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보았다. 영화의 시작에서 마지막 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웨스턴을 본지가 언제였다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웨스턴 장르를 좋아했던 시네필이다. 대학 4학년 영화 비평수업에 연구를 위해 선택한 감독은 존 포드와 셈 페킨파였다. 존 포드는 1930년대 후반에서 50년대 초반 인기를 누린 웨스턴 장르의 영화적 문법을 만들어낸 감독이기도 하다.
오늘 본 한국의 놈놈놈은 철저하게 서구의 웨스턴 형식을 빌려 1930년대 상황의 한국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기존 웨스턴이 가진 이야기 구조와 대립항은 살려내되, 이것이 동양이라는 특수성 그 중에서도 일제치하란 소재로 배경을 삼은 것은 참 독특하다.
오늘 본 영화 놈놈놈은 서부영화의 문법을 철저하게 따른다. 1930년대 뉴딜과 대공황으로 격변기를 걸었던 미국이 서부를 이상화하고 팽창하려는 의도로 웨스턴을 만들었듯, 놈놈놈에서는 일본의 대륙 팽창주의와 이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전문꾼들이 보물(?)이 숨겨진 지도를 찾아 헤맨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운 감독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웨스턴 장르의 감독은 아무래도 세르지오 레오네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사실 웨스턴 하면 가장 떠오르는 배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다. 그만큼 세대 여하에 관계없이 사랑받는 배우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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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끝에 세 사람의 결투장면은 1966년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패러디했다. 좋은 놈 , 나쁜 놈, 추한 놈 이 정도 될거다.
송강호가 가슴판에 쇠를 댄 것이며, 권총씬의 교차편집은 너무 똑같다. 좋다. 오마주라 치자.
웨스턴 장르에 기차가 등장하는 건 바로 '팽창주의'가 만들어낸
일종의 상징이다. 마적과 현상범 사냥꾼, 그리고 열차강도 이들은 그저
만주벌판 위에서 자신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오로지 이름 하나 걸고 멋지게 싸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총잡이들은 굳이 웨스턴 장르의 진화과정을 들먹이며 설명하자면
철저하게 돈을 받고 움직이는 프로페셔널 총잡이들이다. 샘 페킨파의 영화에 자주 나오던 주인공들과 닮았다.
칸에서 이 '놈놈놈'을 극찬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영화 자체로는 그리 존경할 만한 요소를 난 찾지 못했다.
서부가 이미 만들어 써먹은 문법을 완벽하게 차용한 영화여서(?) 혹은 서부란 상황을
일제치하란 한국의 특수성을 녹여내 재활용을 잘 했다는 이유일까?
영화 속 송강호의 이미지에선 『튜니티는 내 이름』의 주인공에서 본
웃음을 야기하면서도, 본능적인 인물이 오버랩되고, 현상범 사냥꾼인 정우성의 모습에선
보안관인 잭 팰런스나 리반 클리프를 떠올렸다. 물론 영화를 폄하하자는 뜻이 아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다. 간간히 웃어야 할 타임도 만들어주고, 여유와 넉살도 있다.
그 만큼 이 영화에는 오늘 포스팅 하면서 처음 써보는 각주기능만큼이나
다양한 웨스턴 영화 텍스트가 녹아 있다.
한국영화들이 툭하면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다루는
영화에서 자주 실수하는 '애국주의' 코드를 철저하게 무시해서 좋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정말 이야기 구조를 깔끔하게 처리한거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고......
영화를 보면서 개별 씬들을 참 잘 찍었다고 생각했다.
화면 속 구성과 인물과 풍경을 배치하는 것도 아주 정교하다.
오버 더 숄더 샷과 같이 서부영화에서 흔히 대립하는 인물과
심리상태를 극단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카메라 장치들을 참 많이 썼다.
말 달리는 장면의 사각처리며, 집단 추적씬의 교차편집1은 존 포드의 『역마차』를 연상하게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각각의 인물들이
철저하게 성격화 작업을 거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씬한 정우성과 한 마디로 간지 흐르는 이병헌, 넉살과 웃음의 송강호
웨스턴의 전형적인 조합이면서도, 어찌되었든 깔끔하게 번역해 영화 속에 옮겨준
세명의 배우들에게 감사한다. (석양의 무법자를 여러번 봤을 거라 추정해 본다)
영화 속 송강호가 타는 오토바이가 멋져 보였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말을 잘 타지못해, 사이드카를 설정해 사용했다는 데 오히려 배역의 성격화 작업에 오히려 도움이 된 듯하다.
꽤나 정교하게 연출하고 편집한 노력이 드러나는 영화다. 철저한 화면 구성적 측면만 그렇다. 사실 이야기 구조는 좀 지루하다. 세 사람이 왜 다투는가? 단지 지도 하나 때문에....는 아니다. 숨겨진 잉여의 이야기를 제대로 표면에 드러내지 못하고, 자꾸 감춘채, 관객들에게 추론의 여지를 남기려고 애쓰는데 정말 보기엔 약간 안쓰럽다. 결국 이야기가 겉돌고, 갑자기 만주벌판 한 가운데 일본 밀정이 세운 술집이 등장해 쓴 웃음만 던져주고 가버린다.
사실이 될 만한 전설은 없고, 그저 전설이 되기 위해 인위적인 표정연기만 일삼는 배우가 있다는 건 약간 마음이 아픈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이야기의 부재 내러티브의 힘이 딸린다는 식의 어설픈 평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만큼 스펙터클과 내러티브(이야기)의 균형점을 찾기란 평론가들의 말처럼 쉽지 않다. (이건 실제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뼈저리게 깨닫는다)
세 사람 사이의 촘촘하게 연결된 감정이나, 심리, 혹은 그들을 둘러싼 과거의 이야기를 플래쉬백을 써서 조금은 더 노출시켰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좀 아쉽다......여하튼 볼거리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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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영화 편집의 하나.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극적 관계나 극적 정황의 장면을 급격하게 번갈아 가며 보여 주는 것.
- 영화 편집의 하나.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극적 관계나 극적 정황의 장면을 급격하게 번갈아 가며 보여 주는 것. [본문으로]
첫댓글 얼마전 이 영화 보고 왔답니다. 정우성이 그렇게 멋있는줄 몰랐는데..... 다시 보였어요 송강호의 연기 일품.... 이병헌의 멋진 몸매 우리나라 영화가 아닌줄 ....
어제늦은밤 이영화 볼까 말까 망설이다 적변대전을 친구와 둘이서 봤는데 본이유 양조위 영화배우땜시 보면서 싸우는 장면은 눈감고 보았어요. 근데 결정적인것은 적변대전에 돌입하는 과정에 막을 내린다는것입니다. 2부를 기다리라는것죠. 어찌나 허탈한지요. 하지만 아침 작은아이국지열성팬이라 그곳에 나오는 주유, 소교, 손권. 제갈량,유비,관우,장비,조조에 대한 이야기에 낀세대와 신세대의 소통이 이루어졌다는것에 위안을 받았답니다. 요즘 스트레스해소 방안을 할인쿠폰으로 영화보기로 여름방학내기 할까봐요.
여기 알짜가 숨어 있었네요. 한 동안 영화가 들어오지 않길래 늘 지나쳤더니만 음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