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중 첫도시에 대한 인상은 강하게 남나 봅니다.
아내는 아직도 파리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쉬운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독일로 넘어갑니다.
독일은 여행할 곳이 너무 많은 곳입니다.
2000년의 독일 여행이 아쉬워서, 지난 9월의 동유럽여행에도 드레스덴과
베를린을 일정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보고 싶은 도시들이 많이 남아 있네요...
유럽에 들를 때 마다 하나씩 하나씩 더 가볼 생각입니다.
그럼, 독일 여행을 시작합니다.
** 독 일 **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유럽 패키지 투어 중에 독일 일정이 들어간 패키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간혹 발견되는 패키지에도 프랑크푸르트-하이델
베르크 일정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유럽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볼거리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곳이 너무
많아서 단체관광으로는 효과적으로 여행을 하기가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단위 배낭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독일이라고 말 하고
싶다. 발달된 철도와 일반화 된 유스호스텔은 독일인의 친절함 등과 더불어
독일 배낭여행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5) 다섯째 날 (2000년 5월 3일 - 수)
* 오늘의 일정
프랑크푸르트 - 라인강 유람선(빙겐에서 승선) - 쾰른 - 프랑크푸르트
- 다름슈타트
* 프랑크푸르트 (Frankfurt)
밤새 달린 야간열차는 기차역마다 차량을 분리하거나 새로 연결하고는
또 달렸다. 파리를 떠난지 8시간 반이 지난 시간인 아침 7시 10분에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했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는
하차준비를 했다.
독일은 각 도시의 중앙역을 Hauptbanhof(HBF)라고 부르는데 한 도시에
같은 이름의 일반역이 있어서 HBF인지 아닌지를 잘 확인해야 한다.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코인 락커에 큰 배낭을 집어 넣고는 아침과 점심
거리로 빵과 음료수를 넉넉하게 샀다. 라인강 유람선을 탈수 있는 빙겐으로
가는 기차를 바로 타야 했기 때문이다.
* 라인강 유람선
프랑크푸르트(08:08)를 떠나 마인쯔(Mainz HBF-08:48)에서 기차를 갈아
타고 빙겐(Bingen HBF)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 10분이었다. 빙겐에
서둘러 도착한 이유는 09:15에 출발하는 코블렌츠 행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 였다.
그러나 빙겐 중앙역에서 라인강가의 유람선 부두까지는 걸어서 20분이
걸리는 거리였고, 우리는 안타깝게도 이 배를 놓치고 말았다. 최소한 30분의
여유는 있어야 배를 탈 수가 있는 거리였다.
독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인강 구간 중에 마인츠와 쾰른 사이에는
KD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빙겐-코블렌츠(Koblenz) 구간은
크고 작은 성을 비롯하여 유명한 로렐라이 언덕과 같은 볼거리가 풍성한
구간으로 라인강 유람선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KD 유람선은
유레일 패스(유로패스 포함) 소지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던 중에, 여러분들이 라인강 유람선은 절대로 타지 말 것을
강조하는 글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유신시대에 "라인강의 기적"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우리 386 세대들에게 라인강은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상
이었다. 또한, 이 유람선을 타면 음악책을 통해서 노래로 접했던 "로렐라이
언덕"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빙겐에서 출발하는 코블랜츠 행 유람선 시간은 09:15, 10:45, 14:15,
15:05, 16:35 등 하루 5번이며, 소요시간은 3시간 45분이라고 한다. 이중
15:05에 출발하는 배는 쾌속정인데, 쾌속정은 유람선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는 글을 본적이 있다.
09:15 출발하는 배를 놓친 우리 가족은 다음 배를 기다릴 수 밖에 없
었다. 유람선 부두의 매표소에 유로패스를 보여주자 무료 티켓을 주었다.
이 매표소에서는 한국어판 라인강 안내 자료를 팔고 있었다. "라인강변을
따라"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지도와 함께 마인쯔부터 쾰른까지 라인강
주변의 명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펼치면 길이가 150cm 정도가 되는
특이한 방식의 안내 자료로써 큰 도움이 되었다.
독일에도 "뽑기"가 있었다. 무료해진 우리 아이가 갑자기 1 마르크 동전을
한 개 달라고 하였다. 뽑기가 있는데 1 마르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손에 이끌려 간 곳에는 과연 뽑기가 있었는데, 1 마르크를 넣으면
소형 장난감이 들어있는 원형 플라스틱이 한 개 나오도록 되어 있는 장치
였다. 아이는 뽑기에서 나온 플라스틱 통 안의 장난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은 듯, 발로 밟아서 통을 깨트리고 장난감을 꺼내려고 하였는데, 그만
플라스틱 통이 미끄러져서 라인강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떨떠름한 표정을
한 아이에게 다시 1 마르크를 건네 주자, 뽑기를 다시 뽑아 와서는 정말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다. 자신이 10대라고 주장하는 녀석의 10대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라인강 유람선 선착장...>
마침내 유람선에 올랐다. 라인강변을 따라서 옛 도시들이 그림처럼 배치
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성이 나타났다. 그 성들
중 일부는 "Hotel"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는데 내부를 개조해서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라인강 양쪽 강변에 놓여진 철도와 도로는 라인강변의 도시들을 편리하게
연결하고 있지만, 육상 교통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라인강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 강을 오가는
각종 화물선을 보면 엄청난 물동량에 놀라게 된다. 철도나 차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물량이 라인강 화물선에 의해서 운반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요 도시마다 하역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이 화물들은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 할 수 있는 것이다. "라인강의 기적은 이런 자연조건과 이것을
이용한 독일인들의 지혜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라인강은 도나우강과 운하로 연결되어서 유럽 내륙 깊숙한 곳까지도 선박
운송이 가능해 졌다고 한다.
유람선은 무척 추웠다. 프랑스에서 느낀 추위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추웠
는데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웠다. 날씨도 비가 왔다가, 개였다가, 변화 무쌍
이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도 묵묵히 유람선 갑판 위의 자리에 앉아서 라인강을
감상하던 우리 가족은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 때문에 짜증이 나고 말았다.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은 참 시끄러웠다. 그 중 일부는 술이 취해 있었는데,
큰소리로 일행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새로운 성이 보이면 우르르 난간으로
몰려가서 소리를 지르면서 사진을 찍었다. 다른 관광객들은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파리의 세느강 유람선에서 보았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과 같았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그럴
까?…
유람선의 안내방송에는 일본어 안내방송도 나온다. 우리 가족은 안내자료
를 참고하면서 영어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라인강 주변에 대한 설명을
겨우 알아 듣는데, 일본인들은 편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안내 방송
을 듣고 있었다. 부럽다. 돈의 위력은 무서운 것이다.
로렐라이 언덕이 나타났다. 이 곳은 절벽 사이를 라인강이 통과하는 곳
인데, 강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빨라지고 물이 소용돌이 치는 모습을 보니
선박사고가 일어날 만한 장소였다. 수위가 낮을 때에 볼 수 있다는 "7명의
처녀"라는 암초도 선박사고의 주 원인이었다고 한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던 아름다운 여인이 없었더라도, 옛날 이곳을 지나던 배의 선원
들에게는 비상이 걸릴만한 장소였던 것이다.
로렐라이 언덕에는 깃발을 꽂아서 그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로렐라이
언덕을 지날 때에 배 안의 스피커에서 로렐라이 노래가 나오는 데, 왠지
썰렁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내렸다. 조용하다. 얼은 몸을 녹일 겸해서 아래층에
설치된 cafe에 가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라인강 유람선의 하일라이트는 다 본 듯 하다. 코블렌츠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중간에 내리기로 하였는데, 마침 보파드
(Boppard)라는 곳에 배가 도착해서 유람선에서 내렸다.
배에서 내리는 우리가족에게 독일 어린이들이 "사요나라!", "아리가또!"
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독일 어린이들이 일본어를
선택과목으로 배우고 있어서 동양사람만 보면 일본어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일본의 국력을 느껴야만 했다.
보파드라는 조그마한 도시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정말로 예쁜 곳으로 하루
밤 묵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 쾰른
처음 계획에 의하면, 코블렌츠에 도착하면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서 작센
하우젠이라는 곳을 가기로 하였다. 독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먹거리도 풍성하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쾰른 대성당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독일하면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쾰른 대성당이라는 것이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일정을
마음대로 바꿔서 가는 것이 배낭여행의 매력이 아닌가. 오후 1시 35분에
쾰른으로 향하는 기차 IR을 탔다. 유로패스 1등석의 권리를 찾기 위해 1등
칸을 찾았다. 쾌적한 1등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기차가 출발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우리가 타고 왔던 유람선을 추월하였다. IR도 꽤 빠르다. 1시간
만에 쾰른에 도착했다.
<쾰른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
<쾰른 성당 앞의 벤츠 택시들...>
웅장한 모습의 쾰른 대성당은 쾰른 중앙역 앞에 있으며, 쾰른을 지나가는
사람이면 모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건축물이다. 쾰른
대성당 앞 광장이 비교적 넓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성당 전체의 모습을 자동
카메라에 담으려다 보니 성당 앞 길을 수백미터나 후퇴해야만 했다.
성당 앞의 i 에서 쾰른시 소개 책자와 쾰른 대성당을 소개하는 한국어
설명서를 구입 하였다. 성당 설명서는 1 DM에 구입하여서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어찌나 자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는지 유럽에서 보았던 그 어떤
성당보다도 자세하게 성당의 내부를 관람 할 수 있었다.
입장료가 무료라서 기분 좋게 들어간 성당은 독일 최대의 고딕양식 건축물
답게 웅장한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성당의 자랑거리인 "삼왕 유물함"
을 비롯하여 스테인드 글라스와 기도소 들을 보면서 파리의 노틀담 성당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장엄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가 더 마음속에 와 닿은 것이다.
성당을 나와서 대성당 옆의 번화가를 구경하였는데,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거리로 활기가 넘쳐 흐른다. 특히, 기억에 남는 모습은 성당 옆
광장에서 첼로를 켜면서 굵은 베이스 음성으로 독일 가곡을 부르는 사람
이었다. 수도자처럼 짧게 자른 머리에 돌로 만든 벤치에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부르는 그 노래 소리는 성당의 외벽에 부딪쳐 울려서, 낮지만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그 첼리스트 때문에 쾰른 대성당의 이미지는 더욱
좋게 우리 가족의 마음속에 각인 되었다.
<쾰른성당 옆의 첼리스트? 성악가?>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는 기차는 그 유명한 ICE를 이용하였다. ICE는 기차
시간만 맞으면 별도의 예약이나 추가비용 없이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ICE 1 등석에 탑승한 기분은 하늘을 나는 듯 했다. 1등석은 콤파트먼트와
코치식 좌석이 혼합으로 배치 되어 있었는데 코치식은 비행기처럼 개인용
단말기가 장착 되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예약이 되어 있지 않은 콤파트먼트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
았다. 의자는 단추를 누르면 부드럽게 의자가 앞으로 빠지면서 등받이가
내려가는 장치가 되어 있어서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러나
ICE의 속도는 다른 열차(EC, IC, IR)에 비교해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같은 철로를 이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흔들림은 훨씬 적어서
수첩에 메모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독일의 고속열차 ICE>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배낭을 찾은 뒤에 인근도시인 다름슈타트
(Darmstadt)에 사는 둘째 누나 집에 전화를 해서 우리가족의 도착을 알
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다름슈타트는 기차로 30분 걸렸는데, 기차역에 온
가족이 마중을 나와서 기쁜 상봉을 하였다.
둘째 누나 부부는 독일에 정착한지 20년 정도 되었는데, 유럽에 출장을
올 때마다 들러서인지 그렇게 오랫만에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먹을 것이라는 우리아이의 기대와는 달리, Pizza
Hut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밥과 김치에 대한 집념이 대단한 우리 아이
의 성화에 못 이겨서, 누나 집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한번 저녁 식사를 해야
만 했다. 불고기까지 곁들인 만찬에 몹시 만족해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다같이 즐거웠다.
밀린 빨래를 하고, 이틀 만에 샤워하고, 기분 좋게 잠을 청했다.
* 지 출(5/3)
- Coin Locker 4.00 DM
- 빵, 음료(아침,점심) 15.30 DM
- 라인강 안내자료 5.00 DM
- 뽑기 2.00 DM
- 유람선 cafe 11.70 DM
- 빵, 사탕(Boppard) 4.10 DM
- 핫도그(쾰른) 4.00 DM
- 쾰른 소개책자, 자료 7.00 DM
- 레몬사탕(쾰른) 2.00 DM
- 전화 1.00 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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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계> 61.05 DM
첫댓글 넘 멋져요..독일 기차 좋아보이네요..쾰른 성당도 멋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