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20개가 넘어서 Lake District라 불리는 호수지방에 가기 위해 오전 11시 56분에 에딘버러에서 Oxenholme Lake District행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는 2시 32분에 다시 Windermere행 기차로 갈아탔다,. 윈더미어행 기차는 딱 두량짜리 기차로 시골간이역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언덕 위에 풀을 뜯는 양들, 소들,. 간혹 보이는 집들,. 청명한 하늘,. 자연스레 탄성이 나오는 목가적인 풍경들,.
기차 안 내 옆좌석에 앉은 뚱뚱한 남자가 외국인이라 마음껏 일기를 펴놓고 무언가를 끄적였다,. 한국을 떠나온지 열흘 가량 지났는데 아무도 그리운 이가 없음은 내가 이 여행을 너무나 갈망한 탓일지 모른다,.
떠나고 싶어서,. 너무나 이곳에 오고 싶었다,. 무엇이 그렇게 나를 잡아끌었을까,.
윈더미어역에 내렸을 때,. 우선 막막했다,. 숙소 정보가 거의 없어서 였고,. 시골 간이역인 이곳에는 인포메이션 같은 것도 별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앰블사이드 유스호스텔에서 마중나온 봉고차가 있어서 그냥 어리버리 서있다가 타버렸다,.
앰블사이드 유스호스텔 앞에는 넓다란 호수가 있어 전망이 좋았다,. 호수위에는 보트와 오리들,.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에 눈이 부셨다,. 한적하면 더 좋을 풍경이었지만,. 불행히도 그날은 토요일 이었다,. (앰블사이드 유스호스텔은 4인실 도미토리가 13.5파운드 / 3인실 도미토리는 15.5파운드 였다,.) 내가 있는 4인실 도미토리에는 아줌마로 보이는 외국여자 둘이 있었다,. 낯선 곳에서 혼자 눈뜨는게 여행인지도 모른다,.
앰블사이드 유스호스텔은 침대는 낡았지만 주방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요리를 직접 해먹을 수 있었다,. 다음날,. 무진장 퍽퍽한 식빵에 햄과 양상치를 넣어 엉성한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도시락으로 챙기고는 Keswick행 555번 버스를 기다렸다,. 평일은 한 시간 간격,. 일요일은 2시간 간격이라 한다,. 케스윅 가는 길에는 끝없이 호수가 펼쳐졌다,. 호수지방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케스윅의 호숫가를 거닐고,. 개들이 뛰노는 것을 구경했다,. 구름에 가렸던 해가 따갑게 내리쬐서 잔디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고 싶었지만,. 개똥이 널려 있어서 참아야 했다,.-_- 외국인들은 개를 참 좋아한다,. 그것도 큰 개,.
캐스윅에서 돌아오는 버스를 타고 20분쯤 와서 Grasmere에서 내렸다,. 시인 워즈워스가 살았다는 Dove Cottage(비둘기 오두막)을 찾아갔지만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소박하고 작은 집이었다,.
다음 날에는 또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자전거 하이킹을 갔다,. 산악 자전거는 하루 빌리는데 14파운드였고,. 성능이 꽤 좋았다,. 자전거 대여점에서 지도를 빌려주고 루트도 알려주었다,. 오전 10시쯤 출발한 하이킹은 중간에 점심먹고 베아트릭스 포터 생가에 다녀오는 일정으로 마무리 되었는데 오후 5시쯤 끝이 났다,.
삼림욕을 해도 좋을 울창한 숲속의 자갈길,. 차도,. 언덕,. 급경사 등을 탔으니 피곤과 뻐근함에 눈만 감으면 잠이 들 수 있을 정도였다,. 호수를 끼고 가는 이 길과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말 잘 왔다,. 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다리가 너무 아려서 자전거를 내려 그냥 걷기도 했다,. 피곤했지만,. 행복해서 가슴이 벅찼다,. 자전거도 못탔던 내가 여행오기 전 석달간 트레이닝을 해서 이 정도로 탈 수 있게 되다니,. 감격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 (자전거 가르쳐준 오라버니,. 넘 고마워요,.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