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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율어초등 35회 원문보기 글쓴이: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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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떤 할머니는 손수건도 아닌 저고리 옷섶에 음식을 넣고 다니다 옷이 아주 썩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집안 제사를 지낸 어느 날, 항상 젯밥에만 눈이 어두웠던 어린 식솔들은 조상님들이 드시고 남긴 음식물이 배당되기를 숨죽여 기다렸다. 긴 기다림 뒤에 마침내 누나가 꼬막 하나를 얻어들고는 환희에 못 이겨 소리를 질렀다. "나도 꼬막 하나 얻었다! 우리나라 광복절!" 얼마나 좋았으면 민족해방의 기쁨에다 꼬막을 대입했으리요. 아이들 흉볼만한 허접한 사건들을 잊지 못하는 집안 어른들은 이제 딸 시집보내야 할 나이가 된 누이를 두고, 지금도 그 이야기를 우려먹곤 하신다. 게다가 어린 나에게 광복절은 꼬막 먹는 날이라는 착각까지 들게 했으니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 꼬막이 있던 셈이었다. "나도 꼬막 하나 얻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 세월의 바람에 깊게 패인 주름, 쇳소리 섞인 거친 숨소리가 귓전을 후볐다. 삶이란 이름의 바다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광복절에 먹는 꼬막은 그렇게 노을이 지고,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쿨럭거리는 거친 호흡 속에서 캐어진다.
"그렇게 드시면 취해서 일 하시겠어요?" "뭣이 취해? 요것이 야팽이여, 야팽." "야팽이 뭐죠?" "마약이여, 마약. 요것이 없으면 널(뻘배)이 움직이간디?" 젓가락도 귀찮은지 뻘이 잔뜩 묻은 고무장갑을 대충 털고는 콩나물을 손으로 집어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캬아! 어이! 이쁜 총각도 한잔 해~" 밥그릇에 쐬주를 들들들 붓는다. "아따메, 이쁜 총각이 술 따라준께 징허니 맛있네." "아따, 아짐들, 아조 총각하고 술판 벌이고 있네, 어서 가서 일 하씨요, 잉!" 어촌계장의 닥달에 마지못해 주섬주섬 자리를 뜬다. 총각 행세하며 마시는 쐬주 맛이 괜찮다. 그들은 신산한 삶의 꼬리를 남기며 작은 점으로 멀어져 간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어 지은 자산어보는 '크기는 밤만하고 껍질은 조개를 닮아 둥글다. 빛깔은 하얗고 무늬가 세로로 열을 지어 늘어서 있으며 줄과 줄 사이에는 도랑이 있어 기와지붕과 같다. 두껍질의 들쑥날쑥한 면이 서로 엇갈려 맞추어져 있다. 고기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고 기록하고 있다. 벌교읍내 장터에서 식당을 찾아 꼬막을 달라 했더니 사오면 삶아 준단다. 오천원어치 한 바가지를 사들고 가서 막걸리 세병을 먹었는데 모두 6천원을 받는다. 꼬막 삶아 준 값은 공짜다. 테이블 세개를 두고 모녀가 장사를 하는데 이름이 '할매밥집'. 주로 시장 사람들에게 밥을 파는데 1인분에 2천원이다. 장사라기보다는 그저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이다. 할머니한테 꼬막 잘 삶는 법을 물었다. "물이 끓으면 꼬막을 넣고 찬물을 붓어. 글고 잘 젓어 줘. 안 글면 입을 벌려불제. 한 놈만 입을 벌리면 얼릉 불을 꺼. 그래야 맛이 살어. 팍 삶아불면 다 입 벌리고 쪼그라져서 단물이 다 빠져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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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먹고 싶어라 참꼬막맛을 본 사람은 다른꼬막은 아마도 먹기가 힘들거야 맛이 다르니까 그래도 벌교꼬막이 최고여 먹고싶으면 우체국에 가서 주문책자보고 주문 하면 배달되니까 우체국들이용하시길...
내가 벌교에서 2년 살았는디 벌교 꼬막 찬바람이 나야 제맛이 나제. 그 맛을 서울서 알랑가 모르것네. 언제한번 오쇼 사줄것인께...
진즉 카페를 열었으면 벌교 꼬막 실컷 먹었을것인디, 아쉽네. 겨울에 몇차례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었네. 여기저기 근무처 옮겨다니니 가족들은 좀 불편할 것이지만 자네는 마음껏 돌아다니니 여한이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