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접시 3,000원 백김치부터 4인분 30만원 바비큐까지
용평 '운두령 송어회' 용인 파인GC 짬뽕 골퍼들 사이에 입소문
"클럽하우스 매출감소" 대부분 골프장들은 주변 맛집 소개 꺼려
주말 골퍼들에게는 경기 자체 뿐만 아니라 경기 전후에 무엇을 먹느냐도 아주 중요한 문제다. 특히 골프를 사교나 비즈니스 모임을 겸해서 한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을 함께 먹고 모임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초청한 사람과 초청받은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풍류도락를 좀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골프를 19홀짜리 운동이라고 말한다. 18홀 경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식도락까지 1홀로 쳐서 도합 19홀이라고 생각해야 맞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중에 '골프를 잘 치려면 경기 당일 파를 많이 먹되 더블파를 연상시키는 양파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되고, 평소 샷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도 많이 먹어두는 게 좋으며 맥주를 마실 때는 OB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도 있다. 골퍼들이 음식을 경기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우스개다.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곳은 크게 나누면 2가지, 즉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주변의 맛 집이다.
이 중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은 시중의 어떤 식당 보다도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음식 가격은 호텔 음식처럼 높게 형성돼 있지만, 그러면서도 음식의 스타일이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다. 비싼 요리도 팔지만 국밥류나 비빔밥, 국수와 같이 간단한 메뉴도 판매한다.
보통 값비싼 음식은 유행을 크게 타는데 클럽하우스 식당 메뉴는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 관계자들은 "맛은 호텔에 비해서 절대 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골퍼들이 라운딩 전에 시켜 먹는 국밥 같은 식사류의 경우에는 맛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빨리 내느냐, 즉 '스피드'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골프장 주변의 식당들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우선 음식 맛은 꽤 괜찮은 편이다. 까다로운 골프장 손님들을 상대로 장사하며 나름의 내공을 쌓은 곳들이기 때문이다. 식당 운영에 점심때, 저녁때 같은 '때'(피크타임)가 따로 없다는 것도 골프장 주변 식당의 실력을 키우는 데 한 몫을 했다.
라운딩을 끝내고 시도 때도 없이 들어오식는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음식 준비와 서비스에서 특별한 노하우를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골프장 주변 식당 정보는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유용하다. 나들이가 생활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요즘, 전국 골프장 주변 맛집 정보는 일반 나들이를 위한 맛집 정보로 이용해도 충분한 역할을 한다.
클럽하우스 주방장이든, 주변 식당 주인이든 "골프치는 사람 치고 음식에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경기 결과에 따라 괜한 짜증을 내는 손님도 많기 때문에 서비스 또한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한결같이 얘기한다. 이런 얘기를 종합하면, 골프장 안팎의 음식점은 맛과 서비스 모두 높은 수준을 요구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무더위가 지나간 이달부터가 본격적인 골프의 계절. 더위 때문에 사라진 입맛이 서서히 살아나는 가을이기도 하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전국 주요 골프장 안팎의 음식 정보를 모아봤다. 덧붙여 맛으로 명성을 쌓은 골프장 음식의 달인들도 함께 만나봤다.
전국에 수많은 골프장이 있고, 모든 골프장이 클럽하우스에서 음식을 판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골프장 주변에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그 많은 골프장 가운데 어떤 곳의 음식을 소개할 지 결정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취재는 서울경제 자매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이 9월호에 선정ㆍ발표한 ‘한국 10대 코스’에 뽑힌 골프장 중 4곳과, 전국의 유명 리조트 골프장을 대상으로 했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명물 메뉴와 소문난 주변 식당들을 지역별로 소개한다.
■ 경기도권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이면서도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선정 한국 10대 코스에 선정된 경기도 포천 베어크리크CC. 이곳에서는 클럽하우스 명물음식으로 ‘웰빙콩샐러드’(4만원)와 ‘메로메운탕’(7만원)을 추천했다. ‘웰빙콩샐러드’는 여성고객들이 특히 많이 찾고, ‘메로매운탕’은 심해어인 메로를 이용해 한국식으로 끓여 내 얼큰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선정 한국 10대 코스 중 4위에 오른 가평베네스트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에서는 ‘오리가슴살과 체리와인소스’가 유명하다. 오리의 묵직한 맛과 체리와인소스의 상큼한 맛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가평베네스트는 이달 초 송이버섯과 소고기 등심을 함께 곁들인 ‘자연산 송이구이와 꽃등심’을 야심차게 출시했다. 와인 안주 또는 전채요리로 알맞다. “고급스러운 요리라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알맞다”는 게 가평베네스트 측의 설명이다.
가평베네스트와 같은 일류 골프장들은 일반적으로 손님들이 “골프장 주변에 어떤 식당이 좋으냐”고 물으면 특정 식당을 선뜻 추천하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 식당을 함부로 소개하기엔 리스크가 따르는 데다 주변 맛집을 소개할 경우 클럽하우스의 매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가평베네스트 주변에서 잘 되는 식당으로는 토종닭을 파는 ‘대통령산장’(031-585-2081), 삼계탕과 찜닭을 파는 ‘명가’(031-585-0043), 오리고기로 유명한 ‘황소고집’(031-584-0695)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인 파인리조트의 파인골프클럽은 짬뽕(1만2,000원)이 유명하다. 특히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인기가 좋다. 요리 종류로는 우럭매운탕(6만원) 매운갈비찜(5만5,000원) 등이 잘 팔린다.
용인 소재 프라자CC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놀랍게도 3,000원 짜리 반찬이다. 3,000원을 지불하고 따로 주문해야만 주는 이곳의 ‘백김치’(박스기사 참조)는 가격대비 만족도로는 골프장 음식 중 전국 최고로 평가 받는다. 싼 가격에도 불구, 경기도 권 골프장 음식을 평정해버린 먹거리로 유명하다. 경기를 마친 골퍼 중 배가 고프지 않은 사람은 백김치 하나만 주문해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기기도 한다.
프라자CC는 백김치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백김치에 한우 사태를 싸먹는 ‘백김치 사태보쌈’(5만5,000)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한우를 재료로 해 보신탕과 똑 같은 맛을 낸 ‘한우보양탕’도 인기가 좋다. 이 중 ‘한우보양탕’은 경기 전 한 그릇을 먹고 나서면 첫 티샷부터 힘이 불끈 솟는다는 주장이다. 이곳 김종덕(37) 주방장은 “조리사들끼리의 모임에서 재미 삼아 소고기를 재료로 보신탕을 끓여봤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 클럽하우스 메뉴로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 강원도권
강원도의 골프장들은 여름철과 초가을에 인기가 많다.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 시원하기 때문이다. 더운 시기를 제외하면 경기도권 골프장보다 예약이 다소 수월한 것도 장점이다.
우선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는 두 곳의 골프장을 운영한다. 하나는 용평골프클럽, 또 하나는 버치힐 골프클럽이다.
이 중 용평 클럽하우스의 명물 메뉴는 평창 한우 ‘생등심’과 ‘안창살’. 워낙 유명한 평창 한우 가운데서도 클럽하우스 주방장이 최상품만 엄선해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가격도 서울 강남의 유명 식당에 비해 월등히 싼 편이다. ‘생등심’은 1인분에 3만2,000원, ‘안창살’은 2만5,000원.
버치힐골프클럽은 무거운 메뉴보다는 상큼하고 간단한 메뉴가 강점이다. 이곳의 별미로는 ‘도라지 샐러리 보쌈’이 유명하다. 각종 야채와 도라지를 고기에 싸먹는 요리로 가격은 5만원. 식사류로는 ‘논우렁 쌈밥’(1만2,000원)이 좋다. 넉넉한 그릇에 보리밥과 된장을 넣고 썩썩 비벼먹으면 고향의 맛이 느껴진다.
용평 주변의 맛집은 스키어들이 오래 전부터 다니며 검증한 곳들이라 믿을만하다. 골프객들도 스키어들과 마찬가지로 고기가 좋기로 유명한 ‘대관령 숯불회관’(033-335-0020), 송어회가 일품인 ‘운두령 송어횟집’(033-332-1943), 황태요리로 유명한 ‘송천회관’(033-335-5942), 오삼불고기가 소문난 ‘납작식당’(033-335-5477)을 즐겨 찾는다.
퍼블릭으로 운영돼 더욱 사랑을 받는 강원랜드의 하이원CC 클럽하우스에서는 ‘흙돼지 더덕구이’, ‘사천식 쇠고기 브로콜리 볶음’(이상 1인분 3만원)의 반응이 좋다. ‘흙돼지 더덕구이’는 함백산에서 채취한 산더덕과 돼지고기를 섭씨 3~7도에서 2~3일 숙성시켜 돼지 냄새를 없애고 더덕의 향을 최대한 살린 요리. ‘사천식 쇠고기 브로콜리 볶음’은 태백산 한우와 야채를 중국 사천식 두반장 소스에 볶아낸다.
하이원CC 주변 식당들도 카지노 손님과 스키어들이 검증을 마쳐놓은 곳들이다. 우선 고등어찜, 갈치찜, 두부찜, 칼국수가 유명한 ‘태백초막칼국수’(033-553-7388)가 유명하며, 생등심은 ‘사북 혜원회관’(033-592-6633)과 ‘고한 낙원식당’(033-591-2510)이 좋다. 두 집 모두 등심값은 1인분(200g)에 2만5,000원.
강원도 속초 설악프라자CC 부근에서는 두부가 유명하다. 강원도 콩을 원료로 삼고, 동해의 바닷물을 간수로 이용해 두부 맛이 좋다고 소문났다. 식당으로는 ‘학사평 콩꽃마을’(www.soondubu.or.kr)과 ‘최옥란 할머니 순두부’(www.sundubu.co.kr)가 유명하다. 이 중 할머니집은 한화리조트 홈페이지에서 10% 할인 쿠폰을 다운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춘천 소재 강촌CC에서는 꽤나 고급스러운 요리가 잘 팔린다. ‘모듬바비큐’(4인분 30만원)란 이름의 이 메뉴는 민통선 한우 생등심과 양갈비, 활전복과 대하에 버섯과 통마늘 구이를 곁들여 참숯에 구운 바비큐 요리다. 강촌CC 주변 맛집들도 스키어들과 골퍼들이 입소문을 내 놓은 곳들이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산골’(033-261-4521)과 매운탕?‘옛날이야기’(033-262-5670)에 손님이 몰린다.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CC에서는 ‘자연송이 특선코스’가 고급스럽기로 소문나 있다. 송이를 비롯해 샥스핀, 킹크랩, 전복, 굴비 등 비싼 재료로 만든 요리로만 코스가 구성된다. 1인분 5만원. 대명비발디CC 주변 식당 중에서는 민물 매운탕집이 유명하다. 원조로는 ‘성아네 민박 식당’(033-434-5290)이 꼽힌다. 4인 기준 3만~4만원 선.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골프클럽은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선정 한국 10대 코스 가운데 유일하게 리조트 업체가 운영하는 곳. 휘닉스파크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에는 ‘테라스 바비큐 가든’이라는 코스가 있다. 여기서는 평창 한우 등심과 전복, 새송이 등을 바비큐로 구워 제공하며 메밀의 고장 봉평서 들여온 막국수를 선보인다. 가격대는 메뉴에 따라 4인 기준 26만~30만원 선.
이보다 저렴한 메뉴로는 ‘구운 두부와 김치 돼지수육’이 잘 팔린다. 휘닉스파크 주방장이 직접 담근 3년산 묵은지와 들기름에 구운 초당 두부를 궁합 맞췄다. 4인 기준 4만5,000원. 클럽하우스를 벗어나 휘닉스파크 리조트 내 식당으로 가도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메밀묵 해초 멍게 물회’가 유명하다. 메밀묵에 주문진 멍게, 돌가사리, 물미역 등의 해초류 등을 곁들였다. 밥을 말아 먹어도 시원하고 좋다. 해장에도 좋고 가벼운 술안주로도 일품. 1인분에 1만5,000원.
휘닉스파크 부근에는 맛집이 많다. 특히 젊은 스키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휘닉스파크라 신세대 입맛에 맞는 집들이 많다. 휘닉스파크 주변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 가장 좋은 메뉴는 막국수.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이 가까워 메밀 막국수가 특히 맛이 좋다고 소문나 있다. 유명한 막국수 식당은 ‘현대막국수’(033-335-0314)와 ‘진미식당’(033-336-5599) 등이 있다.
■ 영ㆍ호남 및 제주도권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선정 한국 10대 코스 중 3년 연속 1위에 오른 제주도 CJ클럽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에서는 ‘흑돼지오겹살된장구이’(4인기준 4만4,000원)가 단연 인기다. 제주 토종돼지 오겹살에 된장과 와인을 섞을 소스를 발라 일주일간 숙성시켜 내는 요리다. 골프장 관계자가 “클럽하우스 요리 매출 중 30%를 차지한다”고 귀띔할 만큼 인기가 좋다.
경남 남해의 힐튼남해 골프&스파리조트의 메인 빌딩 클럽하우스에 있는 식당인 ‘브리즈’는 한식, 양식 뿐만 아니라 뷔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 특색이 있다. 또한 리조트 내 총 6개의 식당과 바가 있어서 골라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도 마련하고 있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맛의 고장 전라도에 위치한 무주리조트 내 무주CC.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 클럽하우스에서도 ‘전라도의 맛’을 원한다. 그래서 야심차게 선보인 식사 메뉴가 ‘30년 숙성 간장 비빔밥’(2만2,000원)이다. 거창 소재 한 종가집서 30년간 숙성시킨 간장에 무주 참기름을 넣고 돌솥밥에 비벼 먹는 요리. 30년 묵은 간장의 양이 충분치 않은 관계로 간장 재고가 바닥나면 메뉴도 자동으로 폐지할 예정이라 가급적 빨리 맛보는 게 좋다.
‘삼겹살김치찜’(1인분 1만6,500원)도 전라도의 맛을 제대로 낸 메뉴로 꼽힌다. 황토 자기에 진안에서 난 돼지 삼겹살과 묵은지를 담아 약한 불에 천천히 익힌 뒤 초당 두부로 마무리해 서울서 맛볼 수 있는 김치찜과는 맛과 멋의 차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