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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암사/정호승
오늘은 본격적인 옥룡설산 등반하는 날.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빛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옥룡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산은 西遊記에서 삼장법사한테 혼이 난 손오공이 갇혀 벌을 받았다는 산으로 전해져 더 신비감을 주는 산이다.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萬年雪로 덮여 있고 희귀한 식물이 많아 중국의 빙하 박물관 또는 식물 왕국이라 불린단다.
어제는 합파설산 중턱의 車馬古道 길을 걸으면서 호도협 건너로 변화무쌍한 옥룡설산 모습을 보았는데, 그 곳은 이곳과 반대쪽으로 오늘은 주봉 선자두(해발 5596m)를 바라보기 위해 주봉 바로 아래에 있는 5100m의 망설봉 전망대까지 오르는 본격적인 등반코스다. 전망대 이상은 나시족이 신성시 여기는 지역이라 등반이 허가되지도 않으며 또 험한 바위들이라 올라 갈 수도 없는 곳이란다.
새벽 6시 반 기상. 7시 아침. 7시 반 출발. 8시 옥호마을에 도착. 본격적인 옥룡설산 산행에 들어선다. 특이한 것은 이곳에서부터 옥주경천을 거쳐 마황패란 분지를 지나 3,600여m인 전죽림까지는 말을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쉬었다 걸었다는 하지만..... 이유는 추측건대 물론 이 곳 사람들의 馬夫로서 돈벌이는 당연한 것이고, 이곳이 워낙 고지대에다 높이 올라가는 곳이라 高山症의 증세 때문에 처음부터 힘들게 올라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느낀 것이지만 4,000m를 넘어서면 5분만 걸어도 숨이 차고, 머리가 띵해오는 것이다. 말이 없다면 당일로 정상(?)까지 갔다 내려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고산증 증세는 두통, 짧은 호흡, 구역질과 구토 그리고 불면증이 대표적이고 처방약은 없다고 하며, 충분한 물 섭취와 저지대로 빨리 내려오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 가이드가 누차 강조한 상태라 아스피린도 챙겼고 누구는 비아그라가 좋다고 떠들기도 하고, 하여간 그래서 말을 타고 간다는데, 그런데 이 말 타고 산을 간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나로선..... 물론 처음 타보는 말이라 중심잡기도 힘들고 육중한 내 몸무게 때문에 말도 고생하고(짜식! 손님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 가벼운 아줌씨들도 있는데 내가 걸려가지고는,,,,그래도 불행중 다행인지는 몰라도 놈이 틈실하다), 더군다나 내리막길은 키 큰 사람에게는 거의 앞으로 꼬꾸라질 것 같아 뒤로 젖혀주면서 손잡이를 잡아야 하는데 그게 쉽게 되지 않는다. 결국 내려올 때는 평지 외에는 걸어 내려왔다. 근 2/3는......
오르다 보니 우리나라의 고산지대에 흔한 구상나무(?)의 솔방울 색깔이 보라색이라 왕회장나으리가 이야기하는데 진짜 약간은 희안하게 생겼다.
아무튼 비가 오면 거머리가 많다는 마황패의 초지를 지나고 3,000m이상에서만 산다는 코타에서도 많이 보았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이끼식물도 보고, 드디어 전죽림에 도착하여 미리 당도하여 물을 끊여놓은 셀파들 덕에 중국 컵라면에 과일 몇 조각, 그리고 김밥 몇 개로 배를 채우고 -사실 배가 부르면 고산증이 더 잘 온다는 말에 조금씩만 먹는다 - 당근은 나땜시 고생한 말 주라고 마방 할배한테 준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흐린 날씨에다 비까지 뿌려 시계 제로다. 가파른 길이라 숨은 가파오고 끝없이 죽죽 미끄러지는 마사토 길을 지나고 충초평이라는 초원을 지나가는데, 이 곳이 유명한 동충하초가 많이 나오는 곳이라 그런지 이상한 하얀 버섯같은 것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배파 - 녹설해라고는 하나 어디가 어딘지 하나도 안 보인다. 드디어 잔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눈구덩이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비와 눈이 섞인 듯한 눈을 맞으며 앞 사람의 발자국만 보고 따라 올라간다. 중간중간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띵해오면 그 자리에서 잠시 쉬며 상태가 좋아지면 또 오르고, 선두에 선 셀파의 발자국은 왜 이리 작은지 여름 등산화인지라 금방 눈이 들어와 질퍽거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춥지는 않은지라 견딜만하다.
한참 코를 박고 힘들게 오르는데 선두가 정상이라며 소리쳐 올려다보니 검은 바위덩어리가 시커맣게 서있다. 걱정했던 고산증 증세도 심하지는 않았고, 가끔 숨이 가파도 잠시 쉬고나면 그 뿐. 고산증의 두려움은 떨쳐버렸다. 사실 앞 편에서 미리 기록했지만 이곳의 정상은 全人未踏의 處女地이기에 이곳 5,100m인 대협곡의 망설봉까지만 등정이 되는 것이다. 사실은 4,700m정도 된단다. 정상 부위는 雲霧에 가려 보이질 않고, 아무튼 걸어서 가장 높이 올라왔다는 뿌듯한 가슴을 안고 사진을 찍다보니 조금씩 구름이 걷혀간다. 아쉬운 마음에 구름이 걷히면 조망이 있으려나 기다려 보지만 다시 또 구름이 몰려들고 하여 할 수없이 발길을 돌리는데, 셀파가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러도 몇몇은 내려올 생각이 없나보다. 조금 내려오다 보니 後發 走者인 夫婦들이 얼굴이 노랗게 떠서 올라온다. 그래도 대단하다. 그대들은 한국의 아줌마들. 나머지 한 쌍은 중간에 고산 증세로 내려갔단다.
조금 내려오니 드디어 구름도 걷히고 충초평의 초원과, 모래가 흘러내리는 유사패의 장관, 마황패의 초지, 그리고 멀리 여강 시내의 분지가 내려다 보인다.
점심 먹은 곳에서 馬夫들이 기다리고 있다. 삐리리는 가져갔던 당근과 사과를 자기 말에게 주는데 사과는 마방 아저씨가 낼름 빼앗아 자기가 먹어버린다. ㅎㅎ. 다시 말을 올라타고 조금 내려오다 말에서 내려버린다. 차라리 걸어가는 것이 훨씬 편한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내려오는 길의 말타기는 진짜 고역이다. 키가 큰 사람에게는..... 마황패분지에 와서 다시 올라탔다가 다시 내려 걸어 내려간다. 말이 속도가 빨라 따라가는 것이 약간은 힘들다. 나중에 보니 가지각색이다. 떠드리와 시끄리도 반은 걸어내려 왔다고 하고, 마샘은 자기가 마부, 주인장 아주머니는 말을 타고 내려오고, 하기야 말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있다던데 우리 팀은 무사히 사고없이 내려왔다. 처음 내려 쉬었던 곳에서 다시 올라타 초원지대를 지나 마지막 옥호마을을 향해 내려가다 내려 마부 아저씨에게 담배나 한 보루 사주려고 가게를 찾다보니 이 아저씨 어느새 손자가 달려 나와 말 등에 태우고 자기 집 방향의 골목으로 들어가 버린다.
후미가 올 때까지 가게에서 맥주를 먹고 고추와 마늘 등 부식거리를 장만한다.
힘은 들었지만 재미난 하루였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방에 모여 커피포트에다 라면을 끓여(- 이것 때문에 다음날 체크아웃때 걸려서 벌금 형식으로 10위안을 냈다)소주 한잔을 마시며 이번 산행의 의미를 이야기하다, 그래도 중국의 밤거리를 걸어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3명은 자고 5명이 호텔을 나섰다. 길을 잃을 수도 있어 똑바로 갔다 다시 뒤돌아 오는 길을 택했다. 시끄리는 이번 여행내내 어른들用品에 무척 애착을 가졌었는데, 사실 중국의 어른들용품 가게는 특이하게도 약국의 한 구석에 자리한다는 것이다. 믿음을 준다는 뜻인가? 우리나라 포장마차같은 곳을 들어갔다 황당한 일을 당한다. 양꼬치 구이를 무턱대고 5개를 시켜 맥주와 먹고 있는데 맛도 영 니글니글인데, 하필이면 우리 자리 밑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생쥐 한 마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 쥐는 완전히 얼어서 도망갈 꿈도 못 꾸는 상태였는데 갑자기 삐리리가 벌떡 일어나 바지를 끌러내리더니 무엇인가를 털어버린다. 괴성을 지르며 얼굴은 말 그대로 恐惶 상태이다. 사연인즉슨 그 생쥐가 엉겁결에 옆에 기둥(?)을 타고 탈출을 한 것인데 그곳이 하필이면 삐리리의 사타구니였던 것이었다.
모두 기겁을 한 상태라 맥주고 뭐고 바로 나와 버린다. 중국주인 양반들은 재미있단다. 이런 황당한 일이...... 진짜 점점 더 중국이 싫어졌다.
부리나케 길을 내려오다 보니 차 타고 지나치다 자주 보았던 포장마차식 과일가게에서 망고를 맛본다. 그저 중국음식중 입맛에 맞는 것은 과일뿐이었다. 그 중 삐리리가 볼 때마다 달걀 꾸러미같다던 것을 자세히 보니 대나무 죽순이었다. 무지하게 크다.
다음날. 마지막 여정이다. 오늘은 여강 시내의 시장과 고성, 공원등 관광코스다. 그중 점심을 한국식 식당에서 먹는다니 무척 기대된다.
우선 시장은 우리나라와 똑같다. 유난히 야채가게가 많다. 뭘 사려해고 해도 말이 통해야 하지. 여긴 중국의 중심이 아니라 邊方이라 그런지 영어가 거의 필요없다. 오로지 중국말이다. 중국말이라고는 이얼싼쓰와 셰셰, 니하오마, 닌하오마, 부케치, 메이콴시, 정도인데...... 아니지. 이루핑안도 있지. 누구는 얼마냐 좋은가!란다. 즉 천박한 민족주의를 옹호한 뜻한 말을 하는데 그것과는 다른 것이다. 최소한 기본적인 영어 정도는 해줘야지 이건 완전히 국수주의다. 이건 청도공항의 면세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면세점 같지도 않은 곳이지만 그 곳의 점원도 원투쓰리를 모르니..... “It's shame"부끄러운 일인지 ”It's a shame"유감인지 “It's our shame"우리 잘못인지......도통 모르겠다.
하여간 거대한 수차(水車)가 있는 입구를 거쳐 여강고성 안에 들어서면 줄지어 서있는 기와집과 거미줄 같은 골목 및 水路가 눈앞에 펼쳐진다. 긴 세월의 정취가 담겨져 있는 돌길, 기품 있는 나시족 전통의 기와집, 迷路처럼 복잡한 골목길, 깨끗한 水路 속에 사는 금붕어떼와 집집마다 걸어 논 화분의 화려한 꽃들.…. 기와집 안에는 다양한 소수민족의 삶과 문화가 깃든 전통 공예품을 파는 상점과 특색 있는 카페가 관광객의 눈길을 이끌지만 중간중간 고기파는 음식점은 여전이 니글니글. 이 곳 水路의 물은 옥룡설산의 물이 지하를 거쳐 옥룡담 공원의 상부에서 다시 솟아 올라 이곳으로 흘러내린다고 한다.
地震에서 살아남은 고대 건축 미학과 도시계획의 완벽한 보존 상태는 세계문화유산 등록의 원동력이었지만, 더 중요한 秘訣은 따로 있단다. 바로 여강의 주류 민족인 나시족의 독특한 문화와 생활풍속 때문이었단다. 나시족은 현재 총인구 30여만 명으로, 중국 내에서도 크지 않은 소수민족이다. 오늘날 나시족 대부분은 여강을 중심으로 운남성에 정주해 살고 있지만 원래는 티벳이 주 고향이었단다. 이들이 신봉하는 동파교 역시 티벳 불교의 원류로 알려진 본교와 맥이 닿아있는 고대 종교로, 萬物에 精靈이 있다고 믿는 샤머니즘적 多神敎的 신앙 관념을 그 바탕으로 한다고 하는데, 생활의 문자로 나시족의 정신세계와 감정을 표현했던 동파문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이제 지구상에 살아남은 최후의 象形文字였던 동파문자는 여강의 무분별한 商業化와 漢族化로 化石과 같은 관광상품으로만 남게 되었다고 하니, 과연 중국 정부의 끈질긴 漢族化 정책이 이곳 邊方의 나시족에게도 그 여파를 드리운다 생각하니 비록 남의 나라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 조선족을 향한 東北工程 정책으로 본다면 중국이 무서운 나라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萬古樓라는 여강 중앙의 사자산 정상에 있는 5층 목탑의 전망대에 오르니 사방으로 여강 시내가 다 조망된다. 멀리 옥룡설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고.......고성의 중간 木部라는 왕족이 살던 건물을 중심으로 기와집이 총총히 그곳을 에워싸고 있다.
점심약속 장소인 한국식 식당에 오니 사장님만 한국 사람이지 실은 중국식으로 된 한국음식이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중국 여인네들이 카드놀이를 하는데 그 수준이 거의 도박 수준이다. 소리를 질러가며.....하여간 우리도 즉흥적으로 카드 20장으로 일명 두장보기를 한다.
음식은 그런데로 먹을 만하다.
다시 고성 광장으로 나오니 나시족 여인네들의 민속공연이 펼쳐져 구경하다 보니 관광객이 같이 끼어든다. 떠드리도 같이 두어 바퀴 돌다 다음 코스인 흑룡담 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비가 오는 와중에 공원을 거쳐 여강공항으로 와 다시 의자에 앉아 두장보기 2차를 한다.
사실 이곳의 중국 사람들은 3명 이상만 모이면 카드놀이를 한다. 물론 공항에서도 마찬가지....그래서 우리도 흉내내본다.
올 때와 반대로 청도 가는 길은 만만디도 없고 잠깐 졸다보니 청도 공항인데 희안하게도 비행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대합실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먼저 그 연변아가씨의 청도자랑을 또 다시 들으며 중심가의 사천요리 음식점에 오니 규모가 쾌 크다. 대기하다 나온 음식은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그 향기는 니글니글이다. 몸에 좋은 보약이라니 먹는다. 중국 술도 먹어보고.....
다시 공항으로 가 면세점에서 쇼들을 한다. 우리 시끄리 기어코 어른들용품 가게에서 손짓발짓해가며 밀고댕기다 2차에 가서 기어코 하나 들고 온다.
난 마누라가 부탁한 ‘아이크림’인가를 화장품가게 점원에게 물어보니 모른단다. 아니 화장품 가게 아가씨가 그걸 모르며 어쩌란 말인가. 마침 지나가는 한국 아주머니를 불러 설명해보라고 하니 물건을 쭉 보더니 여기에는 없단다.
그걸 사가야 설악 용아장성을 갈수 있는데 큰일이다. 닭 대신 꿩이라고 마누라가 요즘 한창 재미들린 붓글씨 관련 벼루와 먹, 붓 등을 살려고 보니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너무 조잡하다. 그래도 면세점인데..... 게이트에 오니 우릴 태우고 갈 ○○○○항공 승무원아가씨들이 있어 물어보니 비행기 안에서도 취급하니 이따 탑승 후에 알아보아 준단다.
이렇게 좋은 한글말이 있는데......아무튼 거금주고 마누라 ‘아이크림’과 딸내미의 ‘립크로스’를 사고 아들놈은 산행 때 먹다 남은 쵸콜릿으로 때웠다.
인천에 오니 새벽 4시 전.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 인천의 물텀벙이를 추천했으나 아직 시간상 일러, 가장 확실한 신내동의 24시 감자탕으로 향해 소주 한잔으로 끝이다.
아무튼 4박6일의 두 번째 해외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각자 집으로 고고
첫댓글 떠들이! 백운봉! 산행사진은 않올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