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 가게를 털어라.
제목부터 무슨 말인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다. 야채가게를 털어라!
혼자 유학하면서 먹는 것이 가장 불편하면서도 귀찮다. 먹을 거 많다는 중국에서 뭐가 걱정이야? 라며 날 쏘아보지 마라. 직접 가봐라. 진짜 먹을 만한 게 얼마나 있는지. 아마도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보양식이니 중국 궁중 요리니 하는 음식들이 엄청 맛있어 보였을 것이다. 물론 진짜 맛있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 입맛에 썩 맞지는 않다. 일단 누구나 알다시피 기름이 많고 느끼하다. 매스컴에서 엄청 맛있게 먹어야만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측은할 때도 있다. 내가 먹다 뱉어버린 그 음식이 맞는 것 같은데 방송을 위해(그 사람 입맛에는 맞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음식이었다.) 오만가지 표정으로 맛있음을 표현하는 걸 보고는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구나 라며 감탄했던 적이 있다. 설령 맛있는 것이 지천이라해도 사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한국 식당은 물가에 비해 가격이 비싸 학생의 입장에서 자주 갈 엄두는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시장에서 파는 야채며 식자재들의 가격의 마력에 중독되면 해 먹어야겠다며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중국은 많은 것들이 저렴하지만 식자재는 그 중에 각별한 저렴함을 자랑한다. 식당 창업 책은 아니므로 가격까지 나열하진 않겠다. 가격 같은 것은 나열해봐야 시간이 지나고 환율이 바뀌면 싹 달라진다. 그럼 작가는 잘못된 정보의 전달로 욕만 먹는다. 그래서 안 하는 거다. 그래서 제목에서 보이듯이 야채 가게는 직접 털어라.
내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야채의 단어는 다 습득할 수 있었던 것은 야채가게를 매일 털었기 때문이다. 야채 하나 사면서 뽕을 뽑을 작정이었다. 야채 가게에 들어간다. 일단 그날 해 먹을 요리에 맞는 야채를 봐두고 주인아줌마를 상대로 야채 이름 배우기를 시작한다. 감자, 오이, 호박, 부추, 가지...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보이는 대로 묻는다. 주인 아줌마가 대답해주면 바로 따라한다. 그리고 그냥 나오면 내가 주인이라도 화 날 테니까 필요한 야채를 적어도 하나는 사서 나오는 수업료는 지불한다. 그리고 다음 날 또 간다. 매일 가서 반복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야채는 하루에 하나 또는 최소량만 사서 그날 먹고 다음 날 또 사는 사이클이 가장 적합하다. 또 어제 물었듯이 닥치는 대로 묻고 따라하고 기억한다. 이 짓거리를 살면서 거의 매일 한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야채를 말로 주문하는 영광의 날이 마라톤의 결승점을 찾아오듯 도래한다. 보통 남자는 잘 사먹지 않는 야채나 과일 등의 단어에 약하고 여자는 스포츠 분야의 단어에 약하다. 난 이런 남자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야채 가게를 부단히 털었고 덤으로 요리 실력까지 늘었다. 그렇다고 내 요리가 맛이 있는 건 아니나 사람이 먹을 수는 있다. 얼마나 좋은가?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일석이조 아닌가? 야채 이름을 알면 식당에서 이 요리에 어떤 재료가 들어있는지 알 수 있어서 사진이 없는 메뉴판에도 자신이 생기고 어떤 맛일지 대충 짐작이나마 할 수 있다. 지금 사진 없으면 주문 못하는 당신. 찔릴 것이다.
메뉴의 이해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어떻게 제조한 것인지도 알아두면 상당히 좋다. 특히 처음 중국음식을 접하는 사람은 호기심 반, 불안감 반으로 뭐가 들었는지 어떻게 만든 것인지 곧잘 묻는다. 친구라면 잔말 말고 먹으라며 넘어갈 수 있지만 직장 상사나 중요한 의전 혹은 접대에서는 큰 곤욕을 치룰 수 있다. 다 잘 하다가도 음식에 들어간 재료 하나 몰라 능력에 대한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내가 그런 곤욕을 겪어본 아픔이 있기 때문에 일러두는 것이다. 높은 분들은 몰라서 묻기도 하지만 알면서 묻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음식에 뭐가 들었는지 묻는 것이 어떤 새로운 정보를 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준비성과 자세를 평가하기 위해 묻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야채 가게를 털기 시작했다면 확실히 탈탈 털어버리길 바란다.
첫댓글 읽을 수록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요...중국에 가면 도움될 것 같습니다...
얻으실게 있으셔서 다행입니다.^^
반복학습이 중요하지요. 잘 알았습니다.
봤던거 또 보는게 젤 힘든일이죠..ㅠㅠ
우와 신기하다ㅋㅋㅋㅋㅋ
ㅎㅎ 어떤게요?
아하 - 야채가게를 털어야 하는구낭~
아주 탈탈 버리세요! ㅎ
잘 봤습니다..매사에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단 말씀이시군요..
"호박"을 중국어로 어케부르는지요..??
난과입니다. 南瓜(nan gua)입니다. ^^
저도 중국말은 전혀 못해도 야채가게가서 물건도 사오고 김치도 담거먹고 오이 소박이도 해먹는 답니다, 하얼빈에서 장춘 까지도 왔다 갔다하구요,
닥치면 하게 되있더라구요, 뭐라 궁즉통이죠!! 한자는 그런대로 아니까 다니는덴 불편은 없는데 의사소통이^^ 암튼 야채가게부터 털어야 겠네요, 감사^^
말이 안통하는데도 용감하고 씩씩하게 다니시는 모습에 저 역시 존경을 표합니다. 오이 소박이...먹고 싶어지네요...^^;
언젠가 시간이 나시면 하얼빈행 하세요, 반갑게 기다릴 께요^^ 아파트가있으니 숙식걱정은 붙들어 메시고!!
말씀만이라도 벌써 든든해집니다. 이렇게 넓은 지구에 제가 발 붙일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늘었네요^^
제이지님글을 읽다보면...저도 모르게 옳거니하고 고개가 저절로 끄떡끄떡...긍정의 한 표를 던지고 있네요오늘도 한 수 배워가서
도움이 되신다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독자에게 공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작가의 가장 큰 행복이니까요.^^
근력에 지구력까지 요하는 마라톤 추천합니다. 처음엔 야채이름부터 차차 요리까지, 1킬로부터 42.195킬로까지 도전해보세요.심장이 터지는 뜨거운 눈물을. 항상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재미있게 도전하시고 표현하시고 멋지세요.
그 느낌을 절대적으로 아시는군요. 한번 만나뵙고 싶습니다.^^
공감합니다.저도 중국(광동)에 근무시 중국식당과 한국식당을 많이 이용했지만 내가 먹고싶은 것을 하기위해 시장을 많이 이용하여 야채, 과일,고기등을 많이 샀습니다.한번은 장어구이를 하려고 장어를 사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잠바쟈크를 내리면서 손을 옆으로 벌리면서 잘라달라고 하니 알아듣더군요.바디랭귀지가 통한거죠.중국은 장어구이보다는 탕으로 요리를 많이하는것 같았습니다.
바디랭귀지 역시 대단한 언어 중의 하나죠. 저도 초반에는 오만 몸짓으로 설명했던게 생각이 납니다. ㅎㅎ
정말 공감이네요..중국어를 어느정도해도 생소한 분야에 대한 단어를 몰라 의사소통이 안됐었던 경우가 많아요.. 정말 어학공부에서 띵부동님 천재인듯 ㅋ 제가 공부하던 시절에 팅부동님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ㅎㅎㅎ
천재는 아닙니다..ㅎㅎ 부끄럽네요.^^;;; 아직 저도 마니 부족해요 ㅎ
음...아주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네요....한수 배우고 갑니다
도움되신다니 다행입니다.^^
좋은 공부 방법이네요! 6월에 가면 꼭 써먹어봐야지 ㅎㅎ
이제 중국에 가시나보네요. 건강히 잘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야채가게를 자주 털어야겠네요~~
매일 털어주세요!
야채가게 뿐만아니라 모든가게에서도 통하겠네요...
좋은작전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글도 잘읽었구요
흐흐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