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랜차이즈대상 대통령賞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
김철호
1963년생
충남대 문과대
우신홈쇼핑 대표
2002년~ 본아이에프 대표
환자食을 외식 바꾼 역발상
“1250명 가맹점이 딴 금메달”
10월 14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10 한국프랜차이즈대상’에서 외식전문업체 본아이에프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13일에는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대상(지식경제부 장관상 중소기업대상)을 수상했다. 또 12일 중소기업청 프랜차이즈 수준 평가에서 유일하게 1등급을 받았다. 본아이에프가 창립 8년 만에 ‘3관왕’을 이뤄낸 비결은 무엇일까.
“5분만 기다려주세요. 인터뷰 질문지 한 번 더 보고요.”
12일 서울 관철동 본아이에프 본사를 찾았을 때 김철호(47) 대표는 분주했다. 12, 13, 14일 연이어 하나씩 큰 상을 받게 된 덕이다. 우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지정돼 막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이 다녀간 직후였다. 숨을 고른 김 대표가 자리에 앉았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기분은 좋지만 책임감을 느낀다”는 진지한 답이 돌아왔다. “한국 프랜차이즈 역사가 30년 됐습니다. 올해 예상으로 GDP(국내총생산)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어요. 이 분야 업체가 처음 지속가능경영대상을 수상한 것, 프랜차이즈대상이 지난해 지식경제부 장관상에서 대통령상으로 격상된 것 모두 본아이에프를 넘어 업계 전체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김 대표는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식구’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되게 좋아하겠다 싶더라고요.” 바로 김 대표와 한솥밥을 먹는 가맹점주와 직원들이다. 그는 “프랜차이즈는 ‘원맨쇼’를 한다고 잘되는 사업이 아니다”며 “1250여 명의 점주가 본사와 발을 맞춰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1250개, 창립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본죽은 2002년 9월 서울 연건동에 1호점을 냈다. 첫날 매출 12만5000원은 643억원(2009년 기준)이 됐다.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미국에도 9개 매장을 열었다. 김 대표는 본아이에프를 창립하기 전 겪은 실패를 발판 삼아 회사를 성공 가도에 올려놓았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 광고개발부에 입사한 그는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다.처음 뛰어든 분야가 인삼 판매다. 하지만 회사 경영에 미숙한 탓인지 오래가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곧이어 차린 목욕용품 수입회사는 번창하는가 싶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다.
김 대표는 “하루하루를 사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과거를 기억했다. 무엇보다 ‘실패한 사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게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 대표는 “실패를 인정하자 오히려 깨닫고 배울 게 많았다”고 말한다. 다시 용기를 내 외식 창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지만 요리학원에 다닐 돈이 없었다. 김 대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학원 청소, 행정업무, 홍보까지 도맡아 하며 공짜로 요리를 배웠다. 학원에 다니면서 지하철 숙대입구역 앞에서 호떡도 팔았다. 이때 눈길을 끈 것이 복장이었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양복을 입고 호떡을 구웠다. 김 대표는 “스스로 존엄성을 지키지 않으면 존중 받지 못한다”고 양복을 고집한 이유를 설명했다. 호떡 포장마차와 요리학원을 오가며 그는 창업 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생각해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대박 칠 것 같은 아이템’을 제안했다.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모두 ‘안 될 것’이라고만 했다. 김 대표는 “죽을 맛있게 만들어 한 끼 식사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성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환자, 어린이,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만 먹는 환자식을 일반 사람이 사 먹겠느냐, 죽을 한 그릇씩 쑤어 언제 파느냐는 등 부정적 의견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결국 돈키호테가 된 마음으로 직접 죽 전문점을 차리기로 했다.
한겨울에 양복 입고 호떡 구워
처음 계획대로 반제품이나 완제품을 전혀 쓰지 않고 주문 받을 때마다 새로 죽을 쑨다는 게 쉽지 않았다. 부인인 최복이 본아이에프 연구소장은 손가락이 성할 날이 없을 정도로 6개월 동안 죽 조리법과 메뉴 개발에 땀을 쏟았다. 그 결과 주문한 지 10여 분이 지나면 금방 쑨 푸짐한 죽을 손님상에 올릴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오전 8시면 양복을 입고 혜화역 3번 출구 앞에 나가 전단지를 돌렸다.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하나둘 매장을 찾았다. 외부환경도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패스트푸드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슬로푸드, 웰빙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 정성을 담았다는 이미지를 내건 본죽은 성장세에 날개를 달았다.
폐점률 3%의 ‘본점-가맹점’ 相生 …“한식 세계화 우리가 할 것”
그가 인생의 고비를 넘기면서 얻은 것 중 하나가 마음가짐이다. 김 대표는 회사 비전을 정하고 가맹점주, 직원과 이를 공유하려 노력했다. 150명 직원에게는 ‘성공 도우미’가 되라고 강조했다. 가맹점주 앞에서는 ‘정성’을 외쳤다. 매주 하는 점주 교육에서는 “자부심을 갖느냐, 안 갖느냐에 따라 명함 한 장의 무게가 달라진다”며 “긍지를 갖고 죽을 쑤면 좁은 가게를 운영해도 외식사업가고, 그냥 먹고살려는 목적으로 대충 만들면 죽 장수에 그친다”고 ‘본’이라는 브랜드에 자긍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1000개가 넘는 매장이 일관성을 띠려면 가맹점이 본사의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신무장 교육이 성공했는지 본아이에프의 현재 누적 폐점률은 3%대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규모를 나타내는 가맹점 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맹점을 유지, 관리, 성장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시스템 구축과 매뉴얼 정립에 유난히 신경 쓰는 이유다. 본아이에프는 관리 지침이나 규정을 아주 세세하게 명시한다. 죽에 들어가는 땅콩 알 수까지 정해져 있다. 본아이에프 가맹점은 재료와 조리법은 물론 영업시간과 마케팅까지 철저하게 ‘본’의 규칙을 따른다. 전 과정을 최대한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게 가맹교육은 4~5명 소수 정예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복이 연구소장이 5일 동안 직접 비법을 전수한다.
김 대표는 끊임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시장조사, 가맹점 관리와 관련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수익 예측 프로그램은 김 대표가 시스템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전국 본죽 가맹점의 규모와 지역적 특성은 물론 매장 앞 계단 수와 점주 개인 성향까지 파악해 툴을 만들어 매출을 예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외형 조건이 비슷한 두 매장의 수익이 왜 차이가 나는지, 창업자를 모집할 때 본죽과 잘 맞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그는 “본사 관리자가 가맹점주와 인간적으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은 감각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다 보면 알게 돼’ 식의 교육보다 시스템을 갖춰 창업 전문가를 기르는 것이 회사가 오래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투자에도 철학이 있다. 직원·가맹점주 교육, 시스템 개발, 물류 거점 확보 같은 사업과 직접 관련된 일에는 돈 쓰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지금은 외형보다 내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포장하고 꾸미는 데는 아직 인색하다. 본아이에프는 사옥이 없다. 김 대표는 “지금껏 셋방살이하는 게 직원들에게 늘 미안하다”며 “사옥을 마련할 때까지 복지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 ‘프랜차이즈화’ 우선돼야
또 하나 김 대표가 오랫동안 투자해온 사업이 있다. 바로 한식 세계화다. 본죽 1호점을 낼 때부터 한식 세계화 사업을 생각했다는 김 대표는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당분간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사업이지만 누군가는,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한식 세계화 전략은 프랜차이즈화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가 한국에 들어온 것처럼 직영점보다 프랜차이즈로 세계에 진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불고기, 비빔밥 같은 단품 메뉴를 알리기보다 본죽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모델을 만드는 작업에서 7부 능선쯤 왔다고 자평했다.
“나는 한식 세계화의 첨병이 아니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 환원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본사랑재단을 설립했다. 인천 강화도에 본죽 미술관도 열었다. 이곳에서는 무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수익금을 청소년 장학사업 등에 쓴다. 이외에도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취약계층 결혼 지원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올해에는 해외 난민 어린이에게 죽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실패를 맛봐서인지 사업이 잘되는 게 혼자 잘 먹고 잘살라는 뜻은 아닌 것 같다”며 “직원들에게도 가맹점이 잘돼야 우리가 잘된다는 것을 얘기하고 항상 선순환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외식 창업을 하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전체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외식업체 비율이 60%가 넘고, 창업 하면 외식을 떠올린다”며 “할 것 없으면 먹는 장사나 하라는 말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김 대표는 검증된 프랜차이즈 업체와 함께 일하는 게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때 살펴야 할 것은 핵심 노하우, 가맹점 수, 폐점률 등이다. 이어 김 대표는 “내가 왕년에…, 내가 1년 전만 해도…, 이런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외식업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본아이에프의 장기 목표는 프랜차이즈 업체의 ‘본(本)’, 즉 역할모델이 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지키기 위해 내년에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프랜차이즈 사관학교로서 창업 인재를 배출해 업계에서 각자 중추적 역할을 하게 하는 것 역시 김 대표의 목표다. “본아이에프의 식구가 되는 것은 까다롭지만 일단 식구가 되면 떼돈을 벌지는 못해도 망할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가맹점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사가 함께 성장해 맺은 열매는 고객과 가맹점에 다시 되돌려야지요.” 김 대표가 말하는 선순환 고리가 돌기 시작했다.
■ 가맹점주가 본사 대표에게 묻는다.
“배달은 왜 안 되나요?”
본사가 아무리 가맹점에 신경 써도 사업과 관련한 점주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가맹점주를 대표해 백승일(35·사진) 점주가 김철호 대표에게 상담을 신청했다. 백 점주는 서울 인사동과 대림동에서 본죽을 운영한다.
Q. 가맹점 두 개를 운영하고 있어 각 상권, 지역에 맞는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A. 현재 1200여 가맹점이 공통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지만 앞으로 상권, 지역별로 세분화한 개별 마케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상권별로 활용 가능한 홍보물 제작, 개별 가맹점 시식회 프로모션 행사 등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포인트카드 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다.
Q. 죽 배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A. 배달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특유의 죽 맛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를 강화하고 가맹점의 상권을 보장하려는 이유다. 죽은 피자나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가 아니기 때문에 배달에 급급하면 결국 음식 맛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배달을 하면 단기적으로 매출이 오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본죽이 가진 ‘정성’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그리고 가맹점 간 상권 구분이 모호해지고 과도한 경쟁이 벌어져 점주 간 분쟁이 생길 수 있다. 가맹점 수가 많은데도 매출에 지장이 없는 것은 배달을 하지 않아 상권을 보호 받기 때문이다.
Q. 주변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이 생겨 매출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다. 대비책이 있나.
A. 죽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이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는다. 유행을 타지 않는 웰빙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죽이 환자식이 아닌 일반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일반식 가운데 가장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을 알릴 것이다. 또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다양한 고객층을 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