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코니카 SLR 인가 ?
이런 단순한 질문에 그냥 나는 코니카가 좋으니까….
그러나 진지하게 말하자면.. 비록 코니카(미놀타와 합병하기 이전)가 세계 카메라 시장에서 아주 조그만 부분의 지배자일 뿐 일지라도 괜히 메이져 브랜드의 기세에 눌려 그들의 뒤에 숨어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코니카가 SLR 을 생산한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소수의 매니아들에 의해서 굳건히 견디어 오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코니카만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
생산한지 40년이나 되는 코니카 오토리플렉스가 지금도 수리한적 없이 잘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카메라가 얼마나 튼튼하고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기계인가를 알 수 있다. 당시에는 다른 카메라 메이커에서는 생각할 수 도 없는 하프 풀 프레임기능, 현대적인 카메라 외관, 작고 컴팩트한 디자인등 지금 봐서도 전혀 구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기종이다.(동 시대 만들어진 다른 유사한 slr 을 보라.) 비록 전자식 SLR이 전임자들처럼 튼튼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플라스틱 바디이기 때문-그들에 대한 신뢰성과 퀄리티는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는다.
코니카 SLR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정확한 노출이며 여기에 완벽하게 노출과 조화되는 최고의 금속 셔터막이다. 지금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금속 셔터막은 원래 코니카(마미야와 함께)가 오리지널 개발자이다. 비록 한 개인의 특허를 소유한 것이지만 그들은 좀더 업그레이드된 코팔 스퀘어 S라는 최고수준의 금속 셔터막을 거의 40년 전에 만들어 냈다.
카메라 역사에 있어서 코니카의 기여는 대단한 업적이 될 수 있다. 첯째는 셔터막이고 둘째는 자동 로딩카메라의 개발(1979)이다. 지금이야 보편화된 메커니즘이고 빠른 연사능력을 가지고 있는 기종이 많지만 그 당시는 획기적인 기능을 가진 카메라(FS-1)였다. 바디에 모터외인더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비용을 줄였으며, 컴팩트한 바디에 모터를 장착한 우수한 자동로딩기능의 실현은 카메라의 혁명적인 기술진보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셋째는 자동초점(AF)카메라의 개발이다. 비록 slr에 적용하지는 않았고 Point and shot 카메라(C35 AF)에 적용하였지만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사진을 즐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넷째는 DX코드 자동인식기능의 채용(TC-X)이다. MF에서 일일이 손으로 필름감도를 조정해야 하는 불편을 줄여 사용자가 잘못된 설정으로 인한 실망스런 사진에서 해방을 시켜준 것 이다. 마지막으로는 최고 수준의 이미지 퀄리티를 갖추고 있는 코니카 헥사논 렌즈이다. 원래 칼자이스 테사 렌즈를 모델로 독창적인 헥사렌즈를 만들었으며 후에 헥사논 으로 불리게 된
전설적인 렌즈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렌즈에 대한 평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 당시(아마 지금도)의 어떤 경쟁자들의 렌즈보다도 뒤지지 않는 우수함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어떤 경우로 코니카를 접하게 됐는지는 모르나 처음 접하게 된 T3에 헥사논 57/f1.4렌즈로 아들 녀석을 촬영 후 인화한 느낌은 감동이었다. 누구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쳐 간다는, 옛날에 졸업한 장비병이 또 생겨나게 한 원인이 됐으며 기존의 장비-우리가 주류 브랜드라고 하는 기종을 처분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사진으로서 갖추어야 할 콘트라스트, 샤프니스,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색감 등은 어디 하나 흠잡을 때 없이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왜 진작 이런 좋은 렌즈를 몰랐을까 하는 사진에 대한 자신의 원망(그 동안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투자한 많은 시간이)을 하였던 적도 있었다.
코니카가 헥사논 렌즈를 생산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더 세련된 렌즈가 만들어 지고, 더욱 더 비싼 가격의 렌즈, 그리고 컴퓨터의 도움으로 생산한 렌즈라 하더라도 이들 베테랑의 이미지 퀄리티를 쫓아오지는 못하고 있다.
솔직히 코니카 slr은 일본인 들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존재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만큼 카메라 역사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이야 고급 RF카메라로 간간히 그들의 존재를 부각시킬 뿐- 카메라만으로 봤을 때- 이지만 아직도 그들은 헥사논이라는 최상위의 렌즈를 생산하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아주 저렴하게 바디 및 일부 대중적인 렌즈를 구할 수 있으며, 특히 운만 좋으면 국내 장터에서도 구할 수도 있다. 카메라 및 렌즈의 가격과 이미지 퀄리티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데, 대표적인 경우가 코니카 slr 이다. 코니카 slr 및 렌즈가 발매 당시에는 상당한 고가의 장비였지만-그것으로 인한 고객의 이탈로 인해-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slr 기종 및 일부 렌즈들이 상당히 저 평가되어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최고라고 인정하는 카메라-나는 정말 인정할 수 없다-의 1/20~1/30의 가격으로 그 들보다 더 훌륭한 이미지 퀄리티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아직도 그런 고가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으스대며 걸어 가겠는가?
코니카 SLR은 믿음이 가는 좋은 카메라이다. 그러나 내가 코니카 slr을 선택하게 만든 것은 무조건 신뢰감을 주는 헥사논 렌즈이다.
왜 헥사논 렌즈인가 ?
기술이 부족한 나라들이 거의 그렇듯이 일본도 처음에는 독일의 광학회사들의 렌즈전문가를 초빙하여 그들만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저렴하고 질 좋은 렌즈를 만들었는데, 현재에는 세계 카메라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있다. 코니카도 독자적인 마운트를 가지기 전까지는 칼자이스 테사 렌즈를 모델로 독자적인 "헥사 렌즈"(후에는 헥사논 렌즈)를 개발했으며 이 렌즈에 대한 사용자들의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 당대에 최고라고 하는 칼자이스 렌즈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찬사를 받으며 “동양의 칼자이스”-사실 이런 말은 좋은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무시 같은 것이 깔려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너희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칼자이스를 능가할 수 없다는 한계선을 그어 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라는 명성을 부여받는다. 그럼 과연 이런 칭호는 사실일까 ? 나는 135mm 칼자이스 렌즈 밖에 사용해 보질 못해서 직접적으로 비교 설명을 할 수는 없다. 그대신 공인된 잡지사의 여러 렌즈테스트(자료실 참조)를 보면 정말 찬사를 받을 만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헥사논 렌즈의 특징은 무엇일까?
사진은 렌즈를 통하여 필름에 저장된 피사체를 인화지라고 하는 특수종이에 프린트하는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 진다. 이때 필름에 저장된 이미지는 각 브랜드의 렌즈에 따라 인화 결과물은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헥사논 렌즈를 사용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이 렌즈의 강한 콘트라스트이다.
흔히 케논렌즈는 콘트라스트는 약하고 브드러운 느낌의 이미지를 제공하며니콘 렌즈는 사실적이고 콘트라스가 강한 이미지를 제공한다고 하는 데 개인적으로는 헥사논 렌즈를 굳이 이 두 렌즈와 비교하자면 따뜻하고 과장되지 않은 색감과 더 강한 콘트라스트이다. 사진의 작품성을 평가하는 많은 사용자들에게는 이는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즉 평면위에 밋밋한 그림보다는 앞 뒤 혹은 명암이 분명한 그림이 감상하기에 금방 질리지 않고(유명한 화가의 그림들을 생각해 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특히 헥사논 35mm f2.0의 렌즈의 경우는 사용해본 헥사논 뿐 아니라 다른 렌즈들도 이 보다 더 강렬한 콘트라스트를 보여준 렌즈는 없었다.
헥사논 렌즈의 또 다른 특징은 묵직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피사체를 표현하는 것 같다. 이는 렌즈마다 차이가 있는 데 특히 초기 형의 크롬링 렌즈(EE 잠금 장치가 없는 렌즈)는 이후에 발매된 다른 렌즈에 비해 이 부분에서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아마 코팅방식의 차이인 듯싶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런 렌즈들의 색감이 더 맘에 든다. 물론 발매 당시에 단순한 명암만을 표현하는 흑백필름에 맞추어 렌즈가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이 렌즈가 컬러필름의 복잡한 색감을 표현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오히려 컬러필름의 출현으로 헥사논의 진가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색의 표현에 있어서 과장이나 부족함이 없이 우리 눈으로 확인한 그대로를 만족스럽게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
헥사논이 위의 특징과 더불어 또 하나는 뛰어난 선예도이다. 사실 이 부분만을 가지고 다른 렌즈와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나 전체적인 사진의 느낌과 함께 감상할 때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선예도(Sharpness)는 피사체를 얼마나 선명하게 잘 표현하느냐 인데 특히 망원렌즈(85mm, 200mm이상)에서의 이것은 정말 놀라울 정도이다. 기회가 된다면 댁의 자녀들이나 애인의 인물사진을 망원렌즈를 이용해 한번 촬영해 보시길 부탁 드린다. 자세한 것은 갤러리의 사진을 참조하기 바란다.
헥사논렌즈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형 프린트인화를 해보라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면 2400dpi정도로 필름스캔을 해서 포토샾으로 실물크기의 그림을 보면-많은 인내를 요함-알 수있다. 만약 고급 네가필름이나 포지티브 필름을 사용한다면 이 렌즈의 진가를 더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토키나의 고급렌즈와 헥사논렌즈를 비교해 보았는데 전자는 2400dpi에서 사물을 잘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희미했으며 색의 왜곡이 심했으나 후자는 비교적 색의 변화 없이 뚜렸한 이미지를 제공해 주었다.
비록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 커다란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헥사논의 우수성에 대해서(비록 직접 사용해 보질 않았다 하더라도)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없다. 물론 코니카 slr 및 헥사논렌즈에 대한 고가정책으로 인해서 여러 경쟁자들 보다 적은 사용자들을 확보한 데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요즘은 이 렌즈를 사용하기에 가격적인 면에서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코니카 slr 렌즈 ! 몇몇 렌즈를 제외하고는 구하기가 너무 어렵지만 진정한 사진의 맛을 즐기고자 한다면 꼭 한번 사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렌즈이다. 코니카 slr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렌즈에 대해서 만큼은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사용자에게 만족을 주는 너무도 훌륭한 렌즈이다.
가능성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미놀타의 최고의 slr 전자기술과 헥사논 렌즈가 조화된다면 아마 가장 완벽한 카메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특히 Dslr 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출현을 기대하며…
첫댓글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정말 좋은 내용이에요
좋은 글 입니다~~~
헥사논에 대한 방장님의 열정과 해박한 지식에 찬사를 보냅니다.
좋은내용 잘읽었습니다.
좋은내용의글, 잘 읽었습니다.
친구 때문에 관심을 가졌는데 여기서 많은 것을 알고 가네요 감사 합니다^^
올림푸스 디지털 바디 개조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게 이상합니다. 헥사논 렌즈 뒷부분 돌출 부위 때문에 아예 불가능한가보죠? ㅜ.ㅜ
좋은 찬사의 글 잘읽었읍니다
아~ 훌륭하군요
2021년에 봐도 역시 멋진 글입니다!
2023. 9. 29. 다시 읽음. 열정이 담긴 명문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