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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대기업들의 식구 챙기기가 한창이다. 특히 상속증여세 등을 줄이기 위한 오너일가 자녀에 대한 주식 증여나 상속이 올 들어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10살도 되지 않는 오너일가 자녀가 수백억원의 주식을 보유한다. 그 수도 역대 최대다.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녀에게 주식을 상속하는 한국 재벌의 단면이 드러났다. 반면 사회 환원 취지인 기부는 갈수록 줄고 있다. 워렛 버핏, 빌 게이츠 같은 사업가가 부재하다. 이들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증여·상속 등 계열사 주식지분 신규 취득 대부분
상속증여세 덜 내려는 대기업 술수 비판도 제기
1억원이 넘는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오너일가의 억대 미성년 주식부자가 역대 가장 많은 220명을 기록했다.
재벌닷컴이 최근 1779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1억원 이상을 기록한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 주식부자는 220명으로 집계됐다. 100억원 이상은 모두 12명이다. 지난 5월 만 14세 이전 억대 주식 소유 어린이는 역대 최대인 204명이었다.
억대 미성년 주식부자는 지난해 같은 시점의 198명에서 올해 1월4일 202명, 6월 말에는 212명이었다.
조기 상속 재도마
억대 미성년 주식부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재벌닷컴은 오너가 미성년자가 많은 대기업 상장사의 주가가 올 들어 크게 오른데다, 증여나 상속으로 계열사 주식지분을 신규 취득한 미성년 자녀가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했다.
평가 결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용수 (주)GS 전무의 장남 석홍(9세) 군이 315억원으로 미성년 주식부자 1위를 차지했다. 석홍 군은 지난 4월29일 평가 시에는 293억5000만원이었다. 3개월 만에 22억원 정도가 증가했다.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딸인 연제(20세) 양은 281억원으로 2위였다.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딸 민정(19세) 양이 209억원으로 3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조카인 태준(17세) 군이 146억원으로 4위,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의 아들인 원홍(19세) 군이 145억원으로 5위에 올랐다.
또 정몽진 KCC그룹 회장의 아들인 명선(16세) 군이 138억원,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인 정현(10세) 양이 131억원, 구본걸 LG패션 사장의 친인척인 현모(14세) 군이 125억원, 윤장섭 성보화학 회장의 손자인 태현(17세) 군이 11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허용수 (주)GS전무의 차남 정홍(6세) 군이 113억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아들인 윤식(19세) 군이 105억원, 박상돈 예신그룹 회장의 딸인 지민(7세) 양이 101억원으로 미성년 100억원대 주식 부자 대열에 올랐다.
한편 허용수 (주)GS전무의 자녀인 석홍 군과 정홍 군은 초등학생 신분으로 100억원대 주식부자에 올라 눈길을 끌었고, 정몽진 KCC그룹 회장의 장, 차남인 명선 군과 제선 군(85억원)도 형제 주식 부자였다. 유독 GS그룹에서 100억대 미성년자 주식부자가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최연소 주식 부자는 3명의 1세 어린이들이다. 김흥준 경인양행 대표 친인척인 최준형(1세) 군이 1억9000만원으로 최연소 주식부자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친인척 류애슬(1세) 양으로 1억7000만원,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친인척 최승민(1세) 군은 1억40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미성년자 주식부자 역대 최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사리판단도 못하는 어린이에게 거액을 물려주는 풍토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 일부에서는 상속증여세를 조금이라도 덜 내려는 얄팍한 취지가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회기부금 크게 감소
상장 대기업의 재산 상속이 바쁘게 진행되면서 사회 환원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재벌닷컴이 금융회사를 제외한 매출상위 100대 상장사의 2009회계연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배당금 총액은 7조2409억원으로 6조850억원에 비해 19.0%가 증가했다.
하지만, 불우이웃돕기성금 등 사회에 대한 기부금은 2008년의 1조675억원에서 지난해 8424억원으로 무려 21.1%(2250억원)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가늠하는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2008년 4.6%에서 지난해에는 2.2%로 절반 이후 수준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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