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꼭 환갑을 맞는 배우 임채무 씨(60). 그에 대한 기억은 세대별로 다를 것 같다. 10~20대 젊은이들은 월드컵 축구심판 모레노를 패러디한 아이스크림 광고 모델을 떠올리며 폭소를 터트릴지도 모르겠다. 40줄 넘긴 중년이라면 80년대 인기드라마 ‘사랑과 진실’ 속의 멋진 남자 배우로 기억할 터다. 70~80년대만 해도 임채무 씨는 노주현, 한진희, 이영하 씨와 함께 지금의 ‘F4’를 능가하는 정상의 배우였으니까.
임채무 씨는 요즘 방송가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종 드라마와 CF에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 우선순위를 두고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경기도 장흥에 위치한 가족유원지 두리랜드 관리다. 살고 있던 여의도 아파트를 떠나 거처도 아예 장흥으로 옮겼다. 그는 처음 장흥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부터 소개했다.
“73년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고 단역으로 활동할 때였어요. 당시 장흥에서 사극을 많이 찍었죠.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도 온종일 기다리기 일쑤였어요. 그때 심심해하면서 ‘이렇게 풍광 좋은 곳에 가족과 놀러 올 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데뷔 7년 만에 그는 정상에 올라섰다. 비었던 지갑에 돈이 쌓였다. 80년대 후반 CF나 행사로 하루 새 7000만원도 넘게 벌어봤다고 했다. 당시 집을 몇 채 살 만한 액수다. 무일푼으로 10㎡(3평)짜리 단칸방 월세에서 시작, 목동 182㎡(55평) 아파트로 옮겼다. 이 무렵 단역 때 가졌던 생각을 현실로 옮기기로 했다. 장흥에 조금씩 땅을 사들인 것. 결국 3만3000㎡(1만평) 넘는 땅을 마련했고, 1만㎡(3000평) 대지에 놀이동산을 지어 척박한 장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 게 벌써 18년 전인 91년이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늘 어린이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무명시절 MBC 어린이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할 당시 지금의 장모 눈에 띄어 아내와 결혼할 수 있었다”는 뒷얘기도 덧붙였다.
임채무 씨는 이미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장흥의 땅 시세는 수백억원을 넘어선다. 그는 부자가 된 공을 부인에게로 돌렸다.
“결혼 이후 모든 재산관리를 아내에게 맡겼어요. 거의 모든 재산의 명의도 아내에게 돌렸지요. 대신 저는 일만 했습니다. 제가 어설프게 운용에 관여했다간 재산을 모으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땅부자라고 당장 주머니가 두둑한 것은 아니다. 그는 ‘땅거지’라는 표현을 썼다. 땅보다는 두리랜드 사업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아내에게 큰소리는 치죠. 노후에 땅이라도 팔아 여행도 다니고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요. 하지만 당장 땅을 팔 리 없어요. 두리랜드를 어떻게 활성화시킬까만 고민하고 있지요.”
두리랜드에 쏟아 붓는 그의 정성은 대단하다. 모텔촌 이미지가 생겨버린 장흥에서 가족단위 유흥객이 잘 모이지 않는다. 주말은 그래도 괜찮지만 주중엔 적자다. 직원이 30여명인데, 월 4000만원씩 손해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30여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재개장했다. 그의 낙천적인 성격 덕분이다. 그는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여의도 집을 팔면 그만”이라며 “돈은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장흥 발전에는 온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장흥이라는 좋은 공간을 모텔로 채우기는 아깝죠. 양주시와 협력해 장흥을 살릴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에요. 텐트촌과 캠핑촌을 만들어볼 계획도 세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