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쓴 장안의 기인’으로 지난해 11월 별세한 한양원 전민족종교협의회장(1924~2016)이 청산선사(1936~84·본명 고경민)에 대한 일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실내에서 청산선사가 공중에 떠서 2백여명의 대중들 주위를 빙 돌더라’는 얘기였다. 비틀즈의 스승으로 유명해진 인도의 요기 마하리쉬 마헤시는 “초월명상을 하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고 해 한때 시선을 모았다. 오래전 이를 검증하기 위해 취재를 해보았지만, 초월명상을 한 이들에게서 그런 능력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국선도나 천도교의 시천주주문 수련 현장에서는 콩을 튀듯 엉덩이가 펄쩔펄쩍 떠오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이 공중에 떠서 돌아다녔다는 얘기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전회장은 여러명의 기자들 앞에서 “직접 본것”이라며 그렇게 주장했다. 그런 전설적 일화를 많이 남긴 청산이 하산해 국선도를 세상에 전한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세계국선도연맹이 있는 충남 공주시 이인면 목동리 천선원을 찾았다. 청산의 직제자인 도운 허경무(70) 도종사가 머무는 곳이다.
2년 과정의 국선도 대학에서 사범들을 양성하는 곳이기도하다. 10년만에 보는 도종사는 선풍도골 풍모가 더해졌다. 청산이 무골이라면 그는 도골이다. 청산이 하산한 1967년만해도 해방후 이승만·박정희 정권에 의해 동양적인 것은 모조리 미신으로 치부됐다. 그래서 청산은 일본후지텔레비전의 쇼에 출연해 불속에서 타지않거나, 미국 후버댐의 수중에서 18분간 머무는 등의 시범을 통해 ‘수련의 실제’를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도종사는 스승의 그런 외피 속에 가려진 ‘진정한 도(道)’를 드러내는데 더욱 주력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한전회장의 증언을 전하며, “그게 가능한 얘기냐”고 물었다. 그는 “호흡을 통해 단전에 기(氣)가 축적되면, 별 기이한 현상들이 의도치않게 일어나게 된다”며 “스승님이 앉은 채 공중에서 앞으로 날아갔을테지만 처음보는 이들은 너무도 놀라 빙 돈것으로 느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에서 온 요기가 1970년대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이 하는 국선도 행공을 보고 놀라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만약 인도 요기에게 국선도의 몇가지 기능만 가르쳐도 그가 단박에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초기 국선도는 무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육·해·공 삼사관학교와 국회, 관공서에서 가르치기 시작했고, 정신문화연구원이 가르친 주요 내용이 국선도였을 정도로 일세를 풍미했다. 국선도는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대통령, 노무현 전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도 수련한 바 있다고 한다. 1970년 서울 종로 국선도 본원에서 여당인 공화당 윤길중 총무와 야당인 신민당 조윤하 의원 등 유명정치인들이 수련했다.
그때 청산은 신군부에 의해 내란음모사건으로 얽혀 1980년 봄 구속돼 7년형을 선고 받고 6개월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국선도에선 1984년을 청산선사가 재입산한 해라고 밝히고 있으나, 세간에선 신군부에 의해 끌려간 상당수가 고문후유증으로 세상 떠나기도 했고, 그 이후 청산의 자취를 아는 사람이 없어 1980년대 청산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허 도종사는 이에 대해 “가족들이 생존해있는만큼 이 부분은 가족들이 아닌 타인들이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허경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청산을 만난 것은 태권도 6단으로 충남 오도관장이었다가 훗날 기독교 목회를 한 매형 이종택 목사의 소개를 받고서였다.
중·고교때 태권도 복싱을 해 펄펄 날던 그가 매형에게 “우리나라에서 누가 제일 쎄냐”고 물으니 “기인이 나타났다”며, 매형과 의형제였던 청산을 알려주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장에 가보니, 무예는 안가르쳐주고 벽보고 숨만 쉬라고 했다. 곁눈질로 행공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다 덤벼도 한주먹감도 안될 것 같았다. 또래들과 도장을 내려오며 불만을 토로할 때 청산과 맞닥뜨렸다. 청산의 숙소인 낙원여관에 갔다. 혈기방장한 허경무의 불만을 들은 청산은 각목에 손으로 대못을 박고 나중에 볼로 박아 넣었다. 그리고는 이로 그 못을 다시 뽑아냈다. 청산은 허경무에게 새벽마다 인왕산의 수련터로 오라고 했다. 그 때부터 그는 스승만 믿고 호흡과 명상으로 내공을 쌓았다.
^조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