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선택의 요령
차가 10년을 넘으면 우리나라에서는 가히 ‘클래식 카’ 반열에 오른다. 10년을 넘기고도 성한 상태로 운행되는 차는 주인이 극진히 아껴 온 차다. 그런 차는 가끔씩 필요할 때만 운행하고, 주차도 반드시 차고에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차는 그렇지 못해서, 10년이 지나면 ‘굴러다니는 고철 덩어리’ 비슷하게 된다. 접촉 사고가 나도 해드램프나 테일 램프 부품을 구하지 못해 깨진 채로 다닐 수밖에 없다. 부품을 구입하려면 정식 부품가게보다 아예 폐차장을 뒤져 중고 부품을 찾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다.
갓 면허를 딴 초보 운전자는 접촉 사고의 위험이 높아서 중고차를 사서 편하게 운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차가 3년을 넘으면 서서히 고장이 나기 시작해 카센타에 가끔 가야한다. 접촉 사고 걱정 없이 편하게 탈만한 낡은 차라면 카센타에 더 자주 들러야 한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초보 운전자가 중고차를 쓰면 카센터에 가서 바가지 쓰기 딱 좋다. 겸험 있는 운전자라면 어디는 당장 고쳐야 하지만 어떤 부분은 중고차니까 그냥 고치지 말고 타자는 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초보 운전자는 카센타에서 권유하는 대로 이것 교환하고 저것 교환하고 하다 보면 싼 맛에 끌려 산 중고차의 매력이 사라지고 만다. 또한 중고차를 몰면서 안전 운전에 신경쓰지 않고 좌충우돌하는 운전 습관을 기르면 나중에 새차를 사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풀 모델 체인지와 마이너 체인지 모델
승용차는 6년마다 완전히 개로운 차종이 개발된다. 이것을 풀 모델 체인지(full model change), 또는 메이저 리디자인(major redesign)이라고 한다. 신차종이 시판된 지 4년이 지나면 마이너 체인지(minor change)모델이 나온다. 4년이나 지난 구식 차량이라는 인식을 얼마쯤 씻고, 그 물벼 상대 메이커에서 나오는 풀 모델 체인지 차종에 밀리지 않기 위해 개발하는 것이다. 소나타3, 누비라2, 카스타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전작이 대히트를 하면 마이너 체인지가 5년 뒤로 연기되거나 뉴그랜저처럼 아예 없어지기도 하고, 전작이 신통치 않으면 누비라2처럼 2년만에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나오기도 한다.
마이너 체인지는 변화하는 국제 디자인 흐름을 좇아가기 위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아반떼와 티뷰론이 처음 시판되었을 때에 세계 디자인의 주류는 올 라운드 스타일이었다. 누구 말대로 티뷰론 오리지널 모델에는 라디오 안테나 말고는 직선이 없다. 4년이 지나자 ‘올 라운드(all-round)'스타일은 퇴조하고 ’뉴 에지(new edge)‘ 스타일이다. 올 뉴 아반떼와 티뷰론 터뷸런스는 올 라운드 스타일 시대에 태어난 두 차종에 뉴 에지 스타일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디자인을 덧씌운 모델이다.
마이너 체인지는 개발에 많은 비용을 들여서는 안 되므로 자동차의 기본 골격은 내버려 두고 쉽게 바꿀 수 있는 엔진후드, 해드램프, 범퍼 등 주행 중 힘을 받지 않는 부품만 바꾼다. 요컨대 문짝은 예전과 같은 것을 쓴다. 소나타2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은 소나타3도 되지만 마르샤도 된다. 뉴그랜저를 마이너 체인지하니까 뉴그랜저 후소차종이 나온 것이 아니라 다이너스타가 나왔다.
흔히 3,4년이 지나면 하는 마이너 체인지도 주기가 길다. 늘 신형 차가 나오고, 지금 사면 싱싱한 새 디자인의 신형차를 산다는 느낌을 고객에게 주기 위해 1년마다 ‘페이스 리프트(face lift)'를 한다. 페이스 리프트를 할 때에는 예컨대 2000년형 아반떼, 업그레이드 레간자 하는 식으로 이름을 짓고 부분적으로 새롭게 고치는데,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휠. 라디에이터 그릴, 테일 램프가 단골 교체 대상이다. 그 외에 신차 기획 단계에서 개발되었지만 장착이 보류된 신형 옵션과 새로운 엔진도 장착된다. 예를 들면 도난경보기라든지 가죽 시트, DOHC 엔진 같은 것이다. 페이스 리프트 때는 철판 차체 부분에서는 변경이 없다.
새 자동차가 발매되자마자 구입하는 사람은 바보다. 발매 되기도 전에 예약까지 해 가며 구입하는 가람도 마찬가지다. 새 차는 발매된 뒤에 지속적으로 개선 과정을 거친다. 이런 소소한 개선은 대중 매체에 공표하지 않고 AS센터를 통해 입수된 고장 통계를 바탕으로 내구성이 부족한 부품을 대상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초창기에 출고된 카니발은 뒷유리와 차체의 간격이 맞지 않는 제품이 상당수 있었고, 팬벨트 풀리 설계가 잘못돼 팬벨트가 빨리 끊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지속적인 개선을 거쳐 지금은 다 해결되었다.
티뷰론도 초창기 출고분은 문을 열어도 커티기 램프(courtesy lamp : 문을 열면 자동으로 점등되어 발 밑을 비춰주는 램프)가 들어오지 않고 그 자리에 적색 투명 플라스틱만 붙어 있었다. 고객의 불평이 끊이지 않자 몇 개월 뒤부터 제조 회사는 커티시 램프를 장착해서 출고했다.
신차 출시 후 최소한 6개월은 기다려야
이런 사정이 있으므로 새 차가 발매된 뒤 최소한 6개월은 기다리는 것이 좋다. 6개월이면 최초 조립 과정에서 발견된 고질적인 불량이 파악되고, 부품 개선 작업이 끝난 뒤에 개선된 부품이 차량 조립에 투입될 시간 여유가 있다. 더 확실히 하려면 사실 1년쯤 기다리는 것이 좋다. 새 차는 시판 전에 여러 대의 파일럿 카를 만들어서 각종 내구 테스트를 거치지만(이과정에서 망원렌즈 카메라에 찍혀 자동차 잡지에 새 차 특종 사진이 실리기도 한다) 파일럿 카를 만들 때에 사용하는 부품은 소량만 정성스레 제작된 것이고, 양산 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공장 근로자들이 퍽퍽 찍어 내는 부품이다. 둘의 치수 오차나 표면처리가 같을 수 없다. 그래서 파일럿 카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양산 차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차량이 단종될 무렵에 구입하는 것도 좋지 않다. 차량의 생산 종료 뒤에 5년 동안 해당 차종의 부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지만, 제조 회사가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그 뜻은 단종 뒤에 일찌감치 구입이 곤란한 부품이 생긴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팔린 베스트 셀러 차종이라면 이런 문제가 적지만, 조금 팔리다 판매 부진으로 결국 단종된 비운의 차종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요즘은 신차 개발 소식이 여러 뉴스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므로 신차 발매 시기가 거의 확정될 단계라면 구 모델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신형보다 나은 구형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저 차는 이제 구식이야”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특히 운전자가 차의 사회적 기능(이른바 폼 나는 차)을 중요시하는 편이라면 신형 차를 타는 것은 매우 유리하다. 그리고 단종된 차는 중고차로 팔 때에 받을 수 있는 가격도 낮다.
차량 구입 시기에 대해서는 이 정도만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 어차피 필요하면 사야 하는 것이 차니까, 차도 개인용 컴퓨터와 같아서 새 기종이 나오기를 기다리느라 구입을 보류하고 있으면 자꾸 새 기종이 나오므로 계속 기다리게만 된다. 용단을 내려서 구입한 뒤, 새 기종이 나올 때까지 본전을 뽑을 만큼 사용하면 된다.
SOHC와 DOHC
SOHC(Single OverHead Camshaft)엔진은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OHC(OverHead Camshaft)엔진에 신개발품인 DOHC 엔진과 구별하기 위해 ‘Single'을 덧붙인 명칭이다. DOHC(Double OerHead Camshaft)엔진은 출력 향상을 위해 흡배기 밸브를 더 많이 장착한 엔진이다.
DOHC 엔진은 ‘트윈캠(twincam)' 또는 쿼드캠(quadcam)'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스페로에는 트윈캠, 카니발에는 쿼트캠이라는 엠블럼이 붙어 있다.
DOHC 엔진의 장점은 높은 rmp에서도 출력이 잘 나온다는 것이다. SOHC 엔진이 제대로 박자를 맞출 수 없는 고회전(5,000rpm 이상)에서도 DOHC 엔진은 출력을 잘 뽑아낸다. hrl의 DOHC 엔진은 이 특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더욱 고회전 지향의 설정을 해서 저회전 출력은 오히려 SOHC보다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고회전 지향 설정은 스포트카에나 어울리는 것이어서, 일반 승용차용 엔진은 중간 회전수에도 출력을 안배하는 환경으로 이내 바뀌었다.
같은 배기량이라면 DOHC 엔진이 SOHC 엔진보다 우수하다. 초기에는 밸브 작동 기구가 복잡해서 DOHC 엔진이 더 시끄럽다는 평가 있었는데 차츰 개선되어서 이제 DOHC 엔진은 같은 배기량이라고 해도 고회전까지 파워가 지속되므로 특히 급가속하거나 추월할 때에 유리하다. DOHC 엔진의 진가를 끌어 내리면 4,000rpm 이상의 고회전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고회전을 즐겨 쓰지 않던 엔진 소리에 거도 나겠지만 엔진이 부서지거나 손상을 이는 원인은 아니다. 소음만 감수한다면 DOHC 엔진은 짧은 시간에 추월을 가능하게 해주고, 고속 주행 중 속력을 더 붙여 추월하는 것도 수월하게 해준다.
MT와 AT
자동변속기는 편리한 장치임에 틀림없지만 단점도 있다. 구입 때 차종에 따라 최고 200만원쯤은 더 지출해야 하고 연비와 성능이 수동변속기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무시 모살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동변속기 장착 차량의 비율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자동변속기의 장점은 막히는 길에서 드러난다. 수동변속기로 잦은 변속을 하다 보면 클러치를 조작하는 왼발이 피곤해진다. 택시에 점차 자동변속기 차량이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동변속기의 다른 장점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전 중 한 손을 변속레버 위에 놓고 운전하는 습관은 긴그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스티어링 휠 조작을 민첩하게 하는데 방해가 된다. 자동변속기를 쓰면 두 손을 다 스티어링 휠 위에 놓고 운전하게 되므로 안전성이 높다.
자동변속기의 단점은 옵션 가격과 연비다. 예전에는 자도연속기의 수리비도 문제였다. 자동변속기가 고장나면 수리비가 100만원이상 들었는데 요즘에는 자동변속기 전문점이 많이 생겨서 가격의 거품도 빠지고 수리 실력도 좋아졌다. 50만원쯤 들이면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연비는 어쩔 수 없다. 록어 클러치가 장착된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되면서 수동변속기에 근접한 연비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20% 정도 떨어진다. 고속도로 연비는 수동변속기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시내연비는 차이가 크고 성능도 떨어진다. 가속 성능은 확실히 떨어진다. 최고 속도는 오히려 자동변속기 차가 높은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것은 그 차종에서 자동변속기의 기어 비율이 최고 속도를 내는데 유리하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