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언어 36
"언제 한번 봅시다" "그럽시다. 그때 만나서 한잔 합시다"
이럴 때 '한번' '한잔'은 붙여 씁니다
기회가 있을 때 보자는 것이고, 만나서 꼭 한 잔만 마시고 일어나자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번' '한 잔' 이렇게 띄어 쓸 때는 '두 번' '두 잔'으로 바꾸어 써도 괜찮을 경우입니다
(예)"한 번 실패했다고 낙담 말고 두 번 세 번 도전해보자"
"딱 두 잔 마셨는데 얼굴이 빨개지네"
*밥이 뜸이 덜 들어서 기다리는 동안에 하나 더 보냅니다
생활언어 37
지노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지주도에서 여자 속옷 공장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를 '부라자공장싸장님'이라고 합니다 마음도 착해서 사이즈만 말하면 팍팍 보내줍니다
나이는 저랑 비슷한데 인품이 뛰어나고 행실이 바르기 때문에 제가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지노 형님이 언젠가 라면은 진라면을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라면이 더 맛있지만 진라면을 만드는 오뚜기 식품이 착한 기업이기 때문이랍니다
참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뚜기 식품‥ 오뚜기!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다'의 뜻을 지닌 단어를 <오뚜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바른 표기는 <오뚝이>입니다
▷그 형님이 사는 아파트 이름은 <미소지움>입니다
누구나 한번은 그 이름을 보면서 의아해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미소를 지워 버리다니?' '글씨를 잘 못 쓴 거겠지' '미소지음'이 맞는 거 아냐?'
하지만 <미소지움>은 그 회사에서 내 건 이름이 맞습니다
'미소짓는다'와 서양에서 큰 집을 나타내는 어미 '움(um)'을 결합해서 만든 이름입니다
로마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 생각 나시죠?
거기에 쓰인 '움'이랑 똑같은 겁니다 미소를 지으며 사는 집‥ 멋지지 않나요?
▷그러면 하나 남은 문제가 있는데 오뚜기 식품은 맞춤법을 무시한 나쁜 기업인가요?
아닙니다 무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맞춤법은 1988년 1월 19일에 확정하여 고시했습니다
1년 후인 1989년 3윌 1일부터 시행하였고요
30년 전 일입니다
문제는 1988년 이전의 맞춤범은 <오뚜기>를 표준어로 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뚜기식품공업주식회사"란 상호는 1973년도 6월에 처음 사용했습니다
"오뚜기라면"은 1987년에 만들어졌고요
그렇다면 누가 잘못했나요?
맞춤법이 잘못했지요? 오뚜기라면의 허락도 안 받고^^
※결론은 지노 형님의 말씀은 언제나 틀리는 적이 없다는 겁니다
멋진 이름을 가진 집에서 착한 기업이 만든 식품을 먹고,
또 올바른 맞춤법을 사용하면서 사는 모범 인간입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멋진 이름을 가진 집은 살 수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지노 형님의 말씀에 따라 착한 라면이라도 열심히 사 먹으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생활언어 38
어젯밤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는 술기운이 올라와서 몸에 열이 팍팍 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셨습니다
참이슬! 뒷일을 생각 못하게 할 만큼 매력이 있습니다
집에 와서 부대낄지라도 그 맑고 투명한 모습을 외면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진로가 밉습니다
또 제 주위를 예닐곱 명의 예쁜 중년 여인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니 안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왜 여자들은 나만 좋아하는 것인지^^ 이런걸 두고 "운명"이라고 하나 봅니다
▷<싸다> <쌓다> <싸이다> <쌓이다> <둘러싸다> <둘러쌓다> <둘러싸이다>
이렇게 모양이 비슷한 말들의 뜻을 구분하여 쓸 때 더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쌓다>는 "높이"를, <싸다/싸이다>는
"둘레/주위"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시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예.1)"낙엽이 쌓이면 뭐하냐. 순심이가 같이 걸어주지도 않는데"
"해경이랑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손 잡고 걸었다"
"스트레스가 쌓여서 폭발 직전이다"
"돌이 차곡차곡 쌓여 높아져만 갔다"
(예.2)"무지개떡이 예쁜 포장지에 싸여 있다"
"수심에 싸인 종발이의 얼굴이 안쓰러울 정도다"
"이 적막한 밤에 나는 왜 외로움에 싸여 괴로워 해야 한단 말이냐"
"안개에 싸여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예.3)"까무룩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웬 여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예.4)"보화리 이장님은 밭 주변의 울타리를 둘러쌓고 있다"
☞"지노 행님은 늘 여자들에 둘러 싸여 있습니다.
그렇게 쌓아 놓고도 제게 한 명도 소개해 주지 않습니다. 참 나쁜 행놈^^"
@수성동 황씨는 싸이다와 사이다는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어봅니다
생활언어 39
"나이가 몇이야" 이렇게 물었을 때 "열 아홉살 입니다"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열아홉 살입니다" 이렇게 말해야 맞습니다
숫자와 단위는 띄어 써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입니다'는 앞말에 꼭 붙여 씁니다
생활언어 40
엄마가 말합니다 "내가 그렇게 가르켜 줬는데도 그걸 모르겠니?"
이 말을 듣는 아들은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르키다'는 세상에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로 구분해서 써야 합니다
<가르치다>는 '모르는 것을 알려주다'는 뜻일 때 씁니다
<가리키다>는 '지시하다'는 뜻으로 쓰고요
(예)"선생님께서 방정식을 가르쳐 주셨다"
"철수가 손가락으로 토끼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엄마가 밥 하는 법을 가르켜 주셨다(x)
※이 단어를 잘 구분해 쓰지 않으면 상대방이 "확 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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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상황을 위한 맞춤법보다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이나 글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의사 소통에 지장이 있을 정도거나,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그것을 엉뚱하게 표기했을 때는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누구나 이 정도는 바르게 써야 자연스런 사회 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함께 점검해보자는 뜻으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시작한 것입니다
전부 다 알아야한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마시고 편안하게 귀에 들어오는 만큼만 알면 됩니다
그 정도면 실제로 언어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 달여 동안 주고 받은 일 중 가장 보람된 것은 <관심>입니다
그냥 지나쳤던 때와는 달리 문자를 보내면서 표기가 바른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잖아요
그게 바로 관심입니다 <관심>은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사랑도 관심에서 시작되고, 상대에 대한 이해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글자 좀 틀리면 어떻습니까? 상습적이지만 않으면 됩니다
또 하나는 상식적으로 맞게 써야할 기본적인 단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바르게 표기하도록 공부를 해야겠지요
이제 <관심> 이 생겼으니 그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겁니다
상대가 아주 기본적인 것을 모를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ㅡ"확 깬다!"
실망스럽고 상대에 대한 신뢰도가 툭 떨어진다는 뜻이지요
"나도" "너도" 서로간에 "확 깨"지만 않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때까지만 맞춤법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합니다
ㅡ송산동 유씨 올림
첫댓글 이걸 어떻게 다 옮겨 적나요...
날도 더운데 애쓰십니다
자료수집하고 생각하고 정리하여 보내주시는 분도 계신데 단순 빼껴쓰는게 무신수고랄게 있겠습니까
인품도 훙륭하신 분이 겸손도 하셔...
글치요 제 인품이 쫌 훙륭하긴 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