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봄, 꽃, 바람, 그리고 진짜 바람 (1)

[긍정의 힘]

       봄, 꽃, 바람, 그리고 진짜 바람 (1)

  1..

     물건 내역

고양시 일산구 덕이동 소재 33평 아파트

감정가 1억 7500만 원

4번 유찰, 2번 변경 // 51%  89,600,000원에 진행

말소기준권리 : 2002. 11. 20  대한생명보험주식회사

임차인 : 이말희 2002. 4.1 전입 / 보증금 65백만 원

유찰과 변경을 밥 먹듯이 한 물건이다.

그렇다면 임차인 이말희가 진정임차인이거나, 아니면, 채무자가 돈을 갚으려고 백방으로 애쓰고 있는 물건이라는 얘기.

이렇게 변경이나 연기가 잦은 물건은 입찰자가 골탕 먹기 쉽다.   

채무자가 매각기일 직전에라도 돈을 갚아 버리면 경매가 취소되기 때문에 입찰자는 헛공만 들인 꼴이 되니..

이 물건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여러 번의 유찰로 최저가가 51%까지 내려와 있어 유찰된 이유를 알아내 해결한다면 멀쩡한 아파트를 반값에 매수할 수 있다는 것과,

일산에 사는 선배 언니에게서 덕이동쪽에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

     세대열람

출발 전에 알아보니 송산동사무소에서 덕이동의 업무도 처리한단다.

서울외곽의 동네들은 이런 통합 동사무소가 꽤 있는 듯하다.

수줍은 촌색시 같은 인상의 예쁜 여직원.

딱딱하고 무표정한 공무원들만 보다 이 여직원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소유자 김점순 / 2001.11.6 전입 / 현재 거주 / 등기부 등본상의 주민번호로 보면 76세 할머니

임차인 이말희 / 2002.4.1 전입

차OO / 이말희의 남편 / 2005.4.20 전입 / 2005.4.20  이말희와 세대합가 / 둘 사이에 아들이 하나 있다.

이말희의 전입일(2002.4.1)이 말소기준권리(2002.11.20)보다 빠르니, 대항력이 있다.

임차보증금 65백만 원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

서류만 봐서는 그렇다.

소유자 김점순과 임차인 이말희는 그저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일까?

  3..

     대항력과 동사무소 세대열람

대항력이란,

주택임차인이 임차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까지 마치면 그 다음날부터 그 주택의 소유자가 제3자로 바뀌더라도 그 제3자에 대하여 임차권을 가지고 대항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주택임차인의 대항력이라 한다.

다시 말해 임차인이 낙찰자 등 집주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반환 받기 전에는 낙찰자등에게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권리이다.

또한 임차인은 대항력 요건의 구비를 전제로 임차보증금의 최우선변제권 및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임차인이 대항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바로 주민등록(전입신고)과 점유, 이 두 가지이다.

따라서 입찰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대항력이 있어 낙찰시 낙찰자가 임차보증금을 얼마나 떠안아야 하는지,

아니면 대항력이 말소기준 등기(선순위 가압류, 압류, 근저당권, 저당권, 담보가등기, 강제경매개시결정등기)보다 후순위로써 말소 되는 대항력인지,

배당 시 최우선변제나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는 얼마나 받는지의 여부를 입찰 참가 전에 파악하여 명도의 곤란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낙찰자는 임차인의 대항력 요건인 주민등록(전입신고) 일자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주민등록법령에서는 이에 대한 열람근거를 두고 있다.

주민등록표의 열람 또는 등,초본의 교부신청은 원칙적으로 본인 또는 세대원이 할 수 있으나, 입찰참가자도 경매목적 수행상 필요한 경우에는 열람할 수 있다. (주민등록법 제29조 제2항 제2호)

이 경우 경매참가자는 경매일시와 해당 물건 소재지가 나타나 있는 (신문)공고문 등 경매자료(동 시행규칙 제14조제1항)를 첨부한 주민등록 전입세대 열람신청서를 작성 후 열람 신청인(경매참가자)의 주민등록증 등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를 해당 동사무소 등에 제출함으로써 경매물건지에 전입신고 된 주민등록을 열람할 수 있다. (동 시행규칙 제13조제1항)

입찰참가자가 전입세대 열람을 신청하는 경우 동사무소 등 주민등록 관할기관은 해당 경매물건의 소재지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① 세대주보다 전입일자가 빠른 세대원의 성명과 전입일자 

② 세대주의 성명과 전입일자와

③ 동거인의 성명과 전입일자

④ 주민등록이 말소된 세대주(무단전출, 사망, 해외이주 등)의 성명과 전입일자

⑤ 주민등록이 말소된 동거인의 성명과 전입일자의 열람을 허용하고 있다.

여기서 세대주보다 전입일자가 빠른 세대원의 성명과 전입일자를 열람하는 이유는,

판례상 세대주 등 임차인의 주민등록의 범위에 세대원인 가족의 주민등록을 포함하고 있어 가장 먼저 전입신고한 가족의 주민등록 시점을 기준으로 임차인의 대항력의 기준시점을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거인도 임대차 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열람규정을 두고 있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세대주나 말소된 동거인의 주민등록 사항을 열람하는 이유는 이들이 거주의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경우에는 대항력은 상실되지 않고 당초 주민등록대로 대항력을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에 경매참가자 등에게 임차인의 거주의사등 말소의 적법여부를 입찰 전에 판단하여 불측의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동사무소 직원이 주민등록 말소자의 성명이나 전입일자 등을 스스로 알려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지어는 엄연히 법적으로 근거가 있어 알려주게 되어 있는데도 알려주면 안 되는 줄 알고 알려줄 수 없다며 딱 잡아떼는 직원도 있는데, 과거에는 말소자의 열람근거가 분명하지 않았었고, 동직원은 법이 바뀐 줄을 모르고 그러는 것이다.

나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 관련법령을 출력해서 ↓조 아래처럼 형광펜으로 표시해 가져간다.

동직원이 답답하게 나올 때 살짝 들이밀어 보여주면, 동직원은 무안해 하면서 아주 친절해진다.

*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주민등록 전입세대의 열람) *

제14조(주민등록 전입세대의 열람) ① 열람 또는 등·초본 교부기관의 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별지 제15호서식에 따라 전입세대 열람을 신청한 자에게는 해당 물건소재지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세대주와 동일 세대별 주민등록표 상의 동거인(말소된 사람을 포함한다)의 성명과 전입일자만 열람하게 할 수 있다. 다만, 동일 세대별 주민등록표 상의 세대원이 세대주보다 전입일자가 빠른 경우에는 그 세대원의 성명과 전입일자를 열람하게 할 수 있다.

1. 법 제29조제2항제2호에 따라 경매참가자가 경매에 참가하기 위하여 신청하는 경우

  4..

     아파트 현장으로

큰 길을 벗어나니 금세 시골 동네 분위기.

덕이 슈퍼, 덕이 식당, 덕이 해물탕, 덕이 카센타..

시골아이 이름 같은 덕이, 이 동네에 어울리는 이름 같다.

동네 이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 진짜 큰일이네.. *

어느 산부인과 복도.

초조하게 아기의 출산을 기다리는 예비 아빠들.

잠시 후, 분만실에서 나온 간호사,

“쌍문동에서 오신 분? 축하드립니다. 쌍둥입니다.”

또 잠시 후 분만실에서 나온 간호사,

“삼성동에서 오신 분? 축하드립니다. 세쌍둥입니다.”

또또 잠시 후, 분만실에서 나온 간호사, 표정에 걱정이 좀 배어있다.

“오류동에서 오신 분? 축하를 드려야 할지 어째야 할지.. 다섯 쌍둥이입니다.”

또또또 잠시 후 하얗게 질린 얼굴의 간호사가 한숨을 휴～ 내 쉬며,

“십정동에서 오신 분. 놀라지 마세요. 열 쌍둥이입니다.”

이때, 한 남자가 사시나무 떨 듯하며 복도를 왔다 갔다 한다.

보다 못한 옆에 남자가 묻는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이세요?”

“크크크큰일 났습니다. 저저저저저는 처처처처처천호동에서 왔거든요”

... >.< ... 

    * 아파트 입구 *

덩그라니 아파트 네 동이 있고 주변으로 골프연습장 정도 있는 한적한 동네.

아파트 입구에, 교회, 슈퍼, 피자집, 피아노 학원, 식당, 정육점, 미용실 등이 하나씩 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아파트라 외관이 깨끗하고, 조용하고 한적한데다 남향이어서 그런지 평화로워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복도며 계단도 깨끗하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패거리가 우르르 몰려다니면 주민신고 들어갈 수도 있다.

현장에서는 혼자나 둘이 다니는 것이 좋다.

나와 해미씨가 움직이기로 했다.

   * 베란다 살피기 *

앞베란다 뒷베란다를 살펴보니 브라인드가 내려져 있다.

브라인드가 내려져 있어도 빨래가 널려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근데 빨래는 보이지 않는다.

네 식구 사는 집엔 항상 빨래가 걸려 있어야 정상인데, 아무도 없나?

   * 우편함 *

우편함을 살펴보니 ‘이대산. 김점순님께’ 라고 쓰인 엽서가 있다.

소유자 김점순씨와 함께 엽서를 받는 사이라면, 김점순씨와 이대산씨는 부부일 것이다.

김점순씨의 남편 이대산씨와 임차인 이말희의 성씨가 같다.

그렇다면, 부녀지간으로 조심스럽게 추정, 그러면 또 당연히 소유자 김점순씨의 딸이겠지?

   * 관리사무소 *

초로의 남자와 예쁘장한 아줌마가 앉아 있다. 관리소장과 여직원.

준비해 간 음료수 한 병씩 건네고,

“101동 202호, 경매관련해서 관리비 체납내역 알아보려고 왔는데요..”

“네. 잠시만요.. 2,200,000원 밀렸네요. 작년 1월부터 해서..”

관리비가 이렇게 밀려있는 거 보니 이말희 쪽에서는 들어올 것 같지 않다.

관리비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라면 입찰보증금 마련도 어려울 테니..

“그 집에 이말희씨가 할머니 딸이죠?”

“며느리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요? 어쨌든 보증금주고 사는 건 아니네요?”

“글쎄요. 그러기 쉽겠죠?”

“차OO(임차인 이말희의 남편)씨 하시는 일이 뭔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그건 알려 드리기가 좀...”

“네. 알겠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입주민의 신상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가 이말희의 남편 차OO의 직업을 물은 이유는,

사업하는 사람이나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재산을 부인의 명의로 해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사업체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 또한 근무처에 금융사고가 날 것에 대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차OO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서 아파트 명의를 어머니 앞으로 해 놓은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사무실과 윗집 할머니에게서 알게 됐다.

작년까지 그 집에 할아버지도 함께 사셨고 할아버지만 이사를 가셨는데, 할아버지는 은행에 다니셨었다고. 

이말희씨는 노부부의 딸이라는 얘기와 이말희씨의 남편 차OO씨는 무슨 사업인지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

시세도 물어본다.

“33평형 시세는 대략 얼마 정도 되나요?”

“1억 8000 정도 할 껄요.”

“아파트 셔틀버스는 있나요?”

“셔틀버스는 없고, 72번과 73번 버스가 자주 다니고 아파트 입구에 서요. 요 고개 넘으면 더 많이 다니구요..”

“네. 그렇군요. 대화역에서 차로 한 10여분 걸리더라구요. 4킬로 조금 못되는 것 같고..”

“네. 10분 정도 걸릴 꺼예요.”

그때, 여직원이 한 마디 하는데,

“그 집, 원래 부동산에 내놨었는데, 경매 나왔더라구요..”

오호!! 웬 횡재??

부동산사무실에 들러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관리사무소에 찾아 온 사람은 몇 명이나 있었나요?”

“전에는 많았는데, 요번에는 손님들이 처음이예요.”

이번이 4회차이니 그동안 다녀간 입찰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 아랫집 *

아무도 없다.

공사를 했다면 유치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랫집에 물어보는 것이 더 좋다.

   * 윗집 *

띵동.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파트 인심이 괜찮은 모양이다. 저런 개들을 아파트에서 키우는 걸 보니.

개들을 방으로 몰아넣는 소리. 음식 냄새.

젊은 할머니,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문을 열어 주시네.

사람은 역시 인상이 좋고 볼일이야. 인터폰으로 보아하니 나쁜 사람들 같지 않아 그냥 문을 열어 주신 것이겠지.

이럴 때 보면 경매는 여자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

“식사중이신데 저희가 실례를 했나보네요.”

“아니, 괜찮아”

“요 아래 202호에 할머니 사시죠?”

“그 할머니 작년에 할아버지하고 이사 갔어.”

“그래요. 정확히 언제 가셨는지 아세요?”

“그건 모르지.”

“네, 그럼 따님 내외만 사시나요?”

“그렇지.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하고 내외가 살아.”

“애기 엄마가 며느리가 아니고 딸인가요?”

“딸이야.”

“네, 혹시 근래에 공사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공사하는 거 보셨어요?”

“글쎄, 그런 건 못 봤는데..”

“어르신, 감사합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왜 그런걸 묻느냐고 묻지도 않으신다.

개를 여러 마리 키우고 사람을 반가워하시는 걸 보니 외로우신가보다.

(흠.. 임차인 이말희는 소유자 김점순의 딸이구나!)

아직 단정하긴 이르지만, 임차인 이말희가 가장임차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5..

     가짜 노릇 잘못했다가는..

1억 2천만 원의 대출이 나간 것으로 보아, 채권은행 대한생명은 이말희가 임차인이 아님을 확인하고 대출을 해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말희가 배당신청을 하는 등 임차인 행세를 하는 것은 허위의 임차보증금 채무를 부담한 것이 되어 강제집행 면탈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고, 또 외관상 대항력있는 임차인의 존재로 유찰이 많이 되어 경매진행이 지연되었으므로 경매방해죄로,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인수시켜 받으려고 한 행위는 사기(미수)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6..

     경매는 종합 예술

탐정도 됐다가 추리소설의 작가도 됐다가, 유도심문 할 때는 수사관도 됐다가, 넋두리 들어줄 때는 카운슬러도 됐다가,

경매인은 그야말로 종합예술인.

경매 접고 뭘 하더라도 먹고 살기는 할 사람들이다.

근데, 故백남준 선생은, 예술은 사기라고 했는데,

그럼, 경매 = 사기??

  7..

     인근 부동산 사무실

남자 사장님 한 분이 계신다.

시세 1억 8000, 전세 8천 500~9천 정도 한단다.

이제,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았었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여직원의 말을 확인 할 차례.

“101동 202호 매물로 나왔었죠? 그때 임대보증금 끼고 내놨었나요?” 라고 물었고,

부동산 사장님은, “아뇨. 그렇지는 않았어요.”라고 대답하셨다.

그렇다면, 매물로 나왔을 당시 임차인이 없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고, 현재의 임차인 또한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것.

반대로, 임대 보증금을 끼고 매물로 나왔었다면 임차인이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그랬군요. 매매는 잘 되나요?”

“잘돼요. 공기도 좋고, 남향이고, 교통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고, 자유로 집입도 가까운 편이고, 오시다 도로 공사하는 거 보셨죠?

올 10월에 4차선으로 완공돼요. 농산물센터랑 고양 종합운동장이랑, 또 로데오거리라고 아울렛 매장 모여 있는 데가 있어요.

살기는 좋죠. 또 싸잖아요. 전세 얻으러 왔다가 아예 사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감사합니다. 낙찰 받으면 다시 뵈러 올께요. 명함 한 장 주실래요?”

명함을 건네주시는데 보니, 사장님 성함이, 이영애이다.

“성함이.. ”

“집사람 명함이예요. 나물 뜯으러갔어요.”

부동산사무실을 나오니 갑자기 아파트 주변의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구니에 호미 한 자루 들고 나물 캐러 가고 싶어진다.

부동산 사장님의 ‘나물’이라는 말이 春心을 동하게 한 것.

“나물이라는 말이 참 정겹네..”

“그 여사장님은 업무 중에 나물도 뜯으러 다니시고, 참 여유 있게 사신다.”

“봄에는 날씨만큼 유혹적인 것이 없죠. 일이고 뭐고 놀러 가고 싶잖아요.”

“근처에서 나물이나 뜯다가 갈까?”

“그럴까? 근데, 나물인지 풀인지 학~실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 손 들어봐!”

아무도 엄따.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

  8..

     법원감정가는 현장에서 검증하자!

레옹님 : 아파트 비로열층 경매물건의 경우, 법원감정가는 평가 당시의 부동산 중개싸이트 등의 시세(매도호가)중 최고가인 로열층의 가격에 상당한 가격을 법원감정가로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그래서 객관적인 가격은 국민은행의 아파트 시세표(대부분의 은행에서 모기지론의 담보 평가 시 활용함)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가격도 아파트 한 동의 평균가격만 고시하여 당해 비로열층의 구체적인 시가는 될 수 없으므로 결국 인근 공인중개사 2곳 이상에 문의하여 구체적인 층수 및 호수를 말하고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서울의 경우 같은 동에서도 한강조망이나 방향, 로열층인지 등의 여부에 따라 가격이 수천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하면 구체적으로 해당 층을 특정한 후 중개사에게 물어보아야 정확한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지니 : 부동산 중개소에서도 매도인의 입장에서 매도가격을 물어보아야 더 객관적인 가격에 가까운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매수한다고 하면 나중에 깍을 것을 대비해 시가보다는 약간 높은 가격을 시가로 알려 주기 때문이야.

또 중개사는 장점을 위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해당 물건의 결점을 간과할 수도 있지. 그래서 가능하면 인근의 토박이 구멍가게를 찾아서 물건의 결점 등을 물어 보는 노력도 해야 해.

해미 : 그래서 지니씨는 현장에 가면 꼭 구멍가게를 찾아 들러 본다는 얘기지?

지니 : 그렇지.

레옹님 : 맞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경험한 것인데요, 송파구 문정동 소재 아파트를 임장 가서 알아보았더니 중개사는 장점만 말을 하는 것 같더라구요. 인근에 구멍가게를 찾아보니 그 동네에서 30년 동안 구멍가게를 하시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자동차와 항공기 소음이 장난이 아니고, 어린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위험 지역이라 기존 거주자들이 타지로 많이 이사들을 갔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런 얘기들은 부동산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얘기들이죠. 암튼 저는 임장을 해 보고는 그 물건 입찰 포기 했었습니다.

지니 : 레옹님은 문정동 물건 말고도 현장에서의 물건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던 사례가 또 있으시죠?

레옹님 : 네. 잠실대교 넘어 좌측에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였는데, 남향에다가 7층이었어요. 부동산중개 싸이트에는 한강조망이 최고인 로열층이라 기재되어 있었고, 여러 가지로 흡족하여 입찰하려고 했었죠.

근데 좀 미심쩍었던 것은, 감정가도 높았고 총 채권액이 감정가보다 수천만 원이나 적어 공시된 서류만보면 취하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까웠는데 취하가 안 되고 1차 유찰 후 2차 80%까지 경매가 진행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가서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남향에다가 로얄층이라 할 수 있는 7층이었지만, 바로 앞에 고가도로인 강변북로가 한강조망을 막고 있었어요. 현장에서 알아 본 바로는 시가가 상당히 싼 물건이었는데도, 당해 동의 최고가 로얄층 가격을 법원 감정가격으로 공시했던 것이죠.

지니 : 대법원 싸이트나 경매사이트, 부동산중개 싸이트만 믿고 현장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낙찰 받고 경매사고 일으키기 딱 좋은 물건이었네요. 현장에 가 보시고 입찰 포기하셨으니 다행이에요.

레옹님 : 나중에 보니 누군가 감정가의 80%로 낙찰을 받았더라구요. 당시 85%이상으로 낙찰되던, 인근에 조망권이 좋은 물건의 낙찰사례에 비하면, 현장답사를 한 후 적절한 가격에 낙찰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강변북로쪽 아파트 중에는 도로의 방음벽이 한강 조망을 막고 있어 같은 동의 로열층에 비해 수천만 원이나 싼 경매물건을 로열층과 동일한 가격으로 평가한 물건들이 다수 있는데, 그런 감정가격을 그대로 믿고는 어느 용감한(?) 아줌마가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100%이상을 써서 낙찰 받은 사례도 있다고 하니, 한강변 아파트에 입찰하려고 하는 입찰자는 현장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감정가는, 꼭!!..  현장에서 확인하자. 

  9..

     일산 로데오 거리

나물 캐기는 포기하고, 로데오 거리에 들렀다.

꽤 많은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다.

밝은 색 바바리코트를 사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여러 군데 매장을 둘러 봐도 맘에 드는 것이 없다.

“아울렛 매장의 물건들은 값이 저렴한 대신 물건이 다양하지 않잖아. 예쁜 디자인의 옷이나 가방은 아울렛 매장으로 오기 전에 다 팔리니까. 그래서 이렇게 맘에 드는 디자인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사야 해.” 하면서 해미씨는 여름용 샌달 2켤레와 썬그라스를 샀고, 캐리는 구두 2켤레와 핸드백을, 레옹님은 아내 새차 장만 축하 선물로 선글라스를 사셨다. 나도 샌달 하나..

   * 환갑 나이에 노랑머리 *

캐리가 쌈지 매장에서 핸드백을 사는 걸 보고, 오래 전에 TV에서 본 쌈지 사장 얘기가 생각났다.

<다큐 성공시대>라는 mbc의 프로가 있었다.

많이 튀는 사람, 쌈지 대표 천호규사장의 성공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스무 살,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는 전국 수석을 예상했단다.

당연히 서울대를 가리라. 방송국에서 인터뷰도 나오겠지? 그러면 이렇게 공부했고 취미는 뭐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이러면서 인터뷰할 상상에 들떠 있었단다.

그리고는 머리를 식힐 겸 며칠 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와서 엄마에게 제일 처음한 말,

“엄마, 방송국에서 인터뷰하자고 왔었지?”

“아무도 안 왔다.”

결국 성대 진학.

대학시절에도 튀는 옷차림으로 유명했단다.

긴 바람머리, 통바지에 양복 자켓, 거기에 화사한 머플러, 서류가방..

천호균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었는지 궁금해서 학교에 나온다는 여학생도 있었단다.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 나이에도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진에 가죽 자켓을 즐겨 입는단다.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유명 골프장으로부터 회원가입을 거부당한 경험도 있다니, 튀긴 튀는 사람이다.

근데, 좀 튀는 것이 격이 떨어지는 처신인가?

  10.. 

     오는 길

맛집 정보 사이트에서 찾은 일산의 ‘칼국수 죽여주는 집’에서 아주 많이 늦은 점심을 먹고..

다시 서울로..

라디오를 켜니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흐른다.

하늘은 회색빛,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자동차 전용도로를 고속으로 달리다보면, 이 많은 차들은 모두들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이 들어.”

“다들 어딘가에 목적지가 있겠지.”

“쏜살같이 달리는 저 차들과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의 인생살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단 말이지.”

“한비야씨 인생의 모토가,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던데..

한씨처럼, 살면서 가끔 삶의 쉼표를 찍으며 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우린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걸까?”

“여기? 성산대교 부근..”

“크큭”

“후후”

갑자기 굵어지는 빗방울.

곧이어 소나기.

윈도우 브러쉬가 방정스럽게 흔들거린다.

마침 인천에 사는 지인이 전화를 했다.

“여기는 하늘에서 양동이로 물을 들이 붓는데, 거기는 어때요?”

“아니, 어디 해외에 있습니까?”

인천은 말짱하다네?

.

.

  (2편에서 계속)

[Evergreen(선미선)]

어젯밤 시간 여유가 있어 읽어봤는데..내용이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해요..이런 글 찾으려면..고생하실텐데..복사가 안되는 글도많고..감사해요

[긍정의 힘]

별말싸~~~~ㅁ "독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