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아름다운 가게 안국점과 독립문점을 들렀다가
그길로 인왕산에 올랐다.
인왕산에 오른 것은
지난달과 이달들어 벌써 4번째다.
소문에 따르면
인왕산은 신빨이 쎄고 기도빨이 잘들어
무속인들이 자주 찾는 기도처 중의 한곳이란다.
내가 이곳을 찾게된 이유는
얼마전에 글도 썼지만
지난해 무속인들과의 만남이후
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인정하게 된데에 기인한다.
인왕산 국사당은
조선 태조와 여러 호신신장을 모셔두는 곳이다.
그래서 많은 무속인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곳이라고 한다.
원래 1925년까지 남산 팔각정 자리에 있던 것을
일본이 자신들의 조선신궁을 남산에 세우면서
남산과 마주보며 위치적으로 조신신궁 보다 아래에 위치하게 되는
지금의 자리인 인왕산으로 옮겼다고 한다.
난 지난해 무속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힘들게 학문을 통해 사람의 운명을 추론하는 반면
무속인들은 접신후 공수를 통해 사람들의 운명을
척척 얘기하는 것에 나름대로 경이로움을 느꼈다.
난 예전부터 궁금증이 생기면
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하는 성격탓에
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됐고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갈증 때문에
명리나 주역이나 기문 등등 여러 학문을
기웃거려왔다.
난 일단 신은 분명 존재한다는
가정아래
무속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고 싶었다.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우선 무속인들 가운데 사이비 무속인,
다시말해 신제자도 아니면서
신내린 것처럼
대충 눈치로 사람운명을 점치는 가짜 무속인들을
가려내야했다...
그래서 서울의 기도처 가운데
무속인들 사이에서 유명하고
속된 표현으로 신빨 기도빨이 쎈 곳을 찾던중
인왕산을 찾게 됐다.
그곳을 찾아가면
사이비 무속인들은 굳이 이곳까지 와서
기도를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진짜(?) 무속인들만을 만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무속인들이 산기도 들어가면 한물 갔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유는...신빨이 떨어졌기 때문에 산기도를 간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인지 틀린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우선 내가
인왕산에 오르면서 보고 느낀점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예전에 인왕산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인왕산 인왕사라고 써있는 일주문을 통과하면
절이 여러개가 있는 듯 하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때
예전엔 하나의 절이었던 것이
지금은 개인용 주택모양으로 개조된 뒤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듯 하다.
(각각 대문이 따로따로 있었다)
또한 절이라고 보기보다는
점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한곳의 창문이 열려있길래
길을 걸으며 어깨위의 창문을 올려다봤더니
그 방의 천장에 비키니 입은 여자의 사진이 붙여있었다...^^
(물론 무속인들은 이곳 절같이 생긴 곳을 찾는게 아니라
인왕산 곳곳의 기도터를 찾는 것이다)
어떤분의 말씀으론
이곳 인왕산에는 부처님은 모시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런데 어떤 곳은 대문안으로 둘여다보니
법당 같이 생긴 마루에 부처님의 불상이 보이기도했다)
그분의 말씀을 빌자면
인왕산은 여러 신들을 모시기 때문에
부처님 처럼 법력이 쎈 분을 모시면
다른 신들이 기를 못 펴서
부처님은 안모시는 걸로 들었다고 한다.
그분의 말씀이 틀린지 맞는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무속인들의 신당에는 부처님을 비롯
산신님 칠성님 등을 모시고 있는 분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또한 절에 가면
부처님을 모셔둔 대웅전외에
삼성각 산신각 등등
산신님이나 칠성님 등을 모셔두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부분은 각설하고...
인왕산에는 국사당 이외에
선바위와 천신암(산신암, 미륵암이라구두 불리움), 장군암 등과
산속 구석 곳곳이 무속인들의 기도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선바위는
고승이 장삼을 입고 기도하는 모습이라서 선바위라고 불리우며
예전엔 이곳에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비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서
기자암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한다.
바로 아래에는 용궁이라는 곳이 있다...
천신암과 장군암은
커다란 바위밑인데
무속인들이 인왕산에 오면 차례로 들리는 곳이라고 한다.
인왕산에는 텐트를 치고 거주하면서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수시로 들러 기도하는 사람들과
밤만 되면 와서 기도하고 새벽에는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되풀이하는 무속인들도 꽤 많다고 한다.
사실 나는 무속인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무속인들에 대해 알아야 했다.
무속인들이 온다는 인왕산에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신들의 존재와 신들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는 내가
최소한 예의상
그리고 그들과 대화가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무속신앙에 대해 어느정도 기초지식은 갖추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짧은 며칠내
서정범 교수님의 무녀이야기와
묘심화 스님의 빙의, 오는 세상 편안하신가 등등의
무속에 얽힌 책들을 읽었으며
인터넷상 유명 무속인들의 사이트나
그들이 모이는 샤머니즘 사이트, 경신연합회 등에
올려진 동영상과 여러가지 자세한 설명을
밤새 읽었다.
이것이 그들에 대한 예의며
그들과의 대화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했다.
우선
무속인들의 특징은
두꺼운 쌍꺼풀에다가
눈의 흰자위에 붉은 핏줄이 많을수록
신빨이 쎄다고 하는거 같다.
인왕산의 국사당에는
자주 굿을 한다고 하니
굿에서 보여지는 접신도 볼만 할 것 같았다.
구경중의 최고는 불구경이라고 하지만
불구경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 때문에
가슴이 찢어져...
구경꺼리가 될 수 없으므로
구경꺼리중 최고는
굿구경일 것이다.
인왕산에 기도하러 온 신제자분들의 공통점은
실제로 두꺼운 쌍꺼풀에 눈자위의 붉은 핏줄이 눈에 띄었다.
2-3명, 3-4명, 혹은 굿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행들이
무리를 지어 올라왔지만
그들중 신제자는 어렵지 않게 구분해 낼 수 있었다.
나는 사실 그들의 기도하는 모습이 궁금했다.
또한 신이 내린다는 접신순간이 특히 보고싶었다.
첫번째 눈길을 끌었던 사람은
선바위에서 였다...
어떤 젊은 여자분이 절을 한 뒤
앉아서 기도를 하는데 어깨를 움찔거린다.
책이나 굿하는 동영상에서 봤던
접신순간인 듯 했다.
너무 앳된 여자분이었고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고통스러워 보여서
말을 걸진 못하고 조금 지켜보기만 했다.
두번째는
산신각(천신암, 미륵암)을 올라가는데
그앞에 어떤 여자분이 불경을 틀어놓고
경문을 읽고 있었다.
역시 신제자의 특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40대초반의 그 여자분과는 직접 대화를 나눠봤다.
세련된 옷차림과 외모에,
어여쁜 얼굴
목에는 금목걸이 손에도 금으로 된 악세사리가 보였다.
그여자분은 신내림 굿까지 받았지만
사정상 아직 신제자의 역할을 하진 않고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업을 한다고 했다.
부유한 집안에
오빠들은 모두 대학교수로 있지만
그녀만 유독 불행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털어놨다.
모든 신제자들이 선택받는 과정에서 치루게 되는
고통과 고난의 세월...
엄청난 신병을 치루면서도
죽지못해 산다는 그녀의 말은
아름다운 얼굴 뒤에 감춰진 또하나의 불행한 얼굴을 보는 듯 했다.
그녀로부터
앞으로 다가오게되는
미륵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신제자들도 구분이 되어진다고 한다.
천신님을 모시는 분과 아닌 분들로 나눠진다고 하면서
계속 말을 하는데
난 도무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오면 왠지 맘이 편해져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되도록이면
꼭 그자리에 와서 쉬고 간다고 한다.
세번째 분들은
부산 대구 성남에서 오신 신제자 세분이었다.
50~60대로 보이는 여자분들이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이며
1년에 한번씩 인왕산에 오는데
오늘이 그날이란다.
한분은 원래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린 뒤
신제자가 되셨다고 하고
나머지 분들은 다른 곳에서 기도를 하셨던 분들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기도를 했다는 분에게서
강한 신기가 느껴졌고
나머지 두분은 직업적으로 무속인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하지만
그리 강한 느낌은 없었다...
강한 신기가 느껴지던 그분은
지금 대구에서 신당을 모시고 영업하며 사신단다.
대구에도 팔공산이라는 영험한 산이 있는데
왜 이곳까지 와서 기도를 하시냐고 물었더니
그분은 팔공산에선 기도빨이 안먹히고
첨에 기도했던 이곳에 와야 기도빨이 먹힌단다...
그 분들에게 천신암 얘기와 장군암 얘기 등
이곳저곳 기도처 얘기를 들었으며
그분들을 따라 장군암까지 동행했다.
장군암에 갔을때 그곳에선 굿을 하려는 한 무리가
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세분은
독립문 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지나쳐
무악재역에서 내리는 바람에
올라오는 길이 전과 다른 길로 오게돼
신에게 올릴 쌀이나 과일 등을
제대로 장만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인왕산 이곳 저곳에서
과일 몇개만 올려놓고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장군암에 이르러
엄청나게 음식장만을 하고 굿준비를 하는 무리를 만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준비를 못해와서 신께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던
세분들의 분위기를 살펴보게됐다.
굿상에서 몇미터 떨어진 구석진 곳에 자리한 이들은
과일 3개만 올려놓고 기도를 시작했다.
신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던 두분은
기도를 하는둥 마는둥 굿상차리는 곳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한 신기가 느껴지던 그분은
자신이 모시는 신께 진실로 죄송스럽다고 빌고 또 빈다...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일부러 귀기울여 들어보니
실제 살아있는 분께 사죄하는 모습처럼
자초지종을 다 얘기하면서
전철역을 잘 못내려 음식을 제대로 장만하지 못한거
저쪽상에 비해 너무 초라해서 죄송하다면서
화내시지 마시길 빌며 담에 아주 맛있는거
많이 차려서 모시겠다고 약속한다.
진정 신을 공경하는 신제자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기도후 내려오면서
어느틈에 줏었는지 돌멩이를 하나씩 바위에 붙인다.
그분들의 말씀으로는
직각으로 세워진 바위에도 기도빨이 제대로 먹힌 사람은
돌멩이가 바위에 착 달라 붙는단다...
그 얘기를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인왕산 여기저기 급경사진 큰바위에는 어김없이 돌멩이들이
수두룩하게 붙어있다.
인왕산에 다녀와서
어느정도 궁금증이 풀린 듯 하다...
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향을 사룸은 마음의 악취를 없애고자 함이며
촛불을 밝힘은 마음의 어둠을 밝히고자 함이며
맑은 물을 올림은 마음을 청정케 하고자 함이며
꽃을 올림은 아름답고 기쁜 마음을 나누고자 함이니
이러한 마음으로 공양함이 참 기도라는 말씀이 떠오른다...
첫댓글 네 벌써 보았습니다.^^ 언제 한 번 만나서 말씀 들어야 겠네요^^
황학동 벼룩시장에 댕겨오셨다구여^^그러신줄 알았으믄 같이 갈껄 그랬슴돠 ㅎㅎㅎ 그럼 그날 만나서 자세한 말씀 나누시자구여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