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산행을 떠나기 전날은 비가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랬구요.
5월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지난 29일 토요일 강원도 원주 치악산 비로봉(1288m) 정복을 목표로 떠났습니다.
치악산 여러 코스 중 많이 알려져 있는 구룡사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오산에서 새벽6시 30분 출발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문막 휴게소 한번 거쳐 구룡사 주차장에 8시30분경 도착했습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정확히 아침9시 산행을 시작하여 구룡교를 걸으며 웅장하게 밀려드는 계곡물 소리가 가슴을 가득 채우며 몸을 붕~뜨게하는것 같았습니다.
또한 그 맑고 깨끗한 계곡물에 빨려들어가는 듯 했어요
금방이라도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계곡물에 들어가면 벌금 50만원이 부과됩니다. -치악산 국립공원-)ㅋㅋ
어제까지 비가와서 그런지 여기저기 계곡물이 흐르며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온 산에 물소리가 울려퍼졌습니다.
거기에 산새들이 노래하는 듯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대 자연속에 내 몸은 한조각 나뭇잎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산행 초반은 이렇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자연 속을 걷는다는 힐링산책 수준이었습니다.
녹음이 짙게 물든 자연속에는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이 한번에 느껴지는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오를 수 있을 때가 도전할 수 있고
올라 갈 곳이 있어야 희망이 있는것 같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는것이기에 저는 걷고 뛰며 매일 도전합니다. ㅎㅎ
산행을 시작한 지 한시간 반 쯤 지나면 서서히 허파에서 무리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내고 몸에서는 이미 땀 범벅이 되어 있지요.
점점 경사도가 가파라지고 코스도 험준해지는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정표와 안내표를 만났습니다.
이때가 바로 잠시 쉴 때다 싶었죠.ㅎㅎ
산행중 중간에 쉴 때는 너무 오래 쉬면 정상 정복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안된다는 어떤이의 조언을 되새기며 물 한모금으로 목을 적시고 주위를 둘러보는 짧은 여유를 맛본 다음 다시 걸었습니다.
역시 악산은 악산이더군요.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계속 지속되니 그 또한 쉰 소리가 합쳐져 쌕쌕~~^^하며 나더군요.
허벅지가 단단해지는 느낌으로 위안 삼고 힙업이 되가는 느낌으로 용기 내어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치악산 등산코스에는 중간중간 목재 데크와 계단 또는 철재 계단이나 계곡을 넘어가는 다리가 있어요.
험준한 코스를 걷다가 만나면 반갑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계단이 너무 많은 산은 계단이 힘이듭니다.
치악산 코스 중 구룡사 코스를 선택하고 산행을 시작한 후 세렴폭포를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두 갈래가 나오는데 가파른 계단쪽이 사다리병창길과 계곡길 코스가 있습니다.저는 오른쪽 계곡길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내려올 때 보니 잘 한 선택이었다는걸 알았습니다.
(혹시 치악산 가시는분들 참고바람.)
이 폭포 이름이.....? 기억 안남 ㅎㅎ
계곡코스를 오르다 보면 보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폭포입니다.
쏟아지는 물소리가 아주그냥 가슴까지 울렸습니다.
폭포를 지나 계속 올라야했습니다.
어차피 시작한 산행 힘들고 지쳐도 정상을 맛 봐야지요
정상에 오르지 못한 자들은 그 맛 모릅니다.
처음에 올린 사진이 이 때쯤 찍은 사진입니다.
정상에 거의 다 왔을 때 만난 가파른 목재 계단에서 한 컷,
허벅지 터지는것 같은 느낌 받아보신 분들은 잘 아실테고,,,
그 느낌 모르시는 분들은 운동좀 하세요 ㅎㅎ
살쪄서 터지는것 같다구요? 네 네 알겠습니다.ㅋ
아무튼
이렇게 도착한 정상
야~~~~호~~^^라고 외치지 못했습니다.
이미 정상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여기저기서 정상의 기쁨을 남기고 있더군요.
정상 표지석 기념촬영은 번호표 뽑지 않고 길게 줄을 서야 했어요.
그래서 돌 탑기념사진 먼저 찍었어요.
이곳이 해발1288m 정상입니다.
비구름이 발 아래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산을 건널까 말까 하는 가운데 바람은 산 정상을 넘나들고 있었어요
땀이 식는듯 하여 바람막이를 입었다가 또 땀이 나는것 같아 벗었다가 반복하게 만드는 치악산 정상입니다.
드디어 정상 표지석 앞에서 한 컷 찍을 수 있었어요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기다리다가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한 장 건지긴 했는데 풀 샷이 아니라 아쉬움을 남겼어요.
그래도 제 휴대폰으로 찍어주신 군포시에서 오신 부부인지 불률인지 커풀님 감사해요 ㅎㅎ
이렇게 정상을 내 발아래 밟고있는 성취감을 맛 봤으니 3시간을 넘게 악산을 딛고 오르며 허기진 배를 채워야겠죠?
정상엔 사람이 많아 내려오는 길목에 또다른 돌 탑이 있는데 바람을 피해 돌탑 뒤로 몸을 숨기고 점심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심상치 않은 바람이 돌풍으로 내몸과 돌탑을 휘감고 돌더니 곧바로 빗방울이 떨어지네요.
컵라면에 물 부어 놓고 급하게 다 식은 찬밥에 마가린으로 볶은 볶은김치 그리고 나름 도시락을 꾸며보겠다고 준비한 계란말이를 허겁지겁 먹다가 보니 어라? 빗방울이 커지네ㅎㅎ 이런 된장.
컵라면 면이 다 불기도 전이지만 그나마 국물이 있으니 찬밥 말고 볶은김치 넣고 계란 말이까지 넣어 면빨 흡입과 동시에 반찬도 동시에 입으로 집어넣기 바빴어요.
그런데....
지치고 힘든 몸 거친 돌바닥에 반쯤 누워 먹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내가 가져온 쓰레기 내가 가져가기에 동참하기 위해
자리를 치우고 일어나니 비가 그치네? 이런 된장.
원래 지대가 높은 고지에는 자주 날씨가 오락가락 한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비가 내리고 그치고 반복하면서 바람도 부니 춥게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장갑도 끼고 얇은 외투도 꺼내 입고 하산합니다.
늘 산행시 느끼는거지만 올라갈 때 못본 경치 내려오면서 보입니다 ㅎㅎ
하기사 올라갈 때엔 정상을 향한 발걸음이 바쁘지만 내려올 땐 주변이 잘 보이죠.ㅎㅎ
그야말로 사람의 손길과 발길을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 방치? 한 상태의 원시림은 가히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마치 쥬라기월드에 온 느낌의 수백년 이상 수령을 보이는 나무 그리고 그 주변 생물들...
나는 대자연 속에 한떨기 나뭇잎이나 될까?
터벅터벅 내려오는 하산길은 오를 때 느끼지 못했던게 또 있습니다.
오를땐 숨이 턱밑까지 차고 허벅지 땡땡해지면서 힙업 되지만 내려올땐 무릅 관절이 아파오고 다리에 진동기를 달아 놓은 듯이 덜덜덜 거립니다.ㅎㅎㅎ
하산길 선택을 오를 때 코스인 계곡길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인 사다리병창 코스로 선택했는데 ㅠㅠ오를 때 코스 선택을 잘 했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사다리병창코스는 죽음입니다 ㅋ
정상에서부터 하산하는 구간의 산맥 봉우리를 잇는 코스인데 산행로 양쪽은 모두 깍아지는 절벽이었습니다.
병창이란 말이 절벽이라네요.
악산다운 암석과 노송들의 뿌리로 이루어진 코스였고 그나마설치된 데크나 계단도 예사롭지 않아 무척 험했습니다.
거기에 피로가 누적된 육신 그중에 무릅 연골? 인대? 아무튼 양 무릅 통증이 발생해 정말 죽을 맛이었어요.
위 사진이 사다리병창길 모습인데요
사진으로 보니 별것 아닌것 같죠, 한번 가보세요ㅎㅎ
우리가 내려갈 때 오르시는 분들이 "얼마나 더가야 하죠?" 하면서 포기하고싶은듯 한 얼굴 표정이었어요 ㅎㅎ
그나마 우린 내려가는 중이니 역시 정상을 밟아본 자와 못 밟아본 자의 차이라 할까요.
"조금만 더 가시면 돼요" 하며 여유를 부릴 수 있으니까요.ㅎㅎ
이렇게 쉽지 않은 악산다운 치악산 그중에 비로봉1288m를 정복하고 지치고 아픈 몸으로 하산을 해서 구룡사 주차장을 도착하니 기다리던 내 검둥이(2014년10월생 YF 와이프)가 묵묵히 날 반겨주네요.
산행을 마치면 늘 그 고장의 막걸리에 도토리묵 무침은 꿀맛이 이런거구나 느낄 수 있게 하지요.
비가 온 다음날 악산으로 명성이 높은 치악산 등반을 마쳤습니다.
등반을 시작하고 하산해서 막걸리 잔과 마주하기까지 총 7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거의 한나절을 자연 속에서 오롯이 자연의 일부로 보낸거지요.
그래서 남는건 뻐근한 몸과 통증이 느껴지는 무릅 관절과 아픈 발바닥 등 여기저기 쑤심 ㅎㅎ
하지만 더 큰 성취감과 희망 그리고 나이 50에 아직 싱싱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산행은 어디가 될 지 저도 궁금해지면서 이만 치악산 산행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