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상북도 상주시 은척면 ▒ 성주봉 / 607m ▒ 노송과 기암이 빚은 상주의 명산 |
상주시가 발행할 「아름다운 상주의 명산」에 의하면 상주시 은척면에 지명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예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금척(金尺 금으로 된 자)과 은척(銀尺 은으로 된 자)이 있었는데, 두 보물 때문에 좁은 땅에 사람들이 죽지 않고 불어나 삶이 어렵게 되자 금척과 은척을 묻어 없앴다고 한다. 금척은 경주에 묻고 은척은 이곳 경북 상주시 은척면의 은자산에 묻었다고 한다. 은척을 묻은 은자산은 상주시 은척면 남곡리에서 황령으로 가는 길가에 있다. 은자산은 절경인 남곡용추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높이 4∼5미터에 넓이 15미터다. 길이는 40∼50평방미터가 될까말까 한 작은 뚝과 같은 산으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산인 것이다. 사람들은 매우 귀중한 보물이라 믿을 만한 곳을 찾아 금자와 은자를 묻었고 금자를 묻은 경주의 '경'자와 은자를 묻은 상주의 '상'을 따서 경상도라는 이름을 지었다고도 한다. 이 금척과 은척을 달리 해석할 수도 있어 재미있다. 조선시대에는 '몽금척요'와 '몽금척무'라는 궁중무용과 가요가 있었다.
이 무용과 가요는 태조 이성계가 꿈에 신인으로부터 받은 금척이 마이산이 비슷하다 해서 이 산을 두고 만든 것이다. 금척은 자로 국토를 마름질한다는 뜻에서 통치의 상징이며 은척은 금척에 다음가는 것이어서 지방을 다스리는 상징일 수도 있다. 때문에 통치의 상징인 금척은 경주에 묻었고 지방 행정의 상징인 은척은 비옥하고 요지인 상주 땅에 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밖에 성주봉(607m)과 골짜기 건너 북쪽의 칠봉산(600m)에는 삼국지의 인물인 조자룡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온다. 칠봉산 중턱의 커다란 암벽 옆에 조자룡이 태어났다는 조자룡 굴이 있다. 또한 남곡 용추에선 조자룡이 타고 다닌 용마가 나왔으며 성주봉 중턱의 약수샘은 조자룡이 무술을 닦을 때 이 샘의 물을 마셨다고 한다. 물론 조자룡의 전설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상산 조자룡'의 상산을 상주의 별칭인 '상산(商山)'으로 빗대어 지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성주봉은 도장산(821.6m)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산 줄기의 한 봉우리다. 남산(822m)은 칠봉산 남쪽에 위치해 남산이라 이름 붙었으며 웬만한 지도에도 그 이름이 나오는 산이다. 하지만 상주사람들은 남산보다도 노송과 암릉, 기암들의 경관이 뛰어나고 조망이 매우 훌륭한 성주봉을 좋아한다. 더구나 성주봉 아래에는 휴양림이 만들어져 교통도 편리하며 원점회귀산길이라 승용차로 다녀오기 좋고 숲도 좋다. 특히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 산에 찾아 든다. 다만 송이가 많아 10월 한 철이면 이 산에 출입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 찾아가도 좋은 산이다. 성주봉 고스락의 암봉은 낙락장송과 어우러져 경관이 매우 좋고 속리산, 대야산, 희양산, 주흘산과 소백산까지도 볼 수 있어 조망이 아주 좋다. 상주시청산악회에서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물맛 좋고 신기한 약수샘
성주봉의 또 다른 명소는 약수샘이다. 약수샘은 그 환경 또한 참으로 희한하며 물맛 또한 좋다. 약수샘은 성주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성주봉 고스락으로 오르는 산등성이 암벽에 자리잡고 있다. 겉에서 사람들이 보기에는 크나큰 바위 세 덩어리를 모서리가 직각으로 반듯하게 잘라 걸쳐놓은 것처럼 보인다. 한 덩이는 바닥에 깔았고 한 덩이는 너비 15미터, 높이 2미터가 조금 넘는 4각의 반면을 벽으로 놓았다. 또 한 덩이의 바위는 벽 위에 역시 2미터쯤 바위가 벽의 길이 만큼 앞으로 내밀어진 상태로 걸쳐서 있어 천장처럼 되어 있다. 이는 앞이 터진 ㄷ자 모양의 바위 구조물이다. 더욱이 묘한 점은 물이 나오는 샘이다. 샘은 암벽의 중간인 지붕을 이루는 바위 사이의 30센티미터쯤 되는 곳에 있다. 밖에서는 전혀 샘을 볼 수 없으며 다만 걸쳐놓은 사다리 위에서 작은 조롱박을 이용, 물을 퍼내야 한다. 또 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샘이 얼마만큼 크고 깊은지 알 수도 없다.
분명 석간수이지만 이러한 석간수는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성주봉 산행을 안내해준 상주시청의 전병순씨와 성윤주씨는 산행 뒤 가 볼만한 곳으로 창리(성주봉 산행기점 남곡리 아랫마을)의 동학교당으로 안내했다. 이 동학교당은 동학의 남접 도주인 김주희(1860∼1944)가 1915년 동학 활동의 근거지로 삼았던 곳으로 초가 세 채를 복원해 놓았으며 큼직한 유물전시관도 있었다. 지금은 동학교인이 거의 없고 나이 많은 할머니가 집을 지키고 있으나 구한말 우리 역사에 큰 사건으로 기록된 동학운동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문화재다. 전병순씨는 상주사람들의 피서지로 이름 난 이안천(상주시 외서면 공검면 일대를 흐르는 내)일대와 대산루(외서면 우산리)인근, 염소목(공검면 중소리)도 좋은 곳이라며 함께 둘러보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외서면 우산리 이안천변에 있는 대산루와 우복종택은 조선 예학의 종장인 우복 정경세(1563∼1642)선생의 유적인 바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우복 선생은 우산리일대 우산천 주변의 아름다운 명소를 보고 '우곡잡영이십절'을 지었으며 이로써 근처의 우북산과 우산천 일대 20경이 있는 골짜기를 우산동천이라 부르는 명승지가 된 것이다. 성주봉 산행을 일찍 마치면 성주봉에 가까운 대산루, 우복종택과 아울러 우산동천을 둘러보면 성주봉 산행이 더욱 뜻있게 되리라 생각되었다. <글·김홍주 편집위원 사진·장병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