 유혹된 공연예술도 관객을 만족시킨다. 그러나 그 만족은 왜곡된 만족이다. 불구의 만족이며 기형의 만족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고 정직한 만족이 존재함을 깨닫지 못한다. 그 공간에서는 관객이 놀지 않고 공연예술이 놀아나고 있다. 공연예술이 혼자 놀고 있는 것이다. 공연예술의 천박함 속에는 관객이라는 대상과의 대화가. 투쟁이 없다.(안치운, 연극제도와 연극읽기, 1996, 문학과 지성사, p56) 그러므로 관객이 지녀야 할 연극과의 쾌락이 부재한다. 푸코의 말대로 꿈꾸기 위해서는 눈을 감지 말고 읽어야 한다. 관객의 쾌락은 공연예술과의 만남과 대화, 투쟁과 놀이에서 나온다. 공연예술 혼자만의 놀이는 쾌락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자학과 자위의 대상으로 삼는 자폐적인 행위와 같다. 상품만이 존재한다. 공연예술 자체가 지닌 건강함을 거세당하고 오락과 쾌락만이 남는다. 뮤지컬의 특징은 춤과 노래다. 연극이 춤과 노래를 지배해야 되는데 반대로 춤과 노래가 연극을 지배하며 동시에 연극이 변질되고 연극은 연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이미 연극이 아니다. 혹자는 창작 뮤지컬의 성공에 안도의 숨과 함께 창작 뮤지컬을 한국연극의 대안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창작 뮤지컬 역시 뮤지컬의 오락성과 사대주의적 쾌락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뮤지컬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모든 공연형태에 적용된다. 90년대 중반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3대 본성이라고 불리는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한 주관주의자가 창의성, 목적의식성으로 바꿔 지칭하면서 동시에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에 담겨 있는 철학적 순결성을 해하려 했던 적이 있다. 이 주관주의자의 책동은 민족민주진영에 커다란 타격을 안겼다. 이는 창조성이나 의식성이 단순하게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는 영역의 구분이 확고한 하나의 철학적 개념이 들어있는 고유명사로서의 가치를 분명히 하자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뮤지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하나의 고유한 개념으로서 작용하며 이 개념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여러 요소들이 생겨나고 이 요소들은 나름대로의 철학적 활동이 이루어지며 이는 모두 개별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춤과 노래가 나온다고 모두 뮤지컬은 아니다. 또 창작뮤지컬을 가극이나 오페라, 또는 집체극으로 부르지 않는 데는 나름대로의 뮤지컬로서의 가치를 얻으려 함이다. 이때 창작뮤지컬은 뮤지컬 본래의 상업주의와 사대주의적 쾌락에 자유로워 질수 없다. 작년 말이었을 것이다. 가극단 미래라는 문예단체의 공연으로 제목은 “한총련이야기 저 빛나는 샛별처럼”이었다. 필자를 경악케 했던 것은 제목이 아니라 공연소개에 딸린 부제였다. “민중가요 뮤지컬”이라니... 가극단 미래의 단체명이 창작 뮤지컬단 미래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가극단 미래가 왜 뮤지컬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닐까? 그렇다면 미래라는 단체는 가극단이라는 이름을 왜 앞에 넣었을까?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 스스로 가극이라는 형태의 예술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까. 민중가요 뮤지컬이란 대중가요가 아닌 민중가요로 만든 뮤지컬이란 말인가? 가극이란 예술형태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민중가요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민중가요의 역사는 어떠하며 가극의 역사는 어떠한가? 수없이 많은 의문이 필자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얼마 전 가극단 금강의 수천이란 공연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노래와 연기를 사용하는 예술 형태였을 뿐 가극이라 부르기에는 완성도면에서 많은 부족함을 보였고 연출의 미숙함이 많이 발견된 데다 극의 내용성 조차 가극이라 칭하기에는 민족성, 민중성 모두 상실된 공연이었다. 사실상 남한의 문화예술계에 가극이라는 예술형태가 완전히 사라졌으며 역시 가극이라는 예술 형태는 서양의 여러 예술형태와 비교해 후진적이며 결국 관객의 선택이라는 경쟁 속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추측까지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런 성급하고 무식한 추측을 무시라도 하듯 가극단 미래라는 집단이 탄생했고 비록 많은 관객층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기존의 선배 창작자들을 능가하는 기동성과 순발력 있는 창작력으로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가극단 미래의 음악적 능력과 비록 작은 공연들이었지만 확실히 검증된 연출력이 이후 배우들의 연기력만 뒷받침된다면 가극이란 예술형태에 붐을 조성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수개월 후 그들은 자신들의 단체명 앞에 붙은 수식어인 가극단이란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민중가요란 한반도에서 반제반봉건의 거친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탄생된 우리만의 고유한 예술형태이며 가극이란 그 중에서도 식민지 반제반봉건과 항일의 강고한 투쟁의 역사 속에 탄생한 우리만의 고유한 예술형태이다. 중국에도 가극은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중국의 형명가극( beijing opera of revolution)이라는 고유명칭을 가지고 있다. 민중가요란 말 그대로 우리 민중의 삶이 내용이 되고(樂) 우리 민중의 호흡이 형식(音)이 되는 예술 형태이며 가극이란 우리 민중의 기나긴 투쟁의 역사를 문학적으로 표현하여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예술형태이다. 민중가요와 가극이 단순히 예술형태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 안에는 우리 민중의 반제반봉건과 자주, 민주, 통일투쟁의 역사를 상징하는 가치개념으로서 지배자와 권력에게 던지는 화염병, 쇠파이프 이상의 힘을 지니는 것이다. 가극단 미래는 굳이 다른 예술형태가 아닌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거론한 것에 대한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하는 공연을 가극이라 부르기에는, 혹은 연극이라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해서였을까, 아니면 뮤지컬이라는 형태를 이용해 요즘 뮤지컬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은 유혹하기 위해서였을까? 가극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보다 뮤지컬이란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관객을 동원하는데 더 유리했기 때문일까? 민중가요라는 또는 가극이라는 예술형태가 존재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뿌려졌을 것이다. 미래라는 문예단체가 하는 예술행위가 뮤지컬이라면 그들의 이름 앞에 붙어있는 가극단이란 이름은 왜 존재할까? 그들이 한 공연 “한총련 이야기 저 빛나는 샛별처럼”을 가극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들의 이름인 가극 말고 다른 이름을 더 원했던 것일까? 너무나 많은 의문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든다. 하지만 가극단 미래는 스스로의 창작행위에 대한 이름값을 부여하는 데 있어 분명히 그 철학적 개념과 가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며 스스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데 도움이 되는 예술단체임을 내세우는 것처럼 스스로의 창작행위를 규정하는데 조금의 타협과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주와 자유의 철학적 개념과 상징성, 가치가 다르고 민중가요와 대중가요의 상징성과 가치가 분명히 구분되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불려지는 이름이 아니라 하나의 힘이자 무기이며 지배와 권력으로부터 우리를 구분 짓는 잣대일 수 있다. 예술형태를 칭하는 이름은 더욱 더 그러하다. 한때 예술형태에 민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관례였던 적이 있었다. 민족영화, 민족극, 민족시인, 민족예술 등등.... 하지만 615 공동선언시대에 굳이 그것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데 동의한다. 이것은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고 통일에 도움이 되는데 너와 나를 구분 지을 필요 없다는 것에 대한 동의다. 그러나 민족영화, 민족극, 민족시인, 민족예술 등등의 가치 마쳐 필요 없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아직 이 땅에 민족모순이 존재하는 한, 미국이 한민족의 호흡을 말살하려 하는 한 우리의 호흡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며 이에 문화 예술이 앞장서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 나라에 존재하는 예술형태에 부여되는 이름값은 단순히 어느 한 시기에만 부여됐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기나긴 시간을 거치며 시행과 착오를 반복하고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이 합쳐지고 각 민족, 각 나라의 고유한 호흡이 담겨진 다음에야 예술형태의 이름이 부여되는 것이다. 민중가요가 수 십년의 투쟁 과정 속에 탄생했고 민족예술이 민족의 자주를 지키는 투쟁 속에 탄생했듯이 615선언이후 탄생될 많은 예술형태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제와 해방 이후 미제의 강점과 이후 전개되는 군사독재와 사대정권의 역사를 거치고 615이후 새롭게 새로운 이들에 의해 탄생되는 예술형태에 부여되는 이름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걸어가는 걸음걸음이 훗날 뒤따라오는 이들에게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김구 선생님이 되새겼던 사명대사의 말처럼 말이다. 눈 오는 벌판을 걸어 갈 때 함부로 난삽하게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딛는 자욱은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임은정]

필자가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장길산]

솔직히 나두 놀랬다...혹시 임세륜 아닐까... 나..진짜 아냐.. 몇몇 동의할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진보적 에술진영에도 진보적 비평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했어..누군지..진짜 궁금해..여기저기서 전화 오는데 나 아냐..내가 썼으면 내가 썼다고 하지.. 심증가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장길산]

미래 식구들은 알고 있나...이런 글 올라온거....전화해줘야되나 말아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