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놀이란 아주 먼 옛날 제사의식에서부터 연원하며 유구한 역사 속에 형성된 기층민중의 유일한 놀이음악이다. 둔전병에 의해서 군악으로 이용되기도 했고 사당패들에 의해서 포교 권선 목적으로도 이용되었지만 농사가 주업이었던 우리나라에 노동과 직결한 농촌오락의 전반에서 발전해온 전통음악이라는 면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농악"이라는 용어는 일제시대부터 사용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불려 지던 이름은 지방에 따라 좀 다르지만 풍장, 풍물, 두레, 매구, 매굿 등이다. 현재는 음악적으로 세련되고 발전하여 "사물놀이"라는 무대공연종목으로 많이 공연되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은 악(기악), 가(성악), 무(춤) 종합예술형태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성격으로 풍물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의 민속놀이와 함께 공연되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 노동과 놀이에 연관한 민요(들노래), 그리고 여러 가지 춤사위를 포함하여 포괄적 의미를 갖는다. 풍물놀이의 종류는 지방에 따라 악기편성, 채(장단), 진법 등에 따라 각각 다르다. 대체로 크게 나누어 보면 경기 충청지방에 전승되어지고 있는 웃다리풍물이 있고, 호남지방의 좌도굿과 우도굿이 있다. 그리고 삼천포에서 크게 발전한 영남농악, 철원지방에 전승되어지는 영동농악 등이 있다.
우리 풍물소리는 사람의 박동을 고동치게 하고 모여들게 하는 힘을 작용하며 화합하게 하는 마력을 갖는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풍물소리와 함께 살아왔다. 풍물소리가 나면 습관적으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거리낌없이 판에 끼여들어 한판 굿을 쳤다.
'굿'이라 하면 무당의 푸닥거리 정도로 생각되기 쉬우나 전통 음악적인 측면에서 '놀이'를 '굿'이라 했다. 예를 들면 풍물놀이를 풍장굿, 풍물굿, 매구굿, 두레굿 등으로 불렀다. 그리고 전라도의 좌도굿. 우도굿. 마당밟이굿, 경상도의 걸궁굿. 소떼장이패굿 등이 그것이다.
우리민족에 있어서의 굿은 화해의 장이요 화합의 자리였다. 우리는 성대한 민족적 축제인 굿을 통해 개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협동체로서의 감정까지도 다 풀어 버리는 음악문화를 갖고있는 민족이다. 지쳐있던 농군들이 풍물소리만 듣게 되면 갑자기 얼굴에 생기가 돌고 신명나고 당당한 농군으로 변신한다.원수 같았던 사람들도 판굿만 벌어지게 되면 모두 한데 어울러져 뿌연 막걸리 한잔으로 얽히고 설킨 감정을 모두 풀어 버린다.
일제는 그것이 겁났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제는 '굿'을 미개한 신앙으로 치부해 버리고 민족해체를 기도하여 스스로 수치를 느끼게 한 것이 해방이후에도 왜곡된 인식을 바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가 놀라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것을 어설프게 흉내내며 따라 가는 모습이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와 소리를 가지고 자신 있게 보여주는 모습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전통 음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진정한 의미를 바르게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짧은 역사 속에 단절되고 왜곡되었던 문화오류를 올바로 정립하고 바르게 인식해야 할 크나큰 숙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21C에 지구촌의 무대에 당당히 서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다같이 노력해야 할 때이다. 그 해답의 실마리 하나를 제시한다면, 풍물소리가 나거든 무조건적으로 그 판굿에 단 한번만이라도 직접 참여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좀 계면쩍으면 숯검정이라도 얼굴에 바르고 보릿대 춤이라도 마음껏 추워 보라. 그러면 우리의 신명을 한 것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전통문화이해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