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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환경개선 벤치마킹 도시 ‘급부상’
울산의 젖줄, 태화강이 돌아왔다. 지난해 전국 수영대회와 전국체전을 계기로 새로운 평가를 받으며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태화강과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 청계천을 비교하며 태화강의 미래를 엿본다.
# 울산의 대동맥, 태화강
울산의 성장은 태화강의 변천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태화강은 울산의 상징이다. 1960년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중심이었던 울산의 산업화를 몸소 체험한 곳이 태화강이었고, 반구대 암각화 등 수천 년 역사 숨결을 간직한 곳 역시 태화강이며, 한 도시에서 시작해 한 도시에서 끝나는 전국 유일의 강이 바로 태화강이다. 이렇듯 울산의 역사, 경제, 문화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며 울산의 젖줄이자 대동맥인 태화강은 울산 시민에게 있어 큰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태화강은 죽어 가는 강이었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울산은 공업도시로 성장·발전했지만 인구가 급팽창하면서 태화강은 악취 나는 하수도로 전락하며 병들어갔다.
특히 지난 2000년 숭어 1만 마리가 집단 폐사하면서 울산시는 물론 울산 시민들은 태화강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태화강 살리기에 적극 동참했다. 그리고 5년 여 동안 태화강은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전국 최초로 도심에서 수영대회를 치르는가 하면 전국체전과 카누, 조정 경기 등을 통해 달라진 태화강의 모습을 전국에 알렸다. 또 올해에는 돌아온 태화강을 자축하는 의미로 제1회 태화강 물축제가 열려 달라진 태화강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전국에 알렸다.
태화강이 깨끗해지자 주변 환경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천연기념물인 백로 최대 서식지로 거듭난 태화강은 겨울 가마우지 최대 도래지, 바지락 최대 생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또 1급수에서만 사는 누치가 즐비하고 3년째 연어가 돌아오고 있으며, 숭어 등 민물고기는 배를 타고 가면 뱃전에 부딪혀서 노를 젓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 시와 시민의 힘으로 일궈낸 기적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것은 전적으로 울산시의 태화강에 대한 의지와 울산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 덕이었다.
특히 박맹우 시장은 민선 3기 시장으로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태화강 수질 개선 기획단을 발족할 정도로 태화강 살리기에 애정을 쏟았다. 민선 3기 재임기간 중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 받는 태화강으로 유입되는 오수 차단은 박 시장의 태화강에 대한 애정과 추진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울산시는 박 시장의 지휘 아래 태화강 수질 개선 목표를 환경부에서 지정한 대로 상류는 1급수, 하류는 2급수 수준으로 결정하고 태화강 오염의 주원인이었던 생활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울산 전 지역에 걸쳐 하수도 공사를 시작했으며, 태화강 오염을 막기 위해 생활오수에 섞여 있는 청정수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하수 처리량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배수터널 옆에 원형관을 설치하고 상류로부터 청정수만 분리하는 방법을 채택, 생활오수에서 청정수를 분리해낸 후 맑은 물만 태화강으로 내보내 태화강의 수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태화강 살리기에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개개인별로 혹은 단체로 태화강 정화 활동에 발 벗고 나선 시민들은 태화강 전역의 쓰레기를 제거하는 등 전국 최초로 민관합동으로 도심하천 수중정화사업을 펼치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다. 또 총 141개의 지역 기업체와 민간단체는 1사1하천 살리기운동을 통해 올해 8월까지 총 5,400명의 인력이 참여해 6만5천본의 초화류를 강변에 식재하고 288톤의 쓰레기를 제거하는 등 내 고장 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태화강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태화강관리단 김기학 단장은 “태화강이 생명력 넘치는 생태하천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 것은 110만 울산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 기업체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바로 이런 시민과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죽은 강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 타 도시 벤치마킹 줄이어
이러한 태화강 수질의 획기적 개선으로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울산은 최근 전국 타도시의 환경개선 벤치마킹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민, 단체, 기업체,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짧은 기간 내 친환경도시로 변모한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 기관과 단체에서 되살아난 울산환경을 벤치마킹하려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현재까지 울산의 환경개선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전국의 타시도 공무원, 지방의원, 환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은 무려 1,312명에 이르며, 계속해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 생태하천 조성, 태화강 마스터플랜
도심 한 가운데서 생명을 볼 수 있는 축복의 공간으로 재탄생 된 태화강은 이제 전국 7대 도심 하천 중 가장 깨끗한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이런 태화강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울산시와 울산시민이 함께 나눠야 할 숙제다.
울산시는 현재 수질 개선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태화강 주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지속적인 생태하천 조성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오는 2014년까지 수질 및 수량계획, 생태복원, 친수수변공간 조성, 역사성 회복 등 4분야로 나눠 총 40개 사업으로 추진되는 태화강 마스터플랜은 태화강을 산업화, 도시화 이전의 맑고 아름다운 강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시는 태화강을 최상의 수질과 수량을 가진 하천으로 만들고자 태화강 상류의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1.5ppm 수준까지 고도처리한 후 방류하고, 하상여과공법 등을 도입해 하천수량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태화강 주변에 배수장, 매립장 등의 생태공원을 조성해 인간과 자연이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생태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자전거 순환도로망 조성, 둔치기능 다양화, 수변무대 조성, 물 환경관 건립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태화강을 교육학습의 장으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 태화강의 기적, 생태도시 상징
죽은 강에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강으로, 공해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거듭난 울산은 울산의 상징인 태화강의 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자부심을 심어 주고 있다. 태초 있는 그대로 자연의 물빛을 되찾아가고 있는 태화강. 울산의 도심을 가로지르며 생태도시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태화강은 오늘도 행복한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이은진기자
-인터뷰- 조기수 울산시 환경국장
“세계 최고 도심 생태하천 목표”
-지난해 울산에서 열린 전국체전은 생태하천 태화강을 전국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태화강을 바라보는 소감이 어떠하십니까?
“불과 5, 6년 전까지만 해도 태화강은 악취가 진동하고, 근처에 가기조차 꺼리는 곳이었습니다. 관리를 해야 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 마음이 내내 무거웠는데, 지난 5년간의 노력으로 다시 되살아난 태화강을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태화강 보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달라진 태화강의 모습에 기쁘면서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태화강의 기적을 이뤄낸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태화강이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것이 울산 시민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태화강은 울산시와 시민, 기업체가 합심해서 이뤄낸 결과입니다. 박맹우 시장님의 태화강에 대한 애정과 추진력,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지역 기업체의 태화강 살리기 운동 동참 등 삼박자가 고루 이뤄낸 결과가 바로 태화강의 기적입니다. 아마 태화강 복원으로 가장 놀랐던 사람이 울산 시민들이었을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해 보니까 되더라’하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겼다는 점, 그리고 그런 자부심과 애정이 지역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현재 울산을 벤치마킹하려는 타 도시 하천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태화강 복원의 벤치마킹 대상이나 목표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태화강은 한 도시에서 시작해 한 도시를 관통하며 끝이 나는 전국 유일의 강으로, 비슷한 요건을 가진 곳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 울산을 벤치마킹하려는 곳은 많지만 규모나 길이에서 태화강의 모델이 될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태화강은,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원된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앞으로 태화강 보전을 위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습니까?
“오는 2014년까지 태화강 마스터 플랜을 추진 중입니다. 태화강의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는 물론 시민들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환경,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거대한 관광벨트 조성으로 태화강이 울산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태화강의 목표는 이미 전국 최고가 아닙니다. 태화강을 세계 최고의 도심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세계 최고의 강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