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령스러움 -
물음 "신령스러움(靈)이란 무엇입니까?"
조주선사 "깨끗한 땅위에 한 무더기 똥을 눈 것이다."
학승 "확실한 의미를 알려주십시오."
조주선사 "노승을 뇌란(惱亂)하게 하지 말라."
問 如何是靈者 師云 淨地上 一堆屎 學云 請和尙的旨 師云 莫惱亂老僧
사족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신령스러움에 잘 끌려간다. 그래서 술사들은 신령스러움으로 사람을 유혹하여 먹고 사는 것이다.
만약 스님들도 그렇다면 더러운 똥을 팔아서 생계나 꾸려가는 똥지게꾼이라는 소리를 면할 길 없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라. 스님이라면 당연히 도를 이루어 사람을 교화하는 것이 본분일 것이다.
그러므로 스승이 돌아가시면 교화방편에 대하여 널리 전파하고 사람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데 죽은 사람의 뼈를 보물이라면서 신비로움을 부각시켜 사람을 현혹시키고 있다면 옳지 못하다.
훌륭한 스승들의 유언을 들어 보라. 죽은 뒤 절대 사리 같은 것을 줍지 말라하지 않았는가.
사리가 나온 것은 그리 별스런 것이 아니다.
만약 사리가 대단한 것이라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사리가 안 나와야 한다.
그런데 종로 대각사에 다니던 평범한 한 노보살의 시신에서도 다수의 사리가 나왔다.
그러면 이 보살을 부처로 떠받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사람의 뼈다귀로 사람을 미혹하게 하여 스님을 높이 추앙하려고 한다면 잘못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이 팽배해 있으면 곧 불교가 망하는 줄 알아야 한다.
적어도 10만근이나 나가는 망치로 내려쳐도 부서지지 않아야 가히 사리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런 사리가 있을 수 있을까? 모두 한 무더기 똥과 같은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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