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동강마을 - 운서마을 - 송전마을)
(2009-09-26 06:05:00 sfm홈피)
* 동강마을에서 금계마을까지는 15.2km로 다소 길어 나누어 걸었습니다.
* 동강마을 - 운서마을 - 송전마을까지...
* 송전마을 - 송대마을 - 용유담까지...
* 송대마을에서 벽송사까지는 길이 닺혀 송대마을에서 모전마을을 지나 용유담으로 내려옵니다.
또 길을 걸어 갑니다.
/// 삐딱이 ///
중학교 다니면서 부터 모자를 삐딱하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딴에는 그게 무슨 멋이나 되는 것처럼...
중2가 되면서 부터는 교복 후크도 풀고, 윗단추 하나 정도는 잠그지 않는 게 예사였습니다.
그러면서 막걸리, 담배도... 만화가게 였습니다.
마음도 삐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형적인 삐딱이가 되어 간 것입니다.
사물을 보는 눈도 삐딱해져 갔습니다.
오늘 날이 꽤나 덥습니다.
모자를 쓰니 삐딱이 생각이 났습니다.
인제는 모자도 마음도, 사물을 바라보는 눈도 바로 가지려고 노력해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시 바른게 좋은 것'입니다.
다시 모자를 고쳐 씁니다.
"모자 똑 바로 써" 이게 맞습니다.
삐딱하면 마음도 눈도 비뚤어 집니다.
한 쪽 어깨도 처지고, 하물며 카메라 앵글도 틀어지더이다.
바로 할려고 노력한 결과 이젠 좀 나아진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오늘 길을 시작합니다.
푯말 - '표시팻말'이라 부르던 걸 푯말이라 부름 되네요.
길걸음 시작 첫 꽃입니다.
붉은 게 더 크고 화려하여 파랑을 살리려고 노력하여 대비시켜 봅니다.
내게는 '나발꽃'이 더 정감이 가는 이름인데, 국어사전에서는 '나팔꽃의 잘못'이라고 일갈합니다.
내 생각엔 지금도 나발도 나팔도 둘 다 맞습니다.
나발은 세상의 시시비비를 까발리는 것이고, 나팔은 악기 이름이니까요!!
나발(팔)꽃의 생김새는 나팔같지만, 시시비비는 나발을 이용해 나발불어야 하니까요...
나발꽃은 세상의 시시비비를 모든이에게 알리라고 핀 꽃이니까요...
출발한지 1분도 안됐는데 쉼터라니요!
팽나무(포구나무)
돼지감자(뚱딴지)
미역취
오늘 길은 동강에서 벽송사 까집니다.
길동무는 K부부입니다.
푯말을 보고 운서마을쪽으로 향합니다.
콘크리트 포장 농로길 입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게 나발꽃입니다.
봄부터 피기 시작하는 나발꽃은 한 해에도 2-3차례나 꽃을 피운다지요.
길가에 청, 홍이 나란히라 카메라에 얼른 담아봅니다.
바로 팽나무 쉼터가 나옵니다.
사진만으로 대신합니다.
팽나무 하니, 포구총 생각이 납니다.
우리가 먹기도 하고, 대나무관으로 만든 대총에다가 풋 열매를 넣어 쏴대던 그 포구나무입니다.
열매는 작은 콩알만 했고, 녹색이던 열매가 누렇게 익습니다.
어릴때 많이 먹던 간식이었지요.
뿐만아니라 까막 끼치들의 맛나는 간식이기도 하구요...
들판에는 누런 벼들 뿐만 아니라, 꽃들도 노란색이 많습니다.
금마타리, 미역취, 감국, 호박꽃, 달맞이꽃, 금계국, 금불초, 돼지감자 등등...
그 중에서도 길가에 무리지어 피어 있는 돼지감자가 압권입니다.
아름다운 가을꽃으로 자리매김 합니다.
이름에서부터 천대를 받아왔음이 분명합니다.
소화가 잘 안돼 사람이 안 먹는다고 '뚱딴지'라니요.
해바라기나 루드베키아(원추천인국)보다 오히려 더 꽃색과 모양이 화려합니다.
요즘은 성인병에 좋다고 재배까지 한다지요.
길을 가다 노랗게 핀 돼지감자를 보거들랑 이뻐해 주시지요.
도구를 칩니다.

도구친다..

도구치는 논...
세면포장길을 터벅터덜 또 걸어갑니다.
농부님 부부가 '도구치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모릅니다만, 하시는 일 모습이 "도구친다" 였습니다.
그 말은 어찌나 퍼뜩 생각나던지요.
도구치는 모습은 아주 어릴적에 보고, 처음인데 말입니다.
촌놈이란 말이 달리 없나 봅니다.
요즘같이 기계농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조차 없는 모습이지요.
층층논이니까 가능하지요.
어릴적에 도구치는 날엔 추어탕을 먹은 기억이 납니다.
자연적인 영양보충 이었지요.
다시 한번 의미를 새겨 봅시다.
나락이 누렇게 익으면 생장시에 풍부했던 물을 빼냅니다.
타작을 위해서는 나락을 베어서 말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논 가장자리에 물고랑을 내는 것입니다.
수군포(삽)나 괭이도 필요 없는 순전히 손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가장자리의 나락포기를 쑥 뽑아서 논 안쪽으로 밀어 부칩니다.
물고랑이 생긴데에다 사이사이 발로 밟아 작은 물꼬를 터줍니다.
이리하면 논안 속의 물이 빠져 나옵니다.
다시 빠져 나온 물은 아래 물도랑으로 흘려 보냅니다.
여러 논에서 빠져 나온 물은 아래 논배미에서 합쳐집니다.
제법 큰 물길이 되지요.
그러면 거기에 소쿠리나 대발을 받칩니다.
미꾸리나 붕어를 이리 잡지요.
물이 다 빠진 논에서는 논고둥(우렁이)도 잡고요.
고둥을 가지고는 '가리장'이라는 영양식을 해 먹지요.
그리고선 촌놈인 나도 겨울잠을 잡니다.
그때 그 시절은 다시 안오겠지요?
한 참을 서서 도구치는 모습을 보고 옛생각에 젖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진종일 향수에 젖는 날인가 봅니다
운서마을 지나며...

오트리바리바리.
村老들의 소중한 교통수단이다.
실려 있는 물조리가 이채롭다.
있다가 나도 한대 마련해야지...

깐치밥(까치밥).
'까치밥나무'하곤 다르지요..
찔레꽃의 열매니까.
신맛과 매운맛이 살큼 나는 단 열매다.

전부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다.

감나무골.
운서마을의 집들엔 감나무가 1그루 이상씩이다.

둘레길 조성때 만든 쉼터.
고개마루에 위치한 쉼터는 길손에게 참 휴식을 제공한다.
물도 있고...

익모초

잠깐 이어지는 소나무길.
산길도 아닌 것이...
날볕이 땡볕이다.
근간에 제일 더운 날씨다.
게다가 세면길을 계속 걸으니 발바닥도 좋아하지 않는가 보다.
그나마 운서쉼터의 휴식이 길손에게는 꿀맛이다.
이 맛에 길을 가는게지.
'수철 - 동강'구간과는 달리 평일인데도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지나면서 인사와 길 여정에 대해 주고 받는다.
쉬엄쉬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게 길을 걷는 의미이리라.
追憶에 젖어 鄕愁에 젖어 사나이는 다시 오련다!!!
동강을 지나 송전마을에 들다.

동강은 이리 구비져 흐른다.

누린내풀..

송전가든.
기와정자가 꽤나 운치 있어 보인다.

가든 앞의 고추가 해를 듬뿍 받는다.
저게 태양초다.

벌통 - 주민들의 생계수단..

굿 할려면 여기로 오시요.
효험이 많탕깨로.. 번호 잘 외워두소.

아픈 역사의 흔적.

둘레길 가거들랑 제발 제발 손대지 마시요.잉~~!!!

개나리의 봄.
가을날인데...
인간들이 널 이리 정신 빠지게 맹글었구나!

송전마을..
역사는 아픔과 같이 하는가?
구비져 흐르는 동강가의 아스팔트길을 땀이 범벅인채로 걷는다.
송문교를 지나면서 부터 이어지는 아스팔트는 더 고역이다.
첩첩산중, 적막강산의 산길에 매끈한 길이 있어 편리야 하겠지만 길손에게는 영 아니다.
산을 의지하여 살아온 주민들의 아픈 역사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현장을 지금 걸어가고 있다.
땅이라고는 몇 뼘쯤 되어 뵈지 않고, 오직 산에서 삶의 끈을 이어오는 순박한 민초들 이었으리라.
이념의 갈등속에서 영문도 모른채 사라져간 영령들에게 잠시나마 기도해 본다.
"부디 부디 맺힌 것 다 푸시고 훨훨 날아가시라"고...
松前마을이다.
전형적인 산골마을인데 비교적 아담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마을 입구 정자에선 어르신들이 말린 고추의 꼭지작업이 한창이다.
"안녕하시냐?"고 건네는 인사에도 별 반응이 없으시다.
다만 둘레길 푯말에 새겨진 "길을 열어주신 동네 주민께 감사드립니다"는 말이 길손의 가슴을 후벼판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얼마나 限이 사무쳤으면!!!
나무대비석가모니불
나무관셈보살마하살
나무지장보살마하살
나무제대보살마하살
여기서 5리를 더 가면 소나무 쉼터가 나옵니다.
하여 마을 이름도 송전마을이구요.
* 다음 길은 송전마을에서 시작하여 모전마을을 거쳐 용유담으로 내려옵니다.


<사진제공 지리산둘레길안내센터>
첫댓글 그옛날 도구치고 물꼬내면
송편을 하나씩 꽂아두어
빼먹고 했던 기억도 있다
'물꼬'
오래만에 들어본다.
천왕할매 굿당....
참... 조타 ^^
... 우리 삼신할매
... 외국산 ()()() 보다 영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