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도 스포츠인가"
프로게임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수천 명, 수억 명의 인파를 가슴 뛰게 할 정도로 인기몰이중인 e스포츠. e스포츠도 스포츠일까?
e스포츠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클래시 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 등 여러 종목이 있다. 일단 e스포츠가 게임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게임과 스포츠의 차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이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생활체육론’ 전공서적의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과 스포츠는 경쟁적, 구조적, 조직적, 규칙적, 허구적, 비생산적, 비현실적이라는 특성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스포츠는 신체활동 요소가 필수적이다. 이게 바로 게임과 스포츠의 명백한 차이다.
e스포츠는 다른 스포츠 종목만큼의 신체활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e스포츠가 스포츠가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신체활동이 필수적이라고 한다면, 스포츠가 아닌 것 같은데 스포츠인 종목들이 있다. 당구, 사격, 양궁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사격은 서서 총을 쏘는데 스포츠다. 그래서 선수들이 어떤 훈련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이들은 정확한 동작과 자세를 위해 수없이 반복 훈련을 한다. 그리고 어떤 특정 자세를 일정 시간 같은 강도로 유지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한다. 물론 이러한 것들도 운동이 안 될 것 같지만 특정 기록을 위해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특정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그래서 스포츠인 것이다. 하지만 e스포츠가 키보드를 많이 누르고 마우스 클릭을 반복하다가 손가락 근육이 커지고 발달한다고 해서 스포츠라고 정의한 건 아닐 것이다.
그럼 조금 더 자세히 파고들어보자. e스포츠처럼 앉아서 손만 사용하는 게임인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기가 막힌 스포츠가 있다. 바로 바둑이다. 바둑이 스포츠라면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닐 이유가 없다. 바둑은 어떻게 스포츠로 인정받게 된 것일까? 현재 세계적 추세는 바둑을 비롯해 체스, 브릿지 등 '두뇌 스포츠'(마인드 스포츠)를 스포츠의 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국제마인드스포츠게임협회(IMSA) 회장 호세 다미아니는 "두뇌 스포츠 게임은 육체적인 운동과 다르지 않다"며 전 세계에서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바둑, 체스와 같은 두뇌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e스포츠도 지적 능력을 요구하므로 두뇌 스포츠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바둑을 스포츠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한국체육학회다. 학회 측은 '바둑이 큰 근육활동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체육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고, 바둑으로 대결할 때 상대방에 대해 머리만 쓸 뿐 근육의 힘을 쓰지는 않으므로 스포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에 대해 반박하고자 한다. 조금만 사고의 틀을 바꾸면 e스포츠도 충분히 스포츠로 지정될 수 있다. 근육을 사용하는 스포츠, 즉 축구, 농구, 야구 와 같은 전통 스포츠만 스포츠일까? e스포츠는 뇌를 사용한다. 뇌는 신체의 일부다. 신체의 일부라고 해서 두뇌활동을 신체활동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한 가지를 더 제시하겠다. e스포츠는 빠르고 기술적인 손놀림과 게임 시야를 요구한다. 이른바 '피지컬'이란 자질을 갖춰야 한다. physical 스포츠 정의에 있어서 신체활동의 강도는 범위가 지정되어있지 않다. e스포츠는 충분히 스포츠로 불릴 만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포츠 정의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모든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종목으로 다루는 건 안 된다. 경기 룰, 심판, 선수, 구단 등 기존 스포츠 요소를 갖춘 게임만을 e스포츠로분류해야 한다. 언젠가 한국 리그오브레전드 최고의 선수 ‘페이커’가 올림픽에 출전해서 가족과 함께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그날까지 e스포츠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