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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빵카페-(얼짱 성형 패션 뷰티 여성정보 만땅카페) 원문보기 글쓴이: 권지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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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녕 안 되는 것입니까, 달빛 아래 빛나는 나의 정인이여”
“별빛아래 빛나는 나의 정인이여.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구려”
“도령이 너무 싫소, 꼴 보기도 싫소, 저리 가시오, 왜 내 눈 앞에서 매일 아른거리는 것이요?”
“그대의 눈과 코 그리고 입까지 그 하나하나를 내 눈동자 속에 담고 싶어서 그러는 것 이니 나를 밀어 내지 마시오.”
“그대가 진정 원하는 것이 나 인 것이요, 내가 있는 이 자리 인 것이요.”
“도련님이 계신 자리가 소녀의 곁이라면 소녀가 원하는 것이 맞사옵니다.”
“어이 소인을 더러 아름답다 하시옵니까?”
“꽃더러 아름답다 하는데 문제 될 일 있소?”
“전하 저를 처음 뵈셨을 때 어떠셨습니까?”
“벚꽃이 만개할 때 온 세상을 뒤엎는 그 꽃잎들의 아름다움을 아느냐. 널 처음 보았을 때 그러한 벚꽃이 생각나더구나.”
“전하, 오늘 꽃밭에서 가져온 개나리이옵니다. 참으로 곱지 않습니까?”
“개나리의 아름다움을 가리는 향기로운, 내 꽃 한 송이가 또 하나 같이 왔구나.”
“소녀 어찌하면 좋습니까, 밤마다 도련님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잠을 청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도련님은 소녀의 마음도 모르시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과인 또한 낭자의 모습이 눈 감을 때 마다 떠올라 눈을 감지 못하였고 눈을 뜨면 낭자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눈을 뜰 수도 없었소, 내 눈을 감지도 뜨지도 못하게 하는 그대를 내가 어찌하면 좋겠소.”
“제가 지쳐가는 모습이 보이지 아니 하십니까, 저하, 힘없는 가문의 여식임을 저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절 놓아주시옵소서. 저는 당신의 곁에 머물 수 없는 사람이란 걸 알고 계시잖습니까.…“
“과인은 절대 너를 놓지 않을 것이다. 설령 과인이 이 최고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라도, 과인은 그대를 절대 놓지 않을 것이야. 너를 향한 과인의 마음이 세상의 전부이니.”
“어찌 이 소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으시옵니까? 혹시..소녀의 용모가 마음에 들지 않사옵니까?”
“과인은 왕의 자리에 있는 몸이다. 언제나 너를 쳐다볼 수 없고 너만을 생각할 수가 없어 일부러 그리 했느니.....너의 마음도 찢어지고 나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서 재가 되었구나.”
“이제는 제가 지켜드리겠나이다.”
“그리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과인은 이미 천만 대군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 느낌이구려. 허나 그대가 천만 대군에 비하겠소, 과인에게는 그대가 그보다 더 위대한 존재임을.”
“전하 소녀의 어디가 가장 좋습니까?”
“너의 이마, 코, 눈, 입술, 모든 것이 사랑스럽구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곳이 어여쁘다.”
“전하 날씨가 춥습니다, 어서 처소로 돌아가시지요”
“처소에 들면 또 국정사만 보아야 하지 않느냐. 내 너를 좀 더 보고 싶어서 이러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향기로운 꽃에 언제나 벌이 꼬이듯 나의 꽃에도 잡 벌레들이 꼬이나 보오. 그렇다면 다시는 그 꽃을 넘볼 수 없도록, 날개를 잘라내면 되는 것 아니오?"
“저하, 저는 제 주변의 사람들이 다치는 것이 싫습니다. 그런 무서운 말은 접어두소서, 소첩에겐 저하뿐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시는 겁니까.“
“전하 이제 겨울이 다가 오려 나 봅니다. 부디 옥체 건강히 챙기시어 따뜻한 봄날에 뵈요.”
“봄이 아니었소? 난 그대와 지낸 이후로 항상 봄이었소.”
“언제 쯤 소녀 앞에 나타나 주실 것 입니까”
“그대가 그리워하는 이 순간 이오, 과인이 이리 나타나났으니, 그대는 나에게 무얼 해줄 텐가?”
“꽃이 참 예쁘게 폈습니다, 오라버니. 이 꽃보다 제가 더 어여쁘다고 해 줄 사람도 언젠간 나타나겠죠?“
“항상 말하고 싶었다. 너는 꽃보다 어여쁘구나.”
“짐은 이 나라의 왕이자, 그대의 왕이다.”
“그리고 소녀는 전하의 정인이지요.”
“멀리서라도 행복합니다. 그러니 부디 그곳에서 사라지지 말아주세요”
“다가 오거라. 나도 다가갈 터이니, 아니다 더 멀리가거라. 내가 더 가까이 갈 터이니.”
“밤바람이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전하. 다음에도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이다 그대가 원한다면 과인이 모든 일을 내려놓고 달려갈 것이다, 내 꼭 다시 나오도록 그대와 약조하지.”
“전하, 전하 곁에 머물기가 제겐 버겁습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버겁다말 하지 마시오. 그대 곁엔 과인이 있질 않소. 힘들면 힘들다 말하면 될 것을….어찌 그리 약한 몸으로 버티려 한 것이오.”
“전하 시녀들이 왕실나무에 어여쁜 빨간 물이 들었다고 하는 것 을 들었습니다, 소녀는 나들이가 가고 싶사옵니다.”
“과인과 함께 가면 되는 일 아니 더냐, 얼마나 어여쁜지 나도 보고 싶구나, 어여쁜 나무가 있다고 해도 어찌 너보다 어여쁠까. 그래도 정녕 원한다면 내 나갈 채비를 하도록 하지, 아니다, 나들이가 필요 없을 것 같구나. 이토록 어여쁜 꽃이 내 앞에 있으니. 붉게 물든 모습이 마치 단풍잎 같소.”
“멀리서 바라보아도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그자에게 사랑한다 말은 못하여도 언젠가 알아줄 날이 오겠지요? 저 멀리 떠있는 달에 취해 조심스레 꺼내 봅니다. 내 그대를 사랑합니다.”
“연못에 비춘 달빛에 그대의 연모의 정이 여기까지 스며드는 구려 어찌 나의 마음이 그대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소 서로의 마음이 이리도 같은데... 그리고 언제까지 무고한 달에게만 말할 작정인 것이요? 여기 내가 있지 않소? 나한테 다시 한 번만 말해주지 않겠소?”
“겨울이오고 꽃이 진다고 하여 소인을 잊지 말아주시옵소서. 하늘에 내리는 눈꽃과 같이 소인을 기억에 주시옵소서.”
“꽃이 진들, 겨울이 와 진눈깨비가 날린들, 내 죽더라도 너만은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어찌 너를 잊겠느냐 언제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눈꽃 같은 그대의 얼굴인 것을....”
“전하, 아무리 하늘 님이 노하시고 햇님이 노하셔도 전하는 나무 같습니다. 제 옆을 굳건히 지켜주시는... 감히 소인이 그 위에 지저귀는 종달새가 되어도 되겠습니까?”
“그리 해주기만 한다면 나는 참으로 고맙겠구나, 종달 새 뿐이겠느냐, 나에게 햇살이 되고 바람이 되어다오. 나를 비추고 감싸 안아 내 곁에 머물러다오, 나 역시 너에게 든든한 나무 한 그루가 될 것이다.”
“제 아무리 임금이라 하여도 그래봤자 하늘 아래 뫼 아니겠습니까? 스스로를 억지로 옭아 멜 필요 없습니다. 닳아버릴까 겁이 나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그대를 이렇게 만든 이가 하늘의 임금이라 해도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낭자, 눈을 감고 열만 세십시오. 그러면 모든 게 다 끝나있을 겁니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돌아온다면 그땐 제게 말씀해 주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했노라고.”
“눈을 감는 순간에 전하를 볼 수가 없지 않사옵니까, 뒤돌아 가시옵소서..다 가신 뒤에 소녀, 홀로 눈감고 기다리겠사옵니다.”
“궐에 있는 하루하루가 정말 사는 거 같지 않사옵니다. 어서 저를 보내주시옵소서..”
“내 어찌 그대를 보낼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이냐? 어찌 나의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는 거냐! 하루라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단 없다, 정녕 이렇게 나를 매몰차게 말할 수 있는 것이냐? 대체 뭐가 부족한 거냐. 그대에게 셀 수 없이 많은 도산과, 내 사랑을 주지 않았느냐? 대체..대체 뭐가 부족한 거야, 어떡하면 내 그대의 연정을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이냐 말이야!, 아니면 네가 궐 안에 있는 것이 힘겨우면 내가 나가면 되는 것이냐. 내가 이 옷을 벗고 내 모든 것을 버리면 너와 함께 할 수 있느냐 물었다.”
“어머니 소자는 사실 남색이옵니다. 그 어떤 처자의 붉은 댕기 머리와 상큼한 치마저고리 자태를 마주하는 것보다 그 집 자제의 곧은 목덜미와 정갈한 난향을 좋아하옵니다. 서책을 넘기는 가냘픈 손가락과 친우를 향한 웃음을 담는 검은 눈동자를 좋아하옵니다. 은애하는 이 마음 주체할 수가 없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사람을 은애하는 마음에 어찌 천한 귀함이 있고 옳고 그름이 있겠느냐, 그렇지만 아들아, 나는 네가 앞으로 맞서게 될 그 벽들에 네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구나. 제발 다시 생각해 보거라. 이 사실을 너의 아버지가 알게 되면 너는, 너는….”
“전하 꽃이 참으로 곱사 옵니다, 이런 날은 소첩도 꼭 궁 밖으로 나가 다른 여인네처럼 평범하게 꽃놀이라도 했으면 하고 가끔 생각 하옵니다, 궁은 참 외롭고 고독한 곳입니다..그래도 소첩 전하가 계시어 행복하옵니다.”
“그래 꽃이 참 곱구나..어찌 이리고울까..눈도 곱고 코 도,입술 도.. 안으면 시들까 무섭구나, 내가 그대를 이토록 외롭게 만들었어. 다 내 탓이오. 이렇게라도 그대를 곁에 두고 싶은 내 마음을 이해해주오. 여기 면경이오. 들여다보오.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없는 진귀하고 아름다운 꽃이 피지 않았소.”
“전하 날씨가 참 좋사옵니다. 오늘만이라도 소인과 함께 마실 나가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대가 원한다면 어디든 좋소. 명나라 아니면 저 쪽 원숭이 섬.. 가끔 국정을 버리는 것도 좋지, 오늘뿐이더냐 햇살아래 꽃처럼 화사한 너를 볼 수 있다면 내 언제든 같이 나가드리리다. 그대가 원한다면 언제든 마실 나갈 수 있소. 과인은 낭자와 함께한다면 그 어떤 것이든 좋소.”
“도련님을 연모합니다. 규방의 여인이 당돌하다 생각지마시고 부디 소녀의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
“그거 아시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대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소.”
“저하 곁에 제가 남는다면, 분명 잘 그려진 화폭에 남겨진 먹물 한 방울와도 같을 진데 어찌 제가 저하 곁에 남을 수 있겠사옵니까. 보내주시옵소서.. 그만 저를 잊어주시옵소서”
“그 먹물한방울이 네 눈물이라 하면 되느냐.. 네가 없으면 나또한 없을 진데..”
“저하, 미래를 생각하셔야지요. 보잘것없는 저는 지금까지 받은 사랑도 분에 넘쳐 나옵니다,
짐이 되고 싶진 않사옵니다...“
“당신이 있어 잘 그려진 화폭이 있는 것이오. 그대가 나를 정녕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나게 해주겠소. 하지만 그대의 눈에 흘러나온 눈물이 의미하는바가 나의 생각과 동일하다면 그대를 결코 떠나게 하지 않겠소.”
“언젠간 나타나주시어요”
“이미 그대 앞에서 웃고 있는 내가 보이지 않소? 날 좀 봐 주시게.”
“나리는 제가 보지 못할 때에만 모습을 비추시나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제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까..”
“나는 그대가 좋아서 이렇게 다가와 있는데, 빛이 그대의 눈을 흐리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도 그대의 손끝이 어여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잖는가.”
“폐하, 궁에 나비가 들어왔사옵니다.”
“여기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여 왕인 나조차 가만있지 못하고 이리 찾아 들었는데,어찌 나비라고 바라만 볼 수 있었겠소.”
“잊으려 해도 잊혀 지지가 않고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곁에만 있어야할 운명이언지.”
“그렇게 느끼는 게 운명이오. 그대는 내 곁에서 있는 게 그대의 운명이자 삶이오.”
“세자저하 저것 좀 보십시오, 궁궐정원에 매화가 만발합니다. 겨우내 무척이나 추웠는데 .저하께 누가 되지 않는다면 함께 구경을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어찌 누한 말이오, 국정사와 온갖 간신배들로 이루어진 궁 안을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오직 하나의 존재가 그대인데.”
“전하,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시는 길이시옵니까?”
“보름달이 밝다하여 잘 보이는 곳을 찾고 있었다. 허나 이젠 괜찮구나. 네가 여기 있는데 밝은 달이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대는 사내, 또한 나도 사내요. 뒷일을 어찌 감당하려고 이리 하는 게요. 설사 내가 그대와 같은 마음이라 한들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오. 못 들은 걸로 하겠소. 그만 돌아가시오. 난 자네 같은 좋은 친우를 잃고 싶지가 않소.”
“구태여 날 받아달란 말은 하지 않겠소. 허나 부디 자넬 향한 이 연심을 접으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시오. 내 살은 에는 고통으로라도 차차 히 접어갈 터이니 날 피하지도 마시오. 그저.. 그저 여태까지 그리 해왔던 것처럼 내 옆에만 있어주오.”
“전하 절 사랑한다고 말씀해주시어요. 전하의 사랑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나. 확인받고 싶습니다. 숙빈이 회임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경축 드려야 할일이지만 질투먼저 나는 이 유치한 여인의 마음을 부디 이해해주시어요. 이제 소첩보다 숙빈을 찾으실까 두렵사옵니다.”
“내 이 모든 애정을 그대에게만 쏟을 수가 없어 너무나도 슬프구나, 어찌 숙빈이 회임을 하였다고 너에 대한 나의 애정의 깊이가 달라지겠느냐. 숙빈은 그저 한낱 가문의 꼭두각시인 것을, 내 소첩을 어찌 외롭게 하겠느냐, 숙빈이 나의 후사를 회임했다고는 하나, 내 어찌 숙빈과 그 아이를 소첩보다 아끼고 더 생각하겠어. 염려 말거라. 내 그대를 많이 은애하니까”
“세자저하 소녀를 이만 놓아주시지요, 저하께선 세자빈께 가셔야합니다 장차 이 나라의 국부가 되실 분께서 한 낯 몰락양반의 자제인 제게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내가 널 은애한다 하지 않았느냐. 어찌 사모하지도 않는 자와 혼인을 할 수 있단 말이냐. 난 그렇게는 못한다. 이 나라의 세자빈은 그대가 되어야 한단 말이다, 사람의 값에서는 귀천이 있을지 모르나, 연심에는 귀천이 없다. 어찌 넌 이를 몰라주는 것이냐. 구태여 널 세자빈의 터전에 앉혀놓을 생각은 없다. 허나, 내 정인은 너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꼭.”
“저하 바람이 차갑습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누굴 그렇게 애가 타도록 기다리는 겁니까?”
“내 연모하는 이를 그리고 있었다. 근데 이상 하구나, 내 네가 잠시나마 예뻐 보이다니 가슴이 뛰다니.”
“너는 내게 꽃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운 향기로 날 취하게 만든 세상에 단 하나 뿐인 꽃이다. 하지만 너는 너무 눈부셔서 너무 달콤해서 다른 나비가 끊이질 않는구나. 나는 그것이 불안하고 또 불안하다. 그래서 너를 나만의 꽃으로, 나만의 여인으로 만들고 싶구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느냐? 난 지금 너에게 널 연모하는 감정을 담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부디 저를 꽃에 빗대지 말아주십시오. 때가 되면 저버리는, 한 때의 미를 잃어버리는 꽃에 저를 빗대지 말아주십시오. 혹 꼭 빗대시려거든 마취 목, 이에 절 빗대주십시오. 마취 목의 꽃말은 희생이라 들은 바 있습니다. 혹 태는 곱지 않을 수 있으나 저하를 위해 희생하며 저버릴 수 있는 소녀가 되게 해주시옵소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소. 이 바람을 타고 그대에게 다가서고 싶소. 그러하나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지고 싶진 않소이다.”
“그러면 바람처럼 오셔서 버드나무처럼 드리워지면 될 것 아닙니까. 소녀 기다리겠습니다, 도련님이 제 마음의 버드나무가 될 때까지.”
“네 입술에 꽃을 얹은 것 같구나. 어찌 너는 항상 이리 어여쁘단 말이냐?”
“소녀 입술 위에 꽃이 보임은 저하의 어명을 읊조렸기 때문이고, 소녀의 안색이 불그스름함은 저하의 용안과 마주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거기 상처는 뭐인 것이냐! 또 중전이 내명부의 기강을 잡겠다고 나선 것이냐! 내 그대의 몸을 잘 보존하라고 하지 않았어! 바른대로 말 하 거라, 중전의 짓인 게냐? 아니면 숙빈의 짓이야? 그대를 욕보이는 것은 나를 욕보이는 것이야. 누구의 소행인지 바른대로 말하라고 하지 않았어! 내 당장 가서 그에 따른 댓 가를 치루 게 할 터 이니!”
“제가 어찌 고하겠사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다 저의 죄이지요. 제가 잘못한 일입니다. 전하 부디 화를 가라앉히소서.”
“전하 어찌 소녀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지 않는 것이 옵니까”
“나는 너의 마음까지 헤아릴 여유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했는데 내가 어찌 너의 마음까지 헤아린단 말이냐”
“도련님 어찌 천한 제게 이런 호의를 베푸시는 겁니까? 매일같이 글을 가르쳐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분하어요”
“호의라니 호의가 아닌 훗날 널 내 아내로 만들기 위한 뇌물이다”
“내 사랑. 연모하고 있어요.”
“나또한 그러하다는 걸 모르느냐?”
“전하는 걸음이 너무 빠르시옵니다. 조금만 늦춰주시렵니까? 소인이 뛰어 갈 테니.”
“뛰지 마라. 내가 뒤돌아 너에게 갈 것이다. 넌 그자리그대로 서 있어라”
“연모하는 마음만 가지고 했던 영원히 함께하자는 약조, 그대는 이제 잊은듯하여 저는 점점 더 힘이 듭니다.”
“내 꽃이 진다하여도 그대를 잊은 적이 없소.”
“지금 내가 꿈을 꾸나 보구나, 전하께서 이리 가까이 서 계시다니...”
“꿈이 아니라면? 낭자, 꿈이 아니오. 한번 만져보겠소?”
“어찌하여 그러시는 겁니까, 소녀는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뭘 이해할 수 없단 말이냐? 사내가 연모하는 여인을 쫒아 다니는 게 이상한 것이냐?”
“전하 항상 소인을 꽃이라 부르시지 않았사옵니까, 계절이변하며 저 꽃들도 시들거나 떨어지겠지요, 전하 저는 지금 꽃을 다 피우고 시들어가려하옵니다 시들어가는 이 미천한 소인이 그대 옆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떠나는 게 옳은 게 아니겠습니까.”
“어찌 그러는 것이냐 동백꽃을 모르는 것이냐 모든 꽃들이 시들고 죽어있는 시린 겨울에 홀로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이 너인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이냐, 그리 걱정되면 옆에서 날 보살 피면 될 것 아니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아느냐? 너의 그 두 발목을 자를까 생각 중이다. 그러면 네가 내 곁에서 도망가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이제 그만 나를 봐다오. 자꾸만 발목 잘린 네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나도 미칠 것만 같다.”
“어찌 이리도 불안해하십니까. 이 어둠이 가시고 다시 해가 뜨는 그 순간에도 전하와 함께할 것입니다. 눈을 감는 순간까지 전하 곁이 고픈 제 마음을 어찌 모르시는 것입니까? 전하 이러시지 마시어요, 이건 사랑이 아닌 집착이 옵니다, 정녕 저를 곁에 두시고 싶으시다면 집착 아닌 사랑스런 눈빛으로 절 봐주시고 집착이 아닌 사랑스런 행동으로 절 대해주시와요”
“달은 어둠속에서도 저리 빛나 어디에 있든 항상 보이는데 당신은 대체 어디 있기에 어두워도 밝아도 보이질 않소.”
“당신에게 혹시나 이 미천한 몸이 흠이 될까봐, 뒤에 숨어있었답니다.. 한번 찾아보시어요.!”
“능소화가 만개하는 날 돌아오시겠다, 하지 않으셨나요? 왜 이제 오셔서 저의 어둠을 보시는지요. 소녀. 당신이 저의어둠을 보길 바라지 않사옵니다. 부디 좋은 인연만나 어여삐 살아주시어요...”
“아니다 아직도 난 네가 빛나는구나.”
“닿고 싶사옵니다. 허나 닿을 수없는 곳에 계시온데 제가 어찌 감히 전하를 마음에 품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전하, 소인은 그만 잊으시지요. 정녕 소인이 이곳을 떠나야 잊어주시겠사옵니까. 저는 전하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사옵니다.”
“네가 나에게 닿지 못한다면 내가 너에게로 갈 것이다. 그리하면 이 나를 받아주겠느냐? 내가 너에게 갈 터이니 다시는 떠난다, 자격이 없다, 이런 말 절대 하지 말거라. 듣는 내 마음이 찢어질 듯하구나. 그 자격은 그대가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나만이 그 자격을 논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러니 내 곁에 있어도 좋다.”
“항상 제 기억 속엔 그 여름날의 도련님이 머물고 계십니다. 그 기억이 꼭 꿈만 같아 가끔 서글퍼지는 제 마음을 아실런지요.”
“꿈이 아니다. 서글퍼 말아라. 난 언제나 그 여름날과 같이 네 곁에 있을 것이다.”
“넌 참 기묘하구나. 고운 곳 하나 없이 못 나기만한 용모인데 어찌 이리 꽃 같단 말이냐”
“전하의 눈이 꽃과 같이 고우시어 저 같은 것 또한 꽃으로 보시나 봅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꽃처럼 피어난다하지 않습니까, 오늘은, 오늘 하루만은 저도 꽃이 되어보고 싶었습니다.”
“소녀 전하를 연모하는데 어찌 그리 소녀를 멀리두시는 것입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질까하여 그랬다. 허나 너를 향한 내 마음은 깊어져만 가더구나. 내 너를 연모하고 있었다. 넌 저밖에 붉게 핀 동백꽃과 같이 매혹적이고 백합과같이 하얗고 순수 하다. 이젠 내 피하지 않고 말할 것이다. 나의 사람이 되어 내 곁을 떠나지 마시오.”
“사내인 네가 왜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냐? 한껏 만개한 처녀들의 붉은 비단 치맛자락이 아닌, 생기에 젖어 들뜬 발간 볼이 아닌, 너의 창백하고 가냘픈, 그래서 고고한 학처럼 정갈한 옥색 도포 차림이 나를 옆집 처녀 훔쳐보는 떠꺼머리, 총각처럼 설레게 하는 것이냔 말이다.”
“취한듯하네 어서 들어 가야되겠어, 자네는 귀한 도련님 아닌가? 그리고 그런 말은 입 밖으로도 내지 말게나, 정말 그대에게 안길지도모르니”
“절교합시다. 난 처음부터 그대를 친우로 생각한적 없소.”
“어찌 그러시오 나를 무엇으로 처음부터 생각하였소? 사내답지 못하게 뭐하는 짓이오? 그게 네 진심이라면 그대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무어란 말이야? 그대와 내 사이의 경계를 없애려 하지 마시오. 그것마저 허물면 나는 자제할 수 없게 되니.”
“오늘따라 달빛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달이 질 때 쯤 이면 저는 이곳을 떠납니다, 함께 하지 못해서 송구 하옵니다, 소녀, 평생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연모했습니다, 나의 정인이여”
“과인을 두고 그대가 감히 어딜 떠나려는 것이냐, 오늘밤 궁문을 모두 닫아 너를 가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대가 없이 단 하룻밤도 못 지내는 과인인데 어딜 가려 하느냐 널 잡아두어 침소에 영원히 묶어두기 전에 슬픔을 가진 눈으로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밀지도 말거라”
“다시는 잡을 수 없기에 안아보겠습니다, 날이 밝으면 저는 죽임을 당 하겠지요.”
“그렇다면 안지 말아라....나를 잡아.”
“아바마마 어딜 그리 가십니까? 혹시 어머니를 보러 가십니까? 왜 저에겐 어머니를 보게 해주시지 않으시는 거 에요?”
“아들아 네 어미를 그리워하지도, 마음에 담아두지도 말거라. 미안하다 아들아 내 네가 어 엿 한 조선의 한 남자가 되는 날이 온다면 내 그때 진실을 다 밝혀줄 것이다. 아들아 이 아비를 믿고 기다려 주거라.”
“전하 개나리가 아름답게도 피었사옵니다. 하지만 봄이 짧은 게 소녀는 항상 아쉽사옵니다.”
“여름엔 나리꽃이 피고 가을엔 국화가 피고 겨울엔 동백꽃이 피질 않느냐. 그래도 너는 그 어떤 꽃보다 가장 화사하고 아름답구나. 네가 나의 꽃이다, 나만의 모란아.”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하여 참으려 해봐도 저의 마음은 어찌나 한결 같은지 마치 경화수월같이 저하는 소녀에겐 거울에 비친 꽃과 같사옵니다. 눈앞의 현실이 너무나 암담하게 느껴져 왔습니다. 허나 이렇게 잠시나마 저하의 얼굴을 보니 환히 웃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하 탓이 아니옵니다.. 저하를 탓하지 마십시오.. 가능하면 끝까지 모른척하며 잊으려 해봤지만 애써 봐도 저하를 은애하는 이 마음 이리 아직도 요지부동이니 소녀 떠난다고 해서 저하를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항상 마음에 품고 있을 것이옵니다. 다음 생 에서 만큼은 저하의 사람이 되길 바라며 소녀 이만 떠나겠습니다. 부디 행복하십시오”
“어디를 떠난다는 것이냐, 한시라도 눈을 떼면 이리 다치고 저리 다치는 그대가 나를 떠나 어디를 간단 말이냐. 그대를 한시라도 보지 못하면 내 가슴이 새카맣게 타는 것을 알기는 하는 것이냐....가지 말거라, 가지 마라..”
“전하 이젠 정말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도와주실 수 있으시나이까”
“궁 안에 어여쁜 꽃이 만개하였구나. 너의 그 자태는 매화를 닮은 것이냐, 아니면 모란을 닮은 것이냐. 사랑을 하고 싶다는 꽃 같은 너의 입술이 참으로 어여쁘구나. 내 곁으로 오너 라, 이 내 애정을 모두 너에게 쏟으마.”
“저하 벌써 나뭇잎들이 색을 입는 가을이 옵니다 소녀와 함께 보러가지 않으시렵니까, 처음으로 저하와 추억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 과인도 궁 밖에 나가 너와 단풍놀이를 하고 싶구나. 그 화려한 자태가 꼭 그대 같을 터이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겠구나.”
“하늘에 달이 밝게 차올랐습니다. 달 주위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어 외롭지 않아 보입니다. 허나 제 옆에는 떠나가신 님 의 그림자도 없습니다. 님 의 향기마저 사라질라 전 겁이 납니다. 하아.. 별 같은 내님이시어 언제쯤 님 을 볼 수 있을까요.”
“비록 과인이 그대 곁을 떠났을지라도 과인은 항상 공기로 남아 그대 곁에 있다는 걸 기억해주시오”
“전하 밖을 봐주십시오, 별이 총총하게 떠있으니 아름답지 않습니까? 소녀 산책하고 싶사옵니다.”
“별보다 네가 더 아름다운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이냐. 산책을 나가서 그대의 얼굴만 보다가 발을 헛디딜까 걱정이구나. 어찌 이리도 고운 것이야, 과인 마음이 이리 애가 타는구나.”
“소녀는 전하에게 그저 어린아이일 뿐이겠지요, 소녀가 하는 말 하나하나가 다 농으로 들리시겠지요, 언제쯤 제 마음을 알아주시렵니까, 곧 이별이 올 텐데 이렇게 허무하고 안타깝게 끝낼 수야 있겠습니까. 전하를 보고 있자면 그저 웃음밖에 나질 않고 온 세상이 환한 빛으로 물 들 으는 듯하니. 제가 어찌 이렇게 전하를 놓아드릴 수 있겠습니까. 부디 소녀의 마음을 어리게만 보지 말아주시옵소서.”
“어찌 내가 너를 어린아이로만 본다 생각하느냐. 이미 오래전부터 그대는 내게 단 하나뿐인 여인으로 각인된 것을 정녕 몰랐단 말이냐. 어찌하면 이 내 애타는 마음을 알아 줄꼬, 이 커다란 궁을 다 내어주면 알 것인가 아니면 이 나라를 다 주어야 알 것인가.”
“전하, 혹시 소인이 귀찮다면 말씀해주셔요. 소녀는 전하를 하루 이틀 보아도 매일 보고 싶은데 어찌하지요. 소인이 이러는 것이 전하의 나랏일의 조금이나마 걸림 돌이 된다면 전하를 연모하기 때문에 이 소녀 물러갈 수 있습니다.”
“그대가 칭하는 전하의 호가 과인을 향함이 아님은 알고 있다. 허나, 과인은 영구히 모른다 할 것이야. 매일 밤, 네가 장미의 붉은 미를 빼온 듯, 불그스름한 살이 오른 두 입술 사이로 내가 아닌…, 내가 아닌 낯선 이의 이름을 읊는다 해도 나는 모른다 할 것이야”
“전하, 어찌하여 제게 매번 화를 내십니까? 소인이 그렇게 맘에 들지 않사옵니까..? 소인이 고쳐야 할 게 있다면 알려주시옵소서. 고치겠사옵니다. 전하께서 소인을 보고 한번만 웃어주시오면 소원이 없겠나이다.”
“부끄러워 그러는 것이 아니냐. 사내라고 어찌 수줍음이 없겠느냐, 이해해 다오. 이리 어여쁜 꽃을 앞에 두고 부끄럼을 타지 않는 사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냐. 너를 연모하는 마음이 수줍어 그 마음을 숨기려 하였던 것이 너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구나. 미안하다, 이제는 그대만을 향해 웃어줄 터이니 그만 눈물을 거두어 주지 않겠느냐. 그대가 눈물을 보이면 과인의 가슴이 너무나 아프구나.”
“서방님, 달빛이 참 곱지 않습니까? 꼭 서방님의 은은한 성품 같습니다.”
“저 달이 나라면 그 옆의 눈부신 별은 그대인 것이오? 부인의 빛나는 마음씨를 빼다 박은 듯 한 저 별이 참으로 탐스럽구려, 따다가 그대에게 안겨 주고 싶소이다.”
“전하! 소녀, 너무 궁 안에만 있어서 답답하옵니다! 오늘 하루만 궁 밖을 잠시 다녀오면 안 되겠사옵니까?”
“내 너를 배려하지 못하여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였구나, 홀로 외로이 궁에서 있어 얼마나 외로웠느냐. 나와 함께 단풍놀이를 가겠느냐. 철이 딱 알맞아 너처럼 어여쁜 국화가 들에 흐드러지게 피었겠구나. 거추장스럽게 내시니 궁녀니 다 필요 없고, 너와 나 단둘이서만 몰래 가자꾸나. 그대와 단둘이서 그 아름다움 안에서 숨 쉬고 싶구나, 국화보다 어여쁜 그대여.”
“전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제 외모가 못나 전하께 많은 폐를 끼쳤사옵니다. 부디 용안과 건강에 힘쓰시옵소서. 어서 빨리 소인을 폐위시키시고, 어여쁜 중전을 새로 모시어 건강한 세자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 시옵소서, 제 걱정은 마시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주시옵소서. 그게 소인의 마지막 청이오니, 부디…. 행복하시옵소서.”
“세자가 죽었소. 그 어리고 총명하던 아이가 나의 곁을 떠났소. 이제는 중전마저 떠나가려 하오. 나에게 마치 구름처럼 살포시 온 것처럼, 다들 소리 없이 나를 떠나는구려. 이리도 따스한 내 음 새를 남기고, 이리도 눈부신 흔적만을 남기고 간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 것이오. 중전, 그대가 나의 오직 하나뿐인 아름다움이었으니. 그대가 세자빈 시절 얼마나 눈부셨는지 아시오? 나는 그 빛나던 그대의 청춘을 꺾었소. 그때는 그것이 어찌 그리 가벼이 생각되었을까. 과인은 어찌 그리 그대에게만 그리 잔인하였던가, 이제는 놓아주겠소. 자유로운 새처럼 날아가시오. 새장 문이 열렸소이다. 다시 닫을 수가 없소. 문이 부서졌나 보오.”
“전하, 소인 고뿔에 걸린 듯하옵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이마도 불처럼 뜨거우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옵니다. 전하께선 몸조심 하시어 고뿔에 걸리지 마시옵소서.”
“허, 내 그리 밖에 나 돌아 다니지 말고 몸을 보존하라 일렀거늘 결국 고뿔에 든 것이냐. 제발 몸조리를 신경 써서 하거 라, 내 그대가 아프면 신경이 쓰여 국정사가 손에 잡히질 않으니. 내 묘시가 되면 그대를 찾아가 직접 간호를 해 주마.”
“서방님. 언제쯤 제가 서방님 맘속에 도달할 런지요?”
“이미 도달 하였소. 염려 마시오.”
“전하..”
“어찌 짐을 그리 슬프게 부르시오 낭자”
“저하 오늘 제 곁에 있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부탁할 필요 없소, 우리는 이미 하나가 아니지 않소?”
“요즘 들어 너무 두렵습니다, 어느 자가 저하를 해치진 않을지 저하가 저를 떠나 버리시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만 들어 정말 무섭습니다..”
“낭자는 참으로 별 고민도 다 하오. 내 낭자를 두고 어딜 간단 말이오? 염려 말고 쉬시오. 내 그대가 잠들기까지 기다리겠소, 그런 불순한 망상과 같은 일은 접으시오 낭자 내가 낭자 곁에 없다는 것은 삶의 이유를 잃은 것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어찌 낭자는 모른단 말이오.”
“언제까지 제 입술을 두드리면서 알짱거려야 뽀뽀해 주시겠어요? 손끝으로 두드리는 것도 이젠 쑥스러워요.”
“어허. 얼마나 건드려야 꿀이 나오나 시험하는 것을 보는 중이다. 꽃 마냥 탐스럽게 익었거든.”
“그대와 내 마음이 같아도 나는 두렵소, 우리는 사내이지 않소? 그러니 이제 서로의 길을 떠납시다, 나를 잊고 어여쁜 여인을 만나시오”
“어찌 마음에도 없는 소릴 그리 내뱉는 것이오. 두려웠소? 그럼 내가 미안하오. 내 그대 옆자릴 평생 지키리다. 두려워마시오.”
“전하, 날이 춥사옵니다.”
“낭자 날이 춥소, 이리와 안기시오 체온을 나눕시다.”
“전하, 어인 일로 저를 부르신 것이옵니까?”
“과인이, 과인이 그토록 은애하는 짝을 보고 싶어 부른 것인데 어인 일이라니?”
“전하의 용안에 수심이 가득 하옵니다, 어찌 그러시옵니까?”
“널 어떻게 하면 항상 옆에 둘 수 있을까 생각중이다. 중전으로 두자니 너무 멀고 첩으로 들자니 너무 어여쁘고 어찌하면 좋겠느냐”
“어쩐 일로 그리 고분고분한 것이냐?”
“오늘은 소인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된 날이옵니다. 바로 전하를 은애한다는 것을요.”
“저하, 사내인 저를 어찌 그리 보시는 것이옵니까?”
“하늘 님은 가끔 실수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느꼈소. 이리 고운 아이가 사내라니.”
“소인은 사내의 몸이건대 전하는 어찌 소인을 이리도 귀히 여겨주시는지요? 전하, 더 이상 이 미천한 것이 기대하지 않도록 해 주옵소서. 소인,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너무 힘드나이다.”
“내가 너를 생각해 준다는 것이 이리도 너를 힘들게 하였느냐, 과인은 단지 그대가 나를 싫어하게 여겨 나또한 마음을 버리려 애를 쓰고 있었으나 그 마음은 멀어지지 않더구나, 너를 내가 애타게 하였구나, 이리 오거라 오늘부터 널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 기대해도 좋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라. 너를 안기 위해 이 자리가, 이 옷이 문제가 된다면 이 또한 벗어 던지고 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대, 그대가 미천하다고 생각하다고 하나 본데, 나는 말이요 미천하지 않다고 생각하오. 그저 나는 너를 사내로 보지 않고 은애하는 이로 볼뿐이기에 아끼는 것뿐인데, 어찌 네가 스스로 미천하다 칭 하는 건가”
“저하”
“왜 그러는가.”
“저하, 밤이 깊었습니다. 어서 침소에 드십시오.. 소인 문 앞에서 저하 곁을 지킬 터이니..”
“문 앞에서 지키지 말고 내 옆 자리에서 지켜 주는 것은 어떠하겠느냐?”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였습니다, 어찌 가까이 오라고만하십니까”
“우리는 이미 남녀의 사이를 뛰어 넘은 부부지정을 맺은 사이가 아니오. 그러니 내 이리 부인을 곁에 두고 싶어 추태를 부린다 하여도 조금은 너그러이 봐 주시오.”
“저하, 제겐 어릴 때 같이 마을을 뛰어다니던 친우가 있습니다. 꽃이 필 때면 화관을 엮어 서로 머리에 얹어주었고, 여름엔 물가로 뛰어나가 물장난을 치던 사이였지요. 어느새 그는 장성하여 청년이 되었고, 저는 그를 마음에 담았습니다. 저하, 부디 저를 놓아주세요. 저 말고도 이 궁엔 아리따운 여인들이 많지 않사옵니까.”
“나에게도 그러한 친우가 있소. 개구지게 웃으며 나와 장난을 치던 어린아이였던 그 아이가 어느새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으니 나 또한 그 아이를 마음에 담지 않을 수 없었소. 내 마음이 그러한데 어찌 그대는 놓으라고만 하는 것이오? 그 아이의 아름다움에 이 궁의 다른 여인들의 얼굴은 눈에 차지도 않거늘 날 이렇게 만들어놓고 어찌 그대는 놓으라고만 하오? 그대는 나를 이리 힘들게 만든단 말이오.”
“저하 이 노란 개나리꽃을 왜 저에게 주셨사옵니까.”
“저..마당 앞에서 주웠다, 절대 너를 생각해서 딴 게 아니란 말이다!”
“제 얼굴을 보지 마십시오! 홍당무처럼 빨개 보기 흉 하실 것입니다!”
“마치 홍옥처럼 붉구나. 만져 봐도 되겠소?”
“벚꽃이 흩날리던 그때를 기억하고 계시옵니까? 그때도 제게 말씀하셨지요...”
“그대를 은애한다. 그리 고백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구려”
“전하, 소인 처음 봤을 때 어땠습니까?”
“어찌 그리 못났는지…. 내가 아니면 거둬줄 사내가 없단 것을 느꼈소.”
“밤이 너무 깊어 소인은 이만 물러가리라. 어서 침소에 드십시오.”
“실가는 곳에 바늘이 따르는 터인데 어찌 물러가려하는가. 오늘은 이 곳 내 옆에서 나를 놓지 말거라.”
“달빛이 좋구나. 그러나 밤바람이 차니 너는 내 품에 있는 것이 좋겠다.”
“밤이 차옵니다. 고뿔에 걸리실 수 있으니 들어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만은... 도련 님 품이 너무 따스해 보내드릴 수 가없사옵니다.”
“전하, 제 말 듣고 계십니까? 왜 대답이 없으셔요.”
“그대의 아름다움에 말문이 터지지 않소.”
“도련님 오랜만에 도련님의 가야금 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낭자가 나의 가야금에 맞추어 춤을 춘다면 그리하리다. 그대의 선녀 같은 모습을 보고 싶구려.”
“전하. 새 신을 샀사옵니다. 저 어여쁜가요?”
“아, 미안하오. 계속 그대의 얼굴에만 시선이 머물러있느라 그대의 신까지 볼 여력이 없구려.”
“어찌 꽃을 이리 많이 꺾으신 겝니까? 궁에 꽃이 하나도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제일 어여쁜 꽃이 내 옆에 있는데 이 꽃들이 다 없어진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얼굴에 주름이 늘어 못나 보이시죠. 걱정입니다.”
“주름이라니 무슨 소리요. 나는 하루하루 중전이 너무 예뻐 보여서 골치인데 말이지.”
“서방님 요즘 서방님의 몸이 허한듯하여 제가 탕 약을 끓였습니다, 이것 드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오”
“탕약은 너무 쓰오, 그것보단 낭자의 입술이 더 달콤할 것 같소.”
“전하 소녀의 뱃속에 전하의 핏줄이 흐르고 있나이다..”
“난 전생에 무슨 득을 쌓았단 말이오? 정말 이런 게 행복이라는 거요? 오늘만은 왕으로써 품위를 지키지 않아도 되겠소? 눈물이 자꾸 차오르는구려.”
“서방님이 눈앞에 아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나흘 전에도 서적을 정리하다가 책을 읽던 서방님이 눈에 아른거려 한참이나 서방님을 떠올리다가 시누이에게 혼나고 말았지 뭡니까 서방님이 보이지 않으실 땐 서방님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서방님이 눈앞에 계실 때면 서방님에게 눈을 땔 수가 없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한 여름 날에 열병과도 같은 이 병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서방님”
“참으로 귀여운 병에 걸렸군요. 나 또한 내 여인의 얼굴이 떠올라 한시도 가슴이 안 뛴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서책은 그만보고 그대의 얼굴을 보고 싶소.”
“어찌 권 도령과의 꽃구경을 안 보내주시는지요?”
“가거라! 대신 다신 날 볼 생각 하지 말거라! 지금 짐을 농락하는 것이냐! 내가! 널 이토록 사랑하는 내가! 어떻게 느낄지 모른단 것이냐!”
“저하, 저하! 이것 좀 보시옵소서! 이것이 청나라의 귀걸이라고 하는 것이옵니다. 참 곱지 아니합니까?”
“귀걸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너의 웃음이 내 눈에 들어오는구나. 그것 참 어여쁘다.”
“전하 낯빛이 어둡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왕자께서 그대를 칭찬 하더이다, 내 투기에 눈이 멀어 큰일을 저지를 뻔 했소.”
“궁은 제게 그런 곳입니다.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으나. 중요한 것을 빼앗아간 곳입니다. 모두가 화려해 보이나 모두가 슬픈 그런 곳입니다..그래서 전 전하에 곁에 있을 수 없사옵니다. 부디 저를 잊으세요..”
“모든 것을 가지지 않게 하고 중요한 것을 준다면.. 그렇다면 널 놓지 않아도 되는 게냐? 대체 그런 것도 안 된다면 이 마음은 어찌해야 하는 게야! 내 널 위해서 모든 것을 놓아도 좋다. 옆에만 있어다오. 네가 싫다면 내 정녕 이 궁을 나가도 좋아 단 너도 같이 있어야한다.”
“오늘밤 소첩을 안아주시어요. 소첩 전하 품에서 잠들고 싶사온데, 어찌하여 전하는 소첩의 침소에 들지 않으시는 것이 옵니까”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건드려 시들면 어쩌나 생각하오.”
“제가 감히 전하의 옥체에 손을 대었으니 이제 저를 내치실 것이 옵니까..?”
“내쳐야지. 과인의 품으로 내쳐야지. 아직도 넌 나를 잘 모르는구나. 하나하나 가르쳐 주겠다. 화도 내지 않겠다. 내 손을 잡거라.”
“전하 드릴 말이 있사옵니다. 소녀, 주제 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저는 전하를 연모하옵니다. 허나, 전하께 소녀는 한낱 어린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으십니까.”
“처음엔 그저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점점 네가 숙녀로 보이고 생각이 나는구나.”
“그대가 진정 남자란 말이오? 내 확신을 내릴 수가 없구려. 어디 한 번 안아 봐도 되겠소?”
“저는 밋밋한 몸을 가진 사내라 당신께 육체의 쾌락을 드리기 힘들 것이옵니다. 허나 저는 당신을 연모하는 사내이옵니다.”
“벚꽃이 참으로 곱다. 그리고 그대도 곱다.”
“전하의 입술에 걸려있는 부드러운 미소 또한 곱습니다.”
“다음 생에는 답답한 궁이 아닌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싶사옵니다. 전하도 부디 아름다운 새로 태어나셔서 저와 같이 이 세상 반대편에도 가보고 한 평생 평화로이 살아주세요.”
“그렇다면 그때는 그대만을 지킬 것이오.”
“전하, 지금 내 앞에 서 계신 게 정녕 전하가 맞으신지요. 혹여 꿈이 아닐까 싶어 불안하옵니다. 보고 싶다고 간절히 외쳐도 왜 야속하게 꿈에도 한 번 나타나지 않으셨사옵니까. 소인이 보고 싶지 않으셨던 것입니까. 돌아오신다고 하시곤 왜 이리 오래 걸려 오셨습니까.”
“그래서 지금 과인이 여기 오지 않았느냐, 선잠을 자려 하여도 그대 얼굴이 눈앞에서 어른거려 잠을 청할 수가 없고, 수라를 들라 하여도 팥죽을 좋아하던 그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차마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소. 이렇게 추한 꼴로 돌아온 나를 용서하오.”
“이 몸이 가루가 되어 허공을 나른다면 바람이 되고, 이 몸이 썩어 흙이 된다면 전하의 발아래를 받치는 길이 될 것이옵니다. 이리 외롭게 떠나는 길이지만 혹여 효경을 외우시다가 쓸쓸한 마음에 소녀가 잠시라도 떠오르신다면 그날만큼은 일찍 침소에 드시옵소서. 전하의 쓸쓸한 잠자리마저 이 연모하는 감정으로 지켜드리겠나이다.”
“그대가 가루가 되어 허공을 나르는 바람이 되면 과인은 나무가 되고 그대가 썩어 흙이 되어 길이 되면 그 옆에 피어있는 한 송이 꽃이 되겠소, 그대가 가는 길이 외로울지라도 효경을 외우다가 잠시 소녀가 떠오르면 일찍 잠들겠소, 꿈에서나마 그대를 볼 수 있을까 하여 다음 생에는 내가 그대를 지켜주겠소”
“저기 저 진달래꽃이 어여쁘옵니까? 제가 어여쁘옵니까?”
“밝은 달빛에 비추는 진달래가 예쁘듯, 너도 과인의 옆에 있어야 예뻐 보인다.”
“전하, 감히 제가 다른 사내에게 흔들립니다. 저를 잡아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과인의 눈에는 너밖에 차지 않는데 그대는 어찌 다른 사내를 보려 하느냐, 과인의 인내심은 짧다. 설사 그것이 그대라 하더라도.”
“전하 사랑하옵니다.”
“나도 은애 하오 나의 여인.”
“금일도 명월은 어찌 이리 고운지 오늘따라 내 님이 더 더욱이 그리워집니다. 안뜰의 하얀 목련이 오늘따라 더 더욱이 새 하얍니다. 보고 싶습니다.”
“명월이 곱디 고운데, 눈에 비쳐짐은 그대 뒤에 내가 서, 잡 빛을 없애기 때문이고, 안뜰의 하얀 목력이 유독 금일에 강한 흰 빛을 띄움은 그대를 나의 목련으로 삼았기 때문이 온데 어이하여 그대는 여 즉 나를 그리워한단 말이오.”
“다음 생에도 제 정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물론이오. 저 달에 약조를 걸었으니 이젠 그대와 내가 함께 걸어가는 것만 남았소. 그대의 옆은 언제나 비워두시게. 그럼 옆에 있겠네.”
“제게 얼굴 좀 보여주시어요.”
“그대의 곁을 늘 맴도는데 어찌 몰라주는 것이오?”
“들판에 흐드러진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것을 손에 쥐고자 꽃송이를 꺾었더니 꺾인 꽃송이가 다시는 그때의 그 아름다움을 피어내지 못했던 것처럼, 그대 또한 내 품에 안기 위해 죽음을 무릅썼으나 결국 내게 돌아온 것은 시든 꽃 한 송이 뿐이었소. 나는 정녕 꺾인 꽃송이를 쥔 사내처럼 다시는 그대의 활짝 피어난 미소를 볼 수 없는 게요?”
“꽃은 일방적인 연심으로만 자라오는 것이 아니옵니다. 주위의 만발한 다른 꽃들과 어 우 르 어 활기의 샘을 채워나가는 것 또한 꽃의 일부거늘, 저하께선 어이하여 여 즉 이를 몰라주십니까. 늡늡한 방 안 속 진열해놓을 꽃 한 떨기가 필요하시다면 조화를 키우십시오. 아니, 사들이십시오.”
“아무리 찾아 헤매도 그대가 보이지 않소.”
“내 너의 뒤에서 그림자가 되어 언제나 함께 하고 있지 않느냐”
“날이 많이 찹니다, 도련님. 고뿔에 걸리시면 어쩌시려고 이리 나와 계신 겁니까? 소녀 괜찮으니 부디 상관마시고 먼저 안으로 드시옵소서.”
“함께 들도록 하자. 너의 손이 찬데 그 손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도록 손을 내어주겠느냐?”
“곱지 못한 손인지라 내어드리기 부끄럽사옵니다. 이리 곱지 못하여도 도련님, 내민 두 손 따스하게 잡아주시렵니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소리가 있지요. 소인 요즘 전하를 자주 뵙지 못하여 다른 남정네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어찌 나 말고 다른 남정네들이 네 눈에 보인단 말이냐. 난 요즘 그대 말고 아무도 안 보이는데 말이오.”
“도련님 소녀는 물고기가 아니 옵니다, 어찌 저를 물고기로여기시고 어장을 관리 하시는지요 소녀는 진심 이옵니다, 이제 그만 저에게로 돌아오시지요.”
“내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주지 않소.”
“전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항상 전하를 은애하옵니다.”
“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대를 은애하오.”
“도련님, 소녀를 보아 주시어요. 도련님과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요.”
“보았다 내가 너를 보았다 내 눈에 너의 모든 것을 담았다”
“전하, 소녀가 감히 전하를 연모해도 될 런지요.”
“하지 마라. 그만둘 수 있는 길이 없으니”
“전하 만약 제가 내일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게 꿈이면 어떡하지요.. 정말 모든 게 꿈 같사 옵니다, 전하.”
“중전, 마음 편히 주무셔도 좋소. 짐이 중전의 곁을 영원토록 지킬 것이니 꿈이면 어찌하나 걱정하는 마음은 접어두어도 좋소.”
“소녀 이제야 말하지만 전하를 뵐 때면 항상 얼굴을 붉히고 숨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전하를 연모하는 마음을 숨기고 숨겨도 감춰지지를 않으니 천한 몸으로 전하를 연모한 저를 벌해 주시옵소서.”
“감히 과인을 연모하게 된 그대를 엄히 처벌할 터이니 과인 또한 네가 벌하도록 하여라.”
“혹여나 제가 전하의 앞길을 막고 있는 건 아니옵니까? 소인이 혹여나 막고 있다면 저를 사뿐히 지려 밟고 지나가주소서, 그것이 전하와 저의 운명이라 합니다, 전하를 남몰래 가슴에 묻었지만 이제 소인은 전하를 생각하여 제 마음에 있는 전하에 대한 마음까지 전하께서 꼭 들고 가 주셨으면 하옵니다.”
“네가 진달래꽃이냐, 사뿐히 지려 밟고 가게. 허튼 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거라.”
“낭자는 어찌 다른 사내만 보는 것이오. 내 이리 낭자를 은애하고 마음을 표현하는데도 어찌 낭자는 눈길 하나 주지 않는 것이오.”
“저를 은애하는 것은 감사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런 가 봅니다, 은애하는 사람에게 자꾸 마음이 갑니다, 저는 도련님을 은애할 수 없으니, 이만 돌아가십시오.”
“제가 당신을 마음 깊이 사모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대는 아실까요. 제발 이것만은, 언젠가는 알아주세요, 제가 지금처럼 계속 도련님을 사모하겠다는 것을”
“내 네게 주었던 꽃반지를 기억하느냐, 혹 마루 터에 내 어머니 몰래 놓고 간연지는 기억하느냐. 내 이리 너에 대한 연심을 표 했거늘 너야말로 어찌 몰라주는 것이냐. 아야, 내가 너를 은애한다.”
“요즘 성균관 유생들 중 남색을 즐기는 자가 많아졌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 그대도 그러하오?”
“이 나라 법도에 어긋난 것임을 알면서도 마음이 가는 건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부디 더러운 남색가인 저를 죽여주시옵소서.”
“서방님. 날이 춥습니다. 어찌 밖에 나와 달을 보시는지요. 어서 들어가시어요.”
“내 옆에 서있는 너를 보니 하늘에 있는 달은 눈에 차지도 않는구나, 날은 많이 쌀쌀하나 너와 오랜만에 달빛을 받으며 걷고 싶구나.”
“소녀가 그리 밉사옵니까? 아니면 소녀가 아직도 어린아이같이 보이옵니까?”
“넌 내게 꽃 봉오리였다. 건들면 터질까, 꺾이진 않을까 감히 내 손도 대보지 못하고 애지중지, 안절부절 그리 널 보아왔다. 그런 네가 어느새 꽃을 피워, 열매를 이루었구나. 나는 지금의 이 열매를 탐하려 한다. 괜찮겠느냐?”
“나는 그대가 참으로 신기하더이다. 이토록 곱고 아름다운 미색을 갖춘 그대가 나와 같은 몸을 한 사내라니.”
“저 또한 당신이 신기롭습니다. 당신에게 어울릴 아름답고 고운 여인들을 뒤로 한 채 저를 사모하는 당신이.”
“서방님. 뒤뜰에서 들꽃 한 다발 꺾어왔습니다. 참으로 곱지요?”
“참으로 곱다, 그대가.”
“불어오는 바람에 소녀의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소녀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주시어요.”
“이미 버팀목이 되어 그대의 곁에 있지 않소. 그대 역시 내 옆에만 꼭 있어주시오.”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는 게 아쉽소. 마치 그대가 한 걸음 한걸음 멀어지듯이 말이오.”
“꽃잎은 지나 소녀는 늘 도련님 곁에 있사옵니다. 소녀가 멀어질까 염려하시는 것이라면 그 염려 접어두시어요.”
“서방님 왜 그렇게 뚫어지게 저를 보십니까? 저는 그저 오늘 서방님의 벗이 오신 다고 하여 서방님이 더 돋보일 수 있게 평소보다 조금 더 치장해보았는데 혹여.....안 어울리는 겁니까? 정 그러시면 그냥 평소 모습으로 다시 하고 나오겠습니다.”
“어찌 다른 사내의 눈에 고운 자태를 비치는 것이오. 그것은 내 앞에서만 해주시오, 부인.”
“너는 어찌 내게서 멀어지려 하는 것이냐. 더 이상 뒤로 물러나지 말거라. 이리 다가와 다오.”
“소인 그대를 가까이할수록 커지는 나의 마음이 두렵습니다.”
“소녀, 벚꽃이 흩날리는 어느 봄날에 다시 이곳에 있겠사옵니다. 그 때가 되면 다시 도련님을 만나길.”
“나는 매미가 우는 여름에도, 단풍이 피는 가을에도, 희고 찬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이곳에 있을 것이오. 봄날을 기다리기엔 남은 계절이 너무나 길 구려.”
“어찌하여 그대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오? 나는 그대가 나의 무사를 눈에 담으면 곧 그 무사의 목을 칠 것이고, 그대가 나의 형님을 눈에 담는다면 나는 그를 역적으로 몰아 영영 그대의 곁에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오. 내게서 벗어나려 할수록, 내게서 멀어질수록 나는 그대의 발목을 손에 쥐고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란 말이오. 이런 나의 모습이 두렵소? 나는 그대가 내 곁을 떠나갈까 두렵소. 그러니 이제는 부디 내게 말해주시오. 그대가 사모하고 있는 이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고.”
“저하를 폭군으로 만든 이가 저입니까. 또한 저하가 일삼는 패악의 원인이 저입니까. 어이하여 저하께선 소녀를 죽음의 긍지로 몰아넣으십니까. 소녀를 은애한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소녀를 연모한다, 이르지 않으셨습니까. 모든 재앙의 근본인 소녀가 어찌 산목숨으로 저하 옆에 자리매김 한단 말입니까.”
“미안하오. 내가 잘못했소. 그러니 제발 돌아오시오...”
“그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아시오? 나는 그대에게 그냥 동방생 이오? 벗이요? 아니면 연인이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땅과의 인연이 닿았을 때 전하께 품은 제 연심도 벚꽃에 날리었습니다. 땅에 떨어진 꽃은 아름다워 질 수 없는 법, 청컨대 소녀를 위하신다면 이제 그만 하시지요.”
“네가 어찌 감히 나와의 끝을 입에 담는가. 나는 널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만큼의 인품이 되지 못한다는 걸 여 즉 깨닫지 못했느냐. 떨어진 꽃을 흩날려 보내야만 한다면 내 너를 조화로 만들 것이야. 영구히 미를 잃지 않고, 저버리지 않는 조화로 만들 것이야.”
“이제 곧 눈이 내릴 터인데 난 그 때쯤이면 누구와 함께 있을 것인지 궁금하오. 내 진정 사모하는 그대 역시 없으니 누구와 있냔 말이오.”
“하얀 눈이 내리기 전에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소인과 하신 약조를 그세 잊어버리셨습니까? 눈앞에 아른거렸던, 밤하늘에 항상 나타나셨던 저의임을 뵈기 위해 이리 서둘러 돌아왔사옵니다. 항상 그리웠사옵니다.”
“이미 잊은 지 오래이옵니다. 신경 쓰지 마시옵소서.”
“너는 나를 잊었을지 몰라도 나는 너를 잊지 못하였다. 너도, 너도 신경 쓰지는 말거라.”
“어이하여 이리도 오지 않으십니까. 소녀, 이리도 간절히 그대를 그리고 있사온데...”
“그대를 향하여 가는 길이 천리 길처럼 멀어 조금 쉬었다 가는 것뿐이오.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겠소?”
“도련님 제 은애를 받아 주시와요.”
“이미, 받고 있지 않소. 그대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모르는 것이오?”
“어찌 그리 차가워지셨습니까.. 도련님의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으신 것이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으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5월 봄날에 제게 보여주셨던 그 미소, 다시 볼 날을.”
“5월 봄날 그 따스했던 미소를 기억하오. 조금만 날 더 기다려 주지 않겠소?”
“그대는 바람이 되겠다, 하셨지요, 그 차가운 것에 어찌하여 그대가 계십니까, 그래..” “내가 차갑다하여 자네도 차갑게 변하지마시오. 그대가 따뜻하게 날 안아주시오. 내가 더 이상 차갑지 않도록” “나으리, 이것이 마지막 청이옵니다. 다시는 돌아보지 마소서” “내가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 내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너의 그 애절한 눈빛을 나보고 어찌 거절하라는 것이냐” “자꾸만 나으리가 생각납니다.” “자꾸만 낭자가 생각나오. 어느새 낭자는 내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에도 봄눈처럼 스며들었구려.” “나 항상 낭자를 기다려왔소. 근데 어찌하여 한 번의 수틀림으로 우리가 끝을 내야한다는 것이요? 난 절대 용납할 수가 없소. 낭자, 낭자. 나를 한번만 봐주시오. 날 떠나지 말아주시오. 나는 그대가 아니면 살아갈 이유가 없소...” “낭군, 봄이 지나면 꽃은 지고야 맙니다. 꽃이 지고나면 나비 또한 지고야 맙니다. 낭군, 봄은 끝났습니다. 비록 몸은 낭군의 품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제 마음만은 언제나 낭군의 것입니다. 낭군, 오는 겨울을 원망 마세요.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그 후에는 봄이 오지 않습니까. 낭군, 봄이 지고 또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우리는 만날 것입니다. 낭군, 부디 이 못난 봄을 기억해주세요. 기다려주세요.”
“나에게서 벗어나지 말거라 어명이다”
“벗어나보려고 하였지만 그럴 수 없고 도망치려도 해보았지만 그러지 못하였고 잊어보려 하였으나 감히 잊지도 못하였습니다. 이런 제가 어찌 전하를 두고 떠나겠습니까.”
“낭자에게 나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그저 집안을 지키기 위한 비책일 뿐입니까?”
“…소녀가 무어라 대답해야 성에 차시겠습니까?”
“내 너를 연모 한 단말이다 . 이리 내가 너에게 구걸하듯 매달리는 것이 너의 눈에는 정녕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냐!? 내 얼마나 더 너에게 매달려야 나를 봐줄 것이냐?”
“매달리지 않으셔도 소인은 압니다. 전하가 그 누구보다 소인을 아끼시는 마음을 알고 있으나 이 소녀 곧 떠나야 할 사람으로 그저 잊어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이런 년 생각하지도 마음에 묻어두시지도 마시고 그저 고운 여인을 중전으로 세워 천하를 다스리기 바랄뿐이옵니다.”
“너를 그릴 것이다. 내 마음에 너를 그려 장식할 것이야”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하 어찌하여 이 보잘 것 없는 소녀 곁에 계시옵니까, 소녀 전하 곁에서 그저 폐만 끼칠 뿐이옵니다.”
“내 옆에 있는 것이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이오. 그러니 내 옆에만 있어다오”
“오늘 바람이 차갑습니다. 저를 바라보신 도련님의 눈빛만큼 차갑습니다, 어찌 저의 마음에 칼을 꽂으시는 건지요....”
“너와 나의 인연은 끝인 걸 어찌 이리 바보같이 모르는 것이냐, 잊지 말아라 내 마음속의 주인은 너였다 제발 나가 달란 말이다 나 좀 살려 달란 말이야”
“휘 영청한 달이 뜬 밤에 물위에 연꽃처럼 앉은 그대의 두발을 묶어 내 옆에만 머물게 하고 싶구려.”
“꽃도 꺾지 않고 바라보아야 제 빛을 발하는 법이옵니다. 청컨대 그저 바라만 봐주십시오. 그것이 소녀의 마지막 부탁 이옵니다”
“그대가 뜻하는 바는 나의 집착이 무가되길 바람이로군,”
“소녀는 그저 전하를 집착이 강한 왕으로 기록되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옵니다.”
“그깟 기록이 수련 같은 그대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아직도 사보단 공이라고 생각하느냐”
“어찌 소녀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 것입니까. 또 어찌 소녀의 마음을 몰라주시는 겁니까. 이 미천한 몸, 죽으면 그만이지만 전하께선 아니시라는 것을 왜 모르신단 말입니까.”
“전하, 어찌하여 저 같은 년을 은애하시옵니까? 이 년은 가난하게 살아와 천한 일을 하며 전하와 어울리지 않사온데 이리도 못난 년이 그리도 좋으십니까. 언제까지나 소첩이 전하 곁에 머무를 순 없사온데, 이리 정을 주시면 소첩은 어찌해야합니까. 벌써부터 그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옵니다.”
“머무를 수 없다 하였느냐, 마음이 아 린다 하였느냐. 내 어떻게 해서라도 너를 내 곁에 평생 머무를 수 있게 할 것이고, 어떻게 해서라도 아린 마음을 보듬어 둘 것이다. 그러니, 그런 생각일랑 접고 내 옆에서 환히 웃을 수는 없는 것이냐”
“말하지 않았습니까!? 전...! 많이 더럽혀진 몸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어찌 이런 저에게 마음을 주십니까!?”
“더럽혀진 물건도 닦으면 빛을 발하듯 내 마음으로 닦아 주겠소. 그대가 빛을 발할 때 까지 닦아줄 터이니 내 옆에 있어주시오.”
“제발 소인을 내쳐주십시오.”
“과인이 어찌 그대를 내칠 수 있겠는가. 그대를 연모하고 사랑하는데 어찌 내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혹 궐 밖을 나가보고 싶은 것이냐. 그럼 과인과 함께 가자꾸나. 난 절대 그대를 내칠 수 없다.”
“전하 밤 날씨가 춥습니다. 혹여 고뿔이라도 걸리시지 않을까 걱정되옵니다.”
“과인 걱정은 하지 말거라. 과인은 그대가 조금 생채기가 나도 걱정되니 어서 그대도 침소로 드시오.”
“전하 오늘따라 옥체가 심상치 않아 보이십니다,..혹 어디 아프신 거십니까?”
“어제 밤 그대의 생각에 사무쳐 밤에 나간 것 때문이니 약간의 고뿔일 뿐 걱정 하지 말고 내 곁에 있어주게.”
“나의 여인이여. 그대는 가녀리고 여려 내가 아끼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부러져 과인 곁을 떠나 사라질 것 같아 더욱 아끼고 아껴왔건만 오늘따라 그대가 더욱 예뻐 보이니 어쩔 수 없구려. 과인은 그대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벅차 모든 것을 그대와 함께 하고 싶을 뿐이오. 혹여나 그대가 싫다하면 내 당장 그만 둘 터이니 그대 생각을 물어도 되겠소?”
“소녀 어찌 감히 전하를 거절 하겠사옵니까 소녀도 애가 닳았던 건 아시는 지요?”
“중전, 이곳엔 어쩐 일이요, 나를 보러 온 것이요?”
“이렇게 긴 밤, 전하께서 제 머릿속에 가득하여 염치 무릅쓰고 찾아왔사옵니다.”
“너가 왜 자꾸 나를 피하는지 모르겠구나. 과인이 어떻게 해야 너가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겠느냐.”
“신첩은 전하가 걷는 길에 장애물이 되기만 하여서요. 전하께선 신첩보다 더 곱고 어지신 분을 품으셔야 하옵니다.”
“내 명문가의 규수인 것이 왜 이리 슬픈 것인지 모르겠구나, 어찌하여 신분이 우리의 사랑을 갈라놓는 것이냐”
“아가씨와 제가 함께 할 수 없다하여도 미천한 저는 아가씨의 마음만이 제게 있음을 알고 그것만으로도 과분하여 평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저길 보시오 중전 하늘의 별이 외롭게 떠 있지 않소? 저게 나요.. 넓디넓은 궁중궁궐 벗하나 없이 외롭게 서있는 사람, 그것이 조선팔도를 지녔다는 보잘것없는 왕이오.. 중전, 그대만이라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겠소? 변함없이...”
“전하 신첩은 항상 전하를 품고 있었사옵니다. 당치 않는 말 하지 마십시오, 이미 신첩의 전하에 대한마음은 만주벌판보다 넓어 신첩도 감당 못할 지경이옵니다...”
“부디 강건 하시옵소서.”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처럼. 하지 마시오. 듣지 않으리다.”
“전하 이 소녀의 마음은 이미 한손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양품으로 끌어않아도 턱없이 부족하게 커져버렸습니다..”
“겨우 그 정도란 말이오? 내 마음은 세상 그 무엇도 담을 수 없을 만큼 커져버렸거늘”
“서방님 어찌 이리 이른 새벽에 나와 계신 것입니까? 혹여 저 때문에 깨신 것입니까? 소인 잠이 안 와 잠깐 나와 있었는데.....”
“들켜버렸으니 어쩔 수 없게 되었소. 혹 춥지는 않소? 아침바람이 참으로 차갑소.”
“한나라의 아비 되시는 분이 어찌 법도를 어기고 소인을 품으시려 하시는 것이 옵니까”
“나는 한나라의 아비보다 그대와 나의 자식의 아비가 되고 싶을 뿐이오.”
“어찌하여 그대는 날 바라보지 않는 것이오. 난 이제 더 이상 투정만 부리던 8살짜리 꼬마가 아니오. 이제 나도 그대를 품을 수 있는 어엿한 남자란 말이오!”
“소녀, 전하가 사내로 느껴지지 않사옵니다.”
“정녕 그대가 내 것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단 말이오?”
“소녀 이미 연모하는 이가 있습니다, 송구하오나 제겐 저하는 어린 시절 놀이 동무, 그 이 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전하, 어쩌면 좋아요. 눈을 뜨면 전하 생각부터 나고 꽃을 보면 한 아름 따다 전하께 선물하고 싶어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근 소근 얘기도 하고 싶고요, 벚꽃이 흩날릴 때도 전하와 걷고 싶어요. 생각만하면 가슴이 뛰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아무리 잘생긴 남정네를 봐도 전하생각으로 가득차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요. 전하께서 이렇게 만드셨으니 책임 지셔 야해요, 원래 이런 것은 여인이 하는 말이 아닌데, 전하가 너무 좋은걸 어떡해요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나 봐요, 밤새 전하 생각만 해야겠어요.”
“잠이 오지 않으면 오늘 나와함께 밤이 지나갈 때까지 눈을 마주치고 앉아 이야기 하자꾸나 오늘밤 내 너를 찾아갈 것이다.”
“도련님은 어찌 저를 어리게만 보십니까. 이제 어린 저를 잊어주시면 아니 됩니까? 이제 어엿한 스무 살 입니다. 도련님께 설탕과자를 받아먹던 열다섯의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왜 제 마음을 몰라주시는지요.. 야속할 따름이옵니다.”
“그대를 어리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나의마음을 어찌 그대가 감당하겠소, 이번 해 스무 살이 지나 나이한살을 더 먹게 되면 그땐 내 마음을 털어놓으리다.”
“여기까지 어인일이십니까? 벌써 달이 밝습니다, 혹 누가 보면 큰일이니 어서 돌아가십시오.”
“밝은 달이 떠올라 그대도 과인과 같은 달을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그대와 함께 보기위해 내 이리 발걸음을 하였소, 그대의 얼굴을 보러왔으니 과인 보내려고만 하지 말고 어서 그 어여쁜 얼굴을 과인에게 보여 다오.”
“전하, 소녀 이제 전하에게 더럽혀지고 싶사옵니다. 오늘밤 함께하지 않겠사옵니까. 전하께서 아니된다하시면 이 소녀가 감히 전하를 범할 것입니다.”
“그대를 아끼려는 과인의 마음은 이해하지 않으려는 그대의 마음이 야속하기만하오 과인은 그대를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었소, 하지만 오늘로 그만두려하오 그대의 모든 걸 범하고 싶소, 그대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소.”
“모르겠습니다..제가 저하를 연모하는 마음을 품은 것인지..하오나..저하의 마음은 더 더욱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겠소. 꽃처럼 어여쁜 그대를 내가 은애해도 되는지. 혹여나 궁중의 암투에 휘말리진 않을지. 그대가 내 여인이 되는 것을 더 없이 원하오. 하지만 나는 그대가 과인으로 인해 눈물을 보이는 것은 싫소.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약조하겠으니, 그대는 내가 지킬 것이오. 그러니, 이제 모든 근심을 놓아도 좋으오. 내게 머무르는 것이 어떻겠소.”
“날씨가 매우 춥습니다, 전하, 옷은 따뜻하게 입으셨사옵니까? 혹여 바쁘지 않으시다면 저와 같이 산책해주실 수 있으시옵니까 전하?”
“이리도 활짝 핀 꽃을 보며 철지난 진 꽃들이 시샘하지 않을까 걱정이오.”
“무엄하구나, 감히 한나라의 왕이 고작 한 여인에게 이리 빠지게 만들다니 답하라 그대는 나를 꾀하러온 귀신인가? 아니면 달에서 내려온 선녀인가? 무엇이라 하든, 다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두렵기만 하구나”
“귀신도, 선녀도 아니옵니다. 그저 미천한 계집일 뿐이옵니다. 저는 어느 날이던 이 자리에 앉아 전하를 뵈올 것이니..혹여, 소녀의 마음이 전하에게 짐이 되올 까 두렵사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으신 전하를. 감히 눈에 담은 소녀를 죽여주세요.”
“죽여 달라 하였느냐? 지금 눈앞에서 사라질 것만 같다 하였더니 이러한 것이 로구나 그럴 수는 없다 과인이 이기적이라 한들 너만은 포기할 수 없겠구나, 내 옆에 있어라 그리고 멀어지지 말라”
“어명에 따르겠습니다. 전하의 용안을 뵈올 수 있는 것도, 제가 이곳에서 전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전하의 은혜이옵니다. 한없이 부족한 저를 품어주시니 이 은혜를 어찌 말로 다 하겠습니까. 소녀, 전하의 어명에 따르겠습니다.”
“전하, 소인이 전하를 은애하옵니다. 전하, 소인은 왜 전하의 여인이 아닌 것인지 참으로 이 세상이 원통라고 하늘이 무심하다고 매번 생각하옵니다. 전하, 저는 다음 생에서는 소인이 꼭 전하의 여자가 되고 싶사옵니다. 전하, 소인이 감히 다음 생에서도 그 다음 생에서도 전하를 마음에 두고 연모해도 되겠사옵니까?”
“그대는 이미 나의 여인이오. 그리고 다음 생에서도, 그 다음 생에서도 나의 여인일 것이오.”
“소녀 멀찌감치 서서 나으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옵니다.”
“멀리서 날 바라보는 너의 모습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그래도 한번쯤은 가까운 거리에서 담소라도 나누어보는 것이 나는 행복할 것 같구나”
첫댓글 휴 곱나길군 난 만화로도나건줗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두고두고읽어보시오
나이런거좋아 조선시대 설레
임자저도매우설레이오..
필력개ㅋ쩜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