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6년 8월 발간예정인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III>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먼저, 경제학적으로 ‘투기(speculation)’에 대한 정의는 간단합니다. 투기란 위험(불확실성)에 대한 적극적 태도 또는 위험을 부담하는 행위(Risk taking behavior)를 말합니다. 이미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I)』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위험을 부담하는 행위로서의 투기는 가격을 안정시키는 긍적적 측면과 반대로 가격변동의 진폭을 확대시키는 부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투기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반대거래를 해주는 상대방이 있어야 투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케인즈는 화폐수요 동기로서 예비적 동기와 거래적 동기 외에 투기적 동기를 들어 투기가 화폐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중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투기적 버블(speculative bubble)’에 대한 정확한 계량적인 개념 정의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가격이 얼마나 올라야 투기적 버블이라고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모델이나 개념정의는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왜 투기적 버블이 발생하는지 또는 어떻게 발생하는지 명확한 설명이나 정리된 이론은 아직 없습니다. 즉 투기적 버블의 발생원인과 경로에 대한 이론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단지 투기적 버블 현상을 시장이 열병에 들뜬 것과 같은 군중심리적 현상이나, 거래자간 정보의 불균형(정보의 비대칭성) 또는 정보조작과 같은 사기행위, 제도적 미비나 정책실패 등과 같은 시장결함에 기인한다는 정도가 대부분인 실정입니다.
투기적 버블에 대한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케인즈의 ‘미인투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미인투표의 예는 이론적 미인기준(fundamental)에 가장 적합한 후보자가 우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선호하는 또는 다수가 심사위원이 선호할 것으로 생각하는(speculative bubble) 후보자가 우승자로로 선택된다는 것입니다. 이로부터, 미인투표의 예는 투기적 버블을 암묵리에 펀더멘털로부터 일탈한 ‘균형점(equlibrium)’으로 정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투기적 버블은 참가자들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득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발생한 ‘합리적 행동(rational behavior)’의 결과로 해석됩니다.
다만, 제로섬 게임의 미인투표는 위험의 크기에 따라 게임 자체가 성립할 수도 있고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미인투표에 참가하는 참가자들이 우승자를 맞출 경우에는 1억 원의 상금을 받지만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반대로 1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로또 복권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소액의 벌금을 내어 당첨자에게 돈을 몰아주는 식으로 제로섬 게임을 구성한다면, 재미 삼아 게임이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택과 같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부문에 대해 이런 식의 미인투표 내지는 로또게임 식의 투기적 버블 내지는 제로섬 게임을 허용하는 것이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해 바람직한가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