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ROME
· 제작사 - 영국 BBC, 미국 HBO 합작
· 제작진 - 알랜 포울, 알란 테일러, 앨런 콜터, 제레미 포데스와, 줄리언 파리노, 마이클 앱티드, 미카엘 살로먼, 스티브 쉴, 티모시 밴 패튼
· 배우 - 키애런 하인즈, 폴리 워커, 제임스 퓨어 포이, 케빈 맥키드, 레이 스티븐슨, 토비어스 멘지스
· 批評
이번에 영국 BBC와 미국 HBO가 합작으로 만든 로마(ROME)는 우리가 흔히 아는 로마사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대를 묘사한 사극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오랜 시간끝에 갈리아를 정복한 직후의 시저가 부르투스의 칼을 맞고 죽기까지의 상황이다. 하지만 흔히 예상하는 것과 달리 주인공은 시저가 아니다. 시저는 여러명의 주인공 중 하나일 뿐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기본 줄거리를 담당하는 인물임에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주인공은 바로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타이투스 폴로라고 하는 2명의 병사다. 엄밀히 말하면 보레누스는 백부장이며 폴로는 일반 병사다. 물론 역사상 이런 인물이 존재하는지는 로마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마 없는 듯 하며, 시저가 아닌 일반 병사의 눈으로 본 로마사이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에게 생소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대부분의 역사가 지배계층의 역사들이기 때문에 일반 민중에 대한 부분은 알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 또한 지배계층과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이 달랐을 것이 분명한데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기존의 여러 사극과는 달리 새로운 면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주인공 이외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여러명의 주인공들이 있었기에 극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여러명의 주인공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시각 관점이 이 드라마에 존재한다는 뜻이 될텐데 그 점이 이 드라마의 첫번째 특징이다. 마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여러 캐릭터들이 얽혀 있는데 영화는 단 한편으로 끝난다면 이건 10편이 넘는 장편인데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복선에 복선이 깔려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실제, 주인공들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은 결론을 맞이하고 극중에서 내내 악역(?)을 담당했던 폴로만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어 그 또한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특징을 꼽으라면 이 드라마에서는 철저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극을 꾸려나갔다는 것이다. 이거야 뭐 사극이라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자칫 사극같은 시대물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역사적 사실의 재구성에만 치중하다보면 재미를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에 치중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일반 사극과 다르냐, 하면 이른바 야사의 기록, 정사와 다른 또 다른 기록들에 대해서도 절충해서 묘사해주는 센스(?)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저의 동성애에 대한 구설수, 시저 아들에 대한 많은 의혹 등 여러가지 역사적 사건을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아하~저랬을 수도 있구나'하고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사극이면서도 이렇다할 전쟁씬 없이 캐릭터들간의 감정 표현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이 점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극의 수준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느끼는 주인장으로서도 이 점만은 로마에 비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용의 눈물'이라는 사극에서 태종과 세자간의 뛰어난 감정 연기가 큰 호응을 받았었는데 마치 그때와 같은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쟁씬이라고는 첫회에서 갈리아 정벌 장면을 살짝 보여줄때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을 뿐이다. 즉, 역사를 보는데 있어서 정치사 혹은 전쟁사 중심이 아닌 인물을 중심으로 봤다는 면에서 나름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느끼는게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OCN에서 한편씩 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불법(?)으로 다운받아서 10편이 넘는 장편을 며칠만에 단숨에 봤던 기억이 새삼 난다. 거의 영화라고 해도 믿어도 될 정도의 대규모 셋트장과 수많은 캐릭터의 등장, 생생한 당시대의 복원 등 여러가지 면에서 사극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던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조금 그랬던 것은 외국 작품이다보니 잔인한 장면이나 야한 장면에 대한 여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원작이야 그렇다쳐도 TV 방송에서도 어느정도 모자이크 처리만 했을뿐,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부분만 제쳐둔다면 한번쯤 보길 권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특히 검투경기를 복원한 장면에서는 '글레디에이터' 못지 않은 긴장감과 전율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전체적인 경기장을 복원함은 물론이고 잔인한 경기장면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이러한 검투장면을 비롯한 개개인 캐릭터들의 복장을 비롯해서 그 당시 일반인들의 삶을 잘 표현해낸 것이 상당히 눈에 띄었던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를 본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데 주인장은 옥타비아누스와 폴로가 보레누스의 부인과 바람을 핀 남자를 추궁하기 위해 끌고간 장소를 보고 놀랐다. 그곳이 바로 하수도였기 때문이다. 로마 시대의 하수도라.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면 하수도에서 추격전이나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종종 보는데 로마시대에서도 그 배경을 하수도로 처리한 점이 주인장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었던 것이다.
분명 사극임에도 기존 사극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던 로마.
앞으로도 이런 좋은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면서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