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녹색여행 자전거투어
개관
“신라 고도인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곳곳에 유적이 산재해 있지만 문화유적의 특성상 정적인 부분이 큽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늘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죠. 그렇다 보니 다시 찾는 관광객이 많지 않습니다. 자전거라는 체험도구를 통해서 정적인 유적답사를 좀 동적으로 바꾸어 경주를 느낄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어요. 기존의 자전거도로나 탐방길 등을 이용해서 새로운 시설 투자 없이 자전거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죠.”
처음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정일 초대 단장의 설명을 듣다보니 경주자전거투어가 녹색여행 혹은 지속가능한 여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활동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경주라는 곳은 지루할 수도 있는 곳인데 자전거투어로 문화유적을 답사한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2003년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민간봉사단체를 만들고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를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는 지난 9년 동안 일반 관광객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자전거투어, 어린이집에서 아빠와 함께 타는 자전거, 방범순찰대 초청투어 등 다양한 테마로 진행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경주의 문화유적과 자연을 내실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잘 알려진 경주의 관광명물이 되었다.
추진과정
2003년 경주지방자치개혁센터 출범
2002년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꿈을 가진 사람들’이 창립되었고 이를 모태로 하여 2003년 3월 경주지방자치개혁센터라는 NGO 단체가 문을 열었다.
그해 5월쯤 2003경주세계문화엑스포 시민공모사업에 김정일 회원( 경찰대 교수)이 경주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적을 답사하는 자전거투어를 제안하여 선정되었다.
이때 자전거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 10명이 모여서 6월부터 10월 까지 8차례에 걸쳐 첫 투어가 이루어졌다.
2004년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단’ 독립 운영
2004년 3월부터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가 경주지방자치개혁센터로부터 독립해 별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부터 매해 꾸준히 12차례 걸쳐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특별히 조직을 등록하지 않고 운영해오다가 2008년 2월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단 사단법인을 설립해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는 꾸준히 입소문이 나면서 다양한 성과를거두게 된다. 2005년 새마을운동중앙회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주최하는 제4회 자전거타기운동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경주관광명품’으로 선정되어왔으며, 2009년에는 국토해양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주최하는 ‘철도와 아름다운 자전거코스’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 2009년에는 경주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생태관광활성화를 위한MOU를 체결하였다. 경주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중점추진업무로 기획된 자전거투어를 활용한 생태관광프로그램을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와 공유하고 있다.
개발 및 운영
시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민간봉사단체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단은 순수 민간봉사단체로서 현재 임원진이 10명이고 회원이 27명 정도 된다. 10년차 되는 지금까지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거의 함께 해오고 있다.
모두들 자기 본업을 갖고 있어 주중에는 본업에 충실하고, 주말에만 모여 자전거투어를 진행한다. 10년 동안 진행하면서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지만 홈페이지와 카페운영은 늘 최신 활동과 정보를 제공하며 충실히 관리되고 있다. 보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회원들 회비를 걷어가며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회원들 모두 이 일에 열정적이었다.
윤태열 전단장은 “회원들 각자가 다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 쉽지 않았어요. 조직 때문이 아니라 서로간의 정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일이 끝나면 서로 수고했다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온 거죠.”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평일에 투어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 단체가 사업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한때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해보자고도 했는데 그렇게 되면 역시 자기이익을 꾀하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아니다 싶었고, 봉사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봉사로만 가기에는 한계가 있고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 중이다.
회원들의 열정과 희생, 그리고 보람
윤태열 전단장과 김정일 초대 단장이 그간의 고충과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열정과 사명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초기에는 모두들 힘들었어요. 주말에 가정생활을 접어야 하니까요. 가족봉사는 안 하고 바깥봉사만 한다는 타박도 많이 들었죠. 주말에 결혼식이나 행사도 많은데 그런 일을 챙기지 못하죠. 개인의 희생이 많아요. 이 일은 꼭 해야 한다는 자기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고 그런 점에서 신뢰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거 해보자, 참여자에게 감동을 줘보자 하는 어떤 공통의 철학이 있었던 거 같아요. 단지 자기가 좋아서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뭉치기 힘들죠. 또 우리가 최상의 서비스를 하고, 여기 다녀가신 분들이 새로 태어난 것 같다, 등의 편지나 댓글 등을 보내줄 때 감동을 느끼고, 더 잘해보자 하는 힘이 생겼던 거죠. 이런 상호작용이 잘되었다고 봅니다. 최근 자전거가 활성화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점점 빛을 보는 것 같아요.”
체험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제공
보통 투어단 참여자 50~60명, 70~80명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한번 투어를 하면 최소한 5~6명의 가이드가 따라 붙어야 한다. 물론 참여자가 더 많아지면 가이드인원도 더 늘어야 한다.
미리 앞서가서 상황을 체크하는 인력, 투어단의 앞, 중간, 뒤에서 가이드 하는 인력들이 필요하고, 수시로 상황을 주고받으면서 문제가 없도록 진행해야 한다.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더군다나 기상상태가 좋지 않으면 더 신경이 쓰인다. 큰 사고 없이 투어가 끝나면 그때야 모든 긴장이 풀려 쓰러질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진행하는 일을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문제도 많았어요. 자전거라는 것이 워낙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교통수단이에요. 어디 부품 하나만 잘못 되도 움직이지 않고, 또 우리 프로그램을 홍보하려고 해도 자전거 어디 붙일 데도 마땅치가 않아요. 게다가 하루 투어를 하다 보니 점심식사 해결하는 것도 문제더라고요.” 그런 문제들도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개선되고 있다.
“아침에 모여서 자전거를 골라서 타고 최상의 서비스를 해주는 거죠. 물도 달아주고, 점심도 이벤트처럼 같이 먹고, 물론 지금은 사람이 많아져서 뷔페식으로 하고 있는데, 하여튼 그런 식으로 최대한 많이 느끼고 갈 수 있도록 하자고 늘 다짐합니다. 이것이 처음 이 일을 하자고 했을 때의 동기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죠.”
프로그램 확장보다 역량에 맞추어 지속적인 운영
계속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해서 언젠가 한번은 행사를 키워볼 생각도 했다. 2009년 명품관광으로 선정된 첫해는 1박2일로 팸투어를 해봤다. “첫날은 자전거로 우리 코스를 돌고, 둘째날은 자전거 타고 가기 힘든 감포, 기림사, 문무대왕릉, 세심마을, 양동마을 등까지 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코스를 해봤어요. 그런데 하다보니 시간적으로 너무 많이 버거웠어요. 우리가 여행사를 업으로 하는 단체도 아닌데 1박2일은 좀 무리다 싶었어요. 자전거투어만 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쪽으로 하고, 종전대로 일 년 12번만 하자고 했어요.”
일이 잘되고 있으면 좀더 크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러나 잘못하면 10여년 지속적으로 잘 운영되던 일이 오히려 삐걱거리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다양하게 확장시키기보다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도록 수위를 조절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초기 회비운영에서 관 지원비용으로 운영
자전거투어는 지원금이 없으면 운영할 수가 없다. 수익 사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운영하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한다고 볼 때, 10명 기준으로 자전거 대여비, 식사비, 각종 물과 손수건, 지도, 문화해설가이드 등의 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1인당 4만원 정도 듭니다. 4인 가족이 경주에 와서 16만원 내고 자전거를 탈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돈으로 다른 관광을 하겠지요.”
투어단은 공간을 갖고 있지도 않고,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지도 않다. 자전거를 소유하면 공간도 필요하고 관리비도 들어가기 때문에 빌려서 사용한다. 그래서 참가비는 자전거 대여비 8천원, 점심식사 7천원 해서 1만5천원을 받는다. 그 외 물, 문화유적해설사, 손수건, 안내책자, 지도 등은 자체 내에서 해결한다. 처음에는 회비로 하다가 요새는 지자체 지원비용으로 충당하기도 하고, 아는 기업체에서 후원을 받아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회원들이 매년 회비 30만원씩 내고 주변사람들의 후원을 받기도 하면서 운영했어요. 초기에는 봉사하는 것만 해도 힘들었는데 회비까지 내니까 더 힘들었죠. 3년차쯤부터 시에서 연간 5백만원 정도 지원해주었죠. 2009년도에 시에서 지원하는데 참가비를 왜 받느냐는 일부 시의원들의 지적이 있어서 안 받으려고 사업계획서를 안냈지요.” 그런데 마침 다행스럽게도 경상북도에서 시행하는 23개 지자체별 명품관광 지원사업에 이 프로그램이 선정됐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1천만 원씩 지원받았다. 이러한 지원들이 있어서 지금은 회비 없이 운영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지원금이 없으면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프로그램
자전거투어로 재밌고, 머무르고, 다시 찾는 경주 만들기
김정일 초대 단장은 처음 이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람들이 경주를 찾을 때 기대치가 높다보니까 실제 와서는 볼 것이 없다고 실망하고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사실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많이 보려고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다보니 제대로 못 보게 돼서 그런 거죠. 그래서 천천히 관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어요. 살아있는 경주, 머무르는 경주, 다시 찾는 경주라는 컨셉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뭘까 찾아보니 자전거가 최적이더라고요.”
“경주가 갖고 있는 문화특성이 신라에 맞춰져 있으니 이것을 이야기로 잘 풀어내지 않으면 재미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첫째, 살아있는 경주가 되게 하려고 가이드를 많이 참여시킵니다. 죽어있는 문화를 재밌게 이야기해서 살리는 거죠. 둘째, 자전거로 천천히 다니니까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되죠. 그리고 셋째,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느낌으로 갑니다. 역사 외에도 주변에 펼쳐지는 천연의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지요. 우리 코스를 따라 가다보면 느낄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한번으로 부족하고 또 찾게 되는 겁니다.”
코스 개발과 수차례 시범투어로 상품화
코스 개발은 김정일 초대 단장이 했다. “처음 시내권으로 6코스를 만들어 답사를 해보니 나름대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어요. 몇 차례 시범운영을 해보고 최종 프로그램 틀을 잡았어요.”
프로그램은 1년에 12번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 3월~6월에 6개 코스 돌고, 하반기 9월~11월에 6개 코스를, 한 달에 두 번씩 쉬는 토요일에만 운영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같은 코스를 진행해 와서 최근에는 코스를 추가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프로그램은 ‘국립공원 생태관광투어’, ‘신라문화원 자전거투어’, ‘어린이집에서 아빠와 함께 타는 자전거’, ‘방범순찰대 초청투어’ 등 다양하게 진행되기도 하였고, 340명이나 되는 ‘다문화가정 한국문화체험기행’까지 운영했다.
경주자전거투어의 경쟁력, 자연길을 활용한 자전거투어
경주자전거투어코스는 주춧돌이나 탑 같은 문화재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길 사이로 혹은 비포장 사잇길과 농로길을 이용해서 다닌다. 그런 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많다. “우리 투어의 경쟁력이라면 다른 도시는 정형화된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는 코스로 되어 있는데 우리는 천연길 그대로를 자전거길로 이용하고 있죠. 길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고, 자연조건을 그대로 활용해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이용해요. 보통 자전거도로라고 하는 것은 도로와 겹쳐져 거의 매연 마시는 길이죠. 우리는 이와는 다른 자연길 그대로를 갖고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