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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개략 》
비슬산은 대구의 근교에 있는 산으로서 찻길로는 약 31Km(서부정류장~유가사주차장) 위치에 있으며, 산길로는 약 16Km(대구앞산~비슬산정상) 거리에 있는 산이다.
따라서 대구의 산쟁이(?)들은 '앞산~비슬산' 종주산행을 좋은 대상의 코스로 즐기는 편이며, 본인도 여러차례 이 코스를 밟아 보았던 경험이 있다.
오늘 여기에 소개하고 져 하는 코스는 약간 색다른 지맥을 타고 가는 종주코스로서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등로를 소개하고자 한다.
산행기점은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 쪽인데 화원읍 본리동 입구와 화원여고 중간에 위치한 '명곡아파트' 뒤쪽이 그 산행기점이 된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면서 뻗어가는 약 7Km의 지능선은 앞산에서 오는 주 능선을 만나면서 비슬산으로 이어가지만 주 능선 보다 등반성이나 경관 등이 오히려 뛰어 나다는게 이 산행이 갖는 한가지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산행의 파트너는 나의 아내이며, 전체적인 산행페이스는 일반수준에 맞추었으며, 비슬산정상 이후부터 관기봉 까지는 다소 수월한 등로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총 산행거리가 약 23 Km 에 달하는 거리인 관계로 소요시간은 만만치 않았고, 일몰시간에 쫓기면서 완주포기의 갈등도 겪긴 했으나, 아내의 완주의지에 따른 선전에 힘입어 무난히 완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산행일자 및 산행코스 》
◆ 2001 년 1 월 25 일(목요일) 날씨 : 흐림, 기온 : 영상 1.7도(산행기점 기준)
◆ 명곡아파트~체육공원~삼각점삼거리~470봉~전망대바위~뽀죽바위봉~주능삼거리~용연사사거리~헬기장(묘)~비슬샘안부삼거리~비슬산(대견봉)정상~용천사사거리~칼바위~조화봉~관기봉~금수암봉~휴양림매표소~버스정류장.
《 총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산행기점~(약 7Km)[2시간 59분]~주능삼거리~(약 5.7Km)[1시간 58분]~비슬산정상
~(약 4Km)[1시간 15분]~(약 3.4Km)[1시간 15분]~관기봉~(약 3.2Km)[1시간 30분]~종료지점.
◆ 총 산행거리 : 약 23 Km ◆ 총 산행시간 : 9 시간 40분 (식사, 휴식 포함)
《 산행기 》
설 연휴 마지막 날이다. 오늘 산행을 위해서는 어제 고향(마산)에서 일찍 돌아왔어야 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했다. 이럭저럭 어저께 자정을 넘겨 귀가를 하니, 자연히 오늘 아침 산행시간이 다소 늦어지고 말았다.
명곡아파트 뒤쪽 오른편 소방서를 끼고 살짝 돌아가면 산으로 오르는 초입로가 보인다.
8시 정각 등로를 진입한지 17분만에 운동기구들이 있는 체육공원이다.
어제 오후부터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고, 그래서 귀성객들은 일찍 귀가를 서두르면서 고속도로가 밀리기도 했다던데.., 눈은 올 것 같지도 않고 흐린 날씨에 영상의 기온이라 여기까지 오르는데도 입고있던 파일자켓이 벌써 답답하다.
나와 아내는 웃옷을 벗어서 베낭에 매달고 간다.
눈길이 빙판으로 변한 길을 다소 미끄럽고 그렇지 않는 곳은 걷기가 무난하다. 좌측, 봉우리를 오르는 길과 우측, 우회하는 길이 갈린다.
봉우리를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왼쪽 본리동에서 올라오는 길이 잘나있다.(08시 38분)
우측으로 내려서자 서서히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좌우에 쭉쭉 뻗은 낙엽송 숲길이다. 눈이 없다면 융단같은 솔잎이 깔려있음직한 길을 따라서 한 고개를 넘어 오르니 거대한 철탑이 나타난다.(09시 00분))
철탑을 지나 잠시 밋밋하던 길은 다시 경사 길로 접어든다. 그리 많은 눈이 오지않은 이곳인지라 급경사 길이라도 미끄럽지도 않고 오히려 적당한 눈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35분 가량을 올라쳐 도달한 곳은 눈 덮인 묘 한기가 덩그라니 있는 무명봉(약 470M)정상 이다.(09시 35분)
이 봉우리까지는 아파트 주민들이 정상의 의미를 가지고 더러 올라온다고들 한다.
삼각점이나 상징적인 표식도 없는 이 봉우리의 높이는 고도계(prt-45)상에 약 470M정도(허용오차 범위: ± 20M)로 추정이 된다.
정상에서 한숨을 돌린 뒤, 길은 잠시 내리 빠지더니 살짝 오른 뒤 다시 빠지면서 안부 한곳에 도달한다. 왼쪽으로 빠지는 하산길이 보인다. 용문사 밑 저수지 쪽으로 가는 길이다.
앞 봉우리를 향해 다시 오르자 이번엔 왼쪽으로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유순한 능선 길로 이어진다. 동네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길은 갑자기 희미해지면서 조금씩 험난해 지기 시작한다.
눈길에 발자국 두 개가 보이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이제부터 바위와 소나무사이로 오밀조밀 이어가는 이 구간의 능선길은 산객으로 하여금 신선한 재미를 더해주는 앙증맞은 산길을 맛보는 길이라 하겠다.
한차례 급경사 바위 길을 이리 붙들고 저리 붙잡고 올라서니, 사방 전망이 시원스레 트이는 근사한 전망대바위 위에 선다.(10시 05분)
전방, 뽀죽바위봉이 코앞에 있고 오른쪽, 옥포용연사 들어가는 도로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그 넘어 '논공공업단지'가 어림된다.
좌측으로 화원에서 들어가는 본리동 골짜기가 길게 이어지면서 여기저기 마을들이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고, 뒤쪽아래 올라온 아파트 단지들이 가물가물 하다.
발길을 전방에 있는 봉우리로 옮긴다. 10분 정도 올라치니 바위봉 정상이다.(10시 15분)
이 봉우리도 역시 이름 없는 무명봉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정상에 뽀죽한 바위가 솟아있는 형상을 하고있다고 해서 편의상 뽀죽바위봉(약 690M) 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바위가 뽀죽해서 공간이 없을 걸로 생각했지만 막상 올라보니 멋진 소나무와 함께 10여명이 쉴 수 있는 근사한 바위전망대로 되어있다.
여긴 전망이 더 좋다. 흐린 날씨가 조금 아쉬웠지만 서있는 위치에서 2시 방향으로 비슬산, 9시 방향으로 청용산(794), 앞산(600)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대구시가지 등이 가물거린다.
가슴이 탁 트인다. 아래로 향해 크게 소리를 한번 질러 본다. 야호!
바위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약간 애매하다. 좌우로는 낭떠러지고 길이 없는 듯 한 정면 바위틈새로 돌진하면 내려서는 길로 이어진다.
바위군들을 우회하며 이리저리 길이 나있는가 싶더니 때론 불쑥불쑥 나타나는 멋있는 바위길이 산행의 재미를 한껏 북돋운다.
점차 바위군이 끝나면서 한동안 잘나있는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앞산에서 이어지는 주능선 삼거리에 도달한다.(10시 59분)
여기까지 오는데 약 3시간이 걸린 셈이다. 원래 여기서 반대로 하산할 경우엔 약 2시간~2시간2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다.
삼거리에서 우측길이 비슬산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좌측) 길은 청용산을 거쳐 앞산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또, 삼필봉(468)에서 도원동이나 대곡동 쪽으로도 갈 수가 있다.
본인은 가끔 집(상인동)에서 여기(대곡)까지 걸어와서 이 능선을 타고 앞산이나 비슬산 쪽으로도 다니곤 한다. 참고로 이 코스도 참 좋은 코스라고 감히 말하고싶은 곳이다.
비슬산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인지 눈이 녹아 얼은 곳엔 다소 미끄러운 곳도 더러 있다. 약 8분정도 진행하니 약수탕 사거리다.(11시 07분)
우측길은 용연사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은 가창면 정대리 가는 길이다. 그리고 오른쪽 50M 아래엔 약수탕이 있는데 이곳은 용연사에서 관리를 하는 유명한 약수탕이다.
설탕만 가미하면 사이다 맛이 나는 탄산수인데 지금은 그 농도가 많이 희석되었다 한다.
이곳에서 비슬샘 안부삼거리 까지는 약 5.5Km 거리이며 소요시간은 통상적으로 약 1시간 4~50분 걸리는 거리이다.
이제는 지금까지 온길 보단 넓고 잘나있는 길을 따라 부지런히 걷기만 하면 된다.
봉우리를 돌아가는 응달엔 눈이 제법 있다. 우회를 하던 길이 능선에 붙기 위해 한차례 올라 치더니 능선에 올라 얼마안가서 헬기장과 묘가 함께 있는곳이 나온다.(11시 55분)
길은 여전히 좋다. 아이젠도 스페츠도 준비는 하였지만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비슬산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육중한 비슬산 봉우리가 여기서 보면 2개로 보인다.
오른쪽 봉 꼭대기 위에 갈림길이 있다. 봉우리 자락에 붙기전 길이 아래로 한번 꺼지는 지점에 왔다. 이젠 꼭대기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중간에 적당한 자리가 있으면 식사를 하자고 아내한테 제의를 하고선 계속 오른다.
그러나 이 자리 저 자리 몇 군데 보았지만 모두 신통치 않다. 조금만 더 올라가 보자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표지판이 서있는 삼거리 안부까지 와 버렸다.(12시 45분)
표지판엔 '용연사 8Km', '약수탕 5.5Km', '유가사 3Km' 라고 써있다.
바위 밑으로 바람을 피해 식사할만한 장소를 찿아서 자리를 잡는다.
오늘 식사 메뉴는 '삼겹살과 김치뽁음밥' 이다. 집에서 간을 맞추어 준비해온 삼겹살을 꾸어먹다가 김치와 찬밥을 후라이판에 썩어 붓고 다갈다갈 뽁아서 즉석 삼겹살 김치 뽁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플라이판이 눌지가 않는지라 살짝 누룽지가 된 뽁음밥 맛이 아주 별미다.
문론 식사 뒤 커피한잔도 잊지 않았다.(식사완료 : 13시 27분)
식사후 잠깐만에 비슬산정상(1084M)에 도착한다.(13시 36분)
사방팔방이 막힌 곳이 없어서인지 이곳 바람은 마치 소백산바람 같다. 잠시 바람을 피해 산불감시 초소에 들어가니 먼저 들어가 있던 두 사람의 산객이 우리를 반겼다.
청도 각북면에 있는 용천사에서 올라오셨다는 두 분은 오붓하게 술잔을 나누고 있었으며 우릴보고 반갑게 술잔을 권한다. 우린 또 커피를 권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여기까지 오면서 처음 산객을 만난다는 우리의 말에 대단하다면서 부러워하였고, 그들은 매주 이 비슬산에 오르지만 흔치 않는 일이라고 말한다.
초소 안에는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들이 한구석에 쌓여 있었다.
도대체 이곳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우린 나가면서 봉지에 그 쓰레기를 좀 담아 갈려고 하니까 그 분들은 먼길 갈 분들은 그냥 가시고 곧 내려가는 자기들이 다 가져 가겠노라며 한사코 만류를 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의 입장까지 배려해주는 그 분들의 마음 씀씀이에 우린 진정 고마움을 표시하는 인사를 나누고 그 들과 헤여진다.(13시 55분)
비슬산(琵瑟山."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이라는 이름은 정상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비슬산은 대구시와 달성군, 청도군에 걸쳐 산자락을 드리우고 있으며, 유가사 쪽에서 올려다 보면 거대한 수직 암릉이 정상을 받치고 있는 듯 우뚝 솟아 있다.
우린 정상에서 다시 남쪽 능선을 따라 988봉 - 조화봉으로 이어간다.
여기 등로는 아주 유순하다. 20분 정도 진행하자 사거리다.(14시 15분)
좌측, 용천사쪽 하산길이고 우측, 유가사쪽 하산길이다. 정상에서 조화봉 까지 약 4km에 걸친 능선은 988봉 주변에 바위가 있을 뿐 육산(흑산)으로 큰 나무들이 없는 시야가 탁 트이는 초원 같은 이 능선에 가을에는 억새가, 봄에는 군락을 이룬 진달래가 붉게 물들인다. 진달래 군락사이에 싸리나무 등 잡목들이 섞여 있으나 진달래가 더 많다.
사거리를 지나 30분 정도를 더가면 안내표지판이 서있는 삼거리에 서게된다.(14시 46분)
그런데 여기 표지판이 영 헷갈린다 좌측으로 칼바위 있는쪽이 조화봉(1058M)인걸로 알고 있는데 표지판엔 우측 1034봉을 조화봉으로 표시해 놓았다. 여기 자연휴양림이 생기면서 달성군에서 안내시설물을 많이 설치해 놓긴 하였는데 일반적인 등산지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어떤 연유가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떤 것이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1034봉에는 팔각정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바로 그 아래 넓은 공터는 옛날 '대견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대견사지' 이다.
높은 벼랑 끝에 세워둔 대견사지 삼층석탑은 붕괴되어 있었던 것을 1986년 달성군에서 수습하여 재 건립한 것이다. 대견사터 주위에는 스님바위, 코끼리 바위, 형재바위 등 여러 바위들이 널려 있다. 이 석탑은 이층 기단위에 삼층석탑을 올린 형식이며, 절벽의 암반을 지대석으로 하고 그 위에 상중하대석으로 구성된 기단을 설치하였다.
칼바위(혹은 톱바위)쪽으로 잠깐 가면 우측 휴양림가는 하산길이 나오고 조화봉정상 에는 멋진돌탑이 서있다.(15시 04분)
우린 아래로 내려서서 잘나와 있는 임간도로를 따라간다. 여기서 관기봉(970M)까지는 약 3.4Km 로써 그저 임도만 줄곧 따르면 힘들이지 않고 진행 할 수 있으며 금수암봉 삼거리가 나오기전 임도는 우측 아래로 빠져 버린다. 임도를 버리고 계속 능선숲길로 접어들면 이내 금수암봉 삼거리가 나온다.(15시 50분)
그기서 계속 직진을 하면 거대한 바위를 마주치게 되는데 오른쪽 우회길을 돌아 오르면 넓다란 암석으로 이루어진 관기봉정상(970m)이다.(16시 15분)
정상에서 왔던 길을 삼거리까지 되돌아 나와 좌측능선을 따르면 이 근처 최고의 전망대인 금수암봉에 서게된다.(16시 50분)
복쪽으로 평풍처럼 둘려친 대견사지 근처의 바위군들이 그림처럼 보이고 휴양림에서 꾸불꾸불 올라온 임도가 조화봉까지 이어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하산 길은 두 가지다. 능선을 조금 내려와 오른쪽 임도에 내려서서 하산하는 길과 계속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끄트머리 봉에서 계곡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우린 후자를 택하기로 하고 그리로 내려온다.
급경사 바위 길을 내려선 뒤 이어지는 하산 길엔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곳인지라 눈이 제법 빠진다. 미끄럼을 타듯이 내리 빠지고 또 내리 치기를 거듭하니 드디어 계곡을 만난다.
숲길을 빠져 나와 평탄한 길을 잠시 걸으니 오른쪽아래 소재사가 보이고 그 아래 매표소도 보인다. 막아놓은 입구 아래로 내려서니 매표소를 200여m 지난 도로지점에 도달한다.
오늘산행이 완전히 종료되는 지점이다.(17시 45분)
대구가는 막차(601번 좌석)가 18시 22분경에 있는 걸로 언뜻 본 것 같다.
나와 아내는 사람들 틈에 끼어 버스정류장을 향해 부지런히 또 걸어간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