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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공상과학소설]
서기 2037년
- 은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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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미래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될 것이고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미래는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우주전쟁의 액션과 스릴이 판을 칠 것인가?
그리고 인간이 과연 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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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의 숫자를 삽입한 괄호는 밑에 별도의 '註'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제6화
죄와 벌(Law Application:법적용)
올해 스무 살을 맞은 일본계 젊은 여성 ‘미찌꼬 게이샤(Jp. 2wej-Toyo, Mizzico Geisha)’의 비극이 매스컴을 타면서 전 인류를 경악케 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이스넷 방송사들을 통해 우주에까지 생방송된 그녀와 관련된 방송은 한때는 시청율 27.493%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아니, 도대체 유니타스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기에 그런 엽기적인 행각이 아직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그러게, 유니타스가 실시각으로 전 인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얘기가 거짓이란 말인가? 그 미찌꼬라는 여자도 문제가 있지. 어찌 그런 일을 당하고서도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하기사 과학문명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했기로서니 32억이나 되는 인간들을 무슨 수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겠어. 유니타스가 신이 아닌 이상 말이야.”
“아마 유니타스에 신원등록이 되지 않았던 게야. 떠도는 소문으로는 신원등록이 안된 인간들이 수백만 명, 어쩜 수천만 명 이상은 된다고 그러더구먼.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신원등록이 안된 인간들이 어딘가에서 미찌꼬처럼 엽기행각에 희생양이 된다거나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지도 몰라.”
미찌꼬는 두 돌이 갓 지났을 무렵 친부모의 이혼으로 버림을 받고, 이후 복지센터의 중재로 일본계 중년사업가 ‘이또오 히로야끼(Jp. 1Sidni-Gei, Ito Hiroyaki)’씨 부부에게 위탁되어 성장하였다. 마침 그들 부부사이에는 친자녀가 없어 그녀를 친자식처럼 애정을 듬뿍 쏟으며 키어왔으나, 그녀가 열 살이 될 무렵부터 히로야끼의 사업이 점차 부진을 면치 못하더니 마침내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히로야끼가 십 수 년 넘게 운영해왔던 사업은 음식업소 등에서 사용한 기름때로 얼룩진 프라이팬이나 석쇠 등을 수거하여 깨끗하게 세척한 다음 다시 공급하는 일로, 한창 잘 나갈 때엔 직원을 삼십여 명씩이나 거느렸고 연매출도 8천만 엔을 넘어섰다. 그러나 2026년을 고비로 외식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으니, 환경공해로 인해 자연산가축이 자취를 감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봐야할 것이다.
가축의 멸종으로 자연산육질과 가장 흡사한 인공육질의 개발, 즉 스퀘어식 대량육질양생법이 개발되었으나, 이미 철저한 1인 독거주의의 확산과 그에 걸맞는 푸드문화의 혁신으로 굳이 음식점을 찾지 않아도 1인 독거룸 가르치 안에서 얼마든지 입맛에 맞는 음식을 자동이송장치인 푸드콘에 의해 공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2020년대 초까지만 해도 최고의 번성기를 누렸던 외식산업의 몰락을 초래했으며, 일부 특화된 패스트푸드점 외엔 대부분의 대중음식점들이 점차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대중음식점들이 사라지자 필연적으로 히로야끼의 사업도 따라서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망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때문에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빚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후 그는 유니타스 재정국 신용평가위원회의 권유를 받아들여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으나 결과적으로 거주지 및 모든 경제활동을 제한받기 시작했다. 그는 마땅히 할일을 못 찾고 놀고 지내는 날이 지속되자 점차 심각한 우울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직업을 구하지 못해 수입이 없다 해도 가장 기본적인 생활은 유니타스 정부가 보장한다지만, 왕성한 성취욕에 활동력 또한 강한 그로서는 할일이 없다는 것이 여간 죽을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히로야끼는 점차 말수가 적어지고 괴팍한 성격으로 변하여 그의 아내 ‘지에꼬(Jp. 2Dory-Omo, Gieko)’에게 손찌검까지 예사로 하게 되면서 그들 부부간에는 다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낀 미찌꼬 역시 불안하기로는 마찬가지였다. 다정다감한 반면에 자립심이 강하기도 했던 지에꼬는 히로야끼가 사업이 몰락한 이래로 걷잡을 수 없으리만큼 타락해가는 모습이 보기에 안타까웠으나, 그녀로서는 기껏해야 위로의 말 외엔 별다른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점점 난폭해지며 폭력까지 휘두르자 절망감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그의 계속된 구타로 인해 심신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더니 급기야 중증신경쇠약에 걸렸다. 그리고 그로인해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러나 지에꼬가 자신의 고통을 아무리 간곡히 호소해도 반미치광이로 돌변한 히로야끼의 귀에 들릴 까닭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에 대한 지나친 독점욕은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게 함으로서 그녀를 자신의 가르치 안의 반 평 남짓 골방에 가두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얼마 후 지에꼬는 골방에 갇힌 채 싸늘한 시체로 일생을 마감했다.
지에꼬의 죽음은 현장에 파견 나온 멍청한 검시관에 의해 어이없게도 자해로 인한 자살로 판정 났다. 미찌꼬가 그 모든 정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해도 의부 히로야끼의 악행을 고발할 수 없었던 것은 너무 어린나이이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로도 이미 극도로 심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동안 히로야끼는 가르치 안에 틀어박힌 채 죽어라고 디지털게임에만 몰두했다. 그가 즐기는 게임 대부분은 섬뜩한 폭력물이었고 때론 극단적 새디즘 일색의 음란물이었다. 먹는 것도 잊고 면도나 이발도 도통 하지 않아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어깨까지 길게 자란 머리칼은 서로 엉겨 붙었으며 삐쭉 삐쭉 제멋대로 솟구친 턱수염은 다듬지 않아 몰골은 흡사 짐승처럼 험상궂어보였고 더욱이 번들거리는 눈빛은 섬뜩하여 전율을 느끼게 했다. 게다가 깎지 않아 길게 자란 손톱은 단단하고 예리하기론 칼날 같았기에 걸핏하면 그 손톱으로 미찌꼬를 마구 할퀴곤 하여 그녀의 몸은 그로부터 긁힌 상처로 성한 데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의 모습은 그 옛날 지구에 살았다던 인류의 조상 네안데르탈인인가 하는 야만인을 가감 없이 연상케 했다.
어느 날부턴가 히로야끼는 여자로서의 때깔을 제법 갖춘 양녀 미찌꼬를 노골적으로 넘보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를 개처럼 목줄을 채워 가둬놓고 온갖 가학적인 짓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그녀의 몸을 재료로 하여 예술작품을 만들려는 듯 팔다리를 큰 대자로 쫙 벌려 가죽 끈으로 묶어 꼼짝 못하게 해놓고 온몸에 문신을 그려나갔다. 손톱을 예리한 송곳처럼 갈아서 그 손톱으로 그녀의 몸에 상처를 낸 다음 그 상처에 염료를 주입하는 작업이 몇날 며칠에 걸쳐 진행되었다. 문신은 팔다리나 몸통, 얼굴뿐만 아니라 그녀의 예민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겨드랑이, 사타구니, 음순, 항문, 그리고 눈꺼풀까지 남겨진 여백 없이 전신에 새겨졌으며 마지막으로 혀까지 집개로 잡아 뽑아 혓바닥에도 새겼다.
미찌꼬는 이미 초죽음상태로서 웬만한 고통에는 무감각해져 문신을 하는 동안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문신이 끝나자 그녀의 몸에는 둥근 링 모양의 컬러스테인리스 고리들이 주렁주렁 매달리기 시작했다. 고리들은 크기나 굵기, 색깔이 제 각각으로 양쪽 귓불에는 지름이 12센티에 이르는 굵은 고리가 매달렸고 콧구멍 사이도 관통되어 지름이 5센티 가량 되는 은빛 나는 고리 세 개가 끼워졌다. 위 눈꺼풀과 아래눈꺼풀도 각각 한 개씩의 고리가 끼워져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배꼽이며 음순이며 항문에까지 제법 큰 고리들이 끼워졌으며 그 외에 젖꼭지와 위아래 입술에도 고리들로 장식되었다. 그리고 양쪽 겨드랑이에서 허리를 지나 허벅지, 종아리를 거쳐 복숭아 뼈 부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팔목에서 어깨에 이르기까지 은빛 나는 작은 고리들이 촘촘하고도 가지런하게 살갗을 꿰고 끼워졌다.
문신염료는 청색과 초록색, 그리고 연두색과 노란색을 위주로 사용했기에 그녀의 모습은 온몸이 초록이끼로 덮인, 그리고 가지런히 박힌 은빛 고리들로 인해 지느러미가 달린 물고기괴물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스테인리스고리들이 서로 부딪히는 미묘한 소리로 묘한 하모니를 이뤘다.
미찌꼬는 7년여 동안 히로야끼에 의해 노예처럼 감금된 채 지속적인 성폭행을 당해왔다. 몸도 만신창이지만 정신도 온전할 리 없었다. 잘 길들여진 애완동물처럼 그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할 수밖에 없었고 그 어떤 감정도 얼굴에 드러낼 줄을 몰랐다. 그녀는 그의 성유희 행각에 있어서는 ‘오~ 예스!’란 말을, 평상시 그의 지시에 따를 땐 ‘고자이마쓰!’란 말만 같은 템포, 같은 억양으로 되뇔 뿐이었다.
그러다가 2037년 2월 14일, 히로야끼의 가르치에 물류센터 콘폴에서 파견한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찾아왔고, 사용연한이 다 된 푸드콘(Food-con) 교체시기임을 알렸다. 히로야끼는 교환을 완강하게 거부했으나 그들은 쉽게 물러나려하지 않았다.
“별도의 비용이 청구되는 것도 아닌데 바꾸지 않겠다는 이유는 뭡니까?”
“아직 교체해야 할 때가 아니라서요.”
“그건 댁이 정하는 게 아니고 콘폴에서 정하는 겁니다.”
콘폴 직원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생전 씻고 다듬지 않는지 행색은 더할 나위없는 비렁뱅이요 거기다 지독한 냄새까지 풍겨났다.
“어쨌든 내가 싫다는데 억지로 바꿔줄 이유는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에겐 사용연한이 다 된 물건은 반드시 신품으로 교체해 줘야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더군다나 푸드콘 아닙니까?”
“아직 쓸 만하니 돌아가 주시오.”
“그럼, 아직 쓸 만한 지 확인이나 하도록 물건이나 봅시다.”
“이 사람들, 싫다는데 왜 귀찮게 구나?”
버럭 고함을 지르고는 밖에 두 사람이 있든 말든 가르치 입구 문을 봉쇄해 버렸다. 한동안 두 사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서로에게 건넸다.
“대개 사용연한이 다되기도 전에 신제품으로 갈아달라고 졸라대는 사람이 태반인데, 저 사람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일세.”
“생긴 게 꼭 화적놈같이 생겨가지고…. 또 그 냄새…. 똥쿠린내도 아니고 찌린내도 아니고. 그 뭔 냄새가 그리도 지독하냐?"
“근데 좀 수상하다 느껴지지 않나?”
“뭐가? 내 보기엔 그 놈 미쳤다니까….”
“미친것 같기도 하지만…, 뭔가 수상쩍어.”
“그래? 그럼… 혹… 뿅(42)을 한단 말이지?”
“예감이…, 그 몰골도 그렇지만 그 눈빛 좀 봐. 완전히 약에 쩔은 눈빛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음날 이른 새벽, 유니타스 감찰부 소속 UNC(Unitas Narcotic Control)(43)요원과 수색전담수사관들이 히로야끼의 가르치에 들이닥쳤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는 히로야끼의 저항도 그들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3칸디 남짓의 비좁은 그의 가르치 안은 칸막이로 여러 개 나뉘어져 있고 방방마다 온갖 허접스런 잡동사니들이 치우지 않은 쓰레기들과 함께 그득 쌓여있어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으며, 그것들로부터 풍겨 나오는 지독한 냄새로 코를 움켜쥐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다.
전담반들에 의해 그의 가르치 안에 쌓여있는 물건들뿐만 아니라 칸막이마저 모두 뜯겨져 문밖으로 옮겨졌다. 끄집어내도 끄집어내도 한도 끝도 없는 것이 그의 물건들이었다. 그렇게 물건들을 끄집어내어 쌓아놓고 보니 산더미를 이루었다.
“참 묘한 인간이로군. 쓸 만한 물건은 없고 쓰레기만 잔뜩 쌓아놓고 사는 인간일세.”
“미친놈이지. 생긴 것도 야만족이 따로 없다니까.”
“근데 뿅은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네.”
“그러니까 뿅을 한 게 아니라 미쳐서 그런 게야.”
그 와중에 누군가가 외쳤다.
“여기, 이상하게 생긴 동물이 하나 있는데요.”
미찌꼬는 제일 안쪽 한구석에 죽은 듯이 웅크리고 꼼짝 않고 있다가 그들에게 발견된 것이다. 목에는 개목걸이를 한 채 기둥에 묶여 있었다. 모두들 넋 나간 듯 한참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한 동물이 아니라 사람인 게야. 그것도 젊은 여자인데….”
히로야끼는 물론 극적으로 구조된 미찌꼬도 다행히 신원등록과 함께 써얼브레인에 자신의 신체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어 마카메디컬룸에 의해 본래의 자신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신적 치료는 한동안 지속적으로 받아야했다.
히로야끼는 정상적인 신체로 리모델링된 직후 유니타스 과학수사위원회에 회부되었다. 피해자이자 증인으로 채택된 미찌꼬는 지에꼬의 죽음도 히로야끼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따라서 위원회에서는 지에꼬의 죽음에 대한 미찌꼬의 증언을 받아들여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BMCS(Brain Memory Control System)(44)를 이용하여 히로야끼의 두뇌에서 지난 10년간의 기억을 재생하여 분석에 들어갔다. 기억일지는 당시의 상황을 히로야끼의 눈의 각도로 여과 없이 재생했다. 그리고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지에꼬의 죽음은 히로야끼의 지속적인 폭행과 감금 등으로 인한 돌연사로 규명했다.
히로야끼가 저지른 죄는 미찌꼬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죄와 지에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감금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죄에 해당되었다. 따라서 유니타스의 초집적지능컴퓨터 투가에 과학수사위원회에서 밝힌 히로야끼의 범행과 관련된 자료를 입력하여 가장 적합한 형량을 산출해내었다.
그 결과 미찌꼬의 성폭행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집된 동일사안에 관한 317,127,342건의 판례를 근거로 하여 격리구금 128,472.45시칸을 적용, 불법문신 및 신체가혹행위의 경우 동일사안 19,938,152,443건의 판례를 근거로 하여 격리구금 241,958.43시칸을 적용, 감금의 경우 동일사안 231,784,236,422건의 판례를 근거로 하여 격리구금 43,245.31시칸을 적용했고, 지에꼬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폭행의 경우 동일사안 2,178,293,723,187,473건의 판례를 근거로 하여 격리구금 76,336.12시칸을, 감금의 경우 동일사안 231,784,236,422건의 판례를 근거로 하여 격리구금 43,245.31시칸을 적용하였으며, 뿅의 상습복용혐의는 없는 것으로 밝혀져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했다. 따라서 히로야끼에게는 격리구금 총 533,257.62시칸이 구형됐다. 이는 과거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187년 3개월 27일에 해당하는 중형인 셈이다.
그렇듯 범법자의 죄질에 따른 판결은 일괄적으로 초집적지능컴퓨터 투가에 의해 내려졌는데 과거의 검사가 죄에 대한 형량을 구형하고, 변호사가 피고를 변호하여 선처를 읍소하고, 판사가 쌍방의 구형사유와 변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판결을 내린데 반해 과거의 모든 판례를 투가에 입력하여 동일죄질에 따른 수많은 구형을 합산, 구형수로 나누어 집행했다. 실제로 투가에 의한 구형에 대개의 인류들이 만족하는 듯했다.
투가에 의한 판결은 법조계에서의 심한 반발로 답보상태를 유지해 오다가 과거의 모든 판례를 투가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동일 범죄에 따른 형량이 법원에 따라 담당판사에 따라 천차만별임을 밝혀내고 결과적으로 판결이 판사의 감정에 따라 형량이 좌우되는 사례가 많은 것이 입증되었다.
예를 들면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의 뺨을 이유 없이 한 대 때렸을 경우를 들어보자. 1978년 8월 14일 미국 캔사스시티 법정판례의 경우 벌금 3,200달러, 2004년 11월 5일 오하이오의 아오아미시티 법정판례의 경우 구류 17일, 2022년 7월 22일 영국 웰링턴 법정판례의 경우 구류 3일, 1983년 7월 12일자 한국의 부산 동부지원 법정판례의 경우 벌금 20만원에 손해배상 50만원을, 2016년 4월 9일 광주 모 법정판례의 경우 구류 8일 등 객관적 형평성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음을 발견한 것이다.
따라서 동일범죄라도 검사나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또는 판사의 성향이나 당시의 기분상태 및 피고의 인상에 대한 느낌 등에 따라 형량의 차이가 있어 사람이 사람의 죄를 묻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고, 차라리 인간의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컴퓨터의 통계적 판결을 원했던 것이다.
투가에 의한 판결은 2035년 5월 1일을 기해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었다. 그로써 전횡을 일삼던 법조삼륜의 전성기는 막을 내리게 되었고 판검사, 변호사는 물론 법조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일거에 직업을 잃게 되었다.
유니타스는 투가를 법적판결수단으로 삼음에 있어 투가의 판결효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인간들로 구성된 배심원제를 별도로 두었다. 32억 인류가운데 16세 이상의 성인 중 무작위로 추심하여 임기 100시칸(약 1,145일로 약 3년에 해당)의 배심원 1천 2백 명을 선출하였으며, 그들 배심원들이 투가의 판결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투가의 판결은 과학수사위원회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배심원들은 투가에 로그인하여 가부를 묻는 버튼을 클릭하면 다수결 원칙에 의해 투가의 판결이 승인되는 것이다.
그리고 죄질의 중함에 따라 격리구금의 형식도 별도로 배심원단에 묻는데 히로야끼의 경우 굴뚝형(Detained Smokestack)(45)에 872명, 동굴독거에 224명, 동결(영하 223℃로 급속 냉동시켜 죄수용 저온창고에 보관)에 86명, 불응 18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히로야끼는 굴뚝형에 처해졌다.
- 註 -
(42) 뿅(Bbyong) : 유니타스는 모든 인류에 대해 중독성 마약의 제조, 유통, 판매, 사용에 대해 엄격하게 금지시켰다. 특히 마약의 불법제조에 대해서는 200년 이상의 격리구금을 시켰고, 유통이나 판매자에 대해서는 30년 이상의 격리구금을, 사용자에 대해서는 10년 이상의 격리구금을 시켰다. 뿅은 ‘뿅~ 간다’란 한국어에서 나온 이름으로 주성분이 필로폰과 동일하나 다량의 수은이 함유되어 있어 상습복용자는 수은중독자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마약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다.
(43) UNC(Unitas Narcotic Control): 유니타스 직속기관인 감찰부소속의 마약단속요원으로 마약 등과 관련된 정보수집, 범죄단속활동을 벌인다. 1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44) BMCS(Brain Memory Control System): 두뇌기억재생장치. 사람의 기억은 뇌의 피질에 밀집되어 있는 1천억 개로 추정되는 뉴런에 일종의 생물학적 전자파로 저장된다. 한 개의 뉴런은 1바이트의 기억소자로서 기억의 용량에 따라 많은 수의 뉴런들이 상호작용하여 기억의 형상을 구체화한다. 따라서 뉴런이 수명을 다해 소멸되면 자연히 기억의 일부도 함께 소멸되는 것이다. BMCS는 뉴런에 저장되어 있는 생물학적 전자파를 물리적(디지털) 전자파로 전환하여 이를 재구성하는 시스템이다. BMCS는 뉴런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소자들을 일정시간대만큼 추출하여 코드화하고 이를 다시 화상(시각), 소리(청각), 감각(미각, 촉각, 후각 등을 망라), 감정(느낌) 등으로 분류하여 디지털화한 다음 총체적인 편집과정을 거쳐 상황을 재구성한다. 이미 소멸되어 사라진 뉴런의 기억소자는 BMC(Blur More Configuration)필터로 전후상황과의 개연성을 추출한다.
(45)굴뚝형(Detained Smokestack) : 투가 및 배심원들에 의해 굴뚝형이 확정된 죄수는 높이 20미터에 이르고 몸이 꽉 끼이는 철재 굴뚝에 갇힌 상태로 형기를 마치게 되어 있다. 까마득한 굴뚝 꼭대기에 하늘만 동그랗게 보이는 곳에 옴짝달싹할 수 없게 갇혀 지낸다고 생각해보라. 이것만큼 폐쇄공포증을 유발하는 형벌은 따로 없을 것이다.
200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