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달달하고 소스를 양 젓가락으로 실력 있게 비벼야 사이사이에 숨겨진 맛을 모두 음미할 수 있다. 식당에 가면 보통 메뉴판의 가장 위 줄에 위치해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시킬 수 있으므로 마치 전통 음식과 같이 남녀노소에게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13살, 처음으로 이사를 가봤을 때 마치 정해진 약속같이 바닥에서 가족들과 이를 시켜 먹었던 기억이 있다. 종류도 꽤 다양한데, 고기의 유무, 또 면의 종류가 이 음식의 앞에 다양한 수식어를 붙인다. 나는 이것을 가위로 두 번 자르고 숟가락으로 비벼 먹는 습관이 있다. 아빠는 단무지가 있어야 맛있게 이 음식을 먹는데, 면과 단무지를 한 번에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아빠가 내 음식 위에 단무지를 올려줄 때가 있는데, 나는 몰래 따로따로 먹는다. 이 음식은 이 음식대로의 맛이 있고, 단무지는 너무 달아서 이 음식의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이것의 소스를 이용해서 우리는 평소에 이것과 닮아있는 상품들을 많이 본다. 편의점에 가면 이것을 닮은 라면과 떡볶이가 굉장히 많다.
나머지 하나는 앞의 것과 거의 상반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맛도 굉장히 다르지만 항상 짝지어서 비교된다. 이것은 먼저 칼칼한 국물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해물이 들어가서 오징어와 홍합 등의 맛있는 재료들을 같이 즐길 수 있다. 국물은 맛있지만 그만큼 이것의 칼로리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대체로 가격은 앞의 것에 비해 조금씩 비싸지만 그래도 밀리지 않는 인기를 가지고 있다. 앞의 것처럼 다른 음식과 융합되어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경우는 적지만, 빨강 국물 대신 하양 국물이 나온다던가, 해물의 종류를 다르게 해서 차별화를 하는 식당도 있다. 엄마는 이 음식을 더 좋아하는데 입이 짧아서 남은 면은 내가 독차지하곤 한다. 두 음식은 떼레야 뗼 수 없는 관계이고 원하지 않아도 항상 비자발적인 경쟁을 하게 되어있다. 선의의 경쟁이다. 인기가 어딘가로 쏠리지 않고 한 번 한 쪽을 선택한다 해서 영원히 그쪽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비 오는 날에 당기는 쪽과 해가 쨍쨍할 때 당기는 쪽은 사람마다 다르다. 짜장과 짬뽕은 그런 관계이다.
첫댓글 제목도 그렇고 글의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이었는데 오늘 저녁은 짬뽕으로...