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개발 초기의 상징은 울산 석유화학공단의 정제 시설이었다.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교과서부터 고등학교 교과서 까지 불을 뿜는 정제시설이 칼러 사진으로 실리며 어두운 시절 성장의 상징이 현 SK 공장이었다. 이와 같은 산업 발전의 상징이었던 SK 정제시설이 국민의 소득수준이 상승하고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울산의 상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SK의 정제 시설임을 잊은 시민은 없을 것이다. SK사태로 불리는 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울산 시민들은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염려를 잊지않고 있는 듯하다. 공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매년 100억원이라는 엄청난 출연을 통해 울산대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기업이 이곳 울산에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제일 먼저 단행하는 것이 구조 조정이다. 가장 손 쉬운 구조조정은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SK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지역 내 형성중이던 대공원이 그 모습을 완전히 갖추기 전에 중단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와 가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기부해 왔던 장학금이 줄어든다면 어떻게 하나 하고 염려하는 시민도 있다. 실로 엄청난 수의 학생이 SK 장학생으로 수혜를 입었고, 농업과 수산업이 주를 이루던 이곳 울산에서 엄청난 숫자의 고용을 창출한 SK에 감사하는 사람이 많음은 그 동안 한 기업이 지역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가 하는 부분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필자는 SK 글로벌 사태를 일으킨 기업주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수출과 수입만이 유일한 성장 방법이었던 시절의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된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변명어린 논리를 펴는 사람들에 대해 기업의 도덕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역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한 기업이 어려움에 빠져 있음을 안타까워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학에서는 기업을 유기체라는 한다. 자연 상태에서 유기체는 어려움을 많이 극복한 종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SK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더 큰 시련을 맞이하기 전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라는 절대자가 부여한의 시련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에는 누군가 어려움을 겪게 되면 자그마한 힘이라도 모은다는 뜻의 성원을 보낸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성원을 보낸다’는 말의 참뜻을 알지 못했지만 한 선배의 설명을 들은 후 그 뜻을 잘 알게 되었다. 그 선배의 설명은 과학적으로 입증은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어떤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염려를 모으면 해결의 실마리가 성원을 보내준 사람들의 뜻과 같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었다. SK가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며 앞으로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SK글로벌은 회계 분식이라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기업이지만 사후 처리만큼은 지역과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처리되기를 바라는 지역민의 성원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남은행 우정동 부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