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보수업체 직원들이 승강기 문 닫힘 안전장치의 점검·보수를 소홀히 해 입주민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직원들이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더라도 보수업체와 직원들은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0민사부(재판장 박 철 부장판사)는 최근 서울시 성북구 D아파트 승강기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K양과 가족이 이 아파트 승강기 보수업체 O사와 O사의 직원인 승강기 기사 K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회사와 직원들은 K양에게 4천4백58만여원 등 총 4천6백68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승강기 기사인 피고 K씨는 승강기 문 닫힘 안전장치인 세이프티 슈의 작동상태가 양호하도록 철저한 점검 및 관리를 실시해 아파트 입주민들, 특히 어린이가 승강기에 탑승시 문틈에 손이나 옷이 낀 경우 즉시 작동을 멈추고 다시 문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며 “K씨의 직속상관인 보수업체 강북사무소장 L씨도 피고 K씨의 승강기 점검 및 보수에 대한 지휘·감독을 철저히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K씨는 이러한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강기 문에 설치된 세이프티 슈의 점검·보수를 태만히 한 과실로 이 아파트에서 지난 2003년 8월 세이프티 슈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그대로 승강기 문이 닫혀 원고 K양의 오른손이 문 틈에 낀 상태로 2층에서 15층까지 올라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들은 이 사고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와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K양도 승강기 문이 반쯤 닫히고 있던 중 승강기 문 사이에 자신의 오른손을 집어넣은 잘못이 있으므로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이 사고와 관련해 승강기 기사 K씨와 L씨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형사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지만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춰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기가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는 바, 원고 K양은 승강기 사고로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K양은 지난 2003년 8월 승강기에 탑승 후 2층에서 오빠에게 애완견을 받으려는 순간 승강기 문이 닫히려는 것을 보고 열림 버튼을 눌렀으나 문이 열리지 않고 오히려 반쯤 닫히자 오른손을 넣었고 문에 손가락이 낀 상태에서 승강기가 15층까지 올라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K양 가족들은 이 승강비 보수업체와 보수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1심(본지 제625호 2006년 4월 10일자 1면 보도)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