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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골 이발소다. 1988년도에 처음으로 내집을 장만하여 이사를 왔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2년째 접어 들었으니 나도 참으로 갑갑한 사람임에 틀립없다. 다른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어서 강남으로 이사를 간분들도 있고 보다 큰 아파트로 옮긴 분들도 많다. 이사를 올때는 허허 벌판에 파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지금은 큰빌딩과 아파트 단지로 바뀌어 복잡하기가 이를데 없다. 하지만... 이 골목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고 그대로고 더 바뀌지 않은 곳은 내가 단골로 다니는 이발소와 그 주인부부다. 한번 단골로 정하면 바꾸지 못하는 나의 어슬픈 성미도 좋게 보면 무던 하다고 볼 수고 있을테고 나쁘게 생각하면 푼수가 맹꽁이 같아서 한곳에 안주 할려는... 안의한 욕구가 더 큰게 아닌가 한다. 의리가 두터운 것도 아니면서 새로움을 추구 할려는 의지가 약하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아니... 이도 저도 아니면서 다른 곳에서 이발을 하고 갔다면 다음에 이곳을 찾아 갔을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심약한 마음이 더 크게 작용했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딱 한번 다른 곳에서 이발을 하고 갔다가 무어라 트집을 잡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한 적이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한다.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면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변하지 말아야 낮설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게 아닌가 한다. 사람이 그대로이고 장소도 예나 지금이나 지하에 그대로 있으니 내집 같이 편안한 곳이다. 오랜 세월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두어가지가 바뀌긴 했다. 의자가 바뀌었고 예전보다 요금이 올랐다. 대략 생각해 볼 때에 머리 커트만 하면 4,000원. 면도 2,000원, 머리 감는게 1,000원, 얼굴 마사지 요금이 2,000원이어서 도합10,000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목욕전에 이발을 하러 가면 목욕탕에서 감으면 되니 면도와 감는 것을 생략했었다. 그러니 실제 요금은 4,000원인데 항상 10,000원을 내고 다녔다. 행여 멀쩡하게 생긴 사내 녀석이 쫀쫀하다고 생각을 할까 항상 만원을 내고 나오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게 나에게 미안했던지 두놀부 녀석들과 함께 갔을때 나 몰래 비디오 테프 빌려 보라며 각각 2,000원씩을 나누어 준 적이 있었다. 애들이 집에 와서 제 엄마에게 자랑을 하니 그 불똥이 나에게 튀었다. "당신!!! 그 이발소 여자와 무슨 관계야!!!" 지금은 서로 이물 없는 사이가 되어 홈피에 올려야 한다며 셔트 누르는 법을 가르처 주고 마구 찍어라 하니 신기해 하며 마구 눌러서 사진을 박고... 두분의 고향은 전남 무안과 벌교라 하신다. 겨울 어느날인가? 내가 좋아하는 꼬막을 고향에서 잔뜩 가져와서 동네 분들과 나누고 있었다. 그거 참 맛있게 생겼다고 하니 큰 함지박에 가득 주어서 좋은 안주가 되었다. 오랫동안 이발을 해 오셨으니 가위질 손놀림이 가히 환상적이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에 턱 앉기만 하면 어깨에 수건이 둘러 처지고 금방 이뿌게 깍아지니 편하기 이를데 없다. 어떤 형으로 깍아달라, 너무 짧게 깍지 말라느니 하는 주문이 필요없다. 척 앉으면 머리도 감겨진다. 오래된 단골이니 서로의 마음을 읽고 얼굴만 보아도 그날의 기분을 눈치챈다. 지하에 있으니 지상으로 조그만 창 하나가 나 있어서 밖의 풍경을 내다 볼 수가 있어서 동네 사람 누가 생선을 사갔고 빵을 사갔고 누구가 누구와 손을 잡고 지나갔는지도 알 수가 있다. 가끔씩은 다리 늘씬한 어느 아가씨가 아주 짧은 미니 스커트를 입고 지나가서 팬티 칼라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알았을게다. [이런 엉큼한 추측은 순전히 못되 먹은 나의 상상임.ㅋㅋㅋ] 고등학교 다닐때 몇번 본 이뿐 따님이 결혼을 한게 틀림이 없다. 밥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따님의 배가 불룩하여 친정에 다니러 왔나보다. 아마도... 머지 않아서 손주가 태어날테고 이들 부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게 뻔하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고 나도 이곳의 토박이 같이 오래 살아오니 별걸 다알고 지낸다. 내가 밖에 쪼그리고 앉아서 안을 들여다 풍경이다. 요즘은 이발소도 불경기인 모양이다. 두 놀부 시키들 보고 남자는 남자 이발소에서 이발을 해야지 남자 시키가 여자들이 들락거리는 미장원에서 이발을 하면 뿡알이 떨어진다해도 녀석들은 미장원 더 편하고 좋다고 하니... 어떤 일이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지 않으면 이렇게 한가해 지나 보다. 나는 언제나 매너리즘에 빠져서 변하지 않는게 좋으니 도태의 길을 걷고 있는게 아닌지. 번화가 어딘가에는 이발 한번 하는데 기십만원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아주 번성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올바르게 이발만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울동네 이발소 부부는 항상 사이가 좋아 보이고 변하지 않아서 좋다. 이젠 이런 고전틱하고 정겨운 이발소도 사라지고 있다. 오래도록 이곳에서 이발을 하고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지냈으면 좋겠다. 언제나 변함이 없이... 추신. 아차!!! 클랐다. 어제 요금표 사진을 찍는데 글씨의 색이 바래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아 다시 쓰 달라고 부탁을 했었고 아무 생각이 없이 돈을 만원만 드렸더니 아무 말씀도 않으시고 받으셨다. 예전 생각만 하고 무심코 드렸는데 더 달라는 말씀도 못하시고 속으로 얼마나 서운 하셨을까? 다음에 꼭 돌려드려야겠다. 정겨운 울동네 이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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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천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정겨운 모습...... 주상 잘 감상했네요.
저도 가게나 미장원을 한 번 가면 잘 바꾸지 않고 계속 가는 형입니다..아파트 곁에 이마트가 생겼어도 저희 아파트 지하 슈퍼에서 식품을 구입하지요..주상님은 사랑도 한 번 정을 주면 영원히..그런 타입이신가요?
조발가격이 엇비슷한 상도동 동내 이발소가 그리워지네요 ~~여서는 미모의 아줌씨헌테 손짓발짓으로 설명하고 잠시잠깐 눈븥이면 이상한 면상이 거울에 나타나거던요~~ ㅎㅎ 요즈음은 꽁지머리하고 다니니까 이발소 갈일은 없지만 관리가 만만찮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