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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7시 30분 명동성당에서는 요셉의원을 위한 자선음악회 「노래의
날개 위에」가 열린다. 후원회가 올초부터 준비를 도맡았다. 후원회원인
피아니스트 신수정(경원대 음대학장)씨가 국내 정상급 음악가 6명을 섭외했다.
소프라노 송광선, 메조소프라노 김청자, 테너 강무림, 바이올리니스트 송재광,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서계령씨 등이 흔쾌히 무료 출연키로 했다.
2500장의 유료 입장권은 벌써 동났고 2500장의 무료 초대권은 병원을 거쳐간
자원봉사자들과 후원회원, 도움을 받았던 병원 관계자들에게 전해졌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 대로 살아온 선우경식(55) 원장은 이번에는 말문을 열었다.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선우 원장은 귀국 뒤 종합병원 내과과장으로 근무하다 그만두고, 87년부터 요셉의원에만 매달려왔다.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결혼도 미뤘다.
병원 수납실 책장에 빼곡한 2만4000여장의 진료카드는 요셉의원의 역사를 말해 준다. 병원을 찾는 사람은 하루 120~150명 정도. 지난 세월 쌓인 진료횟수만 23만여회다. 자원봉사자들도 수천여명이 거쳐갔다.
『우리 환자들은 대부분 죽어서 병원을 「졸업」합니다.』
선우 원장은 지금까지 수백통의 사망진단서를 썼다고 했다. 가끔 경찰서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십중팔구 객사한 행려병자의 시신을 인수하라는 것이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행려자의 유일한 신분증은 요셉의원 약봉지나 환자카드. 『마지막 길을 지켜 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훌륭히 재기한 사람도 있다. 신림동 다리 밑에서 살던 알콜중독자 김봉식(가명·52), 안근우(가명·42)씨는 술을 끊고 병원의 일꾼이 됐다. 선우 원장은 『제일 험한 사람이었는데 버릴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했다.
요셉의원에는 묵묵히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다. 13년 동안 매달 한 번씩 찾아와 병원청소를 해주는 다솜봉사단원들, 해군본부 행정실에서 일하면서 30년간 산동네 주말 진료에 참여해 온 황영건(66)씨, 대구에서 10여년간 무료 진료하다 97년 합류한 산부인과 내과전문의 김민정(48)씨, 40여년간 환자를 돌봐 온 아일랜드 출신 앤다(75) 수녀, 세실리아(70) 수녀…. 현재 요셉의원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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