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강아지풀이라 했는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강아지처럼 바람에 살랑거리며
꽃차례를 손에 쥐면 보송보송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질 것 같아
한번만 봐도 이름이 왜 강아지풀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아침에 이슬을 머금고 약간 고개 숙이고 있는 강아지풀도 귀엽지만,
한낮에 쨍쨍한 햇살을 받아 연녹색의 빛을 발산하며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은
귀엽고 작은 강아지가 주인을 보고 꼬리 치는 것 같아 더욱 귀엽다.
강아지풀은 벼과의 한해살이풀이며 개꼬리풀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라 한다.
길가나 들에서 자라고 꽃은 한여름에 피고 원추형의 꽃 이삭은 2~5cm로
연한 녹색 또는 자주색이며 잔털이 많이 나 있다.
유사종으로 바닷가에서 자라는 갯강아지풀, 조와 강아지풀의 잡종인 수강아지풀,
털의 색깔에 따라 금강아지풀, 자주강아지풀 등이 있다.
농경문화가 시작될 때 중국 화북 일대에서는 온대 지방에서 널리 자라고 있던
강아지풀을 재배하기 시작해서 개량시킨 것이 조가 되었다 한다.
전주천변의 강아지풀은 봄꽃인 기생초 등의 꽃이 시들고
씨가 맺힐 때쯤 자라기 시작해서 장마철을 지나면서 고수부지를
장악해서 7~8월쯤이면 산책로까지 넘쳐 자라 천변의 난폭자로 군림하게 되어
아침 운동하는 시민들을 괴롭게 한다.
풀은 옛날에는 소가 잘 먹어 소 꼴망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손대지 않아 가을이면 씨가 많이 맺혀 참새나 굴뚝새들이
때를 지어 날아와 배불리 먹고 군무를 추면서 전주천변을 날아다닌다.
전남 어디 외딴 섬에서 세계적 희귀 새가 날아와 강아지풀 씨앗을 먹는 모습이
사진에 찍힌 것을 심문에서 본 적도 있다.
강아지풀 이삭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오요요 오요요
강아지 부르는 소리를 하면서 손을 살살 흔들면 앞으로 다가온다.
개구쟁이 시절에는 한눈 팔고 있는 여자애들의 목덜미를 강아지풀로
살살 간질이면 벌레인줄 알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
낮잠 자고 있는 아가들의 코를 건드리면 귀찮은 듯 손사례 치며 찡그리는
모습이 재미있어 계속하다가 결국 아가를 깨워 울게 만들고 만다.
또한 벼가 한창 익어가는 초가을에는 논둑에 나가 강아지풀의
꽃대를 쭉 뽑아서 미리 준비 했다가 메뚜기를 잡는 데로 뒷덜미를
주렁주렁 꿰어서 집에 와서 볶아먹거나 구워먹던 추억이 생각이 난다.
주로 가축의 사료로 쓰였으며 흉년이 들면 씨를 받아
쌀이나 보리와 섞어 밥을 해먹거나, 갈아서 쑥 같은 나물을 넣어
죽을 쑤어 먹는 등 구황작물로 쓰였다.
민간에서는 9월쯤 뿌리를 캐어 말렸다가 촌충구제용으로 쓰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여름에 전초를 채취해 말린 것을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