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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행복한 중년의 쉼터♡ 재중동포와함께 원문보기 글쓴이: 한마음
‘언젠가 작은 나의 땅에 경계선이 사라지는 날
민통선이라 불리는 민간인통제선. 말 그대로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철원에서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당당하게 민통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철원에는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고석정(孤石亭)이라는 곳이 있다. 이름 그대로 풀어 ‘외로운 바위의 정자’라는 뜻이다. 굽이 흐르는 강줄기와 바위의 조화가 아름다운 고석정. 이곳에 자리한 철의삼각전적관에서는 민통선 견학 신청을 받는다. 절차는 간단하다. 견학 당일 20분 전까지 신청서를 작성, 고석정 입장권과 신분증을 제시한 후 민통선에 드나들 수 있는 허가증인 차량표지판을 받으면 된다. 드라이브 준비는 이것으로 끝이다.
민통선에 진입하기 전, 고석정에 들른다. 고석정은 신라 진평왕이 세우고, 고려 충숙왕이 노닐었다는 곳이다. 조선 명종 때에는 임꺽정이 정자 건너편에 석성을 쌓고 웅거, 의적활동의 근거지로 삼았다.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은 곳이다. 그래서인지 고석정에서는 선인들의 풍류가 느껴진다. 고석정(孤石亭) 이름 그대로인 외로이 우뚝 선 바위의 정자에 선 그들. 굽이치는 까마득한 물줄기와 명암을 달리하는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한껏 놀다 지쳐 숱한 밤을 지샜을 법하다. 정자에서 바라본 강줄기는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 놓은 듯 한탄강 제일의 절경을 선사한다. 무리를 이룬 자동차가 고석정을 빠져나가면서 이색 드라이브는 시작된다. 무엇보다 앞 차를 놓치지 않으려 줄을 이어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이 재미있다. 텅 비어 있는 민통선의 도로에서 이어지는 자동차의 행렬은 더욱 볼 만하다. 모두들 말 잘 듣는 초등학생이 된 듯 얌전하게 차를 몬다.
논과 밭은 민통선을 이루는 대부분의 풍경이다. 풍경에 시선을 고정하고 길을 이으며 여유를 느낀다. 민통선이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여유라니. 아이러니하다. 창을 열어 바람을 느끼고, 클래식 프로그램에 라디오 채널을 고정하면 배가 된 평화로움이 밀려든다.
30분 가량 길을 이어 닿는 곳은 제2땅굴이다. 군인들의 통제 하에 땅굴 답사를 한 다음, 50분 정도 후에 월정리역으로 출발한다. 달우물, 월정리(月井里)역은 금강산까지 달리던 경원선 열차가 지나던 곳이다. 시골 간이역은 끊어진 철로, 소나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쁘다. 허나 역사 안에는 부서진 열차의 잔해가 아직 남아 녹이 슬어가고 있고, 곳곳에 총탄 자국이 그 날의 잔인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월정역에서 서울까지 104KM, 원산까지는 123KM’라고 쓰여진 표지판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다.
월정리역에는 북한이 바라보이는 철의삼각전망대가 있다. 도착하자마자 전망대에서 약간의 안보교육을 실시하지만 역사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 낫다. 월정리역을 나와 드라이브 길 끝에 자리한 제2금융조합, 얼음창고, 농산물검사소는 아픈 역사를 모두 안은 듯한 폐허다. 그나마 외관을 갖춘 농산물검사소는 철원 지방 농산물의 품질을 검사하던 곳이었으나, 해방 후 불순분자를 색출하고 반공 인사를 체포하는 검찰청으로 사용됐다. 시대를 거스르며 용도가 바뀐 건물에는 묘한 기운이 흐르는 듯하다. 마지막 검문소를 통과하며 처음과는 반대로 차량표지판과 신분증을 맞바꾼다. 2시간30분 가량의 민통선 여정은 이것으로 끝이다. 검문소를 통과하면 노동당사가 나온다. 노동당사는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까지 노동당이 사용한 철원당사다. 마을마다 백미 200가마를 착취하고 인력과 장비를 강제 동원해 지은 당시의 건물은 지금, 총탄의 흔적으로 흉물스럽게 변했다. 건물 뒤 방공호에서는 당시의 아픔을 말해주는 인골과 실탄, 철사줄 등이 발견됐다.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총탄자국은 누가 누구를 겨냥해 쏘아댄 것들인지 소름이 끼쳐 온다.
노동당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몇 년 전, 뼈대만 남은 건물 안으로 들어선 적이 있다. 힘든 세월을 버텨낸 건물 안에는, 그런데 참 낙서가 많았다. 그들의 위대한 사랑과 우정에 힘찬 박수를 보내지만 어찌 보면 건물만큼 흉물스러운 흔적이었다. 노동당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제일감리교회가 자리했다. 일제시대에는 독립자금을 조달하는 장소로, 공산 치하에서는 기독교 반공학생회의 본거지로 이용됐다. 한국전쟁 때에는 인민군 병동으로 사용되다가 군인들이 철수할 때 지하실에서 양민을 학살했다 한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한 교회는 1937년 당시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세워졌으나 지금은 문의 흔적 정도만 남았을 정도로 무너졌다.
왔던 길을 되돌아 관포사거리를 지나 우회전하면 백마고지다. 10일간 395고지의 주인이 24회나 바뀔 정도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백마고지. 심한 포격으로 파괴된 고지를 공중에서 보니 백마와 같아 백마고지라 이름했다. 전투전적비가 잘 가꿔진 잔디 위로 솟아 있으며, 격전 당시의 신문기사와 사진 등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자리했다.
길을 바꿔 다시 고석정까지 간다. 고석정에서 문혜리 방면으로 1.4km를 가면 승일교가 나온다. 한탄강 강줄기와 어울리는 아치형 다리다. 나이를 먹어 거무튀튀해진 승일교는 한탄대교가 완공되며 쓸모를 잃었다. 그래도 콰이강의 다리와 닮았다는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 승일교는 다리를 반씩 지은 이승만과 김일성의 이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철원이 북한 땅이었던 1948년에 공사를 시작했다가, 1958년 남한에서 다리를 완공했으니 충분히 나올 법한 얘기다. 헌데 정설은 조금 다르다. 한국전쟁 당시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다 전사한 박승일 연대장의 이름을 땄다는 거다. 정설대로 따진다면 박승일(朴昇日)의 한글을 빌려 이승만의 ‘승(承)’과 김일성의 ‘일(日)’을 붙여 승일교(承日橋)를 완성했을 듯하다.
승일교까지 봤다면 철원의 여정은 거의 끝이 난다. 피안에 도달하는 절 도피안사(到彼岸寺)와 한탄강이 크게 굽어 협곡을 이룬 순담계곡,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불리는 직탕폭포 등은 철원 여정의 보너스다.
<찾아가기> 대중교통: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오전 5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신철원(갈말), 구철원(동송)행 버스를 타도 되고, 수유역 앞에 수유터미널에서 오전 6시15분부터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직행버스를 타도 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대공원 후문과 지하철 노원역, 의정부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잠시 정차해 손님을 태운다. 철원에서 고석정까지는 동송읍(20분 소요)이나 신철원버스터미널(20분 간격 운행)에서 시내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상봉시외버스터미널(02-435-2129), 수유리시외버스터미널(02-994-0634), 신철원터미널(033-452-2551), 동송터미널(033-455-2339)
<이용정보> *고석정 (단체 500원)
*민통선 드라이브
<음식점>
<온천>
<관광문의>
<주변볼거리> 도피안사: 이승의 번뇌를 해탈해 열반에 도달한다는 피안. 피안에 도달하는 절, 도피안사(到彼岸寺)에서 세속의 번뇌를 잊어본다. 때는 통일신라. 도선국사는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을 철원 안양사에 봉안하려 승려들과 길을 나섰다. 헌데 힘든 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던 무렵, 그만 불상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불상에 발이 달리지도 않았을 일. 일대를 샅샅이 뒤져 불상을 찾아낸 그들은 이를 부처님 뜻이라 여기고 불상을 모실 작은 절 도피안사를 지었다. 불상에 숨어 지내던 부처님도 그곳을 피안이라 여겼을까.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을 모신 도피안사는 세속의 번뇌를 잊고 피안에 이를 듯 고요하다. 한국전쟁 이후 불타버린 사찰을 중창불사 하느라 여러 날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경내가 하얗게 눈에 덮이는 날이면 절집의 고요함은 절정에 달한다. 직탕폭포: 폭이 넓은 폭포의 모양새가 나이아가라와 닮았다고 해 한국의 나이아가라라 불린다. 3m에 불과한 폭포의 높이가 다소 실망스럽지만 가까이서 보면 끝도 없는 규모에 놀라게 된다. 그밖에 직탕폭포 근처 태봉대교에는 한탄강 줄기가 아찔하게 펼쳐지는 45m 높이의 번지점프장이 있다. 순담계곡: 한탄강이 크게 굽어 협곡을 이룬 순담계곡. 장중한 조화를 이룬 암벽과 바위 틈으로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가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조선 영의정을 지낸 김관주가 관직 은퇴 후 여생을 보내며, 제천 의림지의 순채(純)를 옮겨다 연못(潭)을 만들어 순담계곡이라 이름했다 한다. |
첫댓글 33여년전 동송에서 군생활할때 많이 본 곳이라 감회가 새롭네요 감^^솨합니다
그러셨군요~ 철원 민통선 한번 가보고 싶어요^^
군대때 잊지못할 풍경인데 인제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