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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스크랩 Cool & Quick `볼보 C30 T5`
안작가 추천 0 조회 178 08.03.16 02: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Cool & Quick '볼보 C30 T5'


[STRADA no.86 2007 .09]


1-2-4-5-3. ECU에 각인된 점화 순서에 따라 스파크플러그에 앙증맞은 번개가 번쩍인다. 불꽃이 타닥 튀는 순간, 잔뜩 응축된 혼합기는 1만℃의 화염으로 타올라 다섯 개의 실린더를 번갈아 불사른다. 크랭크축이 144° 회전할 때마다 피스톤 다섯 개가 펑펑 용두질 친다. 770rpm 아이들링의 평온함에 머물던 엔진회전수는 단박에 6천200rpm까지 치솟는다.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흡배기의 숨통을 잇고 끊는 밸브는 흡사 파르르 떠는 것처럼 보인다. 1초에 500번 퍼덕이는 모기의 날갯짓을 육안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휘발유 잔뜩 머금은 흡기는 1만rpm을 훌쩍 뛰어넘는 터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실린더로 빨려 들어가 재 한 줌 남기지 않은 채 장렬히 산화한다.

‘째깍’, 초침이 한 칸을 움직이는 찰나, 피스톤의 수직왕복운동은 커넥팅로드와 크랭크축을 지나며 103번의 회전운동으로 바뀐다. 정교히 맞물린 기어를 통해 수위를 조절한 파워는 앞바퀴를 거머쥐고 아스팔트를 박찬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는 6천200rpm. 뜨겁게 달아오른 엔진은 속도의 광기와 폭발의 열기로 가득하다.
 



B52 계열 최강의 5기통 엔진

레드존을 두 눈금 남겨둔 6천200rpm, 5단 자동변속기는 1단에서 2단으로 갈아탄다. 잠깐 숨을 고른 엔진은 다시 맹렬히 회전한다. 모지락스러운 채찍질에 5기통 엔진은 스스로의 존재당위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고회전에서도 좀처럼 희미해지지 않는 토크와 제법 스포티한 엔진의 울부짖음, 매끄러운 회전질감이 직렬 4기통 엔진과 사뭇 다르다.

가속을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맞은 6천200rpm. 속도계의 바늘은 시속 100km를 찍는다. 똑똑한 계측기는 벌써 기록을 띄웠다. 0→시속 100km 가속 7.925초. 2차 계측결과 7.881초가 나왔다. 평균 7.903초. 제원 성능이 7.1초니 차이래봤자 0.8초 남짓이다. 출발, 도착점 사이의 거리는 약 125m. 해발고도 차이는 0.337m로 약간의 내리막이었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은 볼보 C30의 최강 모델, T5. 예상대로 C30 2.4i와 성능의 차이는 확연했다. C30 2.4i는 같은 테스트에서 평균 9.938초(제원 8.8초)를 기록했다. 실측 기록 기준, 2초 이상 차이나는 셈이다. 게다가 시속 90km에서 3단으로 갈아탔던 2.4i와 달리 T5는 2단으로 시속 100km까지 거침없이 밀어붙여 피부에 와 닿는 성능 차이는 더욱 컸다.

C30 2.4i와 T5 모두 엔진은 가로로 얹은 직렬 5기통. 보어는 같되 T5 쪽의 스트로크가 3.2mm 길다. T5의 배기량이 2천521cc로 2.4i보다 86cc 더 높은 이유다. 아울러 T5의 엔진에는 저압터보가 붙었다. 그 결과 5천rpm에서 최고출력 230마력, 1천500~4천800rpm에서 최대토크 32.6kg•m를 뿜는다. C30 2.4i보다 60마력, 7.4kg•m가 높다.

눈썰미 좋은 독자라면 T5 엔진이 낯익을지도 모르겠다. S60R에서 고압터보와 짝을 이뤄 300마력을 냈던 그 엔진이다. 실린더 블록과 터보차저를 이리저리 조합해 ‘맞춤 엔진’을 내놓는 건 자동차 업계의 오랜 관행. 개발비도 아끼고, 생산 라인도 단순화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볼보는 1991년형 850 이후 모듈러 엔진을 바탕삼아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고 있다.

볼보의 모듈러 엔진(B52)은 직렬 4•5•6기통으로 구성된다. 강렬한 ‘토크빨’로 추앙받던 직렬 6기통 2.9ℓ 272마력의 T6 엔진 역시 B52 계열. 그러나 이젠 V8 4.4ℓ와 V6 3.2ℓ에게 바통을 넘겨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볼보 모듈러 엔진의 주력은 직렬 5기통 시리즈. 직렬 6기통보다 진동이 크고 밸런스가 쳐지지만, 외면할 수 없는 장점이 많아서다.

우선 엔진 길이가 6기통보다 짧아 가로로 얹기 편하다. 피스톤 한 개가 줄어드는 만큼 마찰 저항은 6기통보다 적다. 배기량도 다양하게 조율할 수 있다. 4기통으론 2.4ℓ가 한계다. 실린더 한 개 당 용적이 600cc를 넘어서면 화염의 전파속도가 일정치 않아 성능이 떨어지는 탓이다. 4기통과 6기통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치밀한 조사 끝에 태어난 디자인

볼보는 지난 20여 년간 ‘팔색조’처럼 생존을 위한 변화를 거듭해왔다. FR에서 FF•AWD로 굴림 방식을 바꾼 게 시작이었고, 디자인 변혁이 그 뒤를 이었다. 이제 나이든 이미지를 지우고 젊은 숨결을 불어넣을 숙제가 남았다. S60과 S40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었지만,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C30은 여기에 결정타를 날려 분위기를 휘어 쥘 책임을 짊어졌다. C30은 볼보의 주도면밀한 전략에 따라 태어났다. 볼보는 지난 2002년 영국 런던의 가망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조사를 벌여 C30의 청사진을 완성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이끄는 차를 만들고자 했던 볼보는 해치 게이트를 글라스로 만들기로 결정한다. 트렁크를 글로브박스처럼 쉽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자는 아이디어였다.

컨셉트를 확정한 볼보는 스웨덴 예테보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국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의 아이디어에서 장점만 추려 C30을 완성했다. C30은 갸름하고, 납작한 루프와 육각형 해치 글라스, 불끈 불거진 어깨 라인 등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개성으로 뭉쳤다. 쿠페•해치백•왜건의 분위기가 적절히 갈마들어, ‘디자인의 크로스오버’란 표현이 딱 어울린다.

시승차는 남극의 빙산처럼 새하얀 아이스 화이트 컬러로 단장했다. 여기에 쿨 패키지까지 씌워 위아래 구분 없이 희다. 가뜩이나 톡톡 튀는 디자인에 눈에 띄는 컬러까지 입혔으니, 가는 곳마다 시선을 단박에 잡아끈다. 2.4i와 차이점은 휠 디자인과 듀얼 머플러, 앞쪽 흡기구의 인터쿨러 정도. 빠듯한 예산에 무리해서 T5를 산 입장에선 짐짓 서운할 수 있겠다.

덩치는 생각보다 크다. 골프 GTI보다 키만 작을 뿐, 길이•너비•휠베이스 모두 크다. 가느다란 눈매와 예쁘장한 테일 게이트 때문에 앙증맞아 보일 뿐, 결코 옹색한 덩치는 아닌 셈이다. 실내 공간은 쿠페면서도 GTI 5도어와 거의 같거나 살짝 모자라는 정도. 뒷좌석은 분리형이지만, 팔걸이를 빼면 한 덩어리다. 어른 두 명도 탈 수 있지만, 아이 두 명이 더 어울린다.

센터 스택은 여전히 아름답다. 단순하면서 기능적이다. 중앙에 오밀조밀 박아놓은 스위치의 글씨가 작긴 하지만, 주요 기능은 다이얼 네 개로 해결할 수 있으니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옥에 티를 짚자면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세련미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정보창의 그래픽 정도다. 인테리어의 감성 품질은 독일의 프리미엄 3인방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C30의 안전성은 볼보의 위급 어떤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차체는 다양한 강도의 스틸을 조합해 짰다. 충격의 흡수 및 분산, 최후의 저지선이 각각 제 역할을 맡았다. 주행안정장치 DSTC와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앞좌석 경추 보호 장치 WHIPS, 측면 보호 시스템 SIPS, 커튼형 에어백 IC, 시트 벨트 텐셔너와 리듀서가 기본. 사각정보장치 BLIS도 달았다.
 

아래 그림과 같이 볼보 C30의 컬러는 총 14가지. 여기에 170만 원짜리 쿨 패키지를 달게 되면 선택의 폭은 더욱 늘어난다. 차의 밑자락 컬러만 4가지다. 시승차처럼 위아래 같은 컬러로 통일할 수도 있다. 나아가 12가지 휠도 준비되어 있다. 여기까지의 조합만 672가지. 나만의 C30을 간직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뛰어난 성능, 아쉬운 감성 자극

C30 T5는 가속 페달을 밟아 드로틀을 활짝 열 때마다, 주위의 차를 보란 듯이 따돌리며 뛰쳐나간다. 원할 때마다 총알처럼 튀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은 운전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 달릴 데가 마땅치 않아 고성능 차가 필요 없다는 얘긴 허울 좋은 핑계,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고성능 차의 매력은 고속도로보다 오히려 신호등 잦은 교차로에서 빛난다.

기껏해야 시속 100km를 넘기 힘든 도심에서 1, 2단 기어로 엔진의 파워를 남김없이 긁어 쓰며 차선을 성큼성큼 가로지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원시원한 가속은 시속 200km 부근에 이르도록 계속된다. T5 엔진의 가슴 뭉클한 ‘토크빨’에 맛들이고 나니, 경제 운전의 개념이나 저렴한 C30 2.4i를 향한 미련 따윈 춘삼월 눈 녹듯 사라진다.

첫 만남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아쉬움도 고개를 든다. 과급이 충분히 걸리기 전까지 움직임이 굼뜨다. 변속기는 유행에 한 박자 뒤졌다. S60R에 달았던 ‘물건’일망정 반응이 느리고, 톱기어에서 최고속도를 내니 연비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 공인 연비가 9.5km/ℓ지만, 질주 연비는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스티어링 휠에 변속 패들을 갖추는 센스도 아쉽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열린 시승회에서 볼보는 C30의 라이벌로 아우디 A3, BMW 1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 알파로메오 147 등을 꼽았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 곁에서 찾기 어려운 모델뿐이다. 본사의 바람과 상관없이 국내 시장에선 미니 쿠퍼S, 푸조 207 RC, 폭스바겐 GTI 등이 C30 T5의 라이벌로 간주된다.

이들 가운데 체급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맞수는 역시 GTI. 성능도 고스란히 포개진다. GTI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0.2초 빠를 뿐, 최고속도는 둘 다 시속 235km다. C30 T5가 기통수와 배기량, 출력 모두 앞서지만, GTI는 100kg 남짓 가벼운 몸무게와 첨단 6단 자동변속기 DSG를 갖춰 둘의 성능엔 치우침이 없다. 효율 면에선 GTI 쪽이 뛰어난 셈이다.

마침 이번 시승 때 지인이 GTI를 몰고 와 두 대를 저울질할 기회를 가졌다. 성능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망정, 느낌이 사뭇 달라 흥미로웠다. 가속의 흥겨움은 GTI가 앞선다. 귀가 즐거워서다. 묵직한 배기음으로 4기통 엔진의 처연한 비명을 감춘 지혜가 돋보인다. 반면 C30 T5는 5기통의 경쾌한 엔진음을 제대로 강조하지 못했고, 머플러마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꼭 다물었다.

예전의 볼보는 조용하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휘리릭’거리는 터빈의 회전음이 귓가를 간질였고, ‘슉슉’거리는 블로우 오프 밸브의 파열음이 차와 함께 호흡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볼보가 조용해졌다. S80에선 반갑지만, C30에선 서운하다. 자극적인 추임새가 없어, 빠르면서도 긴장과 흥분을 일깨우진 못한다.
 



훌륭한 승차감, 무색무취 핸들링

C30 T5는 스포츠 서스펜션을 달았다. 2.4i보다 스프링 강성이 높고, 댐퍼의 감쇠력이 단단하다. 차체 높이도 20mm 낮다. T5가 유독 땅바닥에 납작 붙은 듯 보이고, 타이어와 휠 하우스 사이가 어색하리만치 가까운 이유다. 승차감은 C30 T5가 GTI를 앞선다.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이나, 스프링의 반발력을 다독이는 댐퍼의 성능이 한 수 위다.

훌륭한 승차감의 핵심 조건은 부드러움이 아닌, 매끄러움에 있다. 여러 가지 방향 움직임의 이음새를 미끈하게 이어 안정감을 흩뜨리지 않을 때 탑승객은 편안함을 느낀다. 딱딱함과 출렁임의 이분법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문제다. C30 T5는 탄탄함을 유지하면서도, 어려운 숙제를 근사하게 풀어냈다. 도로 상태가 들쑥날쑥한 미국을 겨냥한 러브콜일 수도 있다.

이제 C30의 스포티한 성격을 완성할 요소로 핸들링이 남았다. C30 T5의 스티어링은 전기유압식. 다소 뻑뻑하되 섬세한 조작감이 주의 깊은 운전을 이끈다. 그러나 손바닥에 전해지는 노면 정보가 애매모호하고, 반응이 반 템포 뒤진다. 완만하게 굽이친 코너에선 크게 도드라지지 않지만, 서킷에서 파일런 사이를 헤집을 때는 뚜렷이 피부에 와 닿는다.  

C30 T5의 몸놀림은 볼보의 어떤 모델보다 민첩하다. 가장 덩치가 작은 덕분이기도 하다. 같은 크기의 2.4i보다 무게 중심도 한결 낮고, 롤을 억제하는 재주가 한 수 위다. 코너에서도 어지간해선 뉴트럴 궤적을 놓치지 않아 객기만 부리지 않으면 약한 언더스티어는 허용할지언정 주행안정장치가 끼어들어 운전의 흥을 깨는 순간까진 경험하기 어렵다.

그러나 몸놀림이 사뿐사뿐하진 않다. 날렵한 디자인과 달리 꽤나 묵직하다. 특히 앞머리가 무거워서 내리막 코너가 달갑지 않다. 앞뒤 무게배분 62 : 38의 한계인 셈이다. 차의 성격과 값을 감안해 GTI와 저울질했지만, 동력 성능이나 핸들링 모두 GTI보다는 이오스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물며 하드코어 성향의 미니 쿠퍼S와는 공통분모조차 찾기 힘들다.

‘Quick, but Not That Fun.’ C30 T5에 대한 한 외지의 결론이다. 나 역시 동의한다. C30 T5는 빠르지만, 사운드처럼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부족하다. 몸놀림이 민첩하지만, 무색무취 핸들링에서 엔돌핀 샘솟는 재미를 찾긴 여의치 않다. 자기만의 색깔은 뾰족하게 솟은 장점이나 특징에서 비롯되거늘, C30에선 디자인을 제외하곤 그런 요소를 찾기 어렵다.

이렇듯 C30 T5는 ‘스포츠’를 논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구매 충동을 부채질하는 디자인과 유로 NCAP 만점의 ‘난공불락’ 안전성. 따라서 볼보 C30 T5의 가능성과 한계는 유동적이다. 수많은 장단점 가운데 무엇이 캐스팅 보트가 될 지 아무도 모르는 까닭이다. 디자인 지상주의에 빠져 사는 나에겐 고민할 이유조차 없는 문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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