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나이 오십이 넘으면 감정도 메말라가고
순순히 세월에 순응하며 살아야 하는 게
나름대로 知天命이지 싶었다.
거의 오십년은 오십에 겪어야 할 세월을 살았지 않았나 싶게
비교적 큰 움직임없이 버티고 살았지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올 가을은 유난히 유난히 감정의 굴곡도 심하고
그런만큼 마음 내키거나 기회 닿으면
국내,외로 여행도 잦았고
결혼해서 그동안 잊었던 영화관람이며 음악회도 곧잘 찾아다니며
내 오십의 비망록을 참 많이도 메꾸었다.
(오죽하면 막내 여동생이 "우리 언니가 장족의 발전을 했다"란
말까지 했을까.......)
이제 이만하면 됐지 싶게 내 감정을 살았지.
그래서 우리 3회 카페에 동문산행의 글이 올라왔을 때도
주일이고 그동안 외출도 잦았지 싶어
그저 그런게 있구나 싶은 생각으로 있었는데
예정산행 전날 요즘 회사일로 집안일로 심신이 지친
절친한 친구에게서 전화,
"우리 용봉산 따라가자."란 소리에
생각할 겨를없이 대뜸 "그러자."로 답하고 먼데 사는 인숙이에게 연락,
일요일이고 단체손님 예약도 있어 못갈 거 같으니 둘이 다녀오라고...
그러기로 하고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있던 차에 밤 10시는 다 되서
인숙이가 일 도와주는 아줌마가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고...
마지막 기차를 타고 상경한 친구와 아이들 방에서 오래 수다를 떨다가
몇시간 짧은 잠을 청하고 차를 달려 대방동에 들러 친구를 동승시켜
약속장소인 남동구청앞에 도착하니 15분전,
약간 쌀쌀한 새벽기온 속에서
누가 일행인지도 잘 모르고 조금 기다리자니 4회 윤병우 후배가 다가와
"혹시 성희선 선배님 아니세요?"하며 인사를 한다.
우리끼리 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생전 처음 만나는 후배가 참 반갑다.
약속된 시간에 단체버스가 도착하고 몇몇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버스에 오르며 눈어림으로 빈좌석을 둘러보니 30여명쯤은 되지 싶다.
가끔 마음맞는 몇몇 동문들끼리 서울근교의 산을 간 일은 있어도
이렇게 여행처럼 산행을 떠나보는 건 처음이지 싶다.
좀 낯설어도 공유할 수 있는 어린시절을 아는 동문이라는 게
그대로 마음까지도 동화되게 만든다.
두시간쯤후의 도착지에서의 산행
1회 덕근 선배님의 말씀을 듣고 용봉(龍의 머리와 鳳凰의 몸처럼 생겼다는?)산을 향해 오르는데
산길을 들어서기도 전에 오르막길에서 숨이 턱에 찬다.
그 전전날 호되게 감기로 앓아 누웠던 탓일게다.
긴 일행 처음부터 처지면 안되지 싶어 아예 산악대장님으로 나서신
윤덕근 선배님을 바짝 따라붙었다.
첫 봉우리쯤에서 잠시 쉬며 인원점검을 하는데
멀리 경강서 온 우리 친구가 못 오르고 그대로 하산을 했단다.
힘든데 괜히 권했구나 싶은 미안함이 밀려온다.
나혼자 서두른다고 산행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산아래에서 혼자 우리 기다릴 친구 생각에 자꾸 마음이 먼저 발자국을 재촉한다.
그러다가 잠시 모여 쉬는 곳에서는 화개애애한 분위기에 함께 휩쓸리고...
서른명쯤이나 되는 인원이 움직이려니 쉬는 횟수도 참 많다.
어디서 그 많은 음식들이 나오는지 쉼터에서마다
각자 자기들 짐 줄인다고 연신 음식들을 꺼내 놓는데
도깨비 방망이도 아닌데 아예 산잔치처럼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러면 어떠랴,
서로 힘든 동문들의 짐을 자청해 메어가며
마음 맞출 수 있는 동문들의 발걸음은 얼마나들 이쁘던지....
산이름 같은 것도 굳이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우리 아름다운 동문들의 마음만 기억되던 기쁘고 즐겁던 하루였던걸......
산행 준비하느라 애쓴 4회 동문들의 노고에도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