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필의 보고 - 삼각산 화계사
강북구 수유동 북한산 칼바위능선 동쪽자락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다.
고려 초 법인대사 탄문(彈文)이 창건한 보덕암(普德庵)을 1522년(中宗 17) 신월선사가
남쪽 화계동으로 이건하고 이때 화계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1618년(광해군 10) 화재로 전소된 것을, 이듬해 도월대사가 선조의 아버지인
덕흥대원군(德興大院君)의 시주를 받아 중건하였고,
1866년(高宗 3) 용선(龍船)과 범운(梵雲) 두 선사가 흥선대원군의 시주를 받아
대웅전과 큰방채(大房)를 중수하였다.
그리하여 화계사는 자연스럽게 조선 왕실의 원찰이 되었다.
당우로는 조선 초기 건물인 대웅전 외에 명부전 삼성각 천불오백성전
범종각 학서루 등과 근래에 지은 대적광전 등이 있다.
흥선대원군과 화계사는 깊은 인연이 있다.
외척인 인동 김 씨의 세도정치가 하늘을 찌를 때 흥선대원군은
보신책으로 파락호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어느 여름날 납루한 차림으로
화계사를 찾아 나섰다. 그가 절 앞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데
한 동자승이 꿀물이 든 사발을 들고 와서 줌으로 대원군이 연유를 물었고,
동자승은 그 일을 시킨 만인(萬印) 스님에게 흥선대원군의 안내하였다.
흥선대원군은 만인 스님이 앞날을 내다보는 도인임을 알아보고
안동 김 씨의 세도로부터 왕권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게 되었다.
만인스님은 망설이다가 자신이 중죄인이 되어 업보를 면할 수 없을 것이나 시운이라며
충청도 덕산의 가야산 가야사 금탑자리가 제왕지지(帝王之地)라는 것을 알려 준다.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대권은 잡게 될 것이나 왕통을 유지하려면 만인을 죽여야 할 것이니 그것이 문제입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대원군은 만인 스님이 일러준 명당자리로 아버지 남연군(南延君) 묘를 이장하였고,
그 후에 탄생한 고종이 보위에 올랐다. 대원군은 만인 대사가 대권을 잡은 뒤 만인을 죽여야
왕통이 유지되리라는 말을 상기했고, 천주교도들을 왕권에 도전하는 무리로 치부하여
박해하였다. 만인 대사가 만인을 죽여야 대권이 유지된다고 한 말은
만인(萬人)을 죽이라는 것이 아니라 만인(萬印) 곧 자기를 죽여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인데,
이를 대원군이 오인하여 천주교들 만 명을 죽인 것이라고 한다.
어쨌거나 왕실의 원찰이었던 화계사에는 흥선대원군과
추사의 수제자인 위당 신관호(威堂 申觀浩) 몽인 정학교(夢人 丁鶴喬) 등등의
명필들이 쓴 현판이나 주련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그래서 화계사 하면 명필의 보고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삼각산 화계사 일주문, 1998년에 건립하였음.
현판에는 '三角山華溪寺 戊寅 初春 無如'라고 되어 있는데 無如가 누구인지는 ?
화계사 대웅전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65호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다포집 건물이며 1870년(고종 7)에 중건되었다.
주련은 위당 심관호(威堂 申觀浩)의 작품이다.
대웅전의 현판 글씨는 조선 후기의 명필인 몽인 정학교(夢人 丁學喬)의 필체다.,
화계사 명부전의 현판 편액과 주련은 흥선대원군의 작품이다.
명부전 현판은 흥선대원군이 추사체(秋史體)로 쓴 것이다.
낙관부에 ‘大院君章’, '石坡(흥선대원군의 號)'라 되어 있다.
보화루
화계사 중심부, 왼쪽부터 천불오백전 대웅전 명부전 대방(大房)인 학서루(鶴棲樓)다.
대방(큰방채)은 서울 근교의 왕실 원찰에다 만든 것으로
대웅전을 마주보는 위치에다 세웠다.
남녀내외법이 극심한 시절이어서
왕실 여자들은 절을 찾아와도 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방에서 불공을 드려야 했다.
학서루(鶴棲樓) 편액, 흥선대원군의 작품으로 대방 안쪽에 걸려 있다
화계사 대방(大房)인 학서루를 대웅전 반대쪽인
대적광전(大寂光殿) 쪽에서 본 모습이다.
대웅전과 명부전을 제외한 명필 현판들이 이곳에 몰려있어
학서루는 마치 명필 박물관 같은 느낌을 준다.
화계사 편액. 위당 신관호의 글씨
위당 신관호는 조선 후기인 1864년(高宗 1) 형조 병조 공조판서를 역임하였다.
추사(秋史)의 수제자로써 특히 예서를 잘 썼으며,
문장도 뛰어나고 묵란(墨蘭)을 잘했다.
화계사 편액. 흥선대원군인 석파 이하응(石坡 李昰應)의 예서체 글씨
화장루(華藏樓) 편액, 영선군 박춘광(永宣君 朴春江)의 글씨,
활해도화(活海道化) 편액, 흥선대원군의 예서체로써 대방의안쪽에 걸려 있다.
대적광전(大寂光殿)은
1991년에 주지 정수스님에 의하여 조성된 건물로 정면 7칸,
측면 4칸의 팔포 4층 건물이다.
학서루(鶴棲樓) 쪽에서 보면 1층같고,
화계사 입구쪽에서 보면 3층이다
1층은 공양간, 2층은 요사, 3층은 대적광전 법당,
4층은 국제선원 선방으로 사용한다.
법당안에는 석가모니, 비로자나, 노사나, 삼존불을 본존으로 하고
관음, 대세지, 보현, 문수보살을 협시로 모셨다.
삼존불의 뒷면에는 각각의 후불탱화가 봉안되어 있고 로는 닫집을 마련하였다.
그 외에 지장 보살상과 지장탱화, 신중탱화가 모셔져 있다.
이곳에 현각 스님이 계신다.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책을 지은
현각 스님은 미국인이며 예일대학과 하버드 대학을 다닌 사람으로써
숭산(嵩山) 스님을 만나 불교에 귀의했다고 한다.
대적광전 주련모음
靑山疊疊彌陀窟 청산첩첩미타굴
滄海茫茫寂滅宮 창해망망적멸궁
物物拈來無罣碍 물물염래무가애
幾看松亭鶴頭紅 기간송정학두홍
報化非眞了妄緣 보화비진료망연
法身淸淨廣無邊 법신청정광무변
千江有水千江月 천강유수천강월
萬里無雲萬里天 만리무운만리천
첩첩쌓인 푸른산은 아미타불 전장이요.
망망대해 푸른바다 부처님의 적멸보궁
두두물물 일체 것에 걸림 없다면
푸른솔 위 홍학두를 보게 되리라.
보, 화신이 참이 아닌 망연된 인연인줄 요해하면
청정한 법신은 가이 없이 넓네.
천강마다 물이 있다면 천강마다 달이 떠 오르고
만리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청청 하늘은 만리에 뻗네.
-예장 종경(豫章 宗鏡)스님
보신불이나 화신불만이 우리와 인연 있는 부처님이 아니라
청정한 법신은 법계 어디에도 가득해서
우리가 항상 접할 수 있는 곳에 계신다는 것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보신이나 화신이란 부처님을 삼신(三身)으로 나눠 부르는 이름이다.
삼신은 법신 화신 그리고 보신을 말한다.
보신이란 과보와 수행의 결과로 주어진 불신을 뜻한다.
화신이란 응화신 변화신 응신이라고도 하는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여러 형상으로 변화하는 불신을,.
법신은 자성신(自性身), 법성신(法性身)이라고도 하는데 진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이 주련은 이같은 불성의 형상이 진정한 인연이 아니고
우주에 가득찬 법성이 중요한 인연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형상으로 나타나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보다는 우주법계에 두루 존재하는
법성을 깨우쳐 아는 것을 참된 인연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것이 천강에 하나의 달이 비치는 것이나
구름 한점 없어 만리를 푸르른 하늘과
다를 것이 없다는 비유로 설명되고 있다.
명상음악 - 아침의 소리
첫댓글 화계사를 한번 다뎌 온적 있습니다..그당시에는 현판이 유난히 많다고 생각 했지만 ...이런 인연이 있었군요!...
잘 보았습니다..
모르고 그냥 다녀았는대 감사합니다 다시 찾아가봐야겟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