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상위 그룹뿐만 아니라 중견그룹까지. 식품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비식품 계열 기업까지. 기존 프랜차이즈 매장의 확장뿐 아니라 신규 브랜드 론칭까지.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이 오랜 운영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 광범위한 네트워킹, 탄탄한 자본력 등을 바탕으로 커피시장에 과감한 출사표를 던지면서 커피사업 경쟁은 더욱 세분화되고, 치열해지고 있다.
커피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 사활을 걸다
최근 커피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큰 핫이슈는 ‘파스쿠찌’의 가맹사업 시작일 것이다.
파스쿠찌는 스타벅스, 커피빈과 동일하게 직영점만을 운영해 오면서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키웠다. 그리고 얼마 전 드디어 그동안의 직영매장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파스쿠찌는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31 등 커피 이외에도 다양한 외식 프랜차이즈를 거느리고 있는 국내최대 F&B 기업인 SPC 소속이다. 인지도 높은 커피프랜차이즈로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급부상하고 있는 신예 커피프랜차이즈는 ‘카페베네’이다.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는데 현재 80여개의 매장이 들어서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러피안 커피를 표방하며 와플과 젤라또를 사이드메뉴로 내세운다.
카페베네는 감자탕 프랜차이즈 등으로 외식산업에서 이미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행복추풍령의 외식산업 노하우에 연예기획사인 사이더스HQ의 공동투자로 스타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네임을 빠르게 각인시키고 있다. 앞으로 국내 토종 브랜드로 각각 200여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엔제리너스커피, 할리스커피 등과 함께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로스팅 우리도 직접 한다
‘던킨도너츠’는 2009년 4월 충북 음성에 자체 로스팅 공장을 준공했다. 대규모 로스팅 공장에서 로스팅 된 원두는 현재 국내 매장수가 700개가 넘는 던킨도너츠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역수출 하고 있다. 이전의 도너츠 전문점이라는 인식에 신선한 커피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이미지 재고를 확실히 한 던킨도너츠의 로스팅 공장 설립은 국내의 커피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할리스’ 역시 사업 초기부터 국내 로스팅을 통해 항상 신선한 원두만을 고집한다는 것으로 입지를 굳히며 자체 로스팅 공장을 설립하고, ‘커피온바바’라는 편의점 커피제품까지 내놓았다. ‘엔제리너스’도 국내 로스팅만을 고수하며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컵커피와 병커피의 소매점용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전국민의 애호식품인 인스턴트 커피의 국내 최대기업 동서식품은 ‘맥심티오피’라는 프리미엄 커피제품의 개발과 판매를 통해 소매점용 원두커피 상품군에 진입하여 적잖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역시 자체 로스팅을 하며 오랜동안의 기술력과 노하우,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잘 공략해 선두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유가공업체와 비식품계열 기업도 커피사업 진출
매일유업이 ‘커피스테이션 폴 바셋’이라는 매장을 오픈하며 커피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 커피사업 분야에서는 ‘카페라떼’ 등의 컵커피와 캔커피 음료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과 친숙해져 있었지만 원두커피 분야에서 직접적인 매장 운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직접 외식경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샌드위치 전문점 등을 오픈하며 해외 유명 인력을 영입하고, 국내 유명 숍을 인수하는 등 브랜드 외식산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중 커피관련 사업으로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 챔피언 출신인 폴 바셋의 이름으로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던 매장을 국내에 론칭한 것이다.
서울우유도 눈여겨 볼 만하다. 서울우유가 일본의 세계적 커피 브랜드 ‘도토루’와 손을 잡고 ‘서울우유 도토루 더 클래식’을 론칭한 것이다. 우리나라 원두커피산업의 불모지였던 1980년대 말 들어왔다 사라진 도토루커피를 다시 들여와 프리미엄커피 시장에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팔리고 있는 도토루커피의 경우 일본 도토루커피 원액으로 아메리카노뿐만 아니라 서울우유 자체 생산 유제품을 더한 카페라떼나 모카 등의 베리에이션 커피음료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향후 사업이 안정되면 도토루커피로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렌치카페’로 일찌감치 편의점용 커피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남양유업은 ‘원두커피에 관한 4가지 진실’이라는 프리미엄 커피제품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로스팅 협력업체와 직접 관계를 맺어 원두를 공급받고 있지만 커피사업 분야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자체 로스팅 공장 설립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유제품과 아이스크림, 스낵류를 취급하던 빙그레의 경우 ‘아카페라’라는 프리미엄 커피를 내 놓으면서 커피음료군을 확장시켰다. 또 현재 커피를 취급하지 않고 있는 한 유가공업체 또한 커피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데, 정수기, 가습기 등의 생활가전 품목을 다루던 ‘노비타’는 가전기술력을 바탕으로 캡슐커피머신을 개발하고 머신과 함께 캡슐커피를 판매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식품계열기업뿐만 아니라 비식품 계열 기업들도 잠재력 있는 커피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배경을 가진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또 새로이 커피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