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맑고 투명한 수채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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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련 스크랩 나는 왜 맑고 투명한 수채화가 좋을까?

염명자 추천 0 조회 75 10.07.20 17: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이경림 시인의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라는 시와 '직관과 함축의 미' 라는

배동신 화가를 평한 글이 나의 그림, 그 중에서도 수채화에 대한 인식과 실행의 기준점이라

생각되어 여러 작가들의 그림과 글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차분히 감상하며

비교, 검토할 수 있게 모아 정리해 봅니다.

여기에 모은 작품들은 국내 평단(?)에선 나름대로 유명한 작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으나 이름의

유, 무명세를 떠나서 감상자가 제대로(자기 식대로) 밝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편, 김환기 작가나, 천경자 의 그림은 직접 본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지만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수채로 표현한 작품은 아니나 대체로 제가 좋아하는 맑음과 투명함이 엿보이는

작품이기에 함께 모아 보았습니다.

그림에 대한 평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저의 논리로 적어 볼 시간이 있겠지요.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이경림

후박나무 잎새 하나가 내 사랑이네

저 후박나무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그 흔들림 너머 딱딱한 담벼락이 내 사랑이네

온갖 사유의 빛깔은 잎사귀 같아

빛나면서 어둑한 세계 안에 있네

바람은 가볍게 한 생의 책장을 넘기지만

가이없어라 저 읽히지 않은 이파리들 그 난해한 이파리가 내 사랑이네

사이사이 어둠을 끼우고 아주 잠깐

거기 있는 나무가 내 사랑이네

흔들리거나 흔들리지 않는 저 후박나무!

넓적한 이파리가 내 사랑이네

그 넓적한 그림자가 내 사랑이네

직관과 함축의 미

수채화가 배동신 화백의 그림세계는 항상 힘 있는 필치들의 중첩과 투명한 수채화의 물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대상의 요체나 골기를 예리하게 추출하여 깊고 강건한 조형미를
함축해내는 독창적인 멋을 지니고 있었다.

즐겨 다루는 소재들도 무등산, 늙은 나부, 과일, 포구의 배 등으로
큰 묶음이 만들어지는데, 모두가 속도감 있게 뻗어나간 거친 붓질들로
엮어지면서도 든든한 무게감과 단단한 구조적 형상미를 화면가득 채워내곤 하였다.
군더더기나 일체의 꾸밈을 털어버린 절제와 함축,
거칠면서도 투명하고 중후한 아름다움이 그의 회화의 백미다.

복숭아

사과

무등산

누드 / 종이위에 수채 / 39.5 X 27.4 cm

초상

여인의 초상

<여인의 초상>은 1954년 작품으로 종이에 수채로 그렸으며 크기는 45cm×38cm이다.
이 작품은 푸른 듯 선한 이미지 의 여인이 수채화 빛 풍경처럼 앉아있다.
이 여인의 자태는 언뜻 보면 정상적인 것 같지 않다. 얼굴부분과 나머지 앉아 있는
상반신 전체의 균형 이 일그러져 비례 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자태의 부조화는 오히려
이 초상화가 지닌 가장 중요한 예술적 요소처럼 느껴진다. 여인의 부조화스런 자태는
그녀의 성격흐름을 암시한다. 여인의 초상이 부조화로 인해 무언가 어색하기보다는
특별한 매력을 지닌 독특한 여인을 보이는 것은 바로 얼굴의 생김새 때문이다.
여인의 얼굴은 몸통에 비해 상당히 작지만 가는 허리 싸이즈에 비교적 비례하고 이마가 훤하고
그 아랫부분이 코와 입술을 중심으로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품이 강단 있어
보이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여인의 전체인상은 부조화감 보다는 통일 된 안정감을 준다.
큰 몸만큼이나 넓은 이마는 시원하고 대범함을 지녔을 것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그녀는 당당하지만 외로운 듯 앉아있다. 이 작품은 평소 배동신의 수채화가 보여주는
기량이 잘 드러나 있는데 붓의 대담한 놀림과 자유분방하면서도 사물이 지닌 내적 질서의 감을
정확히 집어내는 그의 붓질 맛이 생생히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